소설리스트

비천색마-80화 (80/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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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담, 사천에 서다

쌍고응검의 주인, 검담이 나타나다!

스스로를 천상용제쌍고검의 주인이라고 칭한 자, 검담은 청성파에 궤멸적인 피해를 주고 떠났다.

이대 제자부터 최고 장로까지 그의 검에 깨지지 않은 검이 없었고, 최후의 보루와도 같던 장문인조차 천하삼분검에 검이 세 개로 쪼개졌다.

유붕, 과연 그는 누구인가!

누구이길래 갑자기 사천 땅에 나타나 청성파를 습격하고 무인들에게 무참히 패배를 안겨준 것으로 모자라 청성의 무인을 납치한단 말인가.

이에 대해 각 문파는 저마다 다른 반응을 내놓았다.

"아무튼 사파의 고수임이 틀림없소!"

당문은 적극적으로 조사에 나섰다.

남들은 유건담과 당문의 관계를 전혀 모르지만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당문은 행여나 불똥이 자신들에게 튀길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청성파는 모욕을 당했소. 피의 복수를 해야 하오!"

청성은 적극적으로 조사에 나섰다. 방도림이 검을 가져온 것으로부터 시작된 문제는 이제 청성 전체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안 될 문제로 격화되었다.

"아미파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겠습니다."

아미는 만반의 준비에 나섰다.

모든 문도가 와룡검을 지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었고, 장문인인 멸색사태와 제자들은 와룡검을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이놈은 누구야!"

하오문도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조사에 나섰다. 다른 문파에서 정보를 찾는 이들도 많았지만, 잔칫집에 거지가 들끓듯 확실해진 정보를 찾으러 사천까지 들어온 외부인파들이 하나둘 늘어났기 때문이다.

"용제검의 주인이 청성의 여제자를 납치했소!"

"으으, 악적이로군! 내 십팔자위검의 힘으로 악적을 처단하겠소! 그리고 놈에게서 쌍고응검을 되찾으리다!"

"청성파에 빚을 지울 절호의 기회...!"

검담은 떠나는 순간, 청성의 여제자를 데리고 사라졌다. 그 모습은 청성파를 향하던 수많은 이들이 목격했다.

"그런 예쁜 여자가 있었나...?"

정작 청성의 누구도 납치당한 여제자가 누군지 알아내지 못했다. 청성의 무복을 입고 있었으니 청성의 제자가 맞겠지만, 청성파 내부의 여제자들을 아무리 살펴봐도 소식을 파악할 수 없는 이는 드물었다.

"뭐? 제자가 납치를 당했는데 가만히 있겠다고?"

"구파일방이 그래도 되나?"

제자를 찾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청성의 움직임에 세간 사람들은 의구심을 내비쳤다. 누군가는 청성에서 고용한 초고수가 청성파를 습격하여 봉추검을 빼앗은 뒤, 아미파를 습격해 와룡검을 가져갈 계획이라며 떠들어댔다.

청성만 크게 박살이 났으면 청성만 피해를 당하지만, 당문과 아미까지 당하게 되면 사천 전체의 자존심이 무너진다.

"검담을 쓰러뜨립시다!"

"타도검담! 타도검담!"

"놈은 사파요! 정도를 걷지 않는 존재를 어찌 가만히 둘 수 있겠는가!!"

숱한 무사들이 성도에 모였다.

"""쌍고응검이 묻혀있던 동굴은 어디에 있소?!"""

검담이 스스로 밝힌 은신처는 성도의 숱한 무인들의 표적이 되었다.

* * *

"으아, 죽을 것 같다."

나는 침대에 대자로 누웠다. 중간에 야외에서 청성의 무복을 벗기고 적당히 찢어놓은 뒤, 옷조각을 중간중간 떨어뜨리며 이시아를 데리고 왔다.

"왜 자꾸 엉덩이를 만지는 거야!"

이시아는 돌아오자마자 본색을 드러내며 내 멱살을 움켜쥐었다.

"사람 발정 나게 할 일 있어?!"

"정답이다, 소천마!"

"야 이!"

이시아는 잔뜩 붉어진 얼굴로 내 멱살을 흔들었다.

"지나가던 사천 사람들 모두가 봐버렸잖아! 내가 애도 아니고 볼기짝 맞는걸!"

"어차피 소공녀인 줄 아무도 모를걸? 청성의 무인인 줄 알지."

"혹시나! 혹시나라는 말이 있잖아!"

"걱정 마라. 혹시나 얼굴 팔리면 내가 다 책임지고 데리고 살 터이니."

헛웃음을 터뜨린 이시아는 내 멱살을 쥔 손을 놓고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말이라도 안 하면...어휴. 그래서 이제 어쩔 거야?"

이시아는 침대 맞은편 나무 책상 위에 꽂힌 두 자루의 철검을 가리켰다. 각각 와룡검과 봉추검으로서 수천 년 세월이 지나도 아름다운 자태를 자아내는 검은 누가 봐도 명검이었다.

"소공녀, 전장에서 훔친 금자 더미를 밖에서 사용하려면 먼저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아시오?"

"뭔데?"

"세탁."

갑작스럽게 금자가 세간에 나오면 황궁에서 조사가 나온다. 그런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하기 위해 '선량한 금'인 척 둔갑시킬 필요가 있다.

"그걸 몰라서 묻는 게 아니잖아. 마교가 중원 전체에서 운영하는 표국이나 전장이 어디 한둘이야?"

"그렇긴 하지."

팽유월을 안았던 추소표국도 마교의 자금원 중 하나였다. 그리고 중원 전체에서 자금을 긁어모으는 체계를 마련한 것도 바로 눈앞의 천재, 이시아다.

- 표사들한테 경신법을 익히게 해서 특급 배송을 한다고? ...아, 당일 택배는 못 참지!

미래천마가 자리를 비운 사이 혈교주가 혈강시를 이용해 천산을 습격한 날, 마교가 천산이라는 척박한 장소에서 어떻게 십만마인을 먹여 살릴 자금을 모았는지 알게 된 혈교주는 이례적으로 미래천마를 칭찬했다.

- 마교 자금 잘 먹겠습니다. 꺼억.

남들에게 빼앗거나 훔친, 또는 온갖 방법으로 벌어들인 금은보화는 표국과 전장을 거쳐 천산으로 보내졌다. 관의 눈을 피하고자 마교에 상납할 자금은 대부분 미혼표식구궁진의 안에 숨겨져 누구도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재화를 깨끗한 모습으로 바꾸듯, 쌍고응검 또한 마찬가지요. 보시오, 여기 화려한 손 장식. 검날은 검집에 넣어 숨긴다고 하지만, 어디 이래서야 들고 다닐 수 있겠소?"

와룡검과 봉추검은 손잡이가 금으로 되어 있었다. 심지어 금으로 용과 봉황의 대가리가 끝에 달려있었다.

"그럼 어쩔 건데? 손잡이를 떼어내기라도 할 거야?"

"벗길 것이오."

"......."

이시아는 양손을 자신의 어깨에 교차하며 내게서 물러났다.

"그대를 벗긴다는 게 아니라, 손잡이를 벗길 것이오."

"흥, 누가 속을 줄 알고? 손잡이 벗기고 나를 벗기려 들겠지!"

"나 참."

어이가 없었다.

"역시 똑똑하다니까."

검의 손잡이도 벗기고 이시아의 옷도 벗길 것이다. 마지막으로 화려하게 날뛰기 전, 이시아를 최대한 강하게 만들 필요가 있으니까.

"일단 보시오. 검을 어떻게 세탁하는지."

사락.

나는 와룡검과 봉추검의 검날을 살포시 움켜쥐었다. 호신강기 덕분에 칼날은 내 손바닥을 긋거나 하지 않았지만, 이시아는 괜히 놀라 침대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괜찮아?! ...괜찬네."

"더 가까이 와서 보시오. 더 가까이. ...이렇게 가까이 올 줄은 몰랐는데?"

"여기가 특등석이야."

이시아는 내 앞으로 들어와 상체를 숙였다. 무릎을 앞으로 살짝 굽히며, 엉덩이를 뒤로 뺀 채 나를 올려다봤다.

"아니면 뭐, 꼴려서 덮치기라도 하실 건가? 응?"

"......확 그냥."

아무래도 안 되겠다. 나는 쌍고응검에 불어넣은 내기를 손잡이 쪽으로 곧장 폭발시켰다.

크아아아앙---!!

끼요오옷----!!

"힉?!"

와룡과 봉추가 포효를 내질렀다. 나는 두 검의 손잡이를 역수로 움켜쥔 다음 위로 뽑아 들었다.

딸칵.

뚜껑이 열리듯, 검의 손잡이가 뽑혀 나왔다. 금빛의 손잡이 아래, 삭은 듯한 가죽으로 된 평범한 손잡이가 자태를 드러냈다.

"우와...."

"검의 손잡이에 도금으로 손잡이를 덧씌워 정체를 숨겼지. 이것이 바로 소열제가 일생을 함께했던 전우, 쌍고응검이오."

스릉. 나는 가죽 손잡이를 잡고 검을 들었다. 본모습이 드러난 쌍고응검은 공기 중에 노출되며 순식간에 부식되기 시작했고, 나는 녹슬어가는 철검을 책상 위에 눕혔다.

"보이시오? 이 손에 깃든 와룡봉추가."

나는 용봉의 머리 장식에서 뽑아낸 기를 내 손에 둘렀다.

각기 다른 황금빛의 두 기운이 내 손에 깃들었고, 나는 성도에서 제법 이름난 대장장이로부터 구한 철검 두 자루를 움켜쥐었다. 일부러 짙은 녹색으로 맞춘 손잡이를 타고 흐르는 금빛의 기류가 검에 내려앉았다.

크오아아앙---!!

황금빛 용이 철검의 검신에 깃들었다. 봉황이 날개를 펼치듯 검신을 휘감았다.

"검에 깃든 천상용제검의 신기(神氣)를 옮겼소. 이걸로 이제 와룡검과 봉추검은 이것이오."

"...그럼 이건? 사기야? 가짜야?"

"아니, 진짜 소열제가 쓰던 검이지. 단지 천기가 빠져나온 탓에 멈춰있던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였을 뿐."

파삭. 새로운 와룡검으로 검을 툭 건드리자 녹이 떨어져나왔다. 이걸로 촉한의 선주가 사용하던 황제의 검은 녹슨 철검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건 잘 보관하고 있다가 요긴히 써먹을 것이오."

"...이걸 제단에 다시 꽂아둘 생각이지?"

"그렇소. 그래야 사람들이 더는 소열제의 검을 찾지 않을 테니."

나는 철검에 깃든 기운을 다독였다. 검신에 깃든 와룡과 봉추는 손잡이를 감싼 녹빛으로 염색한 가죽 아래로 숨어들어 금빛의 실처럼 녹아내렸다.

"이제 남은 일은 하나요. 아미파를 습격하고, 아미의 여인을 한 명 납치하는 것. 그리고 모두의 이목을 사로잡는 것."

"그건 당신이 할 일이고. 나는?"

"그냥 지켜보면-"

"그건 안 돼. 나는 천마가 될 사람이야. 부하에게 모든 걸 맡기고 뒤에서 구경만 할 수는 없다고."

"......흠, 잠시 확인을 좀 하겠소."

나는 이시아를 잡아당긴 뒤 그녀와 이마를 맞췄다. 이시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으나 저항하지는 않았다.

"음...."

나는 이마에서 천천히 아래로 고개를 숙였다. 중간에 입술을 오물거리는 게 눈에 띄었지만, 지금은 확인이 더 중요했다.

"힉."

다음은 중단전. 나는 심장이 가장 가까이 느껴지는 흉부에 얼굴을 묻었다. 가슴이라고 하기에는 이 세상 모든 여인에게 미안했고, 나는 천천히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흐끅?"

나는 이시아의 복부, 하단전에 얼굴을 묻었다. 흉부처럼 탄탄한 복근이 박힌 복부는 상대적으로 더 푹신푹신했다.

"과연.... 알겠소. 소천마, 그대를 믿어보지."

나는 이시아를 올려다봤다. 사공희는 결코 불가능하지만, 나는 그녀와 눈을 시선을 마주칠 수 있었다.

"내가 그대에게 힘을 주겠소. 염마를 직접 무릎 꿇리시오."

"흥. 바라던 바야. 애초에 그러기로 하지 않았던가?"

"확신이 없었거든. 성도에 오기 전의 소공녀는 염마에게 십중팔구는 패배했을 테니."

이시아가 눈썹을 찌푸렸지만, 곧 내 말뜻을 깨달았다.

"지금은?"

"오 할. 그리고 이제 십 할로 만들어 드리리다."

주물럭. 나는 그녀의 둔부를 움켜쥐었다. 뒤로 몸을 빼지 못하게 만든 뒤, 얼굴을 더욱 아래로 내렸다.

"내 양기, 마음껏 긁어가시오."

"자, 잠깐만! 여기서 이렇게 하는 건!"

좋지 아니한가. 이시아를 발정 나게 하기 위해서라면, 나는 얼마든지 무릎 꿇고 그녀의 고간에 얼굴을 묻을 수 있었다.

습-하-습-하-

"흐, 흐읍...!!"

할짝.

이시아는 선 채로 조수를 터뜨렸다. 나는 전생(全生)을 통틀어, 처음으로 청성의 절정 여고수와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다.

뭐? 아니라고? 청성의 무복을 입고 있는데 아무렴 어떠랴. 나는 무릎을 그녀의 두 다리 사이로 밀어 넣으며, 고개를 뒤로 젖히듯 비부에 코를 박아넣-

"천마 허벅지 조르고 비비기!"

"어풉."

그런데 천마를 들먹이지 마라. 나는 이시아의 고간에 얼굴이 박혔고, 막힐 것 같은 숨에 엉덩이를 두드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흥! 오면서 얼마나 많이 엉덩이를 맞았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 정도는 약해!"

- 아아, 그것은 행복 잡기라고 하는 것이란다.

"후후후.... 나, 이거 중독될 것 같은데.... 빨아. 당장. 하아아...."

혈교주, 당신은 역시 옳-

* * *

"옳지 않군. 옳지 않아."

푸후우. 한숨과 함께 담배 연기를 뿜어낸 대공자는 한참 동안 사천의 지도를 내려다봤다.

"변수가 갑자기 왜 이렇게 많이 나타난 건지."

사천 일대를 뒤흔드는 소식은 당연히 대공자의 귀에도 들려왔다. 자신의 충실한 세 부하, 지린삼마가 암약하는 곳에 대해 귀는 활짝 열어두고 있었다.

푸드득.

검은 털에 붉은 눈을 한 독수리가 대공자의 앞에 발을 들이밀었다. 대공자는 발에 묶인 편지를 풀어헤쳤고, 안에 있는 내용을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천상용제쌍고검....염마는 뭘 하는 거지?"

요 며칠 사이 염마로부터 소식이 상당히 뜸했다.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하여 사람을 짜증 나게 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무언가에 홀린 듯 소식이 없었다.

아니면 연락을 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사천에 맹의 군사를 보내게 했는데...쯧."

"대공자, 실례합니다."

끼이익. 문이 열리자 차가운 인상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칼은 단아한 흑발이었으나, 이목구비는 중원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색목인의 것이었다.

"오, 오셨소. 궁의 일은 어떻게 되었소?"

"모든 일은 대공자의 뜻대로 처리했습니다. 북해빙궁은 이제부터 대공자를 따를 것입니다."

"하하하! 좋소, 그대를 얻은 것이 내 천운이오! 빙마(氷魔)! 이것으로 지린삼마는 지린사마가 되겠군!"

"...거래를 잊지 마십시오, 대공자."

여인, 빙마는 대공자의 앞에 펼쳐진 편지로 눈을 돌렸다.

"천마지명, 염상(炎上)?"

철컹. 빙마가 대공자의 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 검은 독수리가 강철같은 부리를 벌리며 막아섰으나, 빙마가 뻗은 얼음 칼날에 부리 째 목이 잘렸다.

"그대가 나의 지린빙마가 되었으니 숨길 필요는 없지."

"아직 아닙니다."

대공자는 종이에 적힌 천마를 가리키며 비릿하게 웃었다.

"흥. 내가 다음 대의 천마가 될 자인데 무엇이 문제요?"

"......그대는 아직 그분의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걱정 마시오. 그건 시간문제일 뿐이니."

대공자는 책상 위에 펼쳐진 지도를 향해 담배를 비벼껐다.

"다음 대 천마의 이름으로 명령을 내렸소. 염상. 모두 태워버리라고. 뭐...."

대공자는 지도에서 성도를 지워버렸다.

"사천당문, 청성파, 아미파. 셋 중 하나만 없애도 사천은 바로 우리의 것이 될 것이오."

[작품후기]

전과추가 - 청성파 여제자 납치겁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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