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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사
'저 새끼 뭐지?'
소공녀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용봉지회에서 의원 무붕으로 활약한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소공녀가 수많은 상대를 무참히 이길 수 있었던 것도, 의원 무붕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 놓고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그래서 그냥 '의원으로 사기 칠 때는 열심히 하나 보다'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뭔가.
사천당문에서 의원으로 초대할 때는 남정네 판이라고 거부하고 적마로 사칭하여 화골산우진을 뒤집어 놓는 난리를 피우더니, 아미파에 방문할 때는 스스로 의원임을 숨기지 않고 장문인과 독대를 한다?
'둘이 도대체 무슨 관계야?!'
순간, 소공녀는 용봉지회 중 들었던 악의적인 소문이 떠올랐다.
- 무붕 의원님, 여성 환자들이랑 그렇고 그런 관계라더라.
- '들'? 미친 거 아니야? 선루필승도로서 용서할 수 없다!
- 문파 장문인들도 간혹 드나든다는데 혹시....
"미친."
소공녀는 자신의 지적 능력에 감탄하고 한탄했다. 너무나 뛰어난 머리 때문에 의원 무붕과 숱한 여인들 사이의 관계를 단번에 파악해버린 것이다.
심지어 소공녀는 천환단을 구매하기 위해 의원을 방문했던 그 날, 의원 무붕이 책상 아래 여자를 숨기고 양물을 입에 머금게 한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게 누구인지는 아직도 몰랐으나, 무붕은 스스로 색마라고 자칭한 것처럼 색을 밝히는 남자였다.
그런 남자가 아미파 장문인이 유혹한다고 거부한다? 차라리 개가 똥을 끊을 일이다.
'자기랑 나이가 두 배는 차이가 날 텐데!'
소공녀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의 나이 차였다. 엄밀히 따져보면 두 배보다는 적겠지만, 그래도 띠동갑이 한 번으로는 부족한 차이가 아닌가!
- 의원님, 제 이름은 류서시라고 한답니다. 시아(施兒)라고 불러주셔요.
"미친년."
침소 안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소공녀는 자신도 모르게 욕지기를 내뱉었다. 다행히 옆에 아무도 없어서 망정이지, 아미파의 무사가 한 명이라도 지나갔으면 바로 사고가 일어날 뻔했다.
'일단 와룡검부터.'
소공녀는 성큼성큼 문밖으로 걸어 나갔다. 마침 밖에는 장문인의 제자이기도 한 정자사태가 뭔가 기대하는 눈빛으로 안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호위무사님이시군요. 실례-"
"내 눈을 바라봐."
소공녀는 붉은 안광을 터뜨리며 정자사태를 주시했다. 정자사태는 갑작스러운 말에 홀린 듯 소공녀의 눈을 쳐다봤다가 화들짝 놀랐다.
"천ㅁ-"
번뜩! 정자사태는 혼이 나간 사람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환마로부터 잡기로 배운 최면술은 소공녀보다 성취가 낮은 정자사태를 상대로 성공적으로 먹혀들었고, 소공녀는 정자사태가 쥔 검을 빼앗고 속삭였다.
"네가 이곳에 온 이유는 무엇이냐?"
"정조 사자가 말하기를, 의원 무붕은 끝내주는 남자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색마에게 범해져서 고통스럽게 처녀를 잃느니, 무붕 의원이 인도하는 대로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첫 경험을 맞이해보라고 해서...."
쿵! 소공녀가 벽에 주먹을 휘둘렀다. 다행히 힘 조절을 하여 어딘가 망가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알았다. 잘 들어라. 너는 의원 무붕이 장문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걸 듣고 부끄러워서 도망쳤다. 중간에 검을 잃기도 했고. 알겠느냐?"
소공녀가 이를 갈며 말하자 정자 사태는 몸을 벌벌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라."
"히익!"
소공녀가 지시를 내리기 무섭게, 정자 사태는 벌게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며 복도를 달렸다. 자신이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이 검집째로 사라졌다는 건 눈치채지 못한 채, 정자 사태는 빛처럼 사라졌다.
"......."
장문인이 검을 가지고 있었다는 건 조금 의외의 일이었지만, 정작 그 장문인이 사라졌기에 일은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소공녀는 책상 위에 놓인 상자 속 와룡검을 검집째 집어 들었다.
- 와룡검은 뽑아 들면 금빛이 반짝일 것이다. 용제검의 구결을 읊어 검기를 진정시킨다면 들키지 않고 검을 빼낼 수 있을 것이다.
소공녀는 화를 삭이며 검에 손을 올렸다. 손잡이만 잡았을 뿐인데도 벌써 안에서 들끓는 기운이 넘실거렸다.
"망탁조의."
고고고.
검집 안에서 살짝 빠져나온 와룡검의 검기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소공녀는 천천히 검을 빼내며 계속 구결을 읊었다. 검집에 새겨진 금빛의 용은 당장이라도 고개를 치켜들기 위해 바짝 엎드려있었다.
- 한 문장이면 와룡검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비천색마가 가르쳐준 말이 틀렸다면, 아미파 안에서 큰 혈겁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소공녀는 제발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며, 와룡검을 향해 진정시키듯 속삭였다.
"썩을 놈이 산을 왜 타."
스릉. 검신에 누워있던 용은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말에 성불했다. 검신의 기운이 가라앉자 소공녀는 검집에서 검을 완전히 빼낸 다음, 정자사태의 검과 바꿔치기했다.
"......."
남은 것은 어딘가에 검집과 검을 숨기는 것. 소공녀는 측간을 다녀오는 척하며 근처 땅에 몰래 검을 숨겼다. 중간에 정조 사태와 마주쳐서 난감하게 될 뻔했지만-
"호위무사가 호위를 안 하고 뭐 하시는 거죠?"
"아미파의 장문인과 독대를 하고 있는데, 굳이 호위할 필요가 있습니까?"
"독대요?! 호, 혹시...?"
"저는 자세히 모릅니다. 장문인께서는 요즘 기가 허하다고 하셨고, 의원께서는 장문인과 함께 침소로...."
"윽, 으아아앙!!"
정조 사태는 꼴사납게 울며 복도를 달렸다. 졸지에 아미파의 두 후기지수를 언검으로 물리친 소공녀는 괜히 뿌듯하기도 했지만, 그 칼날이 자신을 향해 되돌아오는 듯한 느낌에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비천...."
다른 사람을 하늘로 보내지 말고, 나를 보내란 말이야.
"아."
소공녀는 자신도 모르게 든 생각에 화들짝 놀랐다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오기만 해봐라. 혼쭐을 내줄 테니.
소공녀는 다시 와룡검을 바꿔치기한 방으로 돌아와, 안쪽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 * *
"아아, 의원님. 시아에게 불침을...."
'이 년은 진짜 색에 미친년이 틀림없다.'
멸색사태 류서시. 고대의 미인과 비슷한 이름을 가진 여인이지만, 스스로 시'아(兒)'라고 칭하며 내게 엉겨 붙는다. 누가 침대에서 이렇게 어리광을 피우는 여인을 두고 아미파의 장문인이라고 하겠는가?
"장문인, 안 부끄럽소?"
"우웅? 시아, 그런 거 몰라요...."
나이 4口세를 먹은 양반이 이러면 부끄럽지 않을까. 하지만 그녀는 부끄러움조차 이겨내고 내게 뭔가를 원하고 있다. 보라, 당장 내게 맞추지 않으면 이 자리를 끝장내고 별호대로 멸색(滅色)해버리겠다는 살기 가득한 눈빛을.
"진정해라."
그리고 나는 차려진 밥상을 마다하는 자가 아니다. 상대가 이런 걸 원한다면 나도 그에 맞춰 줄 뿐.
'근데 시아라고 하니까 배덕감이 대단한데.'
하필 그렇게 이름을 지을 게 뭐람. 나는 침대에 누운 장문인의 옷고름을 풀어 헤쳤다.
"우리 시아가 많이 아픈가 보다. 어디가 아프냐? 여기? 여기?"
나는 큼지막한 수박 두 덩어리를 손으로 거칠게 움켜쥐었다. 서시는 달뜬 숨을 내뱉으며 교태를 부렸다.
"하앙, 거기 말고요...."
"부어오른 곳이 눈에 보이는구나. 이곳이 아니더냐?"
나는 엄지로 환부, 부풀어 오른 꼭지를 가볍게 굴렸다. 서시는 혀로 입술을 핥으며 나를 게슴츠레 노려봤다.
"거기 말고 한 곳 더 부어오른 곳이 있지 않아요...?"
서시는 내 손목을 잡고 아래로 당겼다. 다소 가무잡잡한, 시간의 원숙미를 담은 동굴이 나를 향해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었다. 이미 동굴은 앞부터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이 침대에 오르기 전부터 적셔놓은 게 틀림없었다.
'사천의 색마들이 재앙을 일깨웠어.'
멸색사태가 처음 색마를 주살하겠다 검을 들어 올린 건 분명 색마에게 겁탈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색마들은 몰랐다. 진정한 색마(色魔)를 자신들이 깨웠다는 것을.
"아무래도 바로 침을 꽂아야 할 것 같소. 아주 뜨겁고 두껍고 기다란 침을."
"힉! 시아 무섭사와요."
"......장문인, 나 도저히 안 되겠는데."
나는 불침의 앞을 둔덕 위에 툭툭 두드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냥 용봉지회에서 했던 것처럼 합시다."
"음.... 좋네. 내 흥을 위해 오랜만에 사귄 벗에게 강요하면 안 되겠지."
서시는 금방 태세를 바꾸며 여유를 부렸다. 그녀가 아이처럼 구는 게 색다른 맛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역시 '시아'라는 이름을 두고 어리광을 피우는 건 내가 참을 수 없었다.
내가 소공녀의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였구나 싶어 부끄럽고 화가 난다. 나는 울컥한 기운을 모두 아랫도리에 밀어 넣어 침을 뜨겁게 달궜다.
"그럼 불주사를 놓겠소."
찌걱. 나는 이미 홍수가 터진 동굴의 꽃잎을 가르고 남근을 밀어 넣었다. 서시는 내가 넣는 때에 맞춰 스스로 허리를 살포시 들어 올렸다.
"아아아...."
무인이기는 하지만 세월의 흔적이 남은 적당한 살집에 나는 손을 들이밀었다. 서시는 눈살을 찌푸리며 내 손목을 잡았지만, 나는 그녀의 혈을 간질이듯 누르며 상체를 숙였다.
"이런 게 그대의 매력인 걸 모르오?"
"하아, 부끄러울...뿐이네."
"아까 시아라고 응애 거린 건 부끄럽지 않, 크헉."
예상치 못한 때에 남근이 안까지 파고들어 갔다. 서시는 다리를 뻗어 내 등허리에 휘감아 나를 잡아당겼고, 나는 그 반탄력 때문에 서시의 품에 엎어졌다.
"후후, 여인을 부끄럽게 한 벌을 달게 받으시게."
"여, 역시 아미봉...!"
한 때 육봉 중 한 명이었던 여인 답게, 나는 그녀의 봉오리 두 개에 얼굴을 파묻고 전신을 맡겼다. 내 얼굴을 좌우로 짓누르는 따스함이 나를 파묻을 듯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하아아...역시 좋아. 장문인에 오르니 이런 좆맛을 느낄 시간이 없었어...."
"거참 상스럽게도 말씀을 하시는군."
"어머, 의원님. 상스러운 일을 하는데 상스러운 말을 하면 안 되나요?"
말투가 바뀌니 목소리마저 간드러지며 달라졌다. 순간, 나는 눈앞의 여인에게서 새로운 모습이 엿보였다.
"아니면 의원님은 돌려 표현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건가? 후후."
아미봉, 류서시. 20세의 젊은 나이에 천하제일봉이 되어, 28세에 아미파의 장문인에 오른 천하제일봉. 장문인의 자리와 함께했던 3년까지 포함하면 무려 12년가량의 세월을 봉황으로 살았던 여자.
"그렇다면 얘기해주지. 의원님, 지금부터...."
"암캐 같은 년."
뷰르릇. 내 매도에 서시의 안쪽이 순식간에 쪼여오기 시작했다. 매도와 동시에 서시는 달뜬 숨결을 내뱉으며 나를 휘감은 두 다리를 좌우로 떨어뜨렸다. 내가 움직이기 쉽게.
"색마를 주살하러 가? 흐흐, 침대에서 나뒹굴던 벗들이 네 색기를 감당하지 못해 도망쳐서 진실을 퍼뜨리려던 걸 입막음한 게 아니고?"
"어머나...?"
서시는 싱긋 웃으며 두 손을 자신의 머리 위로 올렸다. 마치 스스로 결박당한 것처럼, 말끔하게 정리한 겨드랑이를 과시하며-동시에 가슴도 봉긋 솟아올랐다-내게 자신의 육향을 풍겼다.
"다 알고 계셨어요?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장문인으로서 의원을 겁탈하는 게 좋을까...아니면 그대가 바라는 것처럼 하는 게 좋을까."
서시는 내 눈을 빤히 쳐다봤다. 나 또한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의원에서 만난 그날, 우리는 만나자마자 서로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럼...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
서시는 스스로 손깍지를 끼며 나를 향해 고개를 치켜들었다.
"크흣, 아미의 장문인을 겁탈하려 들다니. 하늘이 무섭지도 않느냐, 이 색마?"
"푸하하하!"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상체를 일으켜 그녀의 옆구리 살을 가볍게 움켜쥐었다.
"내가 곧 하늘이다."
"......흐흥."
내가 가만히 하체에 힘을 주고 있자, 서시는 스스로 하반신을 돌리며 남근을 탐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안에 더 들어오도록, 상체에 힘을 주고 하반신을 들어 올리는 솜씨가 예사 솜씨가 아니었다.
"하아...조금 더 젊었을 때 만났다면 좋았을 것을."
"흐흐. 걱정 마시오. 내가 젊지 않은가?"
"......푸흡, 그건 그렇군."
서시는 혀로 입술을 핥으며 두 다리를 들어 올렸다. 자신의 어깨까지 당긴 발목에 양손을 건 서시는 스스로 결박된 체위로 침대에 몸을 눕혔다.
"그럼 젊은 사람이 힘 좀 써주게. 색마가 어디 여자를 이리 상냥하게 대해줘서야 되겠는가?"
"흐흐, 나는 진짜 색마인데?"
"푸흡. 의원 나으리, 내 취향에 어울려주는 건 좋지만, 오그극!"
퍽퍽퍽. 짧게 끊어치는 세 번의 찌르기에 서시는 숨이 넘어갈 뻔했다. 나는 서시의 안쪽에 닿는 감각에 쾌재를 부르며, 최대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흐흐, 딴 놈들은 여기까지 안 닿았나 봐?"
"으, 흐윽, 무, 무슨 남근이, 허어엉!"
퍽퍽퍽퍽.
나는 떨리는 그녀의 살집을 붙잡고 전신으로 하반신을 짓눌렀다.
"원하시는 대로, 색마답게 따먹어주지."
"......!!"
푸슈우웃. 서시는 아이처럼 지려버렸다.
멸색사태 류서시.
색을 색으로 멸하는 치녀.
겉으로는 정숙한 숙녀이나, 첫 경험이었던 '색마에게 겁탈당하는 것'에 빠져버린 희대의 색녀.
'바야흐로 색마의 벗이라고 할 수 있지.'
무엇을 숨기랴.
서시와 나는 색을 탐하는 벗, 색붕(色朋)이다.
[작품후기]
친구는 없지만 섹프는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