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61화 (6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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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으로

나와 소공녀가 머무는 객잔은 사천 최고급이다. 면사포로 얼굴을 가려도 미모가 드러나는 소공녀의 근처에 파리가 꼬이지 않게 일부러 물관리가 되는 객잔으로 골랐건만, 점소이조차 막을 수 없는 존재가 나타나고 말았다.

"비천, 저자는...."

"제갈세가의 가주이자 무림맹의 군사, 제갈길이오. 옆에는 사천당문의 가주와 휘하 무사들이로군."

객잔 1층에 제법 거물이 나타났다. 나는 술잔에 잔을 채우며 쓰린 속을 달랬다.

"젠장, 가장 좋은 곳을 숙소로 잡는 것도 생각 좀 해봐야겠소. 어중이떠중이들이 엮이지 않으려고 비싼 곳을 골랐더니, 거물이 낚이는군."

"일부러 만나려고 이곳을 잡은 게 아니었습니까?"

"그럴 리가? 내가 저쪽에 볼일이 있다고는 했지만, 구태여 사건을 일으킬 생각은 추호도 없소. 아가씨께서는 내가 마치 일부러 저들과 접촉하기 위해 이곳을 잡은 거로 오해하시나, 다르오."

사천당문에 방문해야 할 목적은 있으나, 사천당가의 가주와 굳이 마주칠 필요는 없다.

"그럼 왜 이곳을 숙소로 잡았습니까?"

"아가씨가 몸을 씻기 가장 편하고, 밥도 맛있거든. 사천에서 가장 좋은 비싸고 좋은 객잔에 머물 기회가 또 어디 있겠소?"

내가 눈을 찡긋하며 잔을 들어 올리자, 소공녀는 두 손으로 조용히 나와 잔을 맞췄다.

"...맹에서는...."

"...당가에서는...."

두 남정네가 연인들이 몰래 속삭이는 것보다 더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는 그게 듣기 싫어 고막을 차단하고 싶었다.

"비천. 괜찮습니까?"

그러면 소공녀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까 그냥 열어두기로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그들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어차피 이런 곳에서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 자체가 민폐.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겠다는 각오가 아니고서야, 이 객잔의 규칙을 어길 수는 없지."

"규칙 말씀입니까?"

"서로 다른 상에 있는 이들에게 괜한 시비를 걸지 않는 것이오."

하룻밤 머무는 데 기녀 다섯 명은 능히 부를 돈이 나가는 객잔인 만큼, '실례하겠소'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는 것이 바로 특급 객잔의 장점이다.

"그러니 걱정은-"

"실례하겠소."

"......."

들어 올린 술잔이 부들부들 떨린다. 소공녀는 면사포 아래에서 나지막하게 웃으며 잔을 기울였다. 쌤통이라고 하는 듯한 모습마저도 예뻤지만, 이제 저 얼굴에서 귀에 들려온 중년 남자 목소리의 주인을 봐야 한다는 것에 분이 치밀었다.

"무슨 일이오?"

"실례합니다. 저는 무림맹의 군사, 제갈길이라고 하오. 지나가던 길에 잠시 눈을 뗄 수가 없어서."

"그럼 갈 길 가-"

툭툭. 책상 아래에서 소공녀가 내 무릎을 발로 툭툭 건드렸다. 신발을 벗고 덧신으로 나를 건드린 그녀의 사소한 배려에서 나는 화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렸다. 눈웃음만 아니었으면 냅다 제갈길을 돌려버렸을 텐데.

"...용무가 무엇이오?"

"혹시 그대, 신의의 제자분이 아니십니까?"

아차. 소공녀를 찾으러 온 것이 아니라 나를 찾아왔구나. 당연히 아름다운 소공녀에게 수작 좀 걸어보려는 게 아닌가 싶어 설레발을 짚었다. 나는 면사포를 쓰지도, 역체변용술로 변장을 하지도 않았으니까.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예? 그럴 리가."

"무슨 근거로 저를 신의의 제자라고 하신 건지 몰라도, 저는 아가씨의 호위무사일 뿐입니다."

제갈길이 나를 한참 동안 위아래로 훑어봤다. 내가 변명을 이어나가려는 사이, 소공녀가 일어나 짧게 고개를 숙였다.

"백도를 이끌어나가는 맹의 현인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어요. 소녀는 '서희'라고 합니다. 근남표국의 여식입니다."

"근남표국? 아...화북의...."

"이쪽은 저희 표국의 호위무사, 색붕입니다."

"만나서 반갑소, 색붕이라고 하오."

소공녀는 내가 따로 전음을 넣기도 전에 알아서 자기 신분을 밝혔다. 즉석에서 맞추는 것 치고는 제법 합이 잘 맞았다. 색마와 무붕을 섞어 색붕이라. 혈교주가 들었다면 제법 좋아했을 만한 이름이다.

"그렇소? 끙, 실례해서 미안하오. 신의의 제자분께 부탁하려고 했건만...."

"부탁 말씀입니까?"

소공녀는 눈을 빛내며 내게 눈치를 줬다. 나는 그녀에게 맹의 늙은이들을 쫓아 보내자는 신호를 보냈지만, 그녀는 오히려 손을 뻗어 내 손을 눌러앉게 만들었다.

[저 분과 잠시 합석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망했다. 소공녀가 호기심을 가졌다.

"여기에 앉으십시오, 색붕."

"아가씨의 명령대로."

앉으라니까 당연히 앉지만, 나는 술잔을 들고 소공녀의 옆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자연히 우리 앞에 빈자리가 만들어졌다. 마치 제갈길에게 자리를 권하듯이.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것이오?"

"혹시 맹의 분이라는 증거가 있습니까? 맹의 분이라면 자리에 앉으시지요."

"뭐? 사람을 의심해도 유분수지, 어찌 나를 이렇게까지 의심할 수 있소?"

제갈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자연히 소공녀 또한 눈썹이 미미하게 떨리며 표정이 굳었다.

"본인은 그저 신의의 제자인지 물어보려고 온 것일 뿐이오. 그런데 어찌 동문서답하며 내게 앉으라 하는 것인가? 이 무슨 무례란 말이오?"

"아...."

나는 소공녀가 아직은 많이 술수가 약한 어린 아이구나 하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실수하셨소, 소공녀. 신의의 제자가 아니라는 시점에서 저 자의 흥미는 끝났으니. 자리에 앉으라고 한 건 억지요.]

소공녀가 식은 땀을 흘리는 게 느껴진다. 아직 천마의 모습을 갖추려면 한참 멀었구나 싶었다.

'천마라면 처음부터 맹의 군사가 신의의 제자를 찾는다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

- 맹의 군사가 여기에는 무슨 일이냐? 썩 말하지 않으면 이곳에 혈겁을 일으킬 것이다.

미래의 이시아는 내가 거짓말을 하기 전에 먼저 군사를 마기로 압박하여 대화를 주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소공녀는 군사가 한 번 꼬아 생각하는 걸 유도하여 우리의 정체를 추론하게 했다.

괜히. 상대를 다섯 수 앞서나가려다 그만 제자리에서 엎어지고 말았다.

- 감히 이 몸을 의심해? 흥, 참으로 의심이 많은 자들이로다! 오히려 수상하군!

만약 상대가 그냥 화가 나서 몸을 돌리면 실패할 계략을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맹의 군사를 의심한 미친놈들이 될 게 뻔했다.

소공녀는 나를 향해 구원의 눈빛을 보냈고, 나는 한숨을 쉬며 제갈길에게 눈치를 줬다.

[남들의 이목에 띄기 싫습니다, 군사. 이곳은 마교와 가까운 곳이니.]

"아...!!"

제갈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그는 재빨리 주변에 기막을 쳐서 우리의 이야기가 밖으로 흘러나가는 걸 막았다.

"이토록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고 하다니...혹시?"

"예, 맞아요. 이분이 신의의 제자셔요. 저는 이분의 호위무사입니다."

실책을 만회하기 위해 소공녀는 바로 손바닥을 뒤집듯 내 거짓말에 동조했다. 그에 따라 제갈길에게 의심을 사는 건 당연지사였다.

"방금은 반대로 소개하지 않았나? 왜지?"

"그래야 사람들을 속일 수 있으니까요."

소공녀는 고개를 숙이며 발 뒤꿈치로 내 정강이를 톡톡 건드렸다. 나에게 보내는 구원의 눈빛에 나는 하는 수 없이 나의 정체를 드러냈다.

"...처음뵙겠습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마교의 종자들이 맹의 사람이라고 접근하는 일이 많아서."

"아! 아닙니다. 의원님. 충분히 이해합니다. 제가 오히려 실수할 뻔했군요."

소공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미미하게 내게 고개를 숙였다. 소공녀의 실수로 상황이 이상해질 뻔했지만, 아직 어린 나이니 이제부터 하나하나 배워나가면 된다.

그걸 위해 내가 옆에 비천색마로서 있기로 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저에게 부탁이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대화는 원점이 되었다. 모처럼 '아가씨의 호위무사'로 점수를 얻어보려고 했던 나는 소공녀에 의해 다시 신의의 제자 노릇을 하게 되었다.

[죄송합니다, 비천. 하지만 궁금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굳이 소공녀가 내 의견을 억누르고 내게 부탁을 한 이유는 단 하나.

[무림맹의 군사가 신의의 제자를 찾을 만한 일이 하나뿐인데...그걸 확인하고 싶습니다.]

호기심은 어쩔 수 없지. 맹의 군사가 신의의 제자를 찾을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그녀는 궁금해서 참지 못하게 된 것이다. 나도 의심 가는 바는 하나 있었다. 우리가 전음을 나누는 동안, 제갈길은 열심히 자기 말을 떠들었다.

"...그리하여 신의의 제자를 찾고 싶어 하던 찰나, 임무로 들린 사천에서 당사자를 만나다니! 이는 하늘이 인도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하, 하하."

"아차, 그러고 보니 죄송합니다. 의원님께서는 남성 공포증이 있는 걸 잊었습니다."

"...괜찮습니다. 용봉지회의 현장에서 많은 후기지수를 치료하며 극복했습니다. 지금은, 다소 괜찮습니다."

안녕, 나의 남성 공포증.

의원에 찾아오는 모든 남정네를 쫓아내 주던 결계는 제갈길을 맞이한 시점에서 더는 통하지 않게 되었다. 하긴 용봉지회 현장에서 사공희를 돌본다고 구룡 모두를 한 번씩 치료하긴 했으니, 통할 리가 없었다.

"다만 여러 사람을 앞에 두면 부담은 좀 되는군요. 저기 뒤에 당가의 분들까지 온다면...."

"후후, 실례하겠소."

'실례를 하지 말라고.'

고오급 특별 객잔에 온 이유가 깡그리 사라졌다. 모처럼 소공녀와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고 했건만, 갑자기 튀어난 남정네 둘에 나는 심사가 다 뒤틀렸다.

"나는 당문의 가주, <오란지병(烏亂指病)> 당오독이라고 하오."

"아...!"

'까마귀 조법(烏鳥法)의 달인!'

당문의 가주면서 특이한 무공을 익힌 초절정 고수였다. 까마귀의 발톱 같은 움직임으로 펼치는 지법에는 지독한 독공이 실려있었고, 싸우는 품새가 워낙 특이해서 별호를 듣자마자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신의의 제자 분께서는 나까지 있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시니, 한 마디만 말씀드리고 가도 되겠소이까?"

"그건 괜찮습니다."

눈앞에서 꺼지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환영이었다. 당오독은 내게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살포시 숙였다.

"신의의 제자분께서 가지신 약학의 지식을 부디 당문에 베풀어주셨으면 하는 바입니다. 단 하루라도 좋습니다. 어려운 발걸음이지만, 부디 당문에 하루 들려주십시오. 그럼 이만."

당오독은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원래 자신들의 자리를 향해 미련 없이 떠났다.

"의원님. 그...."

나는 소공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사천당문에 용무가 있었는데 당가의 가주가 직접 초대를 하다니, 이것만큼 좋은 명분이 또 어디에 있으랴.

'선택지가 늘었다.'

몰래 잠입하는 것과 정문으로 당당히 들어가는 것.

'신의의 제자 사칭을 그만두면 안 되겠는데?'

필요할 때만 '의원 무붕!'을 꺼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의원이라는 신분으로 귀찮은 일에 휘말리는 건 딱 질색이다. 나는 어서 같이 꺼지라는 눈빛으로 제갈길을 쏘아봤다. 마침 뒤에 있던 당오독도 제갈길에게 눈으로 웃으며 자신들의 빈 자리를 가리켰다.

"...제가 눈치가 없었습니다. 그럼 저도 용건만 말씀드리고 자리를 떠나도록 하지요."

제갈길은 당오독의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그는 무안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며 품에서 서찰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이것이 신의의 제자분께 드리고자 한 것입니다. 부디 잘 살펴봐 주십시오."

'제갈길은 제 갈 길을 갔다.'

나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맹의 군사에게 고개를 잠시 끄덕인 뒤 술잔을 비웠다. 그리고 서찰을 소공녀에게 넘겨준 뒤 자리를 일어났다.

"돌아가지."

"예, 어르신."

"......."

이건 이거대로 참 좋구나. 나는 귀에 울리는 소공녀의 '어르신' 소리에 기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 * *

"절정의 여고수를 호위로 데리고 다니다니, 역시 신의의 제자군."

"이 사람아. 그러니까 자네가 눈치가 없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야. 젊은 남녀가 둘이서 서로 뜨겁게 눈빛을 주고받으며 잔을 기울이는데 세상에 거기서 다가갈 생각을 하나?"

"하지만 신의의 제자가 아니던가?"

"그래도 말이지. 쯧쯧, 그런 거야 나중에 슬쩍 물어보면 되는 것을. 자네가 그러니까 늦게 아이를 본 거야. 자네 아들과 자네가 나이 차이가 30은 넘게 차이 나지? 이름이 뭐였더라? 그래, 건ㄷ-"

"크흠! 흠흠흠!!"

* * *

"역시나."

나와 소공녀는 제갈길이 건넨 서찰의 내용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의 일을 끝낸 뒤에 갈 곳은 정해졌군."

"예. 이렇게 그녀와 한 번도 싸워보지 못하고 끝내기는 아쉽습니다."

소열제 쌍검 소동을 최대한 빨리 끝낸 뒤, 무림맹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좋소. 그렇다면 지금부터 문제를 하나 내겠소."

"네? 갑자기...?"

"지금이 가장 좋을 때지."

나는 태극혜검으로 검 네 자루를 동시에 띄웠다. 그리고 각각 세 가지 검법을 동시에 활용하며 소공녀에게 문제를 냈다.

"사천당문. 청성파. 아미파. 세 문파가 서로 맞물리는 가운데, 가장 이득을 보는 자들이 누구겠소?"

소공녀는 손가락을 들어 검 한 자루를 가리켰다.

"정답이오, 바로 마교지."

소공녀가 가리킨 검은 아무 검법도 사용하지 않은 네 번째 검. 하지만 안에는 내가 검 안에 집어넣은 천마신공의 마기가 들끓고 있었다.

"그렇다면 소공녀, 오늘부터 내 곁을 따라다니며 한 번 결론을 내보시오. 기한은 작전 결행일 직전까지. 바로 이 사천 땅에 있는 여러 세력 중에...."

과연 소공녀는 이 말을 들으면 무슨 표정을 지을까?

"지린삼마 중 하나, 염마(炎魔)가 숨어있소."

소공녀가 두 손으로 입을 가린 모습은 내 기억 속에 평생 소장하고 싶었다.

[작품후기]

1번 보스 등장!

여담)

일러 러프화가 나왔는데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히로인 설정에 가장 공들이는 제가 일러보고 히로인 설정을 바꿨으니까요.

정실부인인 건 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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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으로

오랜 기간 구룡육봉을 배출하지 못한 사천당문과 아미파와는 달리, 청성파는 사천 지역의 문파 중 유일하게 용봉지회에서 구룡일봉의 자리를 차지했'었'다.

창천신룡(蒼天新龍) 방도림(方度琳)!

현 장문인 벽박자의 수제자이며 출전 전부터 구룡의 일원이 될 것이라고 평가받던 그는 청풍검법을 유감없이 뽐내며 창천신룡이라는 별호를 손에 넣었다.

사천당문의 자제들은 용봉지회에 참가할만한 인재가 없었고, 아미파의 정조사태는 초반에 패배하고 말았다. 용봉지회의 결과를 듣게 된 사천 사람들은 청성파의 세가 커질 것이라고 직감하고 있었다.

'이전' 회차에.

- 이번에 창천신룡은 참가하지 않소?

- 나이가 안 넘어갔는데?

- 흥, 져서 구룡에 오르지 못할까 봐 두려운 게지.

- 그럼 창천신룡의 자리는 회수하는 거로.

실격.

그리하여 그는 그냥 창천이 되었다.

- 창천신룡은 용의 별호를 반납하셔야겠소.

청성의 명예는 땅에 떨어졌다. 그냥 푸른 하늘이 되어버린 방도림에게 주어지는 찬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 이거, 청성의 기운이 그대로 져버리는 건가?

- 새로운 구룡의 등장에 축복을!!

- 사천은 망했군.

- 어차피 대세는 두 명의 흑백화가 아닌가? 구룡따위 알 필요도 없지.

그러던 찰나.

용봉지회가 끝난 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비어있는 봉황의 두 자리를 결정짓기도 전에 사천은 사천 나름대로 문파들 사이에 다툼이 발생하게 되었다.

방도림이 가진 '봉추검'과 정조사태가 가진 '와룡검'.

본래는 이름조차 알 수 없던 쌍고응검을 두고 사람들은 소열제의 무공을 얻는 자가 새로운 천하를 열 것이라면서 이름을 붙였다. 하필이면 방도림이 검에 내기를 불어넣어 검기를 형성할 때 피어오르는 금빛이 봉황이 날아오르는 모습이라, 방도림은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하아압!"

끼요오오옷---

청풍검법으로 내지르는 시원시원한 검기에 황금빛 봉황이 날개를 편다. 방도림은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봉추검을 휘둘렀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끼요르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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