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58화 (58/568)

--------------------

사천으로

소열제, 그러니까 후한말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의형제의 결의를 맺어 황제가 된 남자-유현덕을 의미한다.

- 아 아

-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 형제가 되기로 맹세를 했네

무인으로는 관운장, 장익덕과 같은 당대 최강의 무인을 휘하에 두고, 지략으로는 무후 제갈공명을 둔 군주로, 그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양하다.

인망으로 중원을 호령한 사나이.

좌고우면의 달인.

마냥 착한 자가 아니라 숙적 못지않은 모사꾼.

역사에 만약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지만, 만약 그가 진정으로 조위를 이겨 한 황실을 부흥시켰다면 이 땅의 역사도 달라졌을 것이다.

- 아 그래서 북벌 성공했소?

하지만 만약은 없고, 현실은 냉혹하다. 북벌은 실패했고 촉한은 멸망했다.

그러나 이 '만약'이라는 것이 가장 재미있게 작용하는 것이 바로 야사-정사와는 다른 또 다른 이야기이다. 호사가들이 흔히들 말하는 뜬소문이 대표적인 예이며, 역사 속 인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작용하는 바이다.

그리하여 현재 사천 전체에 떠도는 '소열제 쌍검 소동'은 소열제에 대한 온갖 추측과 억측으로 뒤섞여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소협께서는 어찌 생각하시나요?"

얼굴에 분칠한 여인, 기녀 "서희"는 내 잔에 술을 채우며 물었다. 날개는 아름답지만, 속에 독을 품고 있는 나비 같은 여인에게서 풍겨오는 분내에는 알싸한 향기가 남아있었다.

"적어도 소열제께서 무공은 출중하셨다는 건 확실하지. 말 위에서 쌍검을 사용하는 건 보통 수준으로는 무리니까."

"어머, 그러면 소협께서도 천하제일검 설을 믿으시는 건가요? 관우와 장비를 힘으로 제압해서 큰형이 되었다는 것을?"

"거기까지는 아니고."

나는 잔을 단번에 비웠다. 사천 지방의 요리들이 하나같이 톡 쏘고 매운맛을 자랑하듯, 일부러 주문한 화주(火酒)가 내 목을 뜨겁게 불태웠다.

"연의에서는 얘기하지. 당대 최강의 무인, 여봉선을 상대로 유관장 삼인이 함께 맞서 싸웠다고."

"그건 소설이잖아요."

"아무렴 지어낸 이야기라고 한들 설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일까? 비록 소열제가 구멍이 되어 여봉선이 달아나는 계기를 제공했지만, 여봉선의 극을 받아낸 것만으로도 그의 무위는 증명할 수 있다네. 바로 이렇게."

"어머!"

나는 서희의 젖가슴을 와락 움켜쥐었다. 사공희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존재감은 확실하여, 한 손으로 잡기에 딱 좋은 아담한 크기였다.

"초절정이나 절정은 안 되어도, 일류 정도는 거뜬히 될 수 있다 이거지."

"지금 제 가슴과 소열제의 무공을 비교하신 건가요?"

"흐흐, 네가 일류라는 것이며, 소열제도 아마 현재로 치면 그 정도 무위를 가지고 있었다는 거지. 물론 무공이 최강인 것과 좋은 군주인 건 다르지만."

제갈세가의 시조인 제갈공명이 후대까지 충성을 바친 걸 생각하면 인간적인 매력은 충분히 가지고 있는 자라고 평가할 수 있었다. 라고, 혈교주는 말했다.

"가가께서는 딱히 소열제 본인에 관해 관심이 뚱하시네요?"

"그야 당연하지. 내가 관심 있는 건 소열제의 쌍검이니까."

일류의 힘을 가지고 있었으나, 소열제의 쌍검에 남은 무공만큼은 천하제일이라고 평해도 유감이 없을 최강의 검법이었다.

"이름하야, 천상용제(天上龍帝)."

"뭐예요, 엄청 거창한 이름은. 별호로 줘도 가지지 않을 것 같은데요."

"크흐흐,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흐흐흐."

서희는 나를 비웃으며 다시 술잔을 채웠지만, 그녀는 조만간 이 이름이 널리 퍼져나가는 것에 화들짝 놀랄 것이다.

'진짜로 있는 검법이거든.'

천상용제쌍고검(天上龍帝雙高劍).

쓰던 당사자조차 너무 길어서 간단히 용제검(龍帝劍)이라고 부른 전설의 무공.

내가 삼구에게 가르친 검황의 무공-광천수라검과 쌍벽을 이루는 검제(劍帝)의 무공이자 오직 쌍검으로 사용해야만 진정한 힘을 발휘하는 검법이다.

동시에 소열제가 사용한 검법이며, 대대손손 내려와야 했지만 다음 대에 의해 명맥이 끊기고 말았다. 의도적으로 실전되었다.

그렇다면 그런 강력한 무공이 왜 실전되어 현재에는 전해지지 않는가?

"혹시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나? 호부 견자는 없다고. 소열제의 아들인 후주가 만약에 어리석은 척했던 존재라면? 소열제의 무공을 견제한 조위에 의해 살해당할까봐 두려워서 일부러 숨긴 거라면?"

"풉, 그건 너무 나가셨어요. 유능한 자였다면 촉한이 그리 멸망할 리가 없었잖아요?"

"너무 유능했기에 모든 것을 묻어버린 것이다. 흐흐."

자신의 몸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가문 비전 무공을 선친의 보검에 숨겨둔 것이다.

덕분에 명맥은 끊겼으나, 당연히 아예 없애버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따라서 후주는 선친의 쌍검에 무공의 구결을 남겨, 쌍검을 함께 움켜쥐는 자가 검을 배울 수 있게 만들었다.

만약 보물 지도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면, 평생 밖으로 나올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이미 외부에 노출된 이상 찾는 자가 생길 것이고, 재능있는 자가 발견한다면 능히 천하십대고수를 노려볼 수 있는 초절정의 무공이다.

- 소열제는 사람을 다스리는 재능은 있어도 무공에는 두 형제 같은 재능이 없었던 거지. 소열제가 만약에 관운장이나 장익덕같은 재능이 있었다고 생각해봐라. 용제검으로 황건적부터 다 때려죽이면서 마중적토 인중현덕이라고 불렸을걸?

그런 무공이 미래에는 소동을 통해 한 명의 청년에게 이어지게 되고, 훗날 혈강시와 생사결을 벌였다가 처참하게 패배했던 쌍검술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검황이나 검후와 마찬가지로 감히 검제(帝)의 칭호를 받은 남자의 손에.

'근데 그놈의 기구한 사정 따위는 내 알 바 아니고.'

원주인이 반드시 천상용제검을 손에 넣어야만 오랜 가문의 숙원을 이룰 수 있다는 건 중요치 않고, 나는 검만 챙기면 된다. 사공희에게는 용제검의 검법이 필요한 게 아니라, 세월이 아무리 흘렀어도 녹슬지 않은 명검 두 자루가 필요했다.

'솔직히 용제검 쓰는 놈이 얼마나 상대하기 귀찮은데.'

그리고 검을 찾기 위해 가장 정파적인 방법은 '명분'을 만드는 것.

"만약에 말이다, 갑자기 자신이 소열제의 후손이라고 하는 자가 나타나 검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증거가 없지 않을까요?"

"흐흐, 그렇지? 하지만 명백한 증거가 있다면?"

"피,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제갈 세가처럼 확실하게 자기네 족보를 관리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만일이라는 것이다. 만약에."

나는 서희에게 속삭이듯 정보를 털어놓았다.

"소열제의 후손이 쌍검을 움켜쥔 순간, 쌍검 안에 숨겨진 천하제일의 쌍검술이 펼쳐진다면? 오직 후손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검이라고 한다면?"

"........"

서희는 애써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빈 잔에 술을 채웠다. 하지만 덜덜 떨리는 손길이 내 눈에 포착되었다.

"...가가께서는 참으로 상상력이 풍부하신 분이군요."

"상상력? 흐흐, 글쎄다. 그게 상상일지 아닐지는 곧 알게 될 것이다."

나는 고개를 치켜들며 술잔을 단번에 털어 넣었다. 이미 서희와 즐길 건 다 즐겼고 갈취할 것도 다 긁어먹었으니, 슬슬 돌아갈 때가 되었다.

그래야 내가 술기운에 입 밖으로 내던진 진실이 사방으로 퍼져나갈 테니까.

"다음에 또 만나지."

"찾아주셔요, 가가."

나는 깨끗한 술병 하나를 잡고 일어나 서희와 입맞춤을 하며 기루를 떠났다. 그리고 곧장 골목에서 삼매진화로 입술을 비롯한 전신을 정화한 뒤, 말끔한 몸가짐으로 기루 옥상으로 번쩍 뛰었다.

'정보를 모으는 건 개방이 최고지만.'

홀짝. 나는 화주를 병나발로 불며 아래의 소란을 만끽했다.

'정보를 퍼뜨리는 건 하오문이 최고지.'

- 어서 문주께 이 사실을 알려야 해!

"꺼억."

서희는 알고 있을까. 내가 자신이 하오문의 종자인 걸 알고 일부러 그녀를 선택했다는 것을. 기루 안에서 가장 내공이 많은 여인이라 일부러 간택했다는 것을.

"채음보양 달달하구만."

나는 내공을 얻고, 그녀는 정보를 퍼뜨린다. 나는 한 손으로 귓불을 만지작거리며 옥상을 떠났다. 돌아가야 할 장소는 나와 소공녀가 자리 잡은 객실이었고, 나는 한 번 더 몸단장을 마치고 창문으로 기어들어 갔다.

새근, 새근.

소공녀는 자신의 침대에 조용히 누워있었다. 내가 밤늦게 들어올 거로 생각했는지, 그녀는 진작에 침대에 누워 잠들어있었다. 내가 창문을 열면서 들어온 찬바람 때문인지 몸을 설쳤다.

'어려서 그런지 밤잠을 설치는구먼.'

나는 소공녀의 흐트러진 이불을 가지런히 정돈했다. 그리고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두근, 두근, 두근.

긴장하고 있구나. 지금 두려워하고 있구나. 나는 식은땀으로 젖은 그녀의 앞머리를 가지런히 정돈한 뒤, 귓가에 아주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걱정 마시오, 나요. 그 어떤 음적도 그대를 감히 건드리지 못할 테니."

"...이 늦은 시각까지 어딜 다녀오신 겁니까?"

그 음적이 너다 이 개새끼야. 그런 말투의 소공녀는 서서히 눈을 뜨며 나와 눈을 마주쳤다. 어둠 속에서도 환하게 빛나는 붉은 빛은 홍옥처럼 아름다웠고, 눈을 떼지 못할 마성이 담겨있었다.

"호법 사자가 두 시진이나 자리를 비우다니. 그러고도 당신이 비천입니까?"

"호법을 넷이나 두고 갔는데 설마 그럴 리가요."

나는 허공에 두둥실 뜬 네 개의 검을 가리켰다. 태극혜검의 이기어검술로 떠오른 네 자루의 철검은 소공녀를 지키듯 사방에서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소개하지요, 여기서부터 주작. 청룡. 백호. 현무입니다. 동네 대장간에서 만들어진 녀석들치고 제법 날카로운 검기를 가지고 있으며...."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잖습니까!"

소공녀는 폭발했다. 상체를 일으킨 그녀는 나를 향해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색마라고 하셨잖습니까! 저를 노리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자꾸 언제 덮칠지 눈치만 보지 말고 차라리 저를...."

"소공녀를? 소공녀를? 저를 뒤에 말씀을 하시오, 소공녀! 내 귀 활짝 열고 듣고 있소이다!"

제발, 제발. 나는 두 주먹을 꽉 움켜쥐며 그녀의 입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저를 더, 더...."

미래의 소공녀의 성정을 생각한다면 그녀가 할 말은 단 하나.

- 차라리 마음 편하게 따먹고 치우라고, 이 개새끼야! 언제까지 내가 너한테 따먹힐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지내야 하는 건데!!

개새끼 일발장전. 기대감이 나의 하초에서 양기와 함께 부풀기 시작했다.

동정은 베푼 은혜?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는다고?

- 네게 은혜를 베푼 자가 있다면, 최소한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갚아야 한다.

'혈교주, 당신 말대로 하겠소.'

나는 혈교주의 말을 따를 뿐이다. 문제가 있다면 전부 혈교주 책임이다. 그녀가 나의 동정을 가져갔으니, 내가 그녀의 처녀를 가져가는 건 순리가 아니겠는가?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니, 하아."

소공녀의 말에 나는 절로 시무룩해졌다. 그에 나도 절로 시무룩해졌다.

'역시 처녀라서 아직은 거부감이 있군그래.'

내 예상과 다소 어긋난 반응이지만, 그렇다고 썩 나쁜 일은 아니다. 막말로 이제 갓 성년이 된 처녀가 자기 정절을 지킨다고 하는 데 나쁘게 생각할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걸 나한테 주는 날이 온다면 얼마나 기쁘겠어.'

사공희와 처음 거사를 치렀던 순간과는 다른 느낌이 나를 차지할 것이다. 소공녀는 이미 내게 몸을 반쯤 허락하기도 했다.

같은 방을 잡았는데도 아무 소리 하지 않는 것.

그리고 지금처럼 차라리 덮치라고 말을 하려고 하지만, 무언가가 목에 걸린 듯 허락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것.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것 같은데 그걸 모르겠단 말이지.'

소공녀는 딱히 자신의 정조에 신경 쓰는 여자가 아니다. 적어도 임무에 성공한 꼽추에게 동정을 베풀어주며 자신의 몸을 허락한다는 것부터가 나름 색을 즐기는 여자였고, 색을 즐기는 것이 천마신공을 익힌 자들의 공통점이었다.

'물론 그렇게는 만들지 않지.'

색을 즐기되, 오직 색마만 즐기게 할 것이다. 그걸 위해서라면 육체적 쾌락이 아니라 육체적인 관계와 함께 정신적인 교감과 교류를 일으켜야 한다.

- 좆맛은 1년이면 잊어버리지만, 지아비에 대한 사랑은 최소 10년은 갈 것이다.

'혈교주. 그대의 이론은 사공희로 충분히 입증되었소.'

나는 사랑으로 소공녀를 나의 것으로 만들 것이다. 꼽추에게조차 몸을 허락한 여인을, 나만 아는 여인으로 만들 것이다.

그러기 위해 몸이 아닌 마음부터 가져야 한다.

"...비천. 당신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소공녀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와 한 판 해주십시오."

[작품후기]

주인공의 은혜갚기!

중복 수정했습니다.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