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35화 (35/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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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봉을 찾아라

나는 용봉지회의 실체를 알고 있다.

구룡육봉을 가리기 위해 많은 젊은이가 모이게 된다. 나도 한창 혈기가 들끓어 견딜 수 없는데, 무릇 혼인적령기에 이른 이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어떻게 되겠는가?

- 거기 완전 색수촌이야, 색수촌!! 아...성교촌이야!!

혈교주는 말했다. 용봉지회는 무림의 젊은이들이 합법적으로 성교를 즐기기 위한 성욕배출의 장에 불과하다고. 나 또한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다.

초기에는 그냥 후기지수 중 이름난 이들을 뽑아보자는 좋은 취지였을지 몰라도, 세월이 흐름에 따라 본래의 취지와 다른 목적으로 모임이 운영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용봉지회 또한 마찬가지.

무공을 뽐내고자 하는 이들도 있지만, 여인들은 자신의 미모를 뽐내고 남정네들은 수많은 꽃을 구경하러 다닌다. 특히 구룡이 아닌 육봉을 가리는 대결은 무공 대결도 대결이지만 천하절색의 미녀를 겨루는 대결이기도 하다.

"상공, 이상해요. 봉황은 봉이 수컷이고 황이 암컷인데, 왜 다들 육봉이라고 하는 걸까요?"

내 옆에 누운 사공희는 내 남근 위에 손가락을 올려 붓처럼 움직였다. 그녀의 손가락으로 그려지는 봉황(鳳凰)에 나는 그만 봉황이고 나발이고 살짝 지릴 뻔했다.

"그거야 처음 그걸 정하자고 한 무인이 착각해서 그랬단다. 봉황이 수컷과 암컷으로 차이가 있는지 몰랐던 게지."

"아.... 정말요?"

"그래. 그리고 하나 더, 황(皇)이라는 단어와 겹치지 않기 위함도 있단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나라님의 이름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마찬가지로 고작 일류 후기지수 정도의 여아에 황아니 제니 하는 별호를 붙이는 건 옳지 않다는 고리타분한 늙은이들의 생각으로 빚어진 명칭이었다.

"육봉이라고 하니까 어감이 이상해요."

"어쩔 수 없지. 최초의 무화(武花)는 여섯 송이였거든."

제1회 용봉지회에서 이름을 알린 여성은 총 여섯 명이었다. 만약 한 명만 더 있었다면 칠봉이 되었겠으나, 여섯 꽃은 결국 육봉이 되었다.

"지금 아미파의 장문인이 육봉출신이 아니더냐."

"어머...정말요?"

"그래. 사천에서 날뛰던 색마 하나를 격살한 것으로 이름을 알려, 자신을 <멸색사태>라고 칭하게 되었지. 그전에는 <아미봉>으로 이름을 떨쳤다."

혈강시 시절 직접 상대하여 죽여보기도 했고 먹어보기도 했지만, 젊었을 시절에는 미인일지 몰라도 내가 취했을 당시에는 이미 노파여서 그다지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쯤이면 불혹 조금 안 될 나이가 아닐까?

"그래서 내가 묻고 싶은 게 있다. 너, 육봉의 일원이 되고 싶으냐?"

"......싫어요."

사공희는 한참을 고민하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용봉지회에나가는 걸 거부한 사공희의 마음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네 미모와 무공을 뽐낼 절호의 기회다. 나중에 4년 뒤에도 참가할 수 있지만, 이미 그때 즈음이면 너는 봉이 아니라 이미 검후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바로 그거예요. 상공, 꼭 제 별호에 봉을 붙이셔야겠어요?"

"봉이 싫으냐?"

"네. 그렇잖아요. 제가 만약 모두를 꺾고 1등이 되더라도, 무림제일봉이니, 태극혜봉이니 다들 봉봉봉 거릴 게 뻔해요. 그런 별호는 내키지 않네요."

"그러게. 봉봉봉 거리는 건 이걸로 족하지?"

나는 사공희의 가슴을 살짝 들었다 떨어뜨렸다. 위아래로 출렁거리는 가슴이 부딪히는 소리가 괜히 봉봉봉 꺼리는 것 같아 나는 양기가 다시 들끓었다.

"알았다. 네가 바로 태극검후가 되고 싶다면 내 말리지는 않겠다. 하지만 언제든지 원한다면 말해라. 무당은 너를 전폭적으로 밀어줄 테니."

"네? 저를 무당으로 보내려고 하시는 건...아니시죠?"

갑자기 사공희가 내 위에 올라탔다. 감히 주인의 위에 올라서는 건 용납할 수 없지만, 두 가슴을 내 위에 딱 붙이고 있으니 한 번은 참기로 했다.

"왜? 언제까지 여기서 살 생각은 아니지 않냐."

"그, 그건...."

사공희의 눈동자에 혼란이 스쳤다. 수개월 동안 이곳에 파묻혀 무공수련-가사일-밤일을 반복하는 삶을 살아서 그런지, 사공희는 속세로 돌아가는 걸 잊은 듯했다.

"나도 이곳에서 평생을 살 생각도 없다. 언젠가 큰 장원을 짓고 숱한 여인들의 품에서 먹고 자고 싸는 삶을 살려고 하는 만큼, 이런 좁은 곳은 나라는 존재를 가두기에는 너무 좁다."

"여인'들'이요?"

사공희의 눈이 착 가라앉았다. 앞머리 사이로 스친 눈동자에는 음울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그럼 여인들이지. 어디 내가 한두 명으로 만족할 성싶더냐? 너 혼자서도 나를 감당하지 못하는데, 너와 진사월 둘이서도 감당하지 못하는데 내가 둘로 만족할까?"

"윽...."

사공희는 침묵했다. 나는 이미 실제로 둘을 동시에 안았으나, 항상 결과는 둘 다 실신하고 나는 혼자 달을 벗 삼아 술잔을 기울이기를 반복했다. 나라는 존재의 모든 것을 담기에는 둘로는 부족했다.

"최소한 일곱은 되어야지. 태양은 일주일 내내 한 번씩 떠오르지 않느냐? 그래야 월화수목금토일 하루에 한 명씩 취하며 나의 양기를 달랠 수 있지."

"...차라리 1년이 365일이니까 365명의 여인을 취하겠다고 하시지 그러세요?"

건방진 목소리다. 하지만 사공희가 하는 행동에 나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찌걱. 사공희는 나와 지내는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스스로 남근을 삽입한 적 없다. 그런 사공희가 스스로 내 양물을 머금은 건 분명 호재이며 악재였다.

"상공, 제가 부족한가요?"

'홍련이 딱 이런 상태였는데.'

한 여인을 너무 오랫동안 취해버린 나머지, 여인이 나에게 취해버렸다.

사공희는 나의 양기에 집착을 보이기 시작했고, 질내로 내 남근을 조이듯 나를 서서히 옥죄려고 했다. 나는 사공희의 엉덩이를 붙잡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네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 너는 앞으로 좀 더 자라면 능히 천하에서 한 손에 꼽을 만큼 아름다운 절색이 될 것이다. 네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퍼억. 나는 허리를 위로 찔러 올렸다. 사공희는 바로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자세가 무너졌고, 나는 그녀의 볼에 입술을 맞췄다.

"내가 너 한 명으로는 참을 수 없을 만큼 욕정이 넘치는 것이다. 보아라, 이미 너는 많이 지쳐있지 않느냐?"

오후에 돌아온 시점부터 달이 중천에 걸릴 때까지 저녁도 거르고 박고 싸댔으니, 사공희의 체력은 온전히 남아나질 않았다.

지금도 내 양물을 머금은 건 어디까지나 집착으로 인한 정신력의 발현이었지, 체력은 여기서 더 했다가는 기절해서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제가...흐끅, 상공을 만족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쎄. 최소한 초절정은 넘어, 화경에는 들어와야지."

태극검후가 화경 수준에 이른 고수였다.

만약 나에게 꽃과 목이 꺾이지 않았다면, 마흔이 넘어서도 분명 현경에도 이를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사공희가 만약 미래의 태극검후의 경지에, 그리고 그 이상의 단계에 오를 수 있다면 능히 나를 무공적으로나 밤일적으로나 감당해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한참 남았다.

"견희야, 네가 내게 가진 감정이 무엇인지 안다. 너는 나를 주인으로 섬김에 있어서, 가사일 빼고는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여인이다."

나의 쇄골이 축축하게 젖어 들어갔다. 사공희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소리 없이 울었다. 과도한 절정의 눈물인지, 아니면 내게서 뭔가를 바라던 것이 꺾인 슬픔인지는 굳이 알고 싶지 않았다.

"나는 바람이다. 꽃 하나에만 머무를 수는 없어."

"너무하셔요, 이런 몸으로 만들어두셨으면서...!"

"애초에 반하지 말았어야지."

"흐끅...!"

퍼억. 나는 허리를 한 번 더 위로 튕겼다. 사공희는 헝클어진 머리칼로 나를 내려다보며 거친 숨결을 토해냈다.

"흐흐, 나를 온전히 담아내고 싶으냐? 그럼 나를 뛰어넘어라. 오직 단 한 명만이 나를 뛰어넘을 수 있을 테니."

"그분은...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생사경."

정마대전이래 단 한 명도 넘지 못한 경지에 이른 천하제일인. 그 누구 하나 별호도 이름도 몰라, 최후의 순간에 내가 그녀에게 별호를 붙여준 여인.

구천현녀.

천하제일인이었던 혈강시를 끌어내리고 천하제일에 올라 세계의 평화를 가져온 여인 정도는 되어야, 비로소 나를 감당해낼 수 있을 것이다.

"견희야, 어디 할 수 있겠느냐? 지금 나의 양기에도 자지러지는 네가, 나조차 닿지 못한 정상에 오를 수 있겠느냐?"

"흐끅, 하아. 상공...."

사공희는 내 얼굴을 손으로 붙잡으며 싱긋 웃었다.

"기다리셔요. 저 혼자서...충분히 당신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강해질 테니, 하아아...."

풀썩. 사공희는 몸을 부르르 떨며 내 위에 엎어졌다. 나는 기절한 그녀의 등을 토닥였고, 등허리에 손을 얹어 내기를 확인했다.

"......가버리면서 절정에 이르렀군."

사공희의 성장 속도는 어마무시했다. 나는 그녀의 아래에서 몸의 온기를 느끼며, 남녀의 몸으로 태극을 그린 채 느긋하게 아침 해를 맞이했다.

'구천현녀 정도면 잡혀 사는 것도 딱히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진정으로 사공희가 천하제일인이 되어 구천현녀조차 이길 수 있다면, 그녀가 내게 집착을 보이며 자신만 바라보라고 해도 용서할 수 있었다.

나보다 강해서 나를 이긴다면, 당연히 패자니까 따라야 하는 법.

- 제가 이겼어요! 지금부터 상공을 따먹겠어요!

"......그건 그거대로 좋은데?"

하지만 아직은 내가 강하다. 그리고 사공희가 강해지는 속도만큼, 지금부터는 나 또한 더욱 강해질 것이다.

'앞으로 조금만 더 기르면 내공이 1갑자.'

채음보양.

나는 아직 사공희로부터 단 한 줌의 정기도 갈취하지 않았다.

* * *

"그래서 혼자서 오셨어요? 후후, 다 가가의 업보에요. 가가밖에 모르는 아이로 만들어버리셨잖아요."

"시끄럽다. 술이나 따라라."

나는 사공희를 재우고 난 뒤, 낮부터 기루를 찾아 술잔을 기울였다. 진사월은 내 옆에 붙어 술잔을 채우며 교태를 부렸다.

"부모를 동시에 잃고 마음을 닫으려던 아이에게 살 장소를 주셨어요. 무공도 가르쳐주시고, 여인으로서 어디 가서 함부로 범해지지 않을 힘을 주셨죠. 배움에 성취감을 가지는 아이의 재능을 꽃피워주셨으니, 꽃이 태양을 바라보는 건 당연한 게 아닐까요?"

진사월은 술병을 들고 나의 양물에 흘렸다. 그리고는 입을 크게 벌려 술을 전부 빨아 마셨다.

"후아. 술맛 좋네요."

"내가 산 술을 네가 왜 마시냐. 너를 취할 생각 없으니 치워라."

"가가께서 저를 사셨으니, 저를 취하시면 제가 마신 술도 마시는 게 아닐까요?"

"쯧, 됐다. 좀 물어보려고 왔더니 너도 술이 아니라 색에 취했구나. 나는 기녀를 샀는데 여인이 와버렸어. 이거 사기당한 거 아닌가? 응?"

나는 손을 아래로 뻗어 속옷을 쓰다듬었다.

"...허어. 안 입었어?"

얼굴을 붉힌 진사월은 웃기만 할 뿐 부정은 하지 않았다. 술잔을 다시 채운 진사월은 내 허벅지를 다독이며 싱긋 웃었다.

"어차피 젖을 거, 뭐하러 입어요? 가가의 양물맛을 알아버렸는데 안 젖는 사람이 있을까요? 제가 무공만 익혀서 가가보다 강했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요?"

"글쎄. 어디 묶어놓고 범하기라도 할 건가?"

"가가의 아이를 밸 거예요. 후훗, 그리고 가가의 양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하룻밤씩 대여해주는 거예요. 세상 모든 여인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거죠."

"......그것 참 등골 한번 서늘하게 만드는 말이로구나. 나를 창부로 만들 셈이냐? 크크."

약 반 년.

집 한 채 살 돈으로 매일같이 진사월의 시간을 샀더니, 이제 진사월과 나는 서로 수위높은 농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해졌다. 사공희를 함께 기르며, 우리는 몸으로는 남녀의 관계이며 정신적으로는 서로 속내를 터놓고 지내는 벗이 되었다.

"그보다 사월아. 혹시 무당의 일에 대해 들은 바가 있느냐?"

"당연하죠. 기루에서 장사하는 년들, 전부 지금 아랫도리 씻느라 정신없어요. 용봉지회. 맞죠?"

"그래, 흐흐."

사람이 모이는 곳에 물장사가 빠질 수 없다. 봉황에 이르지 못한 참새조차 취하지 못한 승냥이들은 결국 분내를 쫓아 기루에 드나들게 되고, 기녀들에게는 주머니 두둑이 챙길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행여 다른 이를 품을 생각이라면 미리 얘기해라. 그날은 다른 아이를 찾을 테니."

"어머. 가가가 저희 기루에 주시는 돈이 얼만지 아셔요? 저 이미 가가 전용이에요. 기적에서 빠지기도 했고, 저도 그렇지만 다른 남자 들이겠다고 하면 큰 언니가 제 뺨부터 후릴걸요? 가가께서 계속 찾아주시는 동안 저는 가가만 바라본답니다."

"그러다 내가 발길을 끊으면?"

"다시 기적에 올라가겠죠? 저도 아래에 거미줄치고 살 수는 없는 거잖아요. 후훗."

이래서 진사월은 대하기 편하다.

"기특하면서 무서운 말이로군. 알았다. 흐흐, 그래서 혹시 어디 예쁜 아가씨 벌써 왔다거나 하는 소식 없느냐? 왜, 보통 몇 달 전에 먼저 오는 것들이 있지 않느냐."

"후후, 벌써 따먹으시게요?"

"어허, 어디서 상스러운 말을. 꽃을 따러 가는 것이다."

수도 없이 살을 섞은 진사월은 이미 내 성정을 잘 알고 있었다. 나 또한 숨길 생각이 없었다. 이게 서로에게 편했고, 또한 진사월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뭐 소식 없냐?"

"왜 없겠어요? 가가께서 찾으실 줄 알고 미리 준비해왔사옵니다."

사락. 진사월은 서책 하나를 꺼내 들었다. 나를 위해 준비한 것처럼, 표지에는 화훼도감(花卉圖鑑)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은자 10냥."

"...이런, 지금 당장? 미치겠군. 그만큼은 안 가져왔는데."

"어머, 그러세요? 그러면...."

사락. 진사월이 천천히 옷자락을 벗기 시작했다. 술기운과 함께 반짝이는 눈동자는 색으로 물들어있었다.

"제가 가가의 시간을 은자 10냥에 사도록 할게요. 어떠세요?"

"......꽃도감 하나 보려고 몸을 팔아보기는 처음이군."

나는 술잔을 비웠다.

"은자 10냥만큼 뱃속에 집어넣어 주마."

"꺄아악!"

나는 성공적으로 꽃도감을 손에 넣었다.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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