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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제자, 사공희
바깥일을 하고 남자가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둘 중 하나다.
마누라에게 잘못했거나, 마누라랑 떡을 치고 싶거나.
"처! 녀! 개! 통!"
내가 사공희에게 잘못을 한 게 없으니, 내가 집으로 바로 들어가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사공희의 처음을 취하기 위해서. 무당 장문인의 장포로 둘러싼 비급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잘 감싼 나는 나무 위를 밟고 산길을 뛰어 내려왔다.
"내가 왔노라!"
태양이 산 너머로 지나가는 시각,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굳었다.
"...절경이로다!"
"어머, 오셨어요?"
방 안에는 임산부가 아이를 낳는 것 마냥 사공희가 정자세로 누워있었고, 진사월이 손으로 사공희의 꽃잎을 적시고 있었다. 사공희는 기절한 채 간헐적으로 숨을 쉬고 있었다.
"가가의 양물을 받아들이려면 좀 더 풀어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제가 미리 손을 좀 썼답니다."
"잘했다. 안 그래도 그냥 넣었다가 괜히 찢어질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별말씀을. 그런데 가가, 기루에 다녀오신 것 치고는 조금 늦으셨네요?"
"거 남자가 바깥일 하다 보면 좀 늦게 들어올 수 있지. 일어나라. 바래다주마."
나는 벽에 걸린 진사월의 외투를 챙겨 그녀에게 건넸다. 진사월은 순순히 옷을 받아들고 검은 비단을 꺼내 자신의 눈을 가렸다.
"준비 다 끝났어요, 가가. 기루까지 데려주시는 거죠?"
"물론이지. 그게 계약이니까."
내가 구한 집은 무당산 아래에 있지만, 사람의 발길이 다다를 수 없는 곳이다. 당장 어제만 하더라도 집채만 한 멧돼지가 튀어나왔던 것처럼, 온갖 영물이 주변에 즐비하여 평범한 기녀는 오다닐 수 없다.
그 때문에 내가 직접 기루까지 바래다줘야 한다. 나는 진사월을 품에 안아 들고 밖으로 나와 나의 내기를 사방에 뿌렸다.
"어머...?"
"왜 그러느냐?"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요."
"당연하지. 내가 너의 가슴을 만지고 있는데."
나는 진사월의 시간을 샀고, 기루에 도착하기 전까지 진사월은 내 여자다.
따라서 안고 가는 자세가 내 앞에 들어 가슴을 움켜쥐고 엉덩이를 팔뚝으로 받쳐 든다고 한들 아무 문제 없었다. 그것도 내가 치른 은자값에 포함되니까.
"견희는 잘 익히더냐?"
"네. 처녀만 아니었으면 각좆으로 연습을 시키는데, 아쉽게도 거기까지는 하지 못했어요."
"그건 당연하지. 만약에 그런 거로 처녀를 찢었으면 내가 너를 갈기갈기 찢어버렸을 것이다."
"호호, 그럴까 봐 안 했답니다. 대신에...."
진사월은 내 목에 팔을 걸며 낮게 속삭였다.
"손가락 길이 정도 만큼은 확실하게 여인으로 만들어놓았으니, 제가 잘 가르쳤다면 다음에 제게 결과를 좀 가르쳐주셔요."
"허, 벌써 다음 영업을 준비하는 것이냐?"
"당연하죠. 가가께서는 저 다른 손님 받으면 안 사실 거잖아요?"
"그건 그렇지. 네가 남자 보는 눈이 조금 있구나?"
진사월을 안고 산길을 달린 것도 대략 한 시진. 나는 적당한 위치에 진사월을 내려놓고 안대를 풀게 했다.
"어머, 여긴...?"
"흐흐, 내가 좀 빠르긴 하지."
나는 나와 진사월이 처음 만났던 골목에 진사월을 내려놓았다.
"나중에 보자. 가서 잘 영근 열매를 따 먹어야 하거든."
"가가,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그냥 단번에 물어!"
"......가가는 얼마나 강하신 분이신가요?"
진사월의 물음에 나는 숨이 막혔다. 너무 추상적이기도 하고, 나로서는 다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얼마나 강하다라...무공의 수위를 묻는 건가?"
"네. 저따위의 눈으로도 천하 백대 고수의 안에 들어가시는 분 같아서요."
"크하하! 백대? 고작 백대?! 흐하하!!"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크흠, 본좌는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강자이니라."
"대단하셔라."
"내가 물어보지. 그런데 그건 왜 궁금한 것이냐?"
"제 자랑으로 삼으려고요. 제 배에 다녀간 남자 중에 누구누구가 있었다. 기녀에게 있어서는 그것만큼 자랑거리가 또 없잖아요?"
나는 진사월의 말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무공 하나 배우지 못했으나, 진사월의 머리는 비상하여 내가 다 배우고 싶을 정도였다.
"내 별호를 얘기하면 아닌 척하면서 은근히 자랑하겠군. 다른 기녀를 상대로 하든, 아니면 다른 무인들을 상대로 하든."
"별호까지는 바라지 않아요. 제가 바라는 건 그런 거죠. 천하십대고수가 여기를 다녀갔다! 후후."
진사월은 양손을 아랫배에 놓으며 슬그머니 웃었다. 은근히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나는 곧장 몸을 돌렸다.
"조만간 다시 부르마. 그때도 은자 두둑이 챙겨오도록 하지."
"매정하셔라. 살펴 가시옵소서."
진사월은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나를 배웅했다. 나는 한걸음에 무당산 방향으로 뛰어올라 기루를 벗어났다.
"천하십대고수라."
백대고수라는 말에 살짝 자존심이 상해서 나도 모르게 욱했지만, 십대고수 안이라는 말은 분명 틀리지 않았다.
현재 나의 경지와 현재 중원 곳곳에 퍼져있는 무인들의 무공, 그리고 내 기억을 통틀어봐도 나는 열 손가락 안에 든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애초에 신창이 10위 즈음 되는데 내가 걔보다 지금 강하니까 당연히 내가 10대 고수 안에 들지.'
혈강시 기준이면 2위다. 차마 양심상 천하제일이라고는 말하지는 못하겠다.
구천현녀.
그녀가 있는 이상, 나는 천하제일을 논할 수 없다. 무림 맹주와 천마, 그리고 혈교주까지는 어떻게 해봄 직해도 그녀는 다시 싸운다고 해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걱정할 필요 하등 없다. 내가 혈강시여서 살해당했지, 색마여서 살해당했나."
나는 자신을 다독였다.
전생, 혈강시 시절 너무 많은 사람을 죽였기에 구천현녀가 나타나 나를 죽였다.
그렇다면 이번 생에는 사람 과도하게 안 죽이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몇 송이만 취하는 거로 만족하면 될 터.
'거 많이는 말고 딱 삼처사첩만 챙겨가리다. 천하제일미들로만 골라서.'
인피면구를 벗겨보니 천하일색인 여인이라면 능히 나의 곁에 둘 여인으로 충분하다. 가사만 완벽하게 해낸다면 삼처사첩 중 삼 처 정도로는 봐줄 위치다.
"내가 왔다!"
나는 내 과수원의 첫 여인이 될 기념비적인 존재, 사공희가 기절했던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열었다.
"견희야! 내가 왔…."
서걱!
앞머리가 살짝 잘렸다. 나는 내 목을 노리고 날아든 검의 주인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검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태극혜검의 이기어검술로 흩날리는 검은 고작 한 자루뿐이었지만, 나는 검에 이어진 태극신공의 기가 어디에 있는지 보고 가슴이 철렁거렸다.
"......."
장포 안에 쌓인 비급을 눈이 빠져라 바라보는 사공희는 내가 온 것도 모른 채 무공을 책으로 익히고 있었다.
심지어 태극혜검의 어검술로 허공에다가 직접 검법을 체현하며!
"너…?"
"원, 원을 그리며, 상대를 제압하라...."
카앙!
빠르다. 그리고 강하다. 쾌와 중이라는, 함께 어우러지기 힘든 강인한 힘이 나를 노렸다. 나는 첫 초식을 검으로 튕겨낸 다음 자세를 잡았다.
"...역시 태극검후."
태극혜검을 익힐 때만 하더라도 한 달 사이에 뛰어난 성취를 보이더니, 비급만 읽고도 무당의 무공을 보란 듯이 재현해낸다. 그녀가 보고 있는 비급은 양의무...라고 적혀있는, 뒷부분이 지워진 비급이었다.
'초고수의 무공이다.'
태극혜검에 밀리기는커녕, 태극혜검과 함께 하니 더욱더 위협적이다. 태극혜검에 더불어 둘 다 극성으로 익히면 천하제사인 정도는 노려볼 만 한 성취가 예상될 정도.
'근데 이 년이 나를 상대로 시험해?'
상승 무공을 익히는 과정에서 무아지경에 빠져있지만 용서할 수 없다. 주인으로서 기강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
"......오냐, 그래. 오늘, 네 전력을 쏟아봐라."
무당의 검은 후발제인. 즉, 받아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이거 완전 음양합일 이구만!"
남자는 찌르고, 여자는 받아낸다. 나는 사공희의 깨달음을 위해, 손수 무공을 펼쳐 상대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은 가볍게 이걸로 해볼까!"
남궁의 제왕검형.
* * *
사공희는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다. 인피면구를 뒤집어쓰고 밖에 나갈 수 없는 몸이라 책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도 했지만, 그녀는 본인 스스로 책 자체를 좋아하여 딱히 불만은 없었다.
책 속에는 하나의 또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사공희는 책을 통해 수많은 지식을 습득했고, 새로운 세계를 받아들였고, 또 세계의 진리를 깨우쳤다.
...남녀상열지사도 책으로 배웠고, 초입 정도나마 몸으로 익혔다.
보고 익히는 것으로는 문일지십이라면, 서책으로 보고 이해하여 익히는 것은 문일지백, 문일지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만큼 사공희는 서책으로 이해하는 것에 재능이 있었다.
- 상공...어머, 웬 책이래. 이걸 이렇게 던져놓고 가시다니....
우연이었다. 기절했다가 깨어는 사공희는 주인을 찾다가 장포에 쌓인 비급을 발견했고, 마구잡이로 내팽개쳐진 서책을 정리하다가 호기심에 책을 펼치고 말았다.
그곳에는 세계가, 우주가 있었다.
음양오행으로 대표되는 우주의 원리를 검과 권으로 표현하고, 후발제인의 도리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온갖 무리(武理)가 사공희의 머릿속에 콕콕 들이박혔다.
- 보고 배워라.
주인이 자신에게 보여준 몸짓은 이론과 하나가 되어 사공희의 혼에 파고들었다. 그녀는 책 속의 세상에서 검을 휘두르는 자신을 상상하며 비급의 초식을 연마했다.
가상의 적이 눈앞에 나타났다. 선공을 피한 적은 검을 들고 거칠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번개처럼 휘몰아치는 공격은 노도와도 같았고, 사공희는 비급을 읽으며 익힌 무공들을 하나둘 풀어냈다.
원을 그리며.
적의 공격을 흘리며.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고 역으로 이용해 제압한다.
벼락같은 검격을 검날로 흘려내고, 몸을 돌려 검을 크게 휘두른다. 상대의 목젖이 검 끝의 호에 닿을 정도의 거리로 휘두른 덕분에, 붉은 피가 터져 나왔다. 피는 향긋한 매화향의-
매화?
피라고 생각했던 것은 매화꽃이었다. 붉은 꽃이 피처럼 터지며 사방으로 피어올랐고, 사공희의 머리는 점점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벼락처럼 휘몰아치던 전과는 달리, 검로에 허초가 섞여 사방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두 발은 곡옥을 그리듯 움직이며 뒤로 물러섰으나, 화려하게 피어오르는 매화 24송이는 사공희가 움직이는 궤적을 쫓아왔다.
카앙, 카앙!
검과 검이 부딪혔다. 매화 하나를 잘라내면 또 다른 매화가 피어오르고, 둘을 잘라내면 넷이 피어올랐다. 아무리 잘라내고 잘라내도 매화는 끊임없이 피어올랐고, 매화 꽃잎 속에 숨어있는 날카로운 검이 뱀처럼 원을 깨부술 듯이 찔러왔다.
'흘려!'
검날을 비스듬히 세워 찔러 들어오는 검날을 튕겨내듯 흘린다. 적의 공격은 옆으로 미끄러졌고, 상대의 공격을 받아치고 공격할 틈이 보였다.
베면 끝. 사공희가 상상 속에서 검을 휘두르려던 순간, 상대의 검에서 푸른 기가 일렁거리며 형태가 변했다.
'도?'
검과는 다른 날의 형태를 가진 날붙이로 변한 적의 무기는 사공희의 검을 튕겨내듯 베어냈다. 조금 전까지는 직선적인 찌르기의 연속이었다면, 이번에는 사공희가 그리는 원형의 검로를 자르려는 듯 초승달이 몇 번이고 반짝였다.
카앙, 카앙!
초승달에서 상현달로 차올랐다. 비급으로 익힌 온갖 초식을 사용해도 서서히 견디기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서걱.
만월이 차올랐다. 가슴 앞섶에 만월의 궤적이 이어지며 옷이 좌우로 갈라졌다. 사공희는 이를 악물고 도를 튕겨냈다. 차오르는 달은 다시 저물기 마련이고, 예상대로 만월은 하현으로 이어지며 공세가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믐, 그리고 달이 사라진 때.
'지금!'
사공희는 먼저 검을 찔러넣었다.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로 승리했다고 확신한 순간, 사공희의 눈앞에는 한 명의 여인이 보였다.
흑과 백으로 이루어진 도포를 입고, 천천히 검을 늘어뜨리며 크게 원을 그리며 휘두른 검은 사공희의 공격을 한순간에 흘려내고 튕겨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검로를 그린 여인의 얼굴을 본 순간, 사공희는 꿈에서 깨어났다.
"그래, 비무는 잘 즐겼느냐?"
"아...."
여인이라고 생각했던 이는 남자, 주인이었다. 사공희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너무나도 많은 무공을 한순간에, 그리고 완벽하게 깨우친 것에 사공희는 넋을 잃은 채 여운을 느꼈다.
"한 단계 더 높은 경지에 오른 걸 축하한다. 너는 이제 어엿한 일류다."
"......제가, 일류...?"
무공을 한 달밖에 배우지 않았는데. 사공희는 주인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 오한이 들었다. 아무리 온갖 영약을 먹고 뛰어난 무공을 배웠다고 한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세상에는 천재가 많고, 천외천의 재능을 가진 이들이 있지. 너는 네 얼굴만큼 재능을 가진 여인이다. 천하에 너보다 무당의 검에 통달한 여인은 없을 것이야."
주인은 슬며시 미소지었다. 항상 짓던 신랄하고 비웃음 가득한 미소와는 다른, 그 나이대 청년다운 해맑은 미소에 사공희는 자신도 모르게 마주 미소지었다.
"그럼 이제 절정을 느껴보자꾸나."
"......네?"
청년은 바지를 훌러덩 벗어 던졌고, 사공희를 서책을 덮은 장포 위로 넘어뜨렸다.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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