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24화 (24/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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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제자, 사공희

단언컨대 나는 두 가지 무공에 있어서는 확실히 무리를 논할 수 있다.

하나는 내가 정파에 몸을 담고 있었을 때 익혔던 무공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나의 성명절기로 삼은 채음보양이다.

남녀가 어떻게 음양합일을 이루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논할 수 있으나, 무당파의 무공에 대해서 논하라고 하면 나는 내가 습득한 태극혜검과 그에 파생된 심법, 그리고 기타 무공 말고는 모른다.

'태극검후가 익힌 무공들 말고 나는 몰라!'

검법으로는 오행검법과 태극혜검.

내공심법으로는 태극신공.

경신법으로는 제운종.

...이게 끝이다. 태극검후는 단지 태극혜검 하나만으로 중원을 제패했다. 그래서 나는 솔직히 말해서 사공희를 태극검후로 만들 수는 있어도, 태극검후에 준하는 무당파의 고수로 만드는 건 다소 무리가 있었다.

내가 아는 바가 없으니까. 무당의 무공은 적으로 상대할 때 말고는 본 적도 익힌 적도 없다.

따라서 나는 사공희를 가르치는데 무당파 무공의 기원을 설명하거나 자세한 원리를 설명하기를 포기했다. 삼구에게 가르칠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내가 몸종을 가르치는 방법은 단 한 가지뿐.

"보고 따라 해라."

설명은 없다. 그저 내가 초식을 전개하고 그걸 옆에서 눈으로 관찰하고 보게 하는 것뿐이다.

"이것이 태극혜검이다."

나는 철검 한 자루를 움켜쥐고 천천히 자세를 갖췄다.

가벼운 기수식에서 이어나가는 태극혜검은 이게 검법인지 춤사위인지, 그도 아니면 자연의 바람을 몸으로 표현하는 몸짓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저 따라 할 뿐.

"꿈에서 자는 순간조차 떠오를 정도로 눈에 담아라. 기억하고 또 기억해라. 잊을 것 같으면 내가 다시 보여주마."

나는 피로써 흡수하고 내 기억에 남은 미래 사공희가 펼치던 무공을 현재 사공희의 앞에서 마음껏 펼쳤다. 검을 휘두르는 자세나 방향에 대해 생각할 이유는 하등 없었다.

"열 번이 부족하면 백 번, 백 번이 부족하면 천 번을 보여주마."

기억 속 사공희가 이끄는 대로.

나비가 숲속에서 춤을 추듯 검을 휘두르고 찔렀다. 자연의 흐름에 따르며 자연과 하나가 되는 호연지기의 힘 아래 움직인 결과, 내 발치에는 거대한 태극이 그려져 있었다.

"따라 할 수 있겠느냐?"

"제게는 불가능한 일이옵니다."

"불(不)! 가능."

"예?"

"아니, 할 수 있다고."

혈교주는 말했다.

불가능하다는 것은 자신의 사전에 존재하지 않는 말이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며, 될 때까지 하면 된다는 근성론을 주장했다.

"한고조를 생각해봐라! 언제 초패왕을 상대로 매번 이겼느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간신히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그가 항적에게 이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포기했다면, 한나라가 아니라 초나라가 역사에 남았을 것이다!"

"그, 그렇지만...."

사공희는 몹시 난감한 얼굴로 내가 펼쳐둔 초식의 흔적을 가리켰다.

"검이 땅에 닿지도 않았는데 검풍이 흩날리고 땅이 뒤집어지는 무공입니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아니, 그러니까 검을 움직이는 자세를 따라 하라고! 비급을 보고 초식을 따라 하는 놈들도 있는데, 너는 왜 이걸 직접 눈으로 보여주는데도 따라 하지를 못하는 것이야?!"

"그, 그게...."

사공희는 억울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서, 서책이라면 제가 금방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눈으로 보는 건 도저히 이해 못 하겠어요...."

"아오, 젠장!"

나는 검을 내던졌다. 땅에 떨어진 검은 땅에 닿기 전 태극혜검의 어검술로 하늘을 날아 사공희의 발치 앞에 꽂혔다.

"연습해라! 젠장, 나는 점심 준비나 하련다."

"아, 상공! 오늘 점심은...?"

"태극혜검의 초입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밥이랑 소금뿐이다!"

"학대...."

"시끄러워!"

나는 사공희의 불만을 일갈하고 부엌으로 들어왔다. 부엌에는 이미 아침부터 불려놓은 쌀이 솥 안에서 윤기가 흐르는 밥이 되었고, 광주리에는 무당산 개울에서 잡아 온 잉어가 아직도 생기를 머금고 팔딱거리고 있었다.

탕!

나는 잉어의 대가리를 칼로 후려쳤다. 피가 튀는 건 삼매진화로 태워버렸고, 껍질을 다듬고 뼈와 살을 칼날로 분리하여 넓게 펼쳤다.

"회를 칠까, 아니면 구워버릴까...."

"저, 저기...."

부엌 밖에서 사공희가 빼꼼 고개를 내민 채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무공을 연습하랬더니 이쪽을 보고 있어 울컥한 마음이 들었지만, 강아지처럼 나를 바라보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한 번 봐주기로 했다.

'얼굴만 아니었으면.'

삼구였으면 머리를 주먹으로 쥐어박았을 텐데. 나는 잉어의 살을 넓게 펼쳐 석쇠 위에 올렸다. 화로의 불씨를 들고 와 불을 붙이니, 장작의 불꽃이 활활 피어올랐다.

"상공, 저 질문 있어요."

"뭐냐."

"상공께서는 천화조차 태우는 삼매진화를 사용하시는데, 어째서 요리하실 때는 삼매진화를 사용하지 않으시는 건가요?"

"......."

신박한 질문에 나는 머리가 얼얼했다. 나를 놀려먹으려고 묻는가 싶기도 했지만, 사공희의 표정은 진지했다.

"견희야."

"상공, 저는 사공희인데요."

"강아지 같은 희아라는 의미에서 너는 견희다. 아무튼 견희야, 아무리 무인이라고 한들 모든 일상생활에 무공을 사용하는 건 그릇된 짓이다."

"네?"

사공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해하지 못 하는 말에 눈을 깜빡거리는 모습에 나는 음심이 솟구쳤지만, 여기서 사공희를 먹었다가는 밥이 전부 식고 잉어에 파리가 꼬이게 될 것이다.

'밥 말고 사공희 먹고 싶다. 근데 참아야 해. 괜히 지금 취했다가는 내가 더 귀찮아져.'

여체를 탐하는 것도 밥을 든든하게 먹고 난 뒤, 일다경이 지난 뒤에 본격적으로 취해야 더욱더 많이 할 수 있는 법.

괜히 색욕에 미쳐서 다른 것 치워두고 남녀상열지사를 벌였다가 후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흠흠. 무공을 일상생활에 접목하여 훈련하는 것도 물론 효과적이다. 특히 내공심법 같은 경우에는 열두 시진 내공을 운기하며 순환시키는 것도 좋지. 하지만 그렇다고 밥을 짓고 물고기를 굽는 데까지 내공을 사용하는 건 미친 짓이다."

"왜죠?"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자연의 화기로도 얼마든지 밥을 짓고 구울 수 있다.

"인간의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한들, 반고께서 천지를 만드셨던 순간부터 정해진 자연의 섭리를 이길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내공으로 솥 아래에 불을 피운다고 한들, 그것이 진짜 자연의 불꽃이겠느냐?"

"......."

"모든 인위적인 것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려고 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거대한 자연 앞에 인간이 놓인 선택은 두 가지. 자연에 순응하며 살 것이냐, 아니면 자연을 이겨낼 생각을 하느냐."

"자연을...이겨내요?"

"그래. 무당산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긴 하지. 크큭. 잡담은 여기까지. 가서 다시 초식을 연마하라."

호연지기를 기르기 위해 산 위에 문파를 차려놓은 무당파의 도사들이 들으면 바로 칼을 뽑아 달려올 말이기는 했다. 하지만 이게 태극검후가 깨우쳤던 태극혜검의 묘리였다.

'태극검후는 자연의 섭리를 이겨내려고 했지.'

음양합일.

남녀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다. 태극검후는 내게 처녀가 따이기 전까지 음양합일의 순리를 거부했다. 여인으로 태어나 한 달에 한 번 달거리를 하면서도, 남자를 단 한 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솔직히 하고 싶은 생각이 달아나는 몸뚱이긴 했지.'

형태나 굴곡은 예쁘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시각적인 문제가 가득했다. 혈강시였던 나 또한 형틀에 구속해놓은 나신의 태극검후를 앞에 두고도 정신적으로도 꺼려질 정도였다.

-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할 수 있다, 불꽃가능! 눈가리고 자지만 푹푹 쑤셔 넣으면 되는 거잖아! 음!

...혈교주가 나를 조종했다.

결코 내가 바라서 태극검후의 안에 육봉을 밀어 넣은 것이 아니다. 물론 태극검후의 안은 그 누구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태생이 명기였고, 나는 태극혜검의 정수를 뽑아낼 때까지 박고 박고 또 박았다.

솔직히 좋았다. 시각적 요소만 없었다면 평생 박아도 질리지 않을 몸이었고, 내 인생에 있어서 취한 여체 중 한 손에 당당히 꼽을 수 있었다.

그랬던 태극검후가 지금은 그냥 폐급 몸종에 불과하지만, 눈요기에는 제 역할을 충분히 다하고 있다. 나는 사공희를 벗겼을 때의 나신을 떠올리며 잉어를 마저 구웠다.

노릇노릇 살이 익어가는 위에 소금을 뿌리고 석쇠를 뒤집어-

위이잉.

"......?"

옆에서 느껴져선 안 될 기운이 느껴졌다. 정순하면서도 음기에 치우친 태극혜검의 기운에 나는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태극혜검으로 어검술을 사용한 사공희가 나를 향해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상공! 성공했어요!"

"오, 오오!!"

몸종의 빠른 성취에 나는 감탄했다.

무공을 빠르게 익히고 있는 것은 분명 예상외기는 했으나, 빨리 익히는 만큼 내공을 마음껏 갈취할 수 있는 시기가 당겨진다는 것이니 내가 어찌 기뻐하지 않을 수 있으랴.

"검을 띄웠어! 심지어 부엌칼을!"

사공희는 다른 검도 아닌 부엌칼을 가장 먼저 띄웠다. 주로 요리를 하는 데 가장 많이 사용하기도 하지만, 부엌칼은 날붙이인 만큼 무기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었다.

"견희야, 잘 보아라!"

나는 부엌 입구에 놓아둔 연습용 장검을 하늘로 띄웠다. 그리고 내가 막 장에 집어넣으려던 대파 한 단을 하늘로 높이 띄웠다.

"이것이 바로 태극혜검의 정수, 이기어검술!"

사사사삭-!

장검은 하늘로 띄워진 대파를 순식간에 채썰기로 썰었다.

방금 무공을 일상생활에 과하게 쓰는 건 무의미하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모처럼 몸종이 부엌칼을 띄웠으니 직접 보여주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자, 따라 해봐라! 태극혜검으로 일단 파부터 썰어보자꾸나!"

"에, 에잇!"

카앙.

부엌칼은 파가 아닌 석쇠의 손잡이를 때렸고, 막 살점이 하얗게 익어 연기를 뿜어내던 잉어구이가 땅에 처박혔다. 하필이면 껍질 부위가 아니라 살점 부위가 떨어지고 말았다.

"......."

파바바밧.

나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파를 이기어검술로 튕겨 사공희의 이마를 때렸다.

* * *

결국 점심은 저녁을 위해 재워놓은 돼지갈비를 구워 먹은 뒤, 나는 새로 잡은 잉어로 저녁상을 차려 사공희와 저녁을 먹었다.

'무공은 참 잘한단 말이지.'

마인 출신의 어머니에게서 미모와 무공을 전부 이어받은 사공희는 분명 태극검후의 재능이 충분했다.

태극검후로 가는 길을 수치로 나타낸다면, 이제 5푼쯤 되는 수준에는 이르렀다. 고작 한 달 조금 안 되는 시간 만에.

까악-까악-

밤까마귀가 운다. 문밖에는 달빛이 짙게 드리웠고, 저녁상을 치우고 설거지까지 끝마친 사공희는 이부자리에 다소곳이 앉아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견희야."

"네, 네."

무공을 익힐 때는 당찬 여걸이 되었고, 가사를 배울 때는 혼나는 어린아이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여인이 될 시간.

"내가 지난 한 달간 네게 가르쳐준 것을 읊어보아라."

"...손, 가슴, 그리고 발로 상공을 기쁘게 해드리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것만 가르쳐줬더냐?"

"......수, 수음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상공께서 제 꽃잎 안에 손을 넣으셨던 것처럼."

사실상 거사만 치르지 않았지, 이미 나는 사공희를 상대로 많은 것을 가르쳤다.

꽃잎만 따지 않았을 뿐 꽃을 마음껏 물고 빨며 사공희에게 나의 색을 물들였고, 사공희는 어느덧 무공을 익히는 것 다음으로 밤일을 익히는 걸 즐기게 되었다.

'밤일은 내가 다 가르쳐도 되니까 가사나 좀 배울 것을.'

자꾸 아쉬움이 들기는 하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어 정신을 가다듬었다. 사공희는 예쁘고, 밤일은 잘하니까 가사일 정도는 조금 못해도 된다. 저 정도로 예쁘고 아름다우면 얼굴값 정도는 해도 된다.

"저...상공...? 아까부터 가슴을 보시는 게...오늘은 가슴으로 상공께 봉사하는 건가요?"

"흐흠, 확실히 많이 여물기 시작하기는 했군. 하지만 아니다. 오늘은 너를 가르쳐 줄 이를 불렀다. 들어오너라."

"예?"

끼이익.

내가 문을 열자, 우리 집 대문 앞에는 죽립을 쓴 기녀가 다소곳이 허리를 숙였다. 방 안으로 들어온 그녀는 사공희를 슬쩍 흘긴 뒤 나를 향해 말갛게 웃으며 무릎을 꿇었다.

"오늘도 소녀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사, 상공...? 설마?"

"그래. 요 앞 기루의 기녀다. 자주 신세를 지지."

"오호호, 요 며칠 동안은 계속 가가 전속이랍니다. 큰 손이시니까요. 제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기녀는 요염한 얼굴로 나의 바지를 벗겨, 양물을 향해 입을 벌렸다.

"진사월이라고 하옵니다. 하움."

"......."

사공희가 나를 바라보는 낯빛이 창백해졌다. 나는 진사월의 머리를 잡고, 사공희가 벗어나지 못하도록 허리를 잡아 눌렀다.

"비슷한 이름의 여인일 뿐이다. 지켜보기나 해. 입으로 봉사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네, 네...."

사공희의 복잡한 얼굴은 무시한 채, 나는 사공희를 옆에 두고 진사월의 입봉사를 마음껏 즐겼다.

"후후, 잘 보셔요. 아가씨. 제가 비록 천한 기녀지만...아가씨께 이런 건 가르쳐드릴 수 있답니다. 하움."

"네? 서, 설마."

"그래. 보고 배워라. 여인의 방중술을."

숙련된 조교의 시범이다.

[작품후기]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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