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23화 (23/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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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제자, 사공희

봉문.

사유는 전염병의 발발.

실제 전염병에 걸린 사람의 수는 스무 명이 채 되지 않았으나, 전염병에 걸린 이들은 하나같이 피부가 썩고 고름이 터져 고통 속에 죽었다고 전해졌다.

무당산에 가는 이들의 발걸음은 깡그리 끊겼고, 무당파의 무사들 또한 한동안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무당산 안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하는 것도 조사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위에서 지시한 것이라고는 해도 전염병이 돈 곳에 직접 들어가라니...이건 너무한 거 아닙니까?

조사는 으레 하급 무사들이 하기 마련이고, 사람이 죽은 전염병을 두려워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개방의 거지들조차 무당 안의 정보를 확인하는 것을 꺼릴 정도였으니, 전염병이 가라앉을 때까지 한동안 무당파는 큰 곤욕을 치렀다.

약 한 달.

무당파의 감옥이 무너진 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고, 전염병 발병 초기부터 병에 전혀 걸리지 않은 이들이 산에서 내려왔다.

대외적으로는 한 달 동안 봉문한 문파 내부의 상황을 맹을 비롯하여 온갖 곳에 알리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그들의 실제 임무는 따로 있었다.

"...감옥에 넣었던 사람의 수와 발견된 마인의 수가 두 명 비었소."

한 달.

무당산 곳곳을 뒤지며 찾아낸 천화마인들의 시체를 찾아 뒷수습하고 그들이 퍼뜨린 전염병의 흔적을 모두 모아 불태워 산을 소독하는 한 달 동안, 무당파의 무인들은 발견하고 말았다.

"부, 분명 모녀였습니다! 한 명은 절색의 미녀였으나, 딸은 얼굴에 이미 천화가 걸린 것처럼 피부에 종기가 가득했습니다!"

"남편으로 추정되는 자의 시체는 산 아래로 내려가는 중턱에서 발견했습니다. 무사들의 추격을 피해 도망가다가 발을 헛디뎌 추락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상당히 신체의 상태가 괴랄하여...."

"도망친 마인들의 신분을 확인했으나...가짜 신분으로 추정됩니다. 신원 조회를 했던 제자는...크흑, 마인들의 손에...!"

무당파의 도사들은 혼란에 빠졌다.

어쩌면 천화에 걸렸을지도 모르는 두 명의 여인이 무당산 어딘가 동굴에 숨어있다가 다시 바깥으로 나오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다시 천화가 재발하여 호북성 전체가 중독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찾아야 한다.

결국 한 달 동안 무당산 내부를 샅샅이 수색했으나 효과는 딱히 없었고, 장로들은 결국 늦게나마 눈을 밖으로 돌렸다.

"여인들을 찾아야 한다. 천화에 걸렸을지도 모르는 이들이 산에서 내려갔다면 무당은 중원에 얼굴을 들지 못하게 될 것이다."

기어이 무당산의 혼란을 틈타,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도망친 여인들의 흔적을 찾아야 한다. 아주 지엽적인 단서만으로 여인들의 수색에 나선 무사들은 전혀 예상도 못 했다.

"이걸 음식이라고 해온 것이냐!!"

한 명의 여인은 이미 죽어 양지바른 곳에 묻혔고, 그녀의 딸은 지금 자신보다 어려 보이는 청년에게 소박맞았다는 것을.

"이 무당산에 널린 게 산채이거늘, 그걸 잿더미로 만든 게 벌써 몇 번째더냐! 이러다 무당산 전체가 숯검정이 될 것 같구나!"

"죄, 죄송합니다! 상공!"

"젠장, 직접 눈으로 확인해라! 요리라는 것을 어떻게 하는지!"

"네...!"

무사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 여인, 사공희는 아름다운 얼굴을 훤히 드러낸 채 부엌으로 청년을 따라 들어갔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얼굴에 슬그머니 미소를 머금은 채.

"보았느냐?! 이제 네가 해 볼 차례다! 골고루 소금이 잘 스며들도록 젓가락을 움직여라! 나선의 묘리에 화기를 담아서 기름에 볶아라!"

"죄송합니다, 상공. 제 안력이 미천하여 상공이 나물을 볶는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여...."

"그아아악!!"

청년은 비명을 지르며 씩씩거렸다. 허공을 향해 휘두르는 주먹은 권법 하나로 중원을 평정한 권왕의 무공이 깃들어있었으나, 사공희는 그저 울분을 허공에 토해내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 나물 맛있다. 역시 상공이셔요."

"젠장! 삼구야, 어디 있느냐!!"

청년은 절망했다.

"이 녀석, 손에 물 한 번 묻혀보지 않은 아가씨다! 망했다!"

우물우물.

* * *

"선배님, 이쪽입니다."

날카로운 인상의 관복 사내, '감찰관'이라는 목걸이를 건 남자는 호북성의 성문을 가리켰다. 오랜 걸음으로 지친 신창은 피곤한 얼굴로 호북성 밖의 객잔을 가리켰다.

"술."

"안 됩니다. 먼저 호북성주께 인사를 드려야 합니다."

"약속이 된 것도 아니지 않냐. 잠깐 여장을 풀고 가도 늦지 않다. 무엇이 그리 급하냐?"

"그거야 이미 많이 늦었기 때문입니다."

감찰관은 대놓고 인상을 찌푸리며, 성문을 드나드는 이들이 쓴 복면을 가리켰다.

"마교가 만약 고의로 천화를 뿌린 것이라면, 이건 국가에 대한 반역입니다."

"너는 너무 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유비무환이라는 말이 있지요. ...음? 선배님, 저기."

감찰관은 방을 붙이고 다니는 무당의 무사들을 살폈다. 무사들은 복면을 쓰지 않은 채 다가오는 감찰관과 신창에 기겁하며 물러섰다.

"이, 이런 시국에 복면을 쓰지 않다니!"

"선배,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감찰관과 신창은 무사들이 붙인 방을 살폈고, 무사들은 식겁을 하며 거리를 벌렸다.

"진짜 전염병이 제대로 돌았나 보군. 우리도 복면을 쓰지 않고는 성에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은데?"

"심지어 잠시도 벗지 말라고 하는군요. 그보다 이 실종사건, 제법 흥미가 가지 않습니까?"

감찰관은 흥미진진한 눈으로 무당파의 무사들이 붙인 방을 가리켰다.

"실종된 모녀를 찾는다니, 이거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며칠 밤낮을 제대로 씻지 못해 몸에서 나는 냄새가 코를 찌르는구나."

"........"

* * *

내 인생을 돌이켜보면 허드렛일의 연속이었다.

백가의 버려진 도련님 시절에는 하인들만도 못한 창고에서 벌레가 둥둥 떠다니는 물과 먹다 남긴 밥으로 연명했고, 내가 허드렛일을 하지 않으면 그것조차도 얻지 못했다.

정파의 제자가 되어 삼류 무사 수준일 때도 무공을 익히며 사형제들의 뒷바라지를 해야 했다.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배분은 더 높은 자들의 옆에서 굽신거렸고, 나는 사실상 무공 좀 익힌 생활 관리인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마교 졸개 시절에는 아예 노숙과 자급자족이 기본이었다.

졸개에게는 열정만 있으면 된다는 이유로 그 어떤 물자도 지급되지 않았고, 나는 살아남기 위해 나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하는 법을 터득해야 했다.

'이번 생도 그렇게 살 수는 없어!'

회귀한 뒤로 나는 내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기 위한 삶을 살기 위해 가출했다.

그리고 나를 낚싯바늘로 건진 청년, 삼구에게 무공을 가르쳐주는 대가로 그에게 모든 가사를 맡겼다.

나는 차기 삼구의 역할을 해 줄 사공희에게 삼구가 했던 일을 그대로 읊었고, 그녀는 내게 똑 부러지는 목소리로 말대답을 했다.

- 그거 노동 착취 아닌가요...? 아얏!

- 이 년이! 어디서 먹 좀 배웠다고 못 하는 말이 없구나!

나는 제자를 들인 것이 아니다.

삼구라는 몸종을 고용했었다. 그는 나에게 의식주를 제공하고, 나는 그에게 무공과 내공을 제공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거래였다.

물론 사공희는 삼구가 했던 것에 더불어 밤일도 포함되지만, 사실은 밤일을 위해 내 옆에 둔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가사를 아예 방폐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녀는 나를 위해 조반을 차려야 하고, 무공 훈련이 끝나면 나를 위해 술상을 만들어야 하며, 밤에는 나와 달빛을 벗 삼아 살을 섞어야 했다.

'몸뚱아리 말고는 아무것도 쓸모가 없어! 하다못해 내기라도 당장 빨아당길 수 있다면 모를까, 그것도 지금은 안 돼.'

내가 여인을 취하는 것은 단순히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함이 아니다.

남들 다 가지고 있는 성명 절기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내가 당당히 내세우는 무공은 채음보양.

여인의 기를 흡수하여 나의 기로 삼는 것이 나의 주특기였다. 비단 혈강시 시절뿐만 아니라, 나는 마교 졸개 시절부터 채음보양을 익혀 숱한 여인들의 기를 빼앗아 정마대전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았다.

채음보양이라는 색공이 아니었다면 나는 혈강시가 되기도 전에 목이 달아났을 것이다.

지난 생과는 다른 삶을 살자고 마음은 먹었다. 그러니 지난번 삶에서 먹지 못했던 숱한 여인들을 취하고자 했고, 이왕 취할 거라면 채음보양으로 내 내공도 다지는 게 어떨까 싶었다.

'그럴 거라면 음기 가득한 여인을 옆에 두고 직접 내공을 기르게 하면서 내가 밤마다 취하면 되는 것 아닌가?'

삼구를 부려먹던 시절, 나는 깨우치고 말았다. 어차피 들일 몸종이라면 채음보양을 매일 할 수 있는 여인이면 좋고, 여차하면 그녀를 내 것으로 만들어 훗날을 위한 보험으로 만들어도 될 일이었다.

- 키워서 잡아먹는다라.... 스승이 제자를 열심히 키워, 자신이 인정하는 수준에 이르렀을 때 사제관계가 부부관계가 된다고? 대꼴.

이는 혈교주도 인정했던바.

마인들이 자신을 쓰러뜨릴 이를 찾기 위해 스스로 제자를 키워 제자의 손에 패배하는 걸 바라는 자학성 짙은 변태들이 있는 것처럼, 나 또한 몸종을 키워 나 스스로 먹고자 할 뿐이었다.

밭에 있는 작물에 물을 주는 것도 언젠가 열매를 수확하여 먹기 위함이지, 관상용으로 키울 의도는 전혀 없다.

'취하는 건 아직 일러. 최소한 태극신공이 1갑자는 올라가야 해. 그래야 진기를 갈취하지 않고 음기를 흡수할 수 있어!'

과일을 먹기 위해 과일나무를 베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탐스러운 과육이 다시 자랄 때까지 양기와 물을 듬뿍 줘서 키우고, 다음 열매를 취하는 것이야말로 영원의 착취라 할 수 있다.

즉, 내가 사공희에게 익히도록 한 태극신공은 내공이 1갑자 수준은 되어야 채음보양을 해도 진기가 갈취당하지 않는다.

나는 1갑자라는 그릇을 넘어간 사공희의 음기를 나의 것으로 취할 것이고, 그렇게 하면 사공희가 채음보양으로 말라 죽지 않고 평생 음기를 내게 바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리하자면, 나는 몸종 사공희에게 세 가지를 바라는 셈이었다.

하나, 가사노동.

내가 하기 귀찮은 집안일은 모두 사공희이 몫이다. 이건 그녀에게 무공을 가르쳐주는 대가로 당연하다. 태극혜검을 가르쳐준다면 무당의 장문인도 달려와 매일 밤낮을 옆에서 수발을 들 것이다.

둘, 밤일.

이건 현재의 사공희도 능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처녀를 취하는 것은 채음보양의 문제로 미뤄두고 있지만, 구강이든 가슴이든 후장이든 나의 성욕을 충족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셋, 채음보양.

태극신공이 1갑자를 넘어간 이후, 사공희가 내공 수련을 하면 그 절반은 내 것이 된다. 하루에 10의 내기를 쌓으면 그 중 5를 갈취할 것이며, 사공희가 하루에 쌓는 내공이 많으면 많을수록 나 또한 내기가 무한히 늘어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음양합일이 아니겠는가.

내가 굳이 숱한 여인들을 두고 태극검후 사공희를 고른 이유도, 그녀가 익힐 태극혜검과 태극신공이 음과 양의 기운을 단전 근처에서 섞고 순환시키기에 가장 적합한 무공이기 때문이다.

음과 양이 하나가 되어 태극을 그리며 교감이 폭발하고, 나는 사공희에게 나의 넘치는 양기-정력을 선사하고 사공희는 내게 음기를 바친다.

정액과 내공을 바꾸면 당연히 여성 쪽이 압도적으로 손해라고 할 수 있으나, 여성이 1갑자 이상의 내공을 쌓게 해준 배경에는 나의 가르침이 있다는 것을 항상 상기해야 한다.

- 너는 농사꾼이 되는 게 어떠냐?

스승은 내게 말했다. 무공을 접고 농사꾼이 되라고. 그래서 나는 이번 생에 스승의 말을 받들어 농사꾼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과수원 주인.

신선들조차 먹지 못해 부탁하는 서왕모의 반도원처럼, 나는 숱한 여인들을 키워 내게 내공을 바칠 여인들을 키울 것이다.

아름다운 꽃에 벌이 들어가 꿀을 빠는 것처럼, 나는 내가 직접 여인을 길러 채음보양으로 내공을 상승시킬 계획이었다.

그걸 위해 첫 번째 여몸종으로 사공희를 선택했 건만, 사공희의 능력은 형편없었다. 가사에 대한 재능은 동네 점소이보다 못했고, 오히려 내가 그녀의 의식주를 책임져야 할 판이었다.

"이러다 저년이 부엌일을 다 배우기 전에 태극검후가 먼저 되겠군."

무공을 익히는 오성의 절반만이라도 가사를 배우는데 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하루가 멀다 하고 늘어가는 사공희의 무공에 가슴이 미어졌다. 이럴 때 혈교주가 습관적으로 하던 말이 떠올랐다.

"이거 내가 개손해인 것 같은데?"

왜 자꾸 삼구가 그리워지는지, 나는 눈물이 앞을 가렸다. 결코 부엌에서 사공희가 먹을 저녁까지 차리고 있기 때문은 아니었다.

"상공! 제 오행검진을 살펴주셔요! 드디어 상공께서 가르쳐주신 초식을 익혔어요!"

"한 달 만에 오행검진을 익히지 말고, 버섯볶음을 익히란 말이다!!"

무공만큼은 너무나도 뛰어난 오성을 가진 몸종에, 나는 애꿎은 돼지고기만 칼로 내리칠 뿐이었다.

[작품후기]

쓰알 제자 뽑기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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