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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유월
역체변용술이든 섭혼술이든 인피면구를 뒤집어쓴 변장술이든, 그 어떤 방법으로도 속일 수 없는 게 가족의 눈이다.
'마교에서 괜히 변장할 때 몇 년에 걸쳐서 관찰하는 게 아니야.'
단순히 잠깐 모습을 빌린 정도로는 그 사람의 모든 걸 똑같이 흉내 낼 수 없다. 내가 추소광이 아니라 추대광인 것처럼, 추소광의 9할은 닮은 모습으로 몸을 바꿀 수는 있어도 모두를 완벽히 속일 수 없다.
'아버지라는 자가 설마 못 알아보겠어?'
암만 못해도 추소광이 추소광인 걸 부친이 모를 리가 없다. 추소광이 추소광인...톡 까놓고 말해 작으니까 천환단을 빌미로 팽가의 여식과 강제 혼약을 맺도록 한 게 아니겠는가.
'아들이 미꾸라지만도 못한 거 뻔히 알고 있을 텐데 추소광이 팽유월을 하반신으로 고분고분하게 만들었다? 나 같아도 의심한다.'
의심을 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거다.
분명 어렸을 적의 기억이나 부자끼리만 아는 비밀을 언급할 것이 분명하고, 자칫 잘못하면 재미 좀 보자고 한 상황이 여러모로 피를 보게 만드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음...."
"무슨 일...있으세요?"
팽유월은 근심걱정 가득한 얼굴로 내 허벅지에 손을 올렸다. 요 며칠간 밤마다 열심히 사랑을 퍼부어 준 덕분에, 그녀는 완전히 내게 종속되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긴요. 평소랑은 다르게 집중하지 못하시던 것 같던데요."
"응? 흐흐, 벌써 남자가 집중하는지 딴생각 하는지 구별할 정도가 되었느냐?"
"...정말, 그렇게 소녀를 부끄럽게 하셔야겠어요?"
팽유월은 완벽한 여인이 되었다.
피학체질이 있는 것도 내가 그녀를 종속시키는 데 제법 큰 역할을 했지만, 팽유월은 팽가의 무인답게 호쾌하고 시원시원한 걸 선호했다. 정작 본인은 여자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화술로 자신을 숨기며.
"드디어...아버님을 뵙게 되는군요."
"그러고 보니 너는 처음 보는 건가?"
"처음...? 아니요, 한 번 뵈었답니다. 아버님께서 직접 팽가에 오셔서 거래를 청하셨는데...혹시 잊으셨나요?"
"......."
나는 흠칫 등허리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랬나? 요즘 행복한 꿈에 젖어있어서 말이야. 헷갈렸다."
"그러신...가요?"
내가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는 걸로 오해를 사는 건 바라지 않았고, 팽유월은 또 눈치 좋게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추소광으로서의 오류를 예의주시했다.
"상공...?"
"날씨가 차다. 오늘은 밤을 뜨겁게 데워야겠구나."
나는 팽유월을 위에서 덮쳤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놀라는 척하며, 나를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후후, 상공께서는 보기에는 무거워 보여도 전혀 무겁지 않으시네요."
"어차피 남자는 하나만 무거워도 돼."
"자부심 하나는 대단하시네요, 아, 아흑."
나는 냅다 팽유월의 안에 남근을 밀어 넣었다. 이제 팽유월은 스스로 손을 아래로 뻗어 다리를 잡아당길 정도로 성교에 익숙해졌다. 나신으로 나와의 육체적 대화를 나누는 데 있어서 거리낌도 없어졌다.
"상공, 가슴, 가슴을...."
"가슴 빠는 거 싫어하지 않았나?"
"상공께서 좋아하시니까...."
나는 곧장 팽유월의 젖무덤에 얼굴을 묻었다.
팔을 아래로 뻗으며 아래에서 받쳐 올리는 두 가슴은 정말 떼어놓기 싫은 감촉이었다. 팽유월의 가슴만 들고 천하를 주유하고 싶다는 실없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의 가슴은 크고 아름다웠다.
'생각해보니 처음 얘를 안을 때도 가슴에다가 넣고 끼웠지.'
살면서 제법 가슴 큰 여자들을 여럿 보았고 그 중 몇은 내가 혈강시로 범하기도 했지만, 팽유월은 미래의 숱한 여인들과 비교해도 가슴이 천하삼젖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아, 하앙, 그렇게 계속 애간장만 태우시면...."
"좋구나. 영영 여기서 쉬고 싶은 가슴이야."
"그렇게 좋으셔요? 저는 초식을 펼칠 때 불편하던데...."
"아니. 너의 유방은 네 강함의 상징이다. 젖이 흔들리는 것 따위 신경을 써서야 어찌 도를 당당하고 호쾌하게 휘두를 수 있겠느냐?"
나는 빨딱 선 꼭지를 혀로 살살 간질였다. 팽유월은 달뜬 한숨을 내쉬며 내 등허리를 다리로 휘감았다. 내공으로 빚은 살이 다리에 꾹 눌려, 팽유월의 안에 넣은 양물이 뒤로 빠져나올 수 없게 되었다.
"상공께서 제게 운우지정을 가르쳐 주시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무공도 가르쳐주실 거라고는 몰랐어요."
"그러냐? 흐흐. 너는 네 가슴에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초식을 펼칠 때 누가 가슴 가지고 뭐라고 하면 젖으로 대가리를 후려 쳐버려. 세상에 너만큼 예쁜 가슴을 가진 존재는 없다."
아직은. 나는 그녀의 가슴을 아기처럼 핥고 깨물며 성감을 자극했다. 가슴 자체에 성감대가 몰려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팽유월이 미래에 가지고 있는 어머니로서의 가능성을 마음껏 일깨웠다.
모성.
팽유월은 좋은 어머니가 될 존재다.
그 때문에 나는 그녀의 안에 내 정을 토해내는 것에 망설임이 없었다. 설령 이번 행위를 통해 그녀가 내 아이를 가지게 되더라도, 그녀는 내 아이를 사랑으로 키워줄 것이다.
'근데 그러려면 그럴 상황과 환경을 만들어야겠지?'
계획은 전부 세워뒀다. 나머지는 실행만 하면 될 뿐.
"하아아! 상공, 더, 더 저를 찍어 눌러주세요!"
"흐흐, 좋다. 이 몸의 새로운 독문무공, 교배천근추의 힘을 보여주지."
마치 돼지가 여인을 상대로 파정을 하듯, 나는 팽유월의 위에 바짝 몸을 붙이고 허리를 흔들었다.
"응, 응긋, 크흐응! 조, 좋아요! 더 세게! 아하앙!! 더, 더 저를 짓눌러주세요!!"
일단 싸고 보자. 나는 고환이 텅텅 빌 때까지, 팽유월의 안에 싸고 또 싸기를 반복했다.
* * *
짜-악!
손찌검 소리가 장원을 한가득 메웠다.
세가의 모든 사람이 충격과 경악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뺨을 얻어맞은 중년인은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 거친 수염을 기른 중년은 팽유월과 눈매가 몹시 닮은 남자였다.
"팽이선, 이 미친놈!"
험악한 인상의 백발 중년은 한 번 때린 것으로 성이 풀리지 않는 듯, 다리를 들어 팽이선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큭...!"
내공도 훨씬 많건만 팽이선은 정강이를 얻어맞은 고통에 속이 쓰라렸다.
너무 아파서 쓰라린 게 아니라, 예전만 하더라도 천하백대고수의 반열에 올라 천하를 호령하던 이의 발길질이 전혀 아프지 않다는 것에 눈물이 핑 돌 정도였다.
"형님...!"
"형님이라고 부르지 마라! 나는 네 형님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는 놈이다!"
<악참도> 팽이왕.
하북팽가의 가주로 모종의 병으로 쓰러져있던 그는 천환단의 힘으로 되살아났다.
비록 피골은 상접하고 내공은 많이 잃어 이류 무사의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지만, 죽을병에 걸렸던 이가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도 세가 사람들은 든든했다.
"내가, 내가 죽었어야 했어! 어찌 가문의 사람을 팔아서 나를 살리려고 했느냐! 네놈은 유월이를 보기 부끄럽지도 않아?! 네 놈은 유월이의 아비가 아니더냐!!"
"동시에 형님의 동생이기도 합니다!"
"닥쳐라, 이 놈! 아비가 되었으면 자식부터 챙겼어야지! 자식을 팔아서 어찌 나를 살린 것이야! 원통하도다, 원통해! 쿨럭!"
팽이왕은 가슴을 두드리며 주저앉았다. 안 그래도 머리가 하얗게 새어버려 오늘내일할 것만 같은 몰골의 팽이왕이 기침을 토해내자 세가 사람들이 하나둘 뛰쳐 올라와 그를 부축했다.
"형님. 그 아이도 각오했습니다."
"각오가 문제가 아니야! 그 어떤 난관이 있어도 가문의 미래를 지켰어야지!"
"...형님, 형님의 미래는 형님이 아들이자 소가주인 창두가-"
"어리석은 놈! 팽가의 미래는...."
팽이왕은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복잡한 시선을 보내는 아들을 바라보았다. 손목을 움켜쥔 팽창두의 손아귀는 하얗게 질려있었고, 팽이왕은 짙은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아.... 팽가가...."
천환단으로 기력과 이성을 되찾은 팽이왕은 이전과 달리 약한 모습을 보였고, 팽가는 점점 암울해져 갔다.
"유월이는 분명 불행할 것이야...."
* * *
"아아앙! 상공, 좋아요! 하아아악!!"
팽유월은 절정의 쾌락 속에서 기절했다. 나는 표국의 국주, 추소광이 오기 전까지 그녀의 몸을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마음껏 즐겼다.
"하아, 하아...."
"자라. 내일은 아버님께 인사를 드려야 할 테니."
"네...."
팽유월은 눈물을 흘리며 기절했다. 쾌락의 눈물은 위아래로 줄줄 흘러내려 그녀의 방 침대를 흠뻑 적셔놓았다. 나는 팽유월의 몸을 비단 천으로 닦아 말끔하게 만든 뒤, 새근새근 잠든 그녀의 혈을 눌렀다.
"......."
팽유월은 쥐죽은 듯 잠들었다. 옆에서 설령 불이 난다고 해도 누가 깨우러 오지 않는 이상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이다.
"잘 먹었다."
나는 팽유월의 흐트러진 머리칼을 정돈한 뒤, 의자에 앉아 그녀에게 남길 말을 적었다.
'그래도 천하삼젖을 먹었는데 그냥 떠날 수는 없지.'
팽유월이라는 여인의 몸을 아흐레 가까이 쉬지도 않고 탐하고 또 탐했으니,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자고 있어서 듣지 못하겠지만, 이것은 내 자식에 대한 양육비이니라."
나는 추소광의 필적을 따라 하며 글을 썼다. 감정하면 아닌 게 금방 들통나게 되겠지만, 감정사도 혼동이 될 정도로 나는 붓을 떨었다.
- 나는 어쩌면 죽을지도 모르오.
죽음을 앞둔 자의 글씨가 어찌 반듯하고 정갈하겠는가? 결연한 의지를 다진 출사표 같은 유언장을 쓰는 건 추소광의 본래 성격과 맞지 않다. 그는 비열하고 냉정하며 옹졸한 이의 전형이므로.
'그래도 이왕 죽을 목숨인데 멋지게 보내줘야지. 이름 빌린값이다.'
무림인은 죽어서 비급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는 만큼, 나는 추소광의 이름과 몸을 빌린 대가로 그에게 명예를 선사하기로 했다.
- 짧은 만남이었지만, 행복했소.
곧 닥칠지도 모르는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마지막 용기를 짜내, 마치 무언가 결단을 내린 것처럼 꾸몄다.
- 후일은 천객(天客)에게 맡기겠소.
중간중간 혹시나 유언장을 발견하여 확인할지도 모르는 마교의 졸개들을 위해, 나는 적당히 비밀을 꾸며 남기기도 했다.
'도장 쾅.'
추소광의 유언장, 완성.
'의심을 당할 여지가 있다면 의심의 싹을 제거하면 그만.'
아버지라는 자가 올 것 같아서 만나면 들킬 것 같다? 그러면 만날 일이 전혀 없게 만들면 된다.
"거기 누구 있느냐."
나는 팽유월의 방을 나왔다. 밖에는 마침 하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불과 며칠 사이에 나에 대한 미묘한 존경심이 눈에 서려 있었다.
"방 안에 아무도 들이지 마라. 아침에 깨어나면 스스로 옷을 추스를 것이다."
"옷을...아! 알겠습니다."
다행히 하인들은 눈치 빠르게 내 말을 이해했다.
"모시겠습니다, 소국주님."
"그럴 필요 없다. 내 방에 잠깐 가려는 것이니."
"방이요?"
"그래. 홍옥기루의 여인을 부를 것이다. ...내 방에도 아무도 들이지 마라. 알겠느냐?"
"크흐흐, 알겠습니다."
결혼 전에 예비 신부를 잠재워놓고 기녀를 불러 질펀하게 하룻밤을 보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추소광의 대외적인 면모를 잘 보여주는 행적이었다.
'아주 뜨거운 밤을 보내게 될 터.'
나는 방으로 들어온 뒤, 곧장 역체변용술을 해제했다.
* * *
얼마나 잠을 잤을까.
팽유월은 몽롱한 정신에 서서히 눈을 떴다. 왠지 모르게 낯선 방은 추소표국에서 자신을 위해 내어준 본인의 방이었으나, 그녀는 이곳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아...."
그간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남자의 방에서 깨어났었다. 자신의 방에 돌아온 것도 벌써 며칠 전일지 모를 정도로, 팽유월은 열락에 흠뻑 빠져있었다.
또 다른 자신의 일면을 발견한 것에, 마치 무공을 배우던 시절이 떠올라 미쳐있었다.
"이런 몸이 되어버리면...어?"
팽유월은 단전에서 천천히 내공을 끌어올렸다. 기의 흐름은 막혀있던 혈이 뚫린 것처럼 시원하게 몸 안을 움직였고 막힘이 없었다. 몸 전체를 아우르는 내공에 팽유월은 허탈하게 웃었다.
"여인이 되고 나서야 다음 경지에 오르다니...."
세상 이런 일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팽유월은 침대 위에서 운기조식의 자세를 취하며 내공을 갈무리하려고 했다.
그녀의 몸은 땀 하나 없이 말끔했고, 소복이 입혀져 있었다. 팽유월은 슬그머니 미소를 지으며 기를 몸에 돌렸다.
"후우, 이걸로 나도 이제 일류를...."
"아가씨! 큰일입니다!"
기를 전부 가다듬기 무섭게 팽가의 무사가 허겁지겁 안으로 들어왔다. 팽유월은 실눈을 떠 무사를 나무랐다.
"큰일도 정도가 있지, 어딜 방에 함부로-"
"전각에 불이 났습니다! 소국주가 있는 방에서요!"
"!!"
팽유월은 급히 몸을 날려 방을 빠져나왔다. 장원 안에 있는 호수를 뛰어넘는 그녀는 야밤에 활활 타오르는 화마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
화륵, 화르륵.
하인들은 열심히 저택에 물을 뿌리며 불을 잡으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불길은 지독하리만큼 건물을 태우며 사람의 진입을 막았고, 불길은 아침 해가 뜨고 나서야 표국의 절반을 불태우고 사그라들었다.
푸스스스.
팽유월은 자신의 소복이 검게 그을리는 것조차 모른 채, 전소된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 아아아...!"
인명피해, 단 한 명.
소국주, 추소광의 방 안에는 불 탄 시신 하나가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어?"
불에 타죽은 그의 양물은, 이상하리만큼 작았다.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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