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11화 (11/568)

--------------------

팽유월

팽유월은 어렸을 적, 가문의 남녀가 정사를 나누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 아아, 상공! 더, 더 세게!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어머니가, 부친을 상대로 보인 헐떡이는 모습에 처음에는 병에 걸린 줄 알았다. 무언가 병을 고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고, 앓는 소리를 내며 죽어가는 모친이 안쓰러웠다.

- 엄마, 아빠는 왜 엄마를 죽이려고 하는 거야?

- 그, 그게 무슨 소리니?

- 그치만 엄마...어제 밤에 나 죽는다고....

- 그건 다르다.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이제 너도 곧 성인이 될 몸. 알려주도록 하마.

팽유월은 성에 대해서 배웠다.

- 한 번 몸을 허락한 지아비에게 충성을 다하여야 한다. 그것이 이 가문의 여인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니라.

무가의 여식이지만 어려서부터 다른 세가의 후기지수, 또는 유력자의 자제와 혼인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팽유월은 무공보다 아녀자가 가져야 할 예의범절에 대해 익혔다.

- 네 몸은 평생 네 지아비의 것이다.

그렇게 배웠고, 그녀는 지아비를 맞이했다. 추소광이라는 더럽고 역겹기 그지없는 남자는 자신을 강제로 범하려고 마공까지 사용하며 수작을 부렸다.

죽여야 한다.

죽여야 하는데.

"앙, 하흥, 흐으윽...!"

신음을 참으려고 해도 참을 수 없다. 안을 찌르고 들어오는 양물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 남자 양물 따위, 손가락 수준이에요! 기껏해야 창대 수준이라고요!

돌아가는 즉시 하인에게 경을 칠 것이다. 이게 무슨 손가락인가. 이게 무슨 창대 수준인가.

곤봉, 아니 불방망이라고 해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일부러 불이라도 지른 것처럼 뜨거운 남근은 자신의 안을 거칠게 찌르고 들어왔다가 안쪽을 긁으며 빠져나갔다.

"아하악!"

휘어진 부분이 안을 쑤실 때마다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것이 춘약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팽유월 스스로 알고 있었다.

"후우, 후우."

거친 신음을 토해내는 남자의 열기에 자신은 몇 번이고 가버렸다는 걸. 안쪽에 남자의 증거를 토해낸 이후에도 남자는 양물을 빼지 않았다.

한 번 사정하고 나면 혈기가 가라앉는다던데, 이 남자는 도대체 혈기가 가라앉기는 커녕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흐어, 씁, 맛있네. 평생 나만 취하고 싶은 몸이로다."

남자의 저속한 말은 점점 팽유월의 몸을 옥죄어갔다. 이토록 열렬히 자신을 원하는 이가 있었던가? 가문 안에서도 병풍에 지나지 않았던, 가주의 목숨을 위해 팔려 온 것이나 마찬가지인 여인을 상대로 자신을 이렇게 증명한 남자가 있었던가?

'아니야, 유월아! 저 놈은 마공의 보유자야! 너를 뒤에서 때리고 강제로 묶은 남자라고!'

흔들리는 자신을 다잡으며 팽유월은 이를 악물었다. 아래에서부터 차오르는 절정의 쾌감 때문에 이는 바들바들 떨렸지만, 남자는 자신이 신음을 흘릴 때마다 더욱 거칠게 물건을 찔렀다.

마치, 자신이 팽가의 고수라도 되는 것 마냥.

'어?'

찌걱, 찌걱찌걱.

몸 안을 파고드는 양물은 일정한 박자를 가지고 있었다. 호쾌하게 찌르는 척하면서 변화를 주고, 우직하게 앞뒤로 박고 빼는 움직임은 팽가의 무공을 닮아있었다.

'그럴 리가.'

착각일 것이다. 남근으로 무공을 펼치는 남자라니. 고작 양물로 여인을 취하는데 무공의 묘리를 펼치는 남자라니. 그건 무공에 대한 모욕이며, 있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그러나.

"아, 하응, 하아...."

그런 느낌이 가히 싫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몸 안에서 차오르는 정체불명의 감각이 일깨워지는 것을 계기로, 이미 팽유월은 무인이기 이전에 여인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제 예전처럼 못 돌아가.'

팽유월은 마음속 깊이 패배를 시인했다. 이것은 춘약 때문이다. 이것은 모두 저 남자의 사술과 마공 때문이다.

"아, 아아앙, 하아아앙!!"

스스로 그렇게 되뇌이며, 남자가 이미 자신의 점혈과 구속을 풀었음에도 팽유월은 형틀에 묶여 스스로 교접의 열락을 즐겼다.

* * *

찌르르.

산새의 노랫소리가 창고 안에 울려 퍼진다. 창고는 환기가 잘 안 되어 남녀의 진한 흔적으로 가득했고, 나는 형틀에서 풀려나 푹신한 이부자리 위에 누운 팽유월의 나신을 쓸었다.

"꺼억."

팽유월의 음부는 벌겋게 부어있었다. 누군가 어찌나 쑤셔댔는지 몰라도 처녀를 저런 식으로 만들다니, 이 얼마나 못된 자란 말인가?

'중간부터는 자기가 좋다고 허리 흔들던데.'

적당히 쾌락에 떨어졌다 싶어, 형틀에서 정상위로 박는 체위에서 슬슬 바꾸고 싶었던 나머지 점혈을 풀었다. 그리고 족쇄와 구속도 풀었더니, 이제는 스스로 팔로 나를 안고 다리를 허리에 휘감으며 달라붙는 게 아닌가?

'역체변용술 풀릴 뻔했네. 씁.'

팔다리로 내공살을 쥐어뜯는 바람에 나는 그녀를 내려놓고자 더 거칠게 쑤셔 박았다. 결국 절정의 끝자락에 달한 팽유월은 혀까지 밖으로 내밀며 기절했고, 그녀는 내가 자신의 안에 세 번을 싸고 나서야 나를 풀어주었다.

'더 하면 죽겠지?'

아직 나는 한참 더 할 수 있지만, 원래 과식을 하면 몸이 망가지는 법이다. 오늘만 때가 있는 것도 아니니, 나는 팽유월의 옆에서 연초를 태우며 그녀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기다렸다.

'그나저나 이 녀석, 정말 대단하긴 대단하구나.'

질내도 대단하지만 역시 무림인으로서 가진 가능성은 천하백대고수의 반열에 이를 수 있는 몸이었다. 골반 부위에 막혀있던 혈맥을 풀어준다면, 지금부터 무공을 본격적으로 익혀도 일 년 안에 일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골반...앗."

나는 또 다른 깨달음을 얻었다. 왜 팽유월이 어린 시절에는 잠잠하다가 나이를 먹고 나서야 이름을 날리게 되었는지 알아버리고 말았다.

'임신을 한 여인은 출산하며 몸과 기맥이 뒤틀리지.'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무림인으로서 성장이 막히거나 다시 내공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팽유월에게는 아이를 낳는 것이 그녀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되는 셈이었다.

"어쩐지 임신하고 싶어서 난리도 아니더니."

몸이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듯했다. 자신이 남자의 씨를 받아 아이를 가져야만 현 단계에서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음을. 나는 그녀가 다리로 휘감은 덕분에 흐트러진 내공살을 다시 조정했고, 그녀의 가슴을 톡톡 건드리며 잠에서 일깨웠다.

"여긴...."

"정신이 드냐?"

"아...."

팽유월은 나를 바라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하지만 아직도 굳건하게 고개를 든 내 하초를 보자마자 눈에 힘이 풀렸다. 참으로 알기 쉽다는 생각과 함께, 나는 그녀의 옆에서 몸을 일으켰다.

"옷을 챙겨 입어라."

나는 창고에서 옷감을 하나 챙겨 팽유월에게 던졌다. 알몸에 흐트러진 얼굴의 팽유월은 정신을 차리고 한참 나를 노려보다가 옷을 붙잡았다.

"당신은...뭐죠?"

"당신? 가가나 상공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게 지아비에게 할 소리냐? 흐흐, 그래도 당신이라는 말도 썩 나쁘지는 않군."

"읏…."

팽유월은 얼굴을 붉히며 옷을 여몄다. 젖었던 속옷은 내가 이미 강물에 세탁하여 깨끗해졌고, 웃옷은 찢어졌던 것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물건이었다.

땀으로 흠뻑 젖어있던 몸도 내가 말끔하게 닦아냈으니, 그녀의 몸에 남은 흔적은 뱃속에 한가득 들어간 나의 정액뿐이었다.

"오늘로 백년지약의 시작이다. 마음에 드느냐?"

"......."

첫 경험이 춘약으로 범한다는 것만 아니었다면, 팽유월도 지금보다 훨씬 더 고분고분해졌을 것이다. 붉어진 얼굴은 분명 굴욕의 수치심이 아니라, 여인이 된 것에 따른 열락의 흔적이었다.

"그래, 그래. 이걸 줘야지."

나는 함에 고이 보관된 얇은 옥가락지 하나를 꺼내 들어 팽유월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내가 무릎을 꿇는 것에 눈을 크게 떴다.

"팽유월. 손."

"........"

머뭇거리던 팽유월은 내게 오른손을 건넸다. 나는 그녀의 왼손을 잡아당겨 반듯하게 세워 만들었다.

"나의 아이를 낳아라."

"...마공을 쓰는 자의 아이를 낳으라고요?"

'씨발.'

추소광 개새끼. 그냥 뒤만 후렸어도 '내가 그런 걸 해보고 싶어서'하는 미친놈으로 얼버무릴 수 있었는데, 마공까지 썼으니 빼도 박도 못하게 생겼다.

변명, 변명 거리가 필요하다. 당장 이 순간을 모면할 변명이.

"마공? 흐흐. 마공이 아니다. 우리 가문의 독문무공이지."

"그럼 그 마기는 뭐죠?!"

"착각한 것이지. 내가 너무 겁을 줘서 그런가? 크흐흐. 그렇다면 미안하군. 내 여자와의 첫 경험은 나도 색다르게 해보고 싶어서 말이야."

"미친...."

입으로는 나를 경멸하지만 팽유월의 독기는 점점 잦아들었다. 긴가민가하는 눈빛으로 쓰레기 바라보듯 노려봤으나, 분명 이전과는 달랐다.

"어떻게, 여인을, 그런 식으로...."

그녀의 시선은 연신 나의 아랫도리를 흘겼다. 뒤를 습격하고 강제로 형틀에 묶어, 처녀를 빼앗은 남자에 대한 눈빛은 분명 아니었다.

"...아무것도 아녜요."

약물 강간에 준하는 짓을 저질렀음에도, 팽유월은 남근에 푹 빠져버린 것이다.

"하, 하나만 물어보겠어요."

"다음부터는 그런 거 말하지 말고 그냥 물어봐."

"이렇게까지 하면서 저를 안고 싶었나요?"

"......."

나는 연초를 끄고 몸을 일으켰다. 죽은 추소광에게 묻는다면 당연한 대답이었다.

"돌아가자. 옷을 여며라."

대답은 등으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답이라면, 입 밖으로 내밀 필요는 없었다.

저벅, 저벅, 저벅.

세 걸음을 나선 순간.

팽유월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뒤따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첫 경험의 반동 때문인지, 그녀는 다리를 절며 힘겹게 걸었다.

"내 팔을 잡아라."

"읏."

"그렇게 걸어서야 어디 해 떨어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느냐?"

"집.... 아, 천환단!"

내 팔을 잡으려던 팽유월은 비명을 지르듯 내게 따지려 들었다.

"천환단은 어디있어요?! 내 정신 좀 봐...! 천환단!!"

"여기."

나는 그녀의 가슴골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무언가를 꺼내는 듯한 흉내를 냈다. 당연히 내 손에는 천환단이 들려있었다. 단환 주제에 태극 모양으로 빚어진 외형에 푸른 기운이 넘실거리는 물건이.

"집안의 큰 어른께 드릴 물건인데, 설마 내가 도적이 들 수 있는 위험한 곳에 놔뒀겠는가?"

나는 내 안주머니에 천환단을 집어넣었다.

"흐흐, 그대가 나의 여인이 된 기념이다. 내일, 팽가의 무사들에게 행장을 꾸미도록 하겠다."

"그, 그건 설마?"

"팽유월."

나는 그녀의 허리를 휘감고 얼굴을 가까이했다. 팽유월은 놀라서 고개를 뒤로 젖히며 나를 명백히 꺼렸지만, 하복부에 닿는 내 물건에 움찔거리며 내 눈치만 살살 볼 뿐이었다.

"난 약속을 지키는 남자다. 너는?"

"......."

팽유월은 내 눈치만 보며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머뭇거리는 눈빛만으로도 대답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녀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복잡한 상황을 받아들일 시간이.

"천천히 생각해라. 가자."

"네...읏, 자, 잠깐만요."

팽유월은 내게서 손을 놓고, 얼굴을 푹 숙이며 강가를 가리켰다.

"자, 잠깐...!"

"그래. 다녀와라."

팽유월은 쏜살같이 강가로 몸을 숨겼다. 나는 그녀에게서 풍겨오는 나의 진한 냄새에 입꼬리가 절로 비틀렸다.

"방에 돌아가면 계속해야지."

* * *

질컥, 찌걱.

"흐으읏...."

팽유월은 자신의 비부에 손을 집어넣었다. 강물에 쪼그려 앉아, 속옷을 당겨 물에 젖은 손으로 자신의 음부 속을 적셔야 했다.

"으으으...자꾸 흘러나와."

팽유월의 손에는 남자의 끈적한 흔적으로 가득했다. 비릿한 냄새는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뱃속에 남아있어서 그런지 열기까지 여전히 남아있었다. 자칫 이대로 걸어갔다가는 속옷이 남자의 정액으로 축축하게 젖어버릴 게 분명했다.

"......."

찌걱. 팽유월은 자신의 고운 손가락을 두 개 집어넣었다. 그리고 기억 속의 크기를 가늠했다.

"부족...해?"

팽유월은 조심스레 손가락을 하나 더 집어넣었다. 검지부터 약지까지 하나로 뭉쳐 밀어 넣고 나서야 남자의 양물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어, 어떻게."

어떻게 그런 거대한 것이 자신의 몸속을 드나들었단 말인가. 팽유월은 얼굴이 붉어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앞으로도 이걸 계속하는 거겠지?"

이미 돌이킬 수 없다. 한 번 몸으로 받아들인 남자는 지아비가 되어야 한다. 팽유월은 그렇게 배워왔고, 그게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남자의 여인, 그게 팽유월의 운명이었다.

"......."

이대로 끝나기만 할 운명일까? 팽유월은 절정의 쾌락 속에서, 남자에게 결합한 상태에서 꿈을 꿨다. 팽가의 보검을 휘두르며, 오호단문도의 초식으로 마교의 졸개들을 호탕하게 물리치는 여걸의 모습을.

"......풉."

그런 고수가 되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으리라. 허탈하게 뒤를 얻어맞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첫 경험을 형틀에 묶여 범해지는 것처럼 당하는 일도 없었으리라.

"그 사람, 취향 한 번 고약하네.... 하아. 앞으로도 계속 이래야 하는 거야? ...나쁘지는 않네. 그래도 이왕이면 좀 더 거칠게...하아."

팽유월은 손을 강물에 씻고 몸을 일으켰다. 아무리 긁어내도 전부 다 빼내지 못할 것 같아, 팽유월은 물기 젖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매만졌다.

"......어? 나, 지금...?"

찌걱.

"나, 혹시, 설마...?"

팽유월은 자신의 몸속에 자리 잡은 남자의 존재를 다시 한번 느끼고 말았다.

[작품후기]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