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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6화 〉네가 왜 여기서 나와? (3) (116/124)



〈 116화 〉네가 왜 여기서 나와? (3)

116화.

“A등급에 해당하는 철갑 던전이네. 정확한 이름이 있는  아니네만 탐사팀이 임시로 붙인 이름은 현무 던전이라고 하더군.”
“현무 던전이요?”

현무라고 하면 그 사방신의 현무를 말하는 건가?
그리 생각하며 묻자 협회장이 허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생각하는  현무가 맞네. 그렇다고 정말 상상 속의 현무처럼 강한 던전은 아니고, 던전의 구조나 외형이 현무와 비슷하다하여 붙은 이름이지. 사실상 거북이에 가깝다고 보면 편할 걸세.”
“으음……”

솔직히 설명만 들어서는 잘 모르겠다.
현무면 현무고 아니면 아닌 거지 무슨 설명이 저리 복잡하단 말인가. 거북이 같은 던전이 대체  뜻하는지 아리송할 따름이었다.

상념에 젖어있는데 가만히 얘기를 듣던 백보아가 불쑥 끼어들었다.

“요컨대 겉바속촉이라는 건가요?”
“겉바…속촉? 그게 무엇인가?”
“다른 말로는 외강내유라고도 하죠.”
“……”

그게 어떻게 같은 말인가 싶지만,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분하지만 덕분에 어떤 던전인지 이해가 되기도 했으니 말이다.

“안에서 공략하는 던전인가보네요.”
“그 말대로네.”

한숨을 내쉰 최종택이 툭 내뱉은 말에 협회장이 수긍했다.

“게이트의 형식으로 드러나는 일반적인 던전과 달리, 산봉우리에 생긴 던전으로 입장하자마자 무언가의 입안으로 들어간다고 하더군.”
“입안으로요?”
“던전 자체가 몬스터의 몸 안인 것이지.”
“호오…”

최종택이 감탄어린 탄성을 냈다.
일반적인 필드타입의 던전과 달리 몬스터의 내부에서 공략하는 던전이라니, 마치 예전에 즐겨하던 게임을 보는 것 같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몬스터의 몸안에 들어간다는 게 께름칙하면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한데 생각해보니 의문이었다.

‘그런데 왜 거북이지?’

몬스터의몸 안에 들어가는  그렇다쳐도 어찌 거북이라 칭한단 말인가.
그에 대한 답은 생각보다 금방 얻을 수 있었다.

“탐사팀중에 거북이에 관심이 매우 많은 친구가 있는데 내부의 구조가  거북이의 그것과 같다더군. 지나치게 큰 내부 때문에 현무라고 붙인 모양이야.”
“그게 뭐야. 그냥 멋있어서 붙인 거네여?”

피식 웃는 아리아의 말에 최종택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음, 간지는 인정이지.’

다른  몰라도 멋에 죽고 사는 게 남자 아니겠는가.
누구인진 몰라도 자신과 비견되는 네이밍 센스가 따로 없었다.

그 후로 들은 설명은 간단했다.
우선 처음 입장시 식도나 기도를 통해 들어가 위나 폐에 도착하게 된다. 어디로 입장하느냐에 따라 이동방향이 다른데 핵심은 동일했다.

“거대 몬스터의 몸에 핵심적으로 작용하는 핵을 보호하는 방이   있는데 그곳에 들어가 핵들을 모두 처치하고나면 몬스터가 죽으며 던전이 클리어된다네.”

실제 거북이로 치면 우심방이나 심실 등에 해당하는 곳.
작동하지 않으면 생명에 큰 지장이 생길 법한 곳들에 핵이 있고 그곳을 지키는 중간보스들이 있다고 한다.

보스가 아닌 중간보스라 여기는 이유는 간단했다.

“개채마다 최소 B+등급 이상의 보스 몬스터 수준이라고 들었네. 마력의 양이 A등급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걸 생각하면…… 보스 몬스터가 따로 있다는 소리겠지.”
“흐음…”

던전의 총 마력양에 비해 보스들의 수준이 형편없었으니까.
비록 던전 전체를 샅샅이 뒤져보진 못했지만, 대부분의 곳을 파악했음에도 보스 몬스터로 추정되는 놈은 찾을 수 없다한다.

이쯤에서 유추할 수 있는  하나였다.

“일정 이상의 핵을 부수면 보스가 나오는 걸 수도 있겠네요.”
“이를 테면 중간보스를 모두 잡아야 나오는 구조네요.”

가설이긴 하나 제법 신빙성 있는 추론이었다.
그 의견에 동의하는지 백보아의 대답을 선두로 아리아와 예나, 그리고 한지수까지 차례대로 고개를 끄덕거린다.

현무 던전과 같은 철갑 던전들이 보통 그런 구조였으니까.
물론 그중에서도 이번 던전이 유독 특수했다.

‘이런 던전이면 보상도 좋을 것 같은데… 값어치가 상당했겠는데?’

이런 걸 선뜻 양보했다라…
사신 길드가 5대 길드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길드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욱 배포가 크다.
이 정도면 제아무리 5대 길드라도 희귀한 편일텐데 말이다.

물론 그만큼 사신 길드에서 최종택을 신경 쓰고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최대 유망주인 한지수까지 보내가며 관심을 끌고 있으니까.

‘그 아이가 이 정도의 관심을 보이는 건 처음보는군.’

그 사실이 적잖은 충격이었는지 협회장이 묘한 표정으로 최종택을 바라봤다.
사신 이설이 누구인가.
역대 최강의 재능을 가진 헌터이자 대한민국에 둘 밖에 없는 하이랭커다. 그런 그녀인만큼 눈이 지나치게 높은 게 흠이었건만.

역설적이게도 그렇기에 이설이 더욱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확실한 이레귤러의 등장이니…’

최종택, 그는 사신 이설이 받았던 칭호와 길을 그대로 걷고 있었으니까. 아니, 오히려 그 이상을 해내고 있다.
이게 무슨 뜻인지는 당사자였던 그녀가 가장 잘 알테지.

‘이번 던전도 하나의 테스트 목적이 있겠군.’

그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것과 함께, 정말 자신이  대로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한 투자.
일종의 미끼였다.
운 좋게 걸리면 영입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을 테니.

‘껄껄, 소문만으로는 못 믿겠다는 게지.’

사실 협회장도 궁금하긴 했다.
과연 저 남자는 그 짧은 시간동안 또 얼마나 성장했을지. 그리고 이번 던전까지 클리어했을  헌터들이 또 얼마나 그에게 집중할지 말이다.

“브리핑은  정도일세. 그럼 어떻게 하겠는가? 원한다면 당장 던전에 들어갈 수도 있네만. 합을 맞추길 원한다면 얼마든지 미룰 수도 있네.”

그렇기에 협회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끝마쳤다.
그에 모두의 시선이 최종택을 향한다.

신기한 일이었다.

그 상처가 많던 백보아도 신뢰어린 눈으로 최종택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
능력이 좋지만 FM이 강하던 예나도 순순히 그의 답을 기다리며 말량광이 손녀인 아리아도 그에게 모든  맡기고 있었다.

심지어 한지수라는 여인마저 흥미롭게 그를 보고 있으니.

순식간에 모두의 마음을 훔치고 리더 자리에 서 있는 최종택이 꼭 소싯적 자신의 모습을 보는  같아 그저 흐뭇했다.
그리고 그런 최종택이  대답 또한 정해져있었다.

“남자는 빼지 않는 법이죠.”

씨익웃은 그가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답했다.

“당장 가겠습니다.”

최종택, 그가 첫 철갑 던전에 입장하는 순간이었다.

-

그 후로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협회장의 연락 한 통에 순식간에 지원팀이 모였고, 정신을 차렸을  산봉우리 앞에 도착해있었다.

"와…"
"장난 없긴 하네요."
"대박이다, 진짜."

최종택의 감탄사에 백보아와 한지수도 맞장구를 쳤다.
예나도 말을 하지 않았을 뿐 놀라긴 매한가지인지 눈이 동그래져있었고, 아리아는 기절하기 직전인 사람처럼 아주 기겁을 하고 있다.

그도 그럴게 위압감이 진짜 장난이 아니다.
거대한 산봉우리를 엮듯이 서클을 이루고 있는 금빛 게이트를 보고도 멀쩡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일반적인 필드 던전과 달리 철갑 던전의 경우 게이트도 특색있다고 듣긴 했는데…

'이건 진짜 상상이상인데?'

단순히 포스로만 보면 S등급 던전에 밀리지 않는다. 물론게이트 너머로 전해지는 마력량으로 보면 한없이 부족하긴 하지만.

'이 정도면 테스트하기 딱 좋겠네.'

한지수의 능력도 궁금하고, 이재희와 맞먹던 그녀들의 힘도 궁금했다.
마음 같아선 당장 들어가고 싶지만 꾹 참아냈다.
혹시나 던전에 이상이 있을 일을 대비하여 지원팀이 각종 첨단측정기계를 사용하여 살펴보고 있었으니까.

철갑 던전인 만큼 평소보다 더 철저한 검토.
자연스레 지체된 시간만큼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빨리 확인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여자들은 그녀들 나름대로 심각했다.
서로의 눈치를 살피는 시선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이 여자… 저 변태랑 많이 친한가?'
'흐응… 이 여자는 또 누구죠? 종택 씨가 저희 말고 아는 여자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사신 길드의 한지수. 요즘 핫한 헌터이자 A등급 승급시험 1등. 이렇게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아리아는 약간의 질투를, 백보아는 흥미로움과 약간의 경계심을, 그리고 예나는 분석적인 시선으로 한지수를 훑었다.
1초도   걸리는 빠른 스캔.
그녀들이 나름대로 판단을 하고 있는 동안 한지수도 그녀들을 스캔하고 있었다.

'종택이의 동료들이구나. 길드장님이 주의하라한 사람들…'

그중 둘은 익숙한 얼굴이었으나 한 명은 처음보는 얼굴이었다.
저들 중 가장 무명이라는 뜻.
한데 신기한 건 그럼에도 저중에서 가장 눈에 띈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가장 평범한 흑발임에도 특별하게 느껴지는 분위기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성스러우면서도 요염한 색기가 있는 게 전형적인 구미호 상이었다.

'우와… 길드장님만큼 이쁜 사람은 처음봐.'

길드장님이 눈보라치는 절벽 위에 고고하게 핀 얼음꽃과 같다면, 저 여자는 하얀 눈을 붉게 물든 장미 같았다.

'성녀복에 가터벨트라니…'

특히 복장이 워낙 파격적이라 여러의미로 컬쳐쇼크였다.
멍하니 바라보는데 눈이 마주친 백보아가 눈을 끔뻑이더니 요염하게 접는다. 같은 여자임에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모습에 한지수가 슬쩍 시선을 피했다.

'다들 예쁘다. 종택이 인기 많구나.'

백보아가 워낙 독보적이라 그렇지 아리아나 예나도 꿇리지 않는 미모였다.
그녀가 분위기로 압살한다면 아리아는 독보적인 몸매랄까. 몸매로 유명한 헌터들과 비교해도 아리아가 한 수 위인 느낌이다.
예나의 경우도 도도한 얼굴과 걸맞는 슬랜더 몸매가 잘 어울리고.

'흐음. 뭔가 괘씸하네. 누군 민폐일까봐 연락도 안 했는데… 이런 여자들 사이에서 있었단 말이지?'

순간 저도 모르게 입술을 빼죽이던 그녀가 이내 표정을 가다듬었다.

'…흠흠,  종택이랑 나는 사귀는 사이가 아니니까.'

병원에서 잊지못할 추억을 쌓긴 했지만, 결국 사귀지는 않았으니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너무 뛰어난 종택이에게 민폐일까 싶어 연락은 안 한 것도 자신이고.
길드장님도 관계를 잘 유지하라했으니 이렇게 친구로 남는 게 서로에게 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좀 얄밉긴 하네.'

입술을 뽀루퉁하게 내밀며 최종택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확인 끝냈는데 아무 이상 없습니다. 던전에 들어가셔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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