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화 〉진(眞) 아리아 (5)
112화
그리고 그건 아리아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찗꺽찗꺽찗꺽찗꺽
퍽.퍽.퍽.퍽.퍽
"하아… 하아…"
체중을 완전히 팔에 실은 상태로 허리를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게 떡방아가 따로 없다. 볼을 짓누르는 가슴을 느끼며 유두를 혀로 핥자 그녀가 몸을 떨며 떨어진다.
그래봤자 여전히 매달린 채 들려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얼굴에서 가슴이 떨어진다는 건 사뭇 아쉬운 일이었다.
"하으윽! 거기 좋아요."
…아니, 그거 취소다.
눈앞에서 격한 움직임에 맞춰 파도처럼 일렁이는 가슴을 보니 이건 이것대로 절경이었다. 그에 감탄했는지 고추에서도 눈물을 찔끔 흘리는 게 느껴졌다.
문제는 나오는 게 눈물만이 아니라는 거다.
'하마터면 쌀 뻔했네.'
방심하면 훅 간다는 게 딱 지금의 상황을 두고 하는 게 아닐까. 당장이라도 뿜어낼 준비를 마치다 못해 부풀어오른 전립선을 느끼며 최종택이 눈을 질끈 감았다.
"나 맛있어요?"
"…어, 존나 맛있어."
"누가 제일 맛있어요? 제가 제일 맛있죠?"
그게 지금 뭐가 중요하니.
아웃백이나 빕스나 다 똑같은 고급 음식점이고 스테이크이거늘. 하나 아리아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어? 대답 안 해요? 나 또 삐진다?"
눈매가 가늘어져서 귀여운 협박을 하는 걸 보면. 피식 웃은 최종택이 열심히 허리를 흔들며 물었다.
"삐지면 어떻게 되는데?"
"바로 고추 뺄 건데요."
"아…"
그건 좀.
아리아가 정말 그럴 위인인가 싶어서 쳐다보니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던 골반이 멈춘다. 동시에 그녀의 표정도 진지해졌다.
저 녀석이 저럴 정도면 진심인 거다.
"그러니까 빨리 대답… 하윽!?"
하지만 최종택도 섹스에서만큼은 그 누구보다 진심이었다.
시간차로 강하게 물건을 박자 아리아의 허리가 활처럼 크게 휘었다.
예상치 못한 공격이 크리티컬로 들어왔는지 고개를 쳐들고 몸을 부르르 떨던 그녀가 힐난하듯 노려보았다.
"우씨, 자꾸 이러기에요?""그래서 싫어?"
"…몰라요. 하윽. 저 갈 거 같으니까 빨리 싸기나 해요."
아무래도 아리아와 속궁합 하나는 찰떡인 것 같다.
마침 최종택도 슬슬 한계였으니까.
당장이라도 나올 것 같은 걸 참느라 평소보다 더욱 부풀어있는 귀두가 어서 싸라며 재촉하는 것 같다.
"싼다…!"
"하아아아앙!"
온몸을 쥐어짜듯 달린 마지막 스퍼트.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다 물건을 깊숙히 박아넣자 아리아가 허리를 휘며 몸을 부르르 떨며 신음을 토해낸다.
꿀렁꿀렁.
"하아, 하아…"
"흐아아… 안에 잔뜩……"
한데 그 양이 너무 많다.
자박꼼의 능력 때문인지 정력이 원체 뛰어난 건지 아주 영혼까지 끌어서 토해낸다. 거짓말이 아니라 벌써 몇 초나 나오고 있다.
이 정도 양이면 콘돔을 껴도 넘치지 않을까?
아니나 다를까.
아리아도 모두 받아내지 못했는지 뽀찌 밖으로 흘러나온 하얀 액체가 둔부를 타고 흘러내린다.
"하아, 하아…"
그러거나 말거나 가쁜 숨을 내쉬느라 바쁜 아리아를 보며 최종택이 침을 꿀꺽 삼켰다.
'얘가 원래 이렇게 꼴릿하게 생겼었나?'
살짝 풀린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고, 밑에선 하얀 액체가 줄줄 흘러내리는 모습이 상당히 야릇했다.
잔뜩 붉어진 게 꼭 잘 익은 열매 같달까.
띠링-
[풀발이 발동되었습니다.]
남자의 욕구를 자극하는 모습에 죽어가던 똘똘이에 힘이 들어갔다.
더 이상 그녀는 이전의 피카츄가 아니었다. 보는 것만으로 성욕을 자극하는 옴므파탈 섹시미녀일 뿐.
'바로 한 번 더 할까?'
뇌가 좆으로 이루어진 그답게 곧장 실천으로 옮기려했으나 아쉽게도 생각으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된 거니까 그만 말하고 이제 그만 일어나자. 아빠가 자꾸 언제오냐고 재촉한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그런데 아직도 통금 있어?"
"몰라, 내가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애인 줄 안다니까. 빨리 독립하던가 해야지."
벤치에 앉아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던 여자들이 일어난 것이다.
절로 퍼뜩 정신이 돌아온다.
'지금 이대로 있을 때가 아니었잖아?!'
지금 최종택이 있는 곳은 정확히 공원 속에 있는 나무 뒤다. 그 앞에 벤치가 있는데 나가는 길로 돌아가려면 이쪽으로 가야 나온다.
즉, 이대로 가다간 들킬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지, 지금 이쪽으로 오는 거예욧?"
같은 판단을 내렸는지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풀어져있던 그녀가 번뜩 몸을 일으키더니 다급한 소리를 냈다.
"어, 어떡해요?
"그, 그러게…"
하지만 최종택이라고 방법이 있겠는가.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자 답답했는지 아리아가 옷을 주섬이며 작게 아우성을 냈다.
"이씨, 그니까 안에 들어가서 하자했잖아욧. 얼른 옷부터 입어요!"
그러며 서둘러 옷을 입는 모습에 최종택도 덩달아 바지 지퍼를 채웠다. 헌터라 반응속도가 빠른 건지 그 속도마저 일반인과는 궤가 달랐다.
하나 이미 상황이 늦었던 걸까.
"요즘 월세가 얼마 정도 하나? 보증금 500으로 구할 수 있는 곳이 있어?"
"500이면 혼자 살기엔 충분히 구하지. 어디 쪽 알아보는데?"
아직 상의도 입지 못했는데 여자들이 근처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갈색 단발머리를 한 키가 작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과, 남색 머리를 하고 키가 큰 고양이처럼 도도한 여자였다.
최종택이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수풀에 다소 가려져서 그렇지 저들이 고개만 돌려도 마주칠 수준이었다.
그에 마음이 급해진 최종택이 상황을 확인해보니 아리아는 아직 속옷도 제대로 갖춰입지 못한 상태.
'이, 일단 숨어야돼.'
판단은 빨랐고, 다행히 그녀들이 근처를 지나갔을 때는 엎드려서 몸을 숨길 수 있었다. 꽉 안은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게 느껴진다.
꿀꺽.
터질 듯 요동치는 소리 사이로 섞여 들려오는 소리가 그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이쪽을 보지 말길 바라는 기도하는 것뿐.
그 간절한 기도가 통한 걸까?
그녀들이 떠드는 소리가 조금씩 멀어져갔다. 빼꼼 고개를 돌려보니 거리는 가까워도 이제는 그녀들의 옆모습이 아닌 뒷모습이 보인다.
"후우."
"하아…"
그에 둘이 약속이라도 한 듯 진심을 담은 한숨을 내쉰 순간이었다.
파앗!
"…어어?"
돌연 아리아의 몸에서 은은한 빛이 흐른다 싶더니 이내 주변으로 강렬한 빛을 뿜어냈다. 어두운 주변을 환히 밝힐 정도로 밝은 빛이었다.
마치 LED전등이라도 켠 것 같은 모습.
이국적인 외모나 금발도 그렇고, 환장하는 몸매를 지닌 그녀의 나신이 빛을 내자 신성함마저 느껴질 지경이었다.
'와.'
어찌나 아름다운지 순간 최종택도 상황도 잊고 소리를 칠 정도로. 순간 세상이 멈춘 듯 소리마저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그 기묘한 감각에서 깨어난 건 아리아의 다급한 외침 덕이었다.
"뭐, 뭐죠!? 갑자기 왜 빛이…""아…"
퍼뜩 정신을 차린 최종택의 안색이 심각해졌다.
'설마…'
이 현상을 이전에도 몇 번 본 적이 있던 탓이다.
아니나 다를까, 곧 그의 앞으로 여러 개의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띠링-
[B등급 헌터를 박았습니다!]
[대상과 최초로 진심어린 섹스를 했습니다.]
[능력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
"미친…"
그 이상은 더 볼 것도 없었다.
서서히 빛이 사라져가며 드러난 아리아의 흔들리는 눈이 말해주고 있었으니까.
"이, 이게 다 무슨… 저 갑자기…""알아, 아는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
하필 이럴 때 각성이라니. 그녀에게도 최종택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지금만큼은 최악이라 할 수 있었다.
"뭐, 뭐야 방금… 야, 너도 방금 빛 봤지."
"으, 응… 혹시 몬스터라도 나온 거 아니야?"
뒤에서 뿜어지는 강렬한 빛에 그리 작지 않은 소리에 여자들이 반응했으니까.
바스락-
'아.'
설상가상으로 아리아를 안고 반대쪽으로 숨으려는 찰나 손바닥으로 나뭇잎을 뭉개버렸다.
"바, 방금 뭔가 움직였지."
"으응… 위험한 거 아냐? 신고할까?"
"이, 일단 확인해봐야하지 않을까?"
그에 움찔한 여자들이 조금씩 소리가 들린 곳으로 다가왔고, 거리가 좁혀질수록 최종택과 아리아의 안색이 하얗게 물들었다.
'좆됐다.'
이대로면 들킨다!
자연스레 눈이 마주친 아리아가 울먹이며 입을 움직인다.
'어, 어떡해요! 어떻게 좀 해봐욧! 흐아앙.'
'젠장, 숨을 곳이 없어.'
아무리 둘러봐도 안전한 곳은 없었다. 애초에 사각지대라는 게 없는 위치이니 어딜 가도 발각될 게 뻔했다.
오히려 움직이며 더 눈에 띌 확률이 높으리라.
'잠깐… 안전? 어?'
그 순간이었다.
기가 막힌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 건.
"그냥 들어가자. 불안해."
"잠깐만 보고 오자. 근처에 게이트가 열린 적도 없었고,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도망치면 되잖아."
"으음… 알았어…"
여자들이 결정을 내린 것도 그때였다.
불안하다는 듯 어깨를 움츠린 채 두손을 모으고 있는 갈색 단발 여자와, 그런 여자 옆에서 움찔거리며 다가오는 남색 긴발 여자.
'이, 이봐요? 바로 앞까지 왔는…!'
지척까지 온 그녀들을 보며 아리아가 다급하게 입을 꼼지락대는 순간.
화악!
여자들이 수풀 너머로 들어왔고, 이내 아리아와 남색 긴발 여자의 눈이 마주쳤다.
아니, 정확히는 아리아만 그녀를 마주친 듯했다.
돌처럼 굳어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는 아리아에 비해 그녀는 태연하게 고개를 돌리고 있었으니까.
'아… 끝났다.'
하나 그것도 머지않은 일이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는 건 정해진 수순이고, 아무리 그녀라도 이 짧은 시간 안에 피할 방도는 없었으니까.
그 광경을 두 눈 뜨고 볼 수 없었던 아리아가 이내 눈을 질끈 감았다.
캄캄한 시야가 꼭 제 미래 같았다.
이제 자신은 어떻게 되는 걸까, 협회장 손녀 xx아양, 야외 섹스를 즐기다 걸려… 이런 기사가 올라오진 않을까.
'할아버지… 한스, 미안해요. 저는 먼저 가볼게요.'
불과 눈이 마주치고 0.1초는 될까 싶은 동안 온갖 상상이 머리를 헤집었다.
뭐가 됐든 인생이 끝났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
"안전구멍!"
옆에서 들려온 작은 목소리와 함께 무언가 이질적인 감각이 느껴졌다.
몸이 붕 뜨는 듯한 감각.
그에 약간의 멀미가 느껴진다 싶더니 이내 알 수 없는 검은 구멍이 최종택과 아리아를 흡입하듯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