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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9화 〉진(眞) 아리아 (2) (109/124)



〈 109화 〉진(眞) 아리아 (2)

109화

슬슬 졸려서 잠에 들려는데 누군가의 호통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 그에 슬쩍 눈을 뜨자 잘생긴 얼굴이 보였다.
자신의 양 어깨를 잡고 소리치고 있는 남자를 보며 아리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라? 말미잘씨? 여긴 웬일이래요?”
“…말미잘은 또 뭐야?”
“헤헤, 말미잘이 말미잘이죠. 그런데 왜 여기있지? 이상하네… 꿈인가.”

실실 웃으며 말하던 아리아가 이내 그의 품에 안겼다.
포근한 향기와 함께 묘하게 비릿한 밤꽃향이 섞여온다. 언제나와 같은 냄새에 그녀가 이상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꿈 치고는 되게 현실적이네…”
“너 취했냐? 꿈 아니니까 정신 차려.”
“…에?”

그에 멈칫하던 아리아가 번뜩 정신을 차리곤 최종택을 밀쳐냈다.


“뭐, 뭐야. 왜 여기있어요? 설마 나 미행했어요?”


위치를 알려준 적도 없는데 왔으니 실로 타당한 추론이었으나, 최종택은  들을  들었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뭐라는 거야. 네가 알려줬잖아.”
“…제가요? 언제요?”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반응에 최종택이 한숨을 내쉬며 휴대폰 화면을 들이밀었다.
화면에 보이는 건 채팅방이었다.
그녀와 최종택이 주고받았던 내용이었는데, 거기엔 아리아가 기억하지도 못하는 내용들이 다수 섞여있었다.


(지도)

“맞지?”
“……”


그리고 그중에는 아리아가 현재 위치를 찍어보낸 메시지도 있었다.

‘이, 이게 왜?’


아리아로선 영문을 모를 상황.
누가 자신의 몸에 빙의해서 몰래 연락을 하고 사라진 기분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해를 푼 최종택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네가 미성년자냐? 무슨 정자에서 노상이나 하고 있어, 돈도 많은 놈이.”
“…술집을 혼자 갈 순 없잖아요.”
“혼자 노상하는 건 괜찮고?”

팩트에  말이 없었던 걸까, 아니면 최종택에게 정상적인 소리를 들은 게 분했던 걸까.
아리아가 심통난 얼굴로 볼을 부풀렸다.
인형 같은 외모로 저러니 사뭇 남자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법한 모습이었으나 최종택에겐 다른 의미로 위험했다.

‘이 새끼… 토하려는 거 아냐?’


움찔 몸을 떤 그가 슬쩍 거리를 벌렸다.
아끼는 옷은 아니지만, 토사물을 묻는 걸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한데 물러나는  귀신같이 눈치챈 아리아가 자석처럼 달라붙었다.

덥썩.

“어어… 야, 놔봐. 너 지금 좀 위험한 거 같아.”

소매를 잡고 고개를 숙이는 그녀의 모습에 최종택이 기겁하며 외쳤다.
그러나 이어진 말은 예상외였다.

“…가지마요.”
“어? 뭐라고?”
“저 버리고 가지 말라고요.”

왜일까.
그러며 올려다보는 그녀의 슬퍼보이는 눈이, 붉게 물든 인형 같은 얼굴이 유독 아름답게 느껴졌다.


‘어…’


그간 아리아에게서 볼 수 없었던 모습.
잠시 당황한 최종택이 멍하니 있자 아리아가 더욱 가까이 밀착한다.
아니, 시야가 바뀌는  보니 자신을 끌어당긴 듯했다.

서로의 숨결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달콤한 샴프 냄새와 화장품 냄새, 그리고 아리아 특유의 냄새가 알코올과 섞여 묘한 향을 냈다.
알코올 향이 썩 좋진 않았으나 묘하게 중독성이 있는 냄새.

“…절 보면 아무렇지도 않아요?”
“어?”
“당신 변태잖아요. 머릿속에 든  여자랑 섹스밖에 없으면서 왜 항상 저는 거들떠도 안 보는 거죠?”


이건 욕이야 질책이야?

‘아니 둘 다인가?’


뭘 말하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는 발언에 최종택이 눈살을 찌푸리자 아리아가 얼굴을 가까이 들이민다.
그리곤 똘망똘망한 눈으로 올려다보더니 돌연 미소를 짓는다.


“고놈 참 잘생겼네. 옛날엔 오징어 닮았었는데.”
“…뒤질래?”
“헤헤…  그래도 그때도 나쁘진 않았어요. 지금은 너무 잘생겨서 여자가 더 많이 꼬이나…”
“칭찬하려면 하고 욕하려면 욕만 해.”

누가 술에   아니랄까봐 이랬다저랬다 하는 모습에 최종택이 쯧 혀를 찼다.
한데 또 뭐가 좋다고 아리아는 실실 웃는다.
갑자기 어색해졌던 분위기가 풀리는 기분에 최종택이 한숨을 내쉬는데 갑자기 그녀의 웃음이 뚝 그쳤다,


그리곤 세상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린다.


“아무튼! 저도 어엿한 여자라고요. 무시하지 말라고오…… 나도 해주라고…”
“알았어, 알았어.”


마지막 말은 쥐구멍에 들어가듯 작았지만,  뜻을 파악하기에는 충분했다.
마치 다섯 살짜리 애가 땡깡부리는 걸 보듯 최종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슬쩍 손을 옷 안에 들이밀어 가슴을 주물럭거리자 풍만한 감촉이 전해졌다.

‘음. 확실히 가슴은 좀 크네.’

이 정도면 최소 D정도 되는  같은데 신기하게 신서희랑은 감촉이 전혀 다르다.
같은 D컵이어도 여자마다 이렇게 느낌이 다를 수 있구나.
오랜만에 만져본 그녀의 가슴은 풍만하고 탄력이 있어 땡땡하면서도 부드러웠다. 그렇게 만지작거리는데 적당히 솟은 유두가 만져진다.

“아흣…”


보지 않아도 느껴진다.
딱 보기 좋은 크기와 감촉은 손가락으로도 충분히 느껴졌으니까. 아마 가슴부장관이라도 있었다면 필히 만점을 주었을 가슴이었다.


그리고 적당히 간드러지는 신음소리까지.
얼굴, 가슴 크기와 모양, 신음소리까지 아주 훌륭한 삼박자를 고루 갖추었다.
그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아아, 좋아…닛! 이게 아니잖아요!”
“응?”

좋다고 몸을 배배 꼬던 아리아가 버럭 소리쳤다.


“이런  말고! 왜 나만 맨날 이렇게 당하는데!”
“그야… 너가 그걸 원하니까?”
“아니라고! 안 원한다고요…! 나도 진심 어린 섹스 해달라고! 나만 없어 진심!”
“어어…”


질끈 감은 눈으로 눈물까지 머금으며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영 안타까웠으나 최종택은 온전히 그녀에게 집중할  없었다.
그러기엔 공원을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이 따가웠던 탓이다.

“어머, 저 남자 봐. 여자 가지고 놀았나봐 진짜 나쁘다…”
“근데 진짜 잘생기긴 했다. 배우 아니야? 모델인가?”
“뭐가됐든 이래서 얼굴 잘생긴 놈들은 얼굴값 한다니까. 쯔쯧.”

눈을 흘기며 저들끼리 속닥거리는데 귀가 밝은 최종택에겐 그 소리가 다 들려왔다.
애초에 저 정도 크기면 들으라고 하는 것도 같고.
어쨌거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니까 지금 섹스하자는 거지?’

그것도 그냥 섹스가 아니다.
진심 어린 섹스다. 울먹거리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던 최종택이 이내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포근하게 감싸오는 감촉에 아리아가 감았던 눈을 뜨자 최종택이 세상 진지한 얼굴로 다짐하듯 말했다.


“그래, 하자.”
“…뭘요?”
“진심 어린 섹스.”
“헐.”

당당한 돌직구에 아리아가 질색하며 뒷걸음질쳤다.


“그게 뭐에요 진짜. 하여튼간에 너무 낭만이 없는 거 아니에요? 여자는 그러면 싫어해요.”
“…그런가?”

그에 최종택이 고개를 갸웃했다.


‘보아 씨는 좋아하던데?’

국밥도 좋아하고 섹스도 좋아하고 오히려 먼저 유혹한 적도 많았던  같은데.
처녀비치라 그런가?
그녀가 그를 맞춰주고 있는 거라곤 상상도 못한 최종택이 의문을 표하고 있을 때, 피식 웃은 아리아가 한발짝 다가왔다.


스윽.

그리곤 곧게 편 하얀 검지로 코를 툭 치며 씨익 웃는다.


“저니까 봐주는 거예요.”
“어…”

그 순간, 시간이 느리게 지나갔다.
이제는 쌀쌀한 밤바람이 몸을 감싸고 가는 게 느껴질 정도로 천천히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그녀는 허리를 숙인 채 미소짓고 있었다.

“얼른 가요.”
“…”


왜일까.
장난스레 웃는 저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꼴릿하게 느껴지는 건.
검은색 브레지어가 비치는 하얀 시스루를 입고 있어서일까? 그도 아니면  텔에 간다는 생각 때문일까?


어쩌면 처음 보는 술에 취한 모습이 색다르게 다가와서일지도 모르겠다.

띠링-


[풀발이 발동되었습니다.]


“아.”


뭐가 되었든 지금 중요한 건, 그녀가 최종택에게 그 어떠한 마약보다 달콤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잔뜩 힘이 들어간  느끼며 최종택이 뒤돌아서는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응? 갑자기 뭐에요?”
“……”
“저기요?”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이상하게 보인 걸까.
아리아가 손가락으로 머리를 툭툭 치며 재촉한다.

“저기요 변태 씨? 혹시 그쪽도  마시고 왔어요? 저 사실 조금 걷기 힘들어서 부축해주는 건 좀 그런데……”
“…하자.”
“예? 뭐라고…흐잇! 뭐, 뭐하는 거예요!”

갑자기  안으로 파고드는 손에 아리아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럴수록 손은 더욱 깊숙이 들어왔다.
순식간에 브레지어 안으로 들어온 손이 유두를 건들자 아리아에게서 간들어지는 신음이 튀어나왔다.

“아흣…!”

타악!


그와 동시에 거칠게 손을 잡아챈 최종택이 아리아를 나무 뒤로 밀어붙였다.
간신히 둘을 가릴 수 있을 만한 크기. 노린 건지 근처에는 사람도 없었다. 이제는 아예 대놓고 가슴을 탐하는 모습에 아리아가 작게 소리쳤다.

“저, 저기요?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에…으웁! 으응…!”


그러나 그녀의 말은 이어질  없었다.
최종택이 기다렸다는 듯 손목을 붙잡고 그녀의 입술을 덮친 탓이다.
처음에는 발악하던 그녀였으나 꿈쩍도 안 하는 손과 입술에 이내 포기한 듯 눈을 감았다.

츄릅츄릅-
하아, 하아….


그 어떤 진미보다 매혹적인 것처럼 서로의 입술을 물고 빨던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혀를 섞었다.
뱀처럼 서로의 혀를 옭아매며 뜨거운 숨결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아…’


아리아랑 이렇게 홀린 듯이 키스를 하는 날이  줄이야.
다소 어색하기도 했지만, 지금만큼은 그녀가 세상 사랑스러웠다.
그녀도 마찬가지인지 질색하며 거부하던 평소와 달리 목까지 휘감으며 적극적으로 입술을 탐하고 있었다.

푸욱.

“하윽.”

바지를 입었음에도 불끈 숫은 물건이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찔렀다. 그에 신음을 흘리면서도 혀를 쉬지 않는 모습이 그리 섹시하게 보일  없었다.
특히  반쯤 벗겨진 상의에서 드러난 잘록한 허리와 희미한 11자 복근을 봐라.
서양인 뺨치는 완벽한 콜라병 몸매와 야릇한 표정이 어울러지니 가히 환상의 조합이라 할 수 있었다.

‘나는 동태 눈깔이었던 건가?’


왜 지금까지 몰랐을까?
아리아가 저렇게 섹시하고 맛있을  있다는 것을.
눈을 떴음에도 보지 못했다는 말처럼 그는 그간 그녀와 섹스를 했음에도 진정한 그녀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츄르릅-
하아하아…

 한을 풀기라도 하듯 최종택은 그 어느 때보다 오랜 시간 그녀의 입술과 가슴을 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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