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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7화 〉채유린 (6) (107/124)



〈 107화 〉채유린 (6)

107화


다른 이유도 아니고 겨우 저런 이유라니…
어이가 없으면서도 한편으론 이해가 되기도 한다.

‘확실히 스릴 있긴 했어.’

 느껴봤으면 모를까, 그걸 느껴봤는데 어찌 인정하지 않으랴.
역시 정상은 아닌 남자였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그 후로도 둘은 꽤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적으로 나누던 얘기가 점점 사소한 얘기로 번져갔을 무렵.

[…A급 던전의 아웃브레이크가 일어나 도로가 붕괴되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사신 길드의 마스터 얼음여왕 이설의 빠른 대처로 인명피해는…]

“응? 아웃브레이크?”


식당 위에 달린 티비에서 들려온 소리에 최종택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정말로 붕괴된 도로가 뉴스에서 나오고 있었다.
싱크홀이 열리면 저러할까 싶을 정도로 처참하게 망가진 도로 주위로 수많은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다.

하나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들어온 건 이설이었다.

‘실제로 봤을 때도 느끼긴 했는데 진짜 이쁘긴 하다.’

얼음여왕이라 불린다더니 눈처럼 새하얀 이미지의 차가운 여인이었다.
푸른 느낌이 섞인 하얀 머리도 그렇고, 눈처럼 새하얀 피부도 그렇고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미모도 그렇고,
무엇보다 아우라가 범상치 않은 게 정말 여왕님 같은 느낌을 물씬 풍긴다.

‘그래도 실물을 못 담긴 하네.’


감탄하며 보고있자 채유린이 못마땅한지 입을 빼죽이며 물었다.


“…저 고지식한 여자한테 관심있나요 주인님?”
“음? 아니?”

사실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이성적 관심으론 생각보다 크지 않을  세계적으로도 강함을 인정받은 그녀는 얼마나 강할까 궁금했으니까.
능력도 궁금하기도 하고…

‘자박꼼으로 얻으면 뭘 얻을지도 궁금하고 말이야.’

그렇게 되면 이성적으로 관심이 있게 되는 건가?
성적으로 관심 있는 걸 테니 다르다고 봐야할 것도 같은데 생각하다보니 좀 복잡하다.

어쨌거나 지금 중요한 건 그녀가 아니었다.


“A급 던전의 아웃브레이크가 일어난 건 거의 2년만인 거 아니야?”
“맞아요.”

사실 아웃브레이크 자체는 꽤나 흔한 일이다.
세계적으로 하루에도 몇 번이나 일어나는 게 아웃브레이크이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낮은 등급의 경우에 한에서다.


B등급 이상의 던전은 정부나 길드에서 철저하게 관리한다.
터지는 순간, 그 피해가 막심할 수밖에 없으니까.
B등급부터 도시를 파괴할 수 있는 수준의 몬스터들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B+등급이라도 터지는 순간, 정부에 비상이 걸릴 정도.


B등급대도 그럴진데 A등급은 어떻겠는가.

도시파괴는 기본이고, 빌딩이란 빌딩은 모두 쑥대밭이 될 것이다.
인명피해도 재앙에 가까울 터. A+부터는 도심 수준을 벗어나고 S등급부터는 나라의 존속이 걸린 수준이 된다.


실제로 S+등급의 던전이 아웃브레이크 되며 아프리카가 망했었지 않은가.
던전 안에서라면 모를까, 도심의 몬스터는 이처럼 위험했다.


괜히 헌터가 국력인 게 아니다.
그런 만큼 정부에서 매일 집중마크를 하며 어떻게든 고위 헌터를 고용하해서라도 클리어하는 게 수순인데…

‘그게 이렇게 갑자기 터진다고? 아무 전조도 없이?’


어디로 봐도 이상한 일이다.
같은 생각인지 고개를 끄덕거리던 채유린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슬쩍 주변의 눈치를 살피더니 조용히 손가락을 튕겼다.

우웅-

그러자 주변으로 투명한 에너지가 퍼지는 게 느껴진다.

‘이게 소리차단 스킬이구나.’


아까는 섹스에 너무 열중해서 몰랐던 건가.
나름  S급 헌터면서 못 알아본 게 창피하긴 하나, 이 정도 은밀성이면 모를 법도 하다. C등급 스킬주제 상당히 좋은 성능이다.

어쨌거나 주변의 소리까지 차단해서 할 말이 뭘까?
최종택이 궁금함을 가득 담아 쳐다보자 그녀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사실 이게 처음있는 일이 아니에요.”
“처음이 아니라고?”
“네. 얼마 전에도 B등급 던전의 아웃브레이크가 있었죠. 혹시 뉴스에서 보셨나요?”


최종택이 고개를 저었다.
평소 뉴스를 잘  보기도 하고, 최근 바쁘게 지낸 탓에  여유가 없기도 했다.
얼마 전에 누나와 부모님한테 연락이 자주와서 의아했는데 저것 때문에 걱정되서 그랬구나 싶을 뿐.

“그때는 인명피해가 전혀 없었어서 크게 이슈가 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B등급인 만큼 공론화가 되기는 했지만…”


그런 그녀의 말로 따르면 사실 아웃브레이크는 그 두 번이 끝이 아니라고 한다.
F등급부터 C등급까지.
다소 낮은 등급의 던전 아웃브레이크가 최근 급격하게 늘었다고 한다.  수가 어림잡아도 3배에 이를 정도로.

“뭐가 문제인 거야? 던전이 나오기 전에 마나 기류를  파악할 수 있잖아.”

기술력이 부족한 나라에서도 비싼 돈을 털어 수입으로 구매할 정도로 필수적인 기술 아닌가.
그러나 채유린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레귤러.”
“…?”
“최근 던전들 사이에서 마나파장이 다른 던전을 칭하는 단어에요. 던전의 등급이나 강함은 파악할  있는데 언제 터지는지를 알  없다고 하더라고요.”


한숨을 내쉰 그녀가 골치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니 항시 대기를 하긴 하는데, B등급 이상부터는 A등급 헌터들도 배치를 해야하는데 그게 말이 쉽지… 인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어요.”
“아…”
“이번 A등급 던전도 저년…크흠, 저 여자가 대기한 순간에 터져서 피해가 없던 거지 아니었으면 지금쯤 여수가 뒤집어졌을 거에요.”

그 말을 듣다보니 상황의 심각성이 느껴진다.
이제 국민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소리니까. 이 순간, 이기적이게도 터진 곳이 고향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

‘조만간 뭔가 대비를 하긴 해야겠어.’

일단은 당분간 던전 주변으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연락이라도 넣어야겠다. 휴대폰을 꺼내서 문자를 보내는데 채유린이 빤히 쳐다본다.

“왜?”
“주인님은 가족을 좋아하시네요.”

뭘까, 저 사연 넘쳐보이는 얼굴은.
궁금하긴 한데 딱히 물어볼 상황은 아닌 것 같아서 대충 대답했다.

“뭐… 가족이니까 당연하지. 누나 놈은 애 좀 먹어야하긴 하는데…”
“푸흐흡. 주인님 누나분도 계시는구나… 궁금하다.”
“못생겼어. 자기 말로는 인기 많다고하는데 글쎄다. 그 마귀가 뭐가 좋은지…”
“그래도 의지할 곳이 있고 지킬 게 있다는 건 좋은 거죠.”
“넌 없어? 가족.”

최종택의 돌직구에 잠시 멈칫한 채유린이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으음… 있었는데, 이젠 없어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나 지키려구요. 아, 주인님도 제가 지켜드릴게요. 특별히 동료분들도 한 번은 지켜드린다!”
“이건  뭔 소리래. 동료가 갑자기 왜 나와?”
“그런 게 있어요! 후후.”


하여튼 이상한 여자라 생각하는데 다시금 뉴스에서 속보를 전하는  보인다. 저들도 모두 가족이 있겠지.
예전에는 그저 헌터를 잘생긴 부자 정도로 생각했는데 저런 걸 보니 기분이 묘해진다.


‘이젠 나도 헌터지.’


얼마 전까지 방구석 페인이었던 자신은 지금 S랭크에 근접했다.
하늘의 별과도 같았던 5대 길드 마스터에게 주인님 소리도 듣고, 섹스도 했으며 이렇게 대화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신은 목적을 이룬 것인가?


‘흠…’

 모르겠다.
애초에 딱히 목적이 있어서 헌터를 한 것도 아니었고, 성욕과 능력 외모를 모두 해결할 수 있어서 한 것이니.

그게 나쁜 거라는 생각은 안 들지만…


‘평생 평화로울 수만은 없겠구나.’


세상을 구원할 수 있지도, 생각도 없지만 적어도 주변사람을 지켜야할 상황은 있을 수도 있겠구나 싶다.
빌어먹을 두형이 놈도 운없이 아웃브레이크에 걸려서 죽으면 억울하지 않겠는가. 가뜩이나 솔로인 놈인데.


“주인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셔요?”
“사람들은 저걸 다 모르는 건가 하는 생각.”
“네, 정부 생각이야 뻔하죠. 혼란을 일으킬 게 뻔하다고 안간힘 쓰고 막고 있는 거. 덕분에 괜히 저희 길드랑 협회만 죽어나가죠.”
“그렇구만…”

그렇다는  협회장님도 안단 소리인가… 던전 브리핑하러 갈 때 한  물어봐야겠다.
그렇게 둘은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이어나갔다.


-

식사를 하고 돌아왔을 땐 늦은 저녁이었다.
석양이 지다 못해 붉은 하늘이 걷히고 검은 커튼을 반쯤 치고 있을 시간.
간만에 피곤함을 느끼며 집에 들어온 최종택이 곧장 침대로 다이빙하듯 몸을 던졌다.


“아이고 죽겠네.”

아무리 그라도 10번한 날에 그런 파격적인 플레이를 하니 몸이 버티기가 힘들었다.
밑에는 멀쩡한데 체력이 한계인 느낌?
막상 하려고 하면 더 할수야 있겠는데 굳이 그러긴 싫었다.

‘오늘은 체력훈련 쉬어야겠다.’

섹스를 하든 던전을 다녀오든 늘 잊지 않고 하던 훈련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조금도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


그 대신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보상이 있었지?’


이번에 채유린과 하면서 얻은 보상.
S급 헌터이기도 하고, 최초 애널 보상도 있었으니  기대가 되었다. 둘 중에 뭐부터 확인할까 고민하던 그가 상태창을 열었다.


‘역시 맛있는 건 마지막이지.’


최종택은 냉면의 계란과 케이크 위의 딸기를 마지막에 먹는 남자였다.


“상태창.”

망설임없이 외치자 이내 메시지 창이 떴다.


[이름 : 최종택]
[레벨 : 39]
[능력치]
[근력 : A (65 / 100)], [민첩 : A (40 / 100)]
[체력 : A (30 / 100)], [마력 : A (70 / 100)]


“오?”

드물게 풀발이 풀린 상태라 S등급이 없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늘어난 능력치 폭은 마지막에 백보아랑 했을 때보다   컸다.
특히 B등급이었던 체력이 A등급 30/100까지 올라간  상당히 크다.

‘이제 체력도 풀발하면 S등급이겠네.’


이로서 모든 능력치가 풀발 시 S등급이 된다는 거니까.
다른 것도 많이 오르긴 했지만, 체력이 유독 눈에 띄는 성장폭이었다.

‘하긴… 요즘 체력  일이 많긴 했어.’


던전을 자주 돌아다닐  마나나 근력이 가장 많이 올랐는데… 이쯤되니 무슨 행동을 했나도 영향이 있는 거 아닌가 싶다.
물론 근거 없는 개소리였다.
어쨌거나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보상이고…

‘그럼 대망의 최초 보상도 확인해볼까?’

최종택이 씨익 웃으며 잠시 닫아두었던 보상 메시지 창을 열었다.
그러자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알림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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