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화 〉채유린 (5)
106화.
걱정 어린 목소리.
동시에 뜨겁게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 과격하던 최종택과 채유린이 숨죽인 채 서로를 마주보았다.
‘이런…’
최대한 작게 속삭이면서 조심하고 있었는데 채찍을 보고 순간 이성을 잃어버렸었다.
“…마스터? 잠시 확인해도 될까요?”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기사의 목소리가 진지해진다.
무언가 협박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확실한 건 목소리에 의심이 섞여있다는 것이다.
“…죄송하지만 확인해보겠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들킨다.
그 생각이 확신으로 바뀌려는 찰나, 어느새 목소리를 가다듬은 채유린이 근엄하게 외쳤다.
“그만.”
최종택조차 깜짝 놀랄 정도로 힘이 담긴 목소리였다.
달콤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는 마치 왕이 신하를 꾸짖는 듯한 위엄이 담겨있었다.
“…마스터?”
“내가 사생활 간섭하는 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한다했을텐데… 감히 나의 허락도 없이 들어오려하는 거야?”
“하지만 무언가 맞는 소리가 들렸…”
이 대목에서 최종택은 잠깐 뜨끔했지만, 채유린은 당당하게 잘라냈다.
“몸이 뭉친 거 같아서 마사지를 부탁했어. 내가 그런 것까지 너한테 일일이 말해야하나? 응? 최기사, 한 번 말해봐.”
“…죄송합니다.”
“알면 다시는 섣부른 짓하지마. 선 넘지 말란 소리야.”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마스터.”
잔뜩 겁에 질렸는지 기사의 목소리가 옅게 떨리는 게 느껴졌다.
대화면 들으면 역시 5대 길드 마스터는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하고 다시 보일 텐데, 실상을 알고 있으니 세상 우습게 다가온다.
“이제 괜찮아요 주인님…”
그도 그럴 게 상황과 대사가 너무 매칭이 안 되지 않은가.
좀 전의 위엄 넘치던 모습은 어디갔는지 순종적인 고양이처럼 엎어진 채 초롱초롱한 눈으로 올려다본다.
엉덩이가 잔뜩 빨개진 채로 간신히 고개만 꺾어 쳐다보는 모습이란……
‘저 기사는 알까? 자신의 마스터가 이렇게 굴욕적으로 당하고 있다는 걸.’
이 와중에도 기사가 신경 쓰이는지 최대한 작게 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니 괜히 장난기가 돈다.
음흉하게 웃은 최종택이 대답 대신 채찍을 들었다.
“주, 주인님…?”
무슨 짓을 하려는지 얼추 눈치챈 것일까, 채유린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쫘악! 쫙!
찔꺽찔꺽찔꺽!
“하아악! 아흐…!”
최종택의 손이 현란하게 움직였다.
오히려 조금 전보다 더욱 격렬한 손놀림에 그녀의 입에서 참을 수 없는 신음이 터져나왔다. 그러면서도 입을 틀어막는 게 들킬까 걱정하는 듯했다.
‘아… 이러다 중독되겠는데.’
불안해하면서도 쾌락에 젖어 풀려가는 눈을 보니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알 수 없는 감정이 치밀어오른다.
이게 가학심이라는 건가?
마치 태풍의 눈을 지나 더 강한 태풍이 찾아오듯, 차갑게 식은 줄 알았던 욕구가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휙-!
새로운 취향에 눈을 뜬 최종택이 쑤시던 딜도를 뒤로 내던지다시피 하곤 엉덩이를 부여잡았다.
뽀옥!
“하으읏!? 주, 주인님?”
또 다른 구멍에 꽂힌 토끼 꼬리를 뽑아내자 그녀의 입에서 간들어지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러나 최종택의 눈에는 오직 구멍만이 들어왔다. 평소 뒤치기할 때 보던 구멍의 크기가 아니었다.
사람의 항문이 이리 넓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로 넓어진 크기.
그녀의 말이 사실인지 언뜻 보아도 깨끗함이 느껴진다. 착색된 것 하나 없이 뽀얗고 털 하나 없는 구멍은 분홍빛마저 감돌고 있었다.
그 후부터는 더 이상 이성의 영역이 아니었다.
쑤컹!
“하으윽!”
무언가에 홀린 듯 허리가 움직였고, 정신을 차렸을 때 최종택은 이미 그녀의 안에 합체한 후였다.
한 번에 집어넣은 게 충격이 컸는지 그녀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그러며 드러난 기립근이 그렇게 섹시할 수가 없었다.
‘아.’
하나 지금은 그런 것 따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정신이 아찔해지는 감각. 뽀찌에 넣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조임이 물건을 자극하자 깊은 쾌감이 온몸을 감통했다.
우주 위에 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의 쾌락에 정신이 아찔해진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희귀한 진미를 맛본 미식가처럼.
물건을 삽입한 채 한참을 멍하니 서있다가 정신을 차린 그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감동도 뭣도 아니었다.
‘이런 걸 이제야 느껴봤단 말이야?’
그저 억울했다.
이렇게 좋은 걸 이제야 느껴보다니!
쑤컹쑤컹-
퍽! 퍽퍽!
한을 풀 듯 최종택의 허리가 힘차게 움직이며 그녀의 엉덩이를 때렸다.
목줄을 뒤로 땡기며 본래 구멍에 박혀있는 딜도를 쑤시며 채찍을 휘두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쫘악! 쫘악!
“하으… 주인님, 너무 좋아요! 너무 괴로운데 행복해… 아아…!”
그에 그녀도 실성했는지 소리를 줄일 생각도 못하고 쾌락에 젖어 소리쳤다.
목은 뒤로 꺽여있고, 허리는 활처럼 휜 채 구멍이란 구멍은 다 능욕당하는 모습이 그리 꼴릿할 수가 없다.
쫘악! 쫙!
이미 빨개질데로 빨개진 엉덩이는 하얀 구석을 찾는 게 더 힘들 지경이다.
아플 법도 하건만, 그녀는 아픔을 느낄 겨를도 없는지 채찍소리에 맞춰 열심히 허리를 흔들어나갈 때마다 그녀의 입에선 연신 쾌락에 젖은 대사가 튀어나왔다.
“주인님, 가슴을 만져줘요…! 가슴을 마구 못살게 괴롭혀주세요!”
이런 대사부터,
“더러운 보지를 더 쑤셔주세요! 원하는대로 함부로 막 굴려주세요, 하아앙! 좋아요 주인님…!”
유두에 찝혀있는 작은 집개를 비틀자 눈이 풀려서 외치는 대사까지.
온갖 자극적인 멘트로 귀를 녹여왔다. 백보아 이후로 정신공격을 받은 건 처음이라 더는 버티기가 힘들다.
무언가 오고 있었다.
고환 끝에서부터 부풀어오른 무언가가 전립선에 타고 흘러와 기둥에 머물러있는 느낌. 미칠 듯한 자극에 전신이 찌릿하다.
쑤걱쑤걱쑤걱쑤걱-!
“헉헉.”
마지막임을 자각한 최종택이 미친 듯이 허리를 흔들자 그녀도 눈치챘는지 몸을 돌려 정자세로 바꾸었다.
그리곤 수갑에 묶인 양팔로 최종택의 목을 끌어안으며 속삭인다.
“아아… 주인님, 싸주세요, 주인님의 정액을 음탕한 애널에 마구 싸주세요…!”
여자의 말은 무기라고 했던가.
그 말을 지금처럼 공감했던 적은 없었다. 끝인 줄 알았던 발기가 한층 더 단단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이 정도면 흥분 300%는 되지 않을까.
퍽 퍽 퍽 퍽 퍽
“하으윽!”
퍽!
“흑!”
퍽! 퍽!!
“윽……”
터질 듯 괴로운 자지를 애써 억누르며 마지막 스퍼트를 달리자 그녀도 박자에 맞춰 허리를 리드미컬하게 움직인다.
이젠 진짜 한계다.
“싼다…!”
“아아아… 죽을 것 같아… 너무 좋아요 주인님, 마음껏 퍼부어주세요… 하으응…! 하아아앙!”
퍽!
“으읍!”
“아윽, 주인님의 좆물로 가득 채워지고 있어…! 너무 행복해요 더 주세요 더…!”
마지막까지 온힘을 다해 박은 채 뿜어내자 그녀가 자지러지는 듯한 비명을 토해냈다.
꿀렁 꿀렁.
구멍 안에 가득찬 정액이 흘러내리며 퍼진 밤꽂향기가 향초와 섞여 비릿한 향으로 변질되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정확히는 그럴 힘도 없었다.
쓰러지듯 그녀의 위에 포개지자 가쁜 숨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온다. 그 소리 사이로 한 줄기 이질적인 소리가 스치듯 지나쳤고,
띠링-
[S급 헌터를 박았습니다.]
[최초의 애널 섹스를 하였습니다!]
[최초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상으로……]
그와 동시에 묵직한 목소리도 들려왔다.
“도착했습니다, 마스터.”
“하아… 하아…”
“헉헉.”
도착과 동시에 두 사람이 모두 가버리는 진귀한 삼위일체를 이룬 순간이었다. 당장 일어나야하지만, 지금은 이대로 쉬고 싶었다.
-
그 후로는 어떻게 식당까지 들어온지도 모르겠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려보니 성인용품이나 흔적들은 모두 사라진 후였고, 차 밖으로 나선 채유린은 당당하고 포스 있는 5대 길드의 마스터가 되어있었다.
사람에게서 풍기는 카리스마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듯한 분위기.
순식간에 달라진 모습에 당혹스러운 건 최종택 뿐이었는지 기사는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소리를 질렀는데 진짜 못 들었나?’
모르는 척해주는 거라고 보는 게 맞긴 한데… 저게 연기라면 배우를 해도 대성했을 것 같다.
빤히 쳐다보는데 최기사가 꾸벅 고개를 숙인다.
“즐거운 식사되십시오.”
“아… 예.”
무안해서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하자 옆에 서있던 채유린이 흘깃 쳐다보더니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여준다.
“그래. 먼저 들어가, 최기사. 좀 늦어질 것 같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최기사까지 돌려보낸 순간.
쫑긋.
“주인님!”
도도하고 포스 있던 수왕은 어디에 갔는지, 웬 순종적인 개냥이로 돌변해서 찰싹 달라붙었다.
‘뭔 지킬 앤 하이드도 아니고…’
우디르도 저리가라 할 정도의 태도변화였으나, 그로서도 차라리 이게 편했다.
만약 계속 길드 마스터의 모습을 보였으면 어색함을 참기 힘들었으리라.
다소 편해진 분위기 덕일까. 식사는 꽤나 만족스럽게 이루어졌다.
간간히 사소한 얘기도 나눴지만, 주로 주가 되는 대화는 그간 수왕이 해온 일들이었다.
“간부들부터 썩어있더라고요. 전부 물갈이했고, 능력 있는 사람들 위주로 굴러가게 바꾸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
“그렇구만.”
내부작업부터 시작해서 외부작업까지.
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앞장서서 일을 추진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소문이 결코 과장된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저 잘했죠?”
그러며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꼭 만져달라고 머리를 들이미는 고양이 같다. 목적이 빤히 보이지만 어림도 없지.
최종택이 꿈쩍도 안 하고 쳐다만보자 그녀가 입을 뺴죽 내밀었다.
나이가 많은 걸로 아는데, 꼭 물들지 않은 어린 소녀 같다.
‘이런 애가 아깐 그렇게 야한 말들을 내뱉었단 말이지…’
사람을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더니. 누가 저 모습을 보고 좀 전의 그 여인이라 생각하겠는가.
피식 웃던 그가 문득 떠올라서 물었다.
“그러고 보니까 최기사님은 진짜 못 들은 거야? 왜 아무렇지도 않아해?”
원래는 창피해서 안 물어보려했는데 너무 궁금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신경 쓰여서 못 살겠다.
아무리 철판 깔고 있는 최종택이어도 이건 견디기 힘든 모양. 그러나 들려온 대답은 예상과 전혀 다른 대답이었다.
“아… 사실…”
눈치를 살피던 그녀가 조심스레 꺼낸 진실은 소리차단 스킬이었다.
C랭크의 스킬로, 바깥으로부터 범위 안의 소리를 차단해주는 스킬. 전투에서 크게 유용하진 않으나 기밀을 이야기할 때 꼭 필요한 스킬이란다.
이성을 잃었었던 거라 못 들었다니 다행이긴 한데… 듣다보니 좀 이상했다.
“그런 게 있으면 진작 쓰지, 왜 처음엔 안 쓰고? 괜히 걸릴 뻔했잖아”
“그게 더 스릴 있잖아요.”
“아…”
잊고 있었다.
이 여자도 정상은 아니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