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화 〉채유린 (4)
105화.
황당함에 헛웃음을 내뱉고 있자 채유린이 우물쭈물하며 눈치를 살핀다.
그 모습이 꼭 죄를 저지른 강아지 같다. 혹여나 주인의 기분이 상하진 않았을까 조마조마한 눈빛이랄까.
보고있자니 귀엽기도하고 웃기기도해서 피식 웃자 그녀가 헤실거린다.
‘진짜 고양이 아니고 강아지 아니냐고.’
아무리 생각해도 개냥이로 저장한 건 기가 막힌 네이밍 센스라 할 수 있었다.
그리 생각하며 뿌듯해하는데 채유린이 바짝 달라붙었다.
원래도 붙어있었지만, 지금은 밀착된 가슴에서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질 정도로 밀착되어있다.
띠링-
[풀발이 발동되었습니다.]
저런 미녀수인이 적극적으로 대쉬하는데 아랫도리가 터질 듯 부풀어오르는 건 당연지사.
그러나 저 섹녀의 도발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쫑긋이는 귀가 요염하게 숙여지더니 이내 그녀가 귓가로 다가와 작은 입술을 벌렸다.
“주인님을 기쁘게하는 것은 노예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그, 그렇구나.”
그런 거라면 참으로 훌륭한 자세다.
지금 그의 밑은 기쁘다못해 감동에 젖어 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니까. 한데 그녀의 생각은 조금 다른가보다.
“하지만 미천한 노예가 주인님의 취향을 다 알지 못하여서··· 나름대로 준비해봤는데 혹시 마음에 들지 않으신가요?”
그러며 슬쩍 눈치를 보는 모습이 꼭 비에 젖은 고양이 같다.
‘오우야···’
강아지와 고양이의 매력을 오고가는 여자라니.
저게 고의가 아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행위라면 남자 홀리는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 볼 수 있으리라.
그 심정을 반의 반의 반 정도 전해주자 채유린이 기쁘다는 듯 활짝 웃는다.
“저번처럼 바로 덮쳐주실 줄 알았는데··· 가만히 있으셔서 혹시나 마음에 안 드는가 걱정했어요.”
“아···”
최종택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이전에는 참교육해주겠다는 생각이 강해서 인정사정없이 굴긴했다.
여태 했던 여자들 중에서도 가장 격하게 한 케이스니······ 그녀의 머릿속 최종택이 과격한 플레이를 좋아하는 변태로 낙인찍혀있어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런 거 아니야. 조금 당황스럽긴 한데··· 마음에 들어.”
“그, 그렇다니 다행이에요.”
솔직하게 칭찬하자 헤헤 웃은 그녀가 손을 꼼지락거린다.
우물쭈물.
무언가 원하는 게 있는 듯 눈치를 보는 게 꼭 선물을 원하는 아이 같다.
순수한 모습이지만 파격적이다 못해 코피 터지는 복장과 섹스러운 도구들 탓일까. 오히려 그 표정이 더욱 야하게 다가왔다.
꿀꺽 침을 삼킨 최종택이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
“뭐 할 말 있어?”
“저··· 그냥 마음에 드신다기에··· 혹시····”
“아.”
뭘 원하는지 훤히 드러나는 얼굴.
이쯤되면 아무리 눈치없는 최종택도 알 수 있었다. 씨익 웃은 그가 손을 들어 품에 안긴 그녀의 목을 휘감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히윽!”
“잘했어. 말을 잘 들은 아이에게는 뭘 줘야하나?”
“···!”
깜짝 놀란 듯 움츠린 그녀가 이내 살짝 풀린 눈으로 올려다본다. 그 안에는 강렬한 욕구가 담겨있었다.
그 순수한 욕구를 마주한 최종택이 보다 음흉한 얼굴로 속삭였다.
“상을 쥬지.”
“아··”
감격에 젖은 그녀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수줍음 때문인지 흥분 때문인지 분간하기 힘든 표정을 보고 있자니 아랫도리가 빳빳하게 고개를 쳐드는 게 느껴진다.
어서 자신을 꺼내달라고 피력하는 의견을 수긍하여 지퍼를 열자 우람한 물건이 세상 밖으로 드러났다.
“아아··· 이거야···.”
웬만한 흑인보다 더 큰 물건을 보며 채유린이 눈을 빛낸다. 마치 최면술사의 동전이라도 본 듯 넋이 나간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말하지도 않았는데 조심스레 물건을 그러쥐었다.
“윽.”
잔뜩 예민해진 손에 차가운 손이 닿자 움찔 몸이 떨려왔지만, 이것도 의외로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나저나 채유린, 그때도 그렇지만 손이 참 차구나.
짐승의 본능을 가진 이인만큼 뜨거울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찌걱찌걱.
그러거나 말거나 채유린은 마치 임무를 받은 충신처럼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한 손만으로는 벅찼는지 어느새 양손으로 잡고 흔들자 감동에 젖은 물건이 꿀렁이며 한 줄기 쿠퍼액을 흘려보냈다.
그녀가 자석에 이끌리듯 입에 넣은 건 그때였다.
“하읍.”
“···!”
정신이 번쩍 든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처럼 아찔해진 세상에서 오로지 물건을 감싼 따듯한 입안의 감촉만이 느껴졌다.
“우으읍···”
귀두까지만 물었는데도 입안 가득 문 모습이 힘겨워보인다.
벅차면 포기해도 될 텐데 그녀는 굳이 눈을 질끈 감으며 물건을 목구멍까지 쑤셔넣었다. 그러더니 온힘을 다해 위아래로 움직인다.
쑤걱, 쑤걱.
핥짝핥짝.
입이 작은지 반도 채 안 들어가긴 했지만, 양손으로 물건을 쥐고 열심히 혀를 굴려가며 흔들자 홍콩까진 몰라도 제주도를 잠깐 구경하고 올 정도는 되었다.
“조으아여(좋아요)?”
“어, 존나 좋아.”
여자가 물건을 입안 가득 문 채 눈물을 글썽이면서 물어보는데 싫을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있다면 그건 분명 고자이거나 게이일 것이다.
실로 합리적인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채유린이 입에 문 채로 조심스레 무언가를 들이밀었다.
“즈도 너어즈세요···”
“···이걸?”
그건 꽤나 익숙한 모양이었다.
지금 그녀가 물고있는 것과 흡사하게 생긴 기구, 흔히 알고 있는 딜도의 형상이었다.
한데 그 크기가 웬만한 흑인 뺨친다.
그래도 이것 자체는 그리 이상할 것 없었다.
문제는···
‘···이건 또 다 뭐야?’
그녀가 들이민 게 한두개가 아니었다는 거다.
두 눈 씻고 봐도 개목걸이로밖에 보이지 않는 목걸이와 양손을 묶는데 쓰이는 듯한 수갑, 그리고 동그라면서도 뾰족한 쇠가 박힌 토끼 꼬리(?)같은 것까지.
심지어 목걸이는 손잡이까지 달려있어 영략없는 SM용품이었다.
살다살다 이런 걸 하는 날이 올 줄이야···
당혹스러웠지만 한 편으론 묘한 기대감과 함께 쾌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마치 처음 음란물을 접했을 때처럼.
스윽.
본능이 이끌 듯 채우는 걸 끝낸 그가 감탄을 토해냈다.
‘오우야···’
희고 가녀린 목을 채운 검붉은 개목걸이, 목뒤로 팔을 넘긴 채 팔목과 발목에 검붉은 수갑을 찬 그녀의 모습은 희대의 절경이 따로 없었다.
특히나 하늘하늘한 검은 원피스 사이로 드러난 브레지어가 잔뜩 흐트러진 탓에 언뜻 드러난 속살을 볼 때는 절로 숨이 가빠졌다.
‘그래, 이게 노예지.’
원초적인 본능에 자극하듯 그녀를 괴롭히고 싶다는 생각만이 머리에 가득하다.
거추장스런 옷을 찢어버리고 팔다리가 묶인 그녀의 뽀찌에 박힌 딜도를 미친 듯이 쑤시고싶다. 자신한테 이런 욕망이 있다는 사실에 놀랄 정도로.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이건 어떻게 넣는 거지?’
그의 손엔 아직 하나의 도구가 남아있었으니까.
둥글면서도 뾰족한 쇠가 달린 토끼 꼬리 모양의 도구.
어디에 쓰이는지는 대강 감이 온다. 실제론 해본 적 없지만, 가끔 애널 야동에서 비슷한 걸 쓰는 것을 봤으니까.
한데 막상 직접 넣으려니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했다.
‘그냥 쑤셔 넣으면 되나?’
이 커다란 게 저 작은 구멍에 들어갈까?
사전에 준비작업이 있어야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항문에 넣는다 생각하니 조금 찝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어진 채유린의 말에 그 걱정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혹시 위생이 걱정된다면··· 클린 마법까지 받고 와서 괜찮아요··· 제발 음탕하고 더러운 구멍에 넣어주세요···”
“아.”
그 순간, 최종택은 무언가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저 아름다운 절경을 앞에 두고 무엇을 고민했단 말인가.
실로 바보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모험가가 난생 처음 보는 탐험지를 보고 물러나는 게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남자가 저런 훌륭한 절경 앞에서 물러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등산가가 산을 오르듯, 최종택은 섹스를 하면 되는 것이다.
“···넣을게.”
결연한 얼굴이 된 최종택이 망설임 없이 도구를 항문에 쑤셔넣었다.
쑤컹-!
“아흑···! 감사합니다 주인님···”
미리 젤이라도 발라놓은 건지 생각보다 손쉽게 들어갔으나 충격이 적지는 않은지 그녀가 허리를 치켜든 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위아래로 보기좋게 박힌 도구를 보던 최종택이 슬쩍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다 적당한 물건을 발견하고는 덥썩 집어들었다.
“그, 그건···”
그러자 채유린이 당황한 듯 뭐라 말하려했지만 이미 늦었다. 들어줄 생각이 없다는 듯 최종택이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그녀의 몸을 뒤집었다.
“어엇···!?”
채유린이 말릴 새도 없이 자세가 바뀌었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상체를 눕힌 자세, 일명 고양이 자세가 된 그녀가 양팔을 뒤로 묶인 채 움찔거린 순간.
쫘악!
“하악!!”
마치 고양이가 하악질을 하듯 그녀의 입에서 알 수 없는 신음이 튀어나왔다.
그러면서도 상황이 믿기지 않는지 연신 눈이 흔들린다.
하기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쫘악!
“학!?”
지금 최종택이 그녀의 엉덩이에 휘두르고 있는 건, 말꼬리처럼 생긴 가죽 채찍이었으니까.
천견의 수장이 채찍질을 당할 거라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녀가 챙긴 도구이긴 하나, 그래도 이걸 사용할 거란 생각은 못해서인지 막상 맞으니 실로 당혹스러웠다.
쫘악!
“자, 잠시만요··· 그만···!”
“뭘 그만이야.”
다급히 말려보지만 이미 손맛을 본 최종택이 귀엔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그가 마냥 벌만 주는 건 아니었다. 오른손으로는 채찍을 휘두르면서 왼손으론 열심히 딜도를 쑤시고 있었으니까.
쫘악! 쫘악!
찌걱찌걱-
“하윽! 아흐으···!”
고통과 쾌락이 함께 찾아와서일까.
채유린의 입에서 흘러나온 소리가 점점 비명인지 신음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마저도 어느 순간부터는 쾌락으로 바뀌었는지 소리가 점점 야릇해진다.
꽈악!
“커억! 컥···!”
그러다가도 목줄을 잡아당기면 목이 뒤로 젖혀서는 얼굴이 새빨개진다.
그러면서 채찍을 휘두르거나 딜도를 쑤시면 눈이 풀려서 몸을 부르르 떠는 게 실로 자극적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금단의 영역에 침범한 듯한 느낌이랄까.
‘이거 좋은데?’
어째서 사람들이 SM플레이를 하는지 조금 알 것도 같다. 백보아한테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금방 고개가 저어진다.
왠지 그녀에겐 좀 그렇기도 하고, 그녀가 저렇게 묶인 채 개처럼 채찍을 맞는 모습도 상상이 안 간다.
그 상념을 깨트린 건 묵직한 음성이었다.
“마스터? 무슨 일이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