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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4화 〉채유린 (3) (104/124)



〈 104화 〉채유린 (3)

104화

[주인님♥ : 일이 많아서 연락을  했네. 하라는 대로 잘 하고 있어?]
[나 : 네, 물론이죠!]

달달하다 못해 연인 같은 메시지.

“하아.. 주인님...”


그리고 기쁜 듯 눈을 질끈 감은 채 휴대폰을 품에 껴안는 그녀의 모습이 영략없는 커플의 모습이다.
정확히는 무언가 주고받은 듯한 사이.


‘아, 아니야...’


그 사실을 부정하듯 고개를 젓자 그에 대답하듯 그녀의 휴대폰이 진동을 토해냈다.
짧게 울리는 진동음에 아리아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 그럼 그렇지!’

지금 타이밍에 연락을 할 사람이라곤 한 명밖에 떠오르지 않던 탓이다.
하기야 아무리 막되먹은 인간이라도 그렇게 삐진 티를 냈는데 신경을 안 쓸 수가 있을까. 채유린보다  발 늦긴 했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봐줄 수 있었다.

‘더 신경 쓰느라 늦었나보네요.’

괜히 의기양양해진 아리아가 후훗 웃으며 채유린을 보고는 여유롭게 연락을 확인했다.


[예나 교관님 : 이틀 후 던전 레이드가 있을 예정입니다. 종택 씨와 협회장님과는 얘기가 끝났습니다. 성장한 후 처음 합을 맞추는 던전이니 특별한 일이 없다면 꼭 참여해주셨으면 합니다.]


“...”

동시에 아리아의 안색이 빠른 속도로 굳었다. 한참을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던 그녀가 이내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껌뻑였다.
그래도 변한  없었다.

‘흐흥, 밑에 연락이 묻힌 걸 거야.’

애써 자기합리화를 하며 카톡창을 내려보지만, ‘말미잘해삼똥개변태’에게서 온 메시지는 구성과의 대결을 준비할  온 ‘?’가 마지막이었다.

“아아.. 저는 이만 들어가봐야할  같아요. 좀 더 정갈한 자세로 맞이해야죠.”
“...”

그런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맑게 미소지은 채유린이 그녀의 가슴을 후벼팠다.


“주인님의 동료 분을 만나서 반가웠어요.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도움을 청하시면  번은 도와드릴게요.”
“......”
“그럼 이만.”


마지막까지 제 할 말만을 내뱉고 사라진 채유린.
신형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진 그녀의 빈자리를 보며 아리아는 우는지 웃는지 모를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언제든 도움을 청해도 된다······’

분명 기뻐해야할 말일 것이다.
무려 5대 길드  하나인 천견 길드의 수장이자 세계적으로도 명성을 떨치는 강자의 도움권이니까.

목숨이 위험할 일이 많은 헌터 세계에선 그야말로 생명 하나를  얻은 건 다름없는 일.
무엇보다 협회 측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겐 ‘불쌍한 여자네요, 사정이 딱하니 한 번은 도와드리죠’로 밖에 들리지 않는 말이었다.

‘다 미워!’


붉어진 눈시울로 눈물을 글썽인 그녀가 휙 등을 돌렸다.
세상이  미웠다.
이쯤되면 눈치가 없는 건지 관심이 없는 건지 모르겠는 말미잘도 미웠고,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가슴을 후벼판 수왕도 미웠다.


“...아가씨? 무슨 일 있으십....”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게 터덜터덜 집까지 걸어온 그녀의 모습에 한센이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그러자 움찔 몸을 떤 아리아가 버럭 외쳤다.

“뭐요! 아무 일도 없거든요! 저 관심 많이 받거든요!”
“..예?”
“됐어요! 혼자있고 싶으니까 들어오지 마요!”


쾅!


“어이쿠야.”

마치 괜히 찔린 사람이 성을 내고 사라진 아리아를 보며 한센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저 활발한 아가씨가 저런 모습이라···

“혹시 차이기라도 하셨나?”
“아니거든요! 흐아아아앙!”


중얼거린 말을 귀신같이 알아듣고 터져나온 소리에 그가 숙연한 얼굴로 생각했다.


‘차였네, 차였어.’


-

[나 : 진짜 잘 하고 있는 거 맞지?]
[개냥이 : 물론이와요 주인님.]
[개냥이 : 주인님의 말인 걸요. 다른 남자와도 전혀 하지 않았어요♥]
[개냥이 : (수줍어하는 고양이 이모티콘)]


채유린의 연락에 피식 웃은 최종택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요즘 수왕이 달라졌다는 말이 많이 나돌긴 하지.’

소문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그가  정도면 상당히 핫한 이슈라는 뜻이다.
게다가 별 생각없이 다른 놈이랑 하지 말라고 했던 말을 지키고 있었다니 어찌 인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 : 잘했어. 봐, 하면  하면서. 앞으로도 잘해.]

이건 칭찬을 주어 마땅하다.


‘잘 하고 있구만. 아주 만족스러워.’

아무리 자박꼼에게 가장 크게 지배당한 여자라곤 해도 설마하니 지금까지 말을  들을 줄은 몰랐건만.
예상보다 더 순종적인 모습을 보니 절로 흡족스런 미소가 지어진다.
문득 궁금하기도 했다.


‘세계 파워 랭크 102위인 여자가 저렇다니.. 그럼 다른 랭커들에게도 통한다는 건가?’

심지어  당시의 자박꼼보다 등급이 더욱 높아졌으니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확언하기에는 채유린의 경우가 너무 특별하다.
때마침 짐승의 본능이 자박꼼의 지배하에 들어가는 기술이라 크게 효력이 발휘한 케이스였으니 말이다.

‘어디까지 통하는지 확실하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래도 대마도사 아지르, 에덴의 여제와 같은 최상위권 랭커들은 몰라도, 두 자리수 랭커인 사신 이설이나 불사신 지크와 같은 이들은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도달하자 문득 궁금해졌다.

‘사신 이설이라..’


한국 최강의 여헌터.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능력과 외모의 소유자.
한국 최고의 재능.

최종택 이전의 최대 유망주 타이틀을 따낸 화려한 업적을 가진 사신 길드의 마스터.


‘엄청 예뻤었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말이 전혀 과분하지 않은 외모였다.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백보아에게도 밀리지 않는 얼굴.
아니, 객관적인 미의 기준으론 사신 이설을 위로 쳐주는 이들이 더 많을 것이다.
특유의 차가운 분위기에 심장이 멎는 이도 있었다고 하니까.


‘대체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그런 그녀의 능력은 무엇일지, 그리고 자신이 얻게  날이 올지 너무 기대됐다.
하나 그 생각은 오래 이어갈 수 없었다.

[개냥이 : 저.. 혹시 상은 언제쯤... 슬슬 한계에요 주인님.]
[개냥이 : ...식사라도 한   될까요?]

수왕 채유린에게서 독촉이 왔기 때문이다.

‘그 식사가 내가 아는 식사는 아닐 거 같은데.’

빤히 목적이 보이지만 최종택으로서도 나쁠  없었다.
오는 여자 마다하지 않고 가는 여자도 마다하지 않는 남자 아닌가. 확실히 일처리도 잘하고 있고, 순종적으로  따르고 있으니 약속대로 상을 줄 때이긴 했다.
그리고···

‘음. 수왕이라···’

그녀만이 가진 매력적인 특징을 떠올리는 순간 띠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풀발이 발동되었습니다.]

‘나쁘지 않아.’

밑에 힘이 들어간 걸 느끼며 최종택이 헛기침을 했다.


[나 : 그럼 오늘 어때?]

이건 절대 불순한 목적이 있는 게 아니다.
곧 있을 던전에 방해되지 않게 미리 일처리를 끝내놓으려는 것일 뿐. 음흉한 얼굴은 전혀 그렇지 못했지만, 적어도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나 상대도 보통은 아니었다.


[개냥이 : 좋아요! 제가 당장 데리러 가겠사와요.]
[나 : ..지금?]
[개냥이 : 아.. 혹시 지금 당장은 힘드신가요..?]
[나 : 그건 아닌데...]


오늘 보자고는 했지만 이건 너무 빠른 스피드 아닌가. 식욕(?)이 뇌를 지배한 건 최종택만이 아니었다.

[개냥이 : 다행이에요. 사실 이미 가는 중이었거든요.]
[나 : ..뭐가?]
[개냥이 :  도착해요♥]


 말대로  분 지나지 않아 전화벨이 울려 나가보니, 집 앞에 리무진이 한 대 도착해있었다.
매끄럽게 잘 빠져있는 게 한눈에 봐도 값비싸보이는 디자인.


‘미친.’

영화에서 재벌들이 타던 것보다 몇 배는 더 좋아보이는 모습에 최종택이 멍하니 서 있기도 잠시.
뒷자석 문이 열리더니 채유린이 내렸다.
길게 풀어헤친 머리와 적당히 파인 가슴, 허벅지를 간신히 걸치는 하늘하늘한 원피스.
작은 키와 몸집이 전혀 단점이 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소화력에 그저 감탄이 나온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 했던가.
지금만큼은 최종택도 그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솔직히 글래머스러운 것도 아니고, 백보아처럼 몸매가 작살나는 것도 아닌데 계속 시선이 갔으니까.


하지만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건···

쫑긋.


‘음. 언제봐도 수인은 좋구만.’


귀엽게 솟아있는 귀와 반가운 듯 살랑이는 꼬리를 보니 절로 흐뭇해진다.
뜨거운 밤을 보낼 때 저 꼬리가 엄청 흔들렸었지. 그런 생각을 하는데 눈이 마주친 그녀가 수줍게 다가와 조용히 손을 이끈다.

“정말 보고싶었어요, 주인님.”
“어음.. 그래.”
“같이 들어가요.”
“..어딜?”


그 물음에 싱긋 웃은 그녀가 손에 살짝 힘을 준다.


“맛난 거 먹으러요.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이것저것 다 준비해봤어요.”

그러며 슬쩍 파인 가슴쪽 옷을 들추자 야시시한 레이스가 달린 검은 속옷이 드러났다. 그것만 보면 평범한데 문제는 그 안에 담긴 물건이었다.
유두를 가린 것으로 추정되는 집개에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스윽.

그 시선을 마주한 그녀가 슬쩍 손을 휘젓자 온갖 성인용품이 흐릿한 잔상처럼 드러났다.
무려 A랭크 스킬로 아공간의 하위호환이라 할 수 있었다.

아공간도 놀랍지만, 그보다는 내용물이 더욱 놀라웠다.

흔히 아는 딜도와 바이브레이터도 있었고, 수갑이나 채찍으로 추정되는 것이나 난생 처음보는 성인용품들도 즐비했으니까.


‘오우야···’

그가 정신을 못 차리고 쳐다보자 찰싹 달라붙은 채유린이 그의 품에 껴안겼다. 향수라도 뿌렸는지 섹시한 향이 퍼진다.
그 후부터는 일사천리였다.


“그럼 들어갈까요?”

어어, 하는 사이 귀신에 홀리듯 이끌린 최종택은 리무진에 타있었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출발한 후였다.
그러자 드러난 풍경에 최종택이 말을 잃었다.


‘..여기가 리무진이야, SM모텔이야?’

검은색 디자인에 붉은 카펫들이 깔려있고, 주변에 놓인 향초에서 은은한 향이 퍼진다. 가뜩이나 넓은 내부를 저렇게 꾸며놓으니 진짜  내부라곤 상상도 못하겠다.

더욱 신기한 건 기사는 이 모든 걸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 침착하게 운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결계가 쳐져있어서 이쪽이 안 보이거든요. 아, 대신 소리는 들려요.”

어느새 옆에 달라붙은 채유린이 작게 속삭인다.
그 입김마저 야하게 느껴져 움찔 떨자 그녀가 세상 야한 얼굴로 싱긋 미소 지어보인다. 시선을 내리니 어느새 시스루로 옷을 갈아입은 그녀가 반쯤 헐거벗고 있었다.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연신 귀를 쫑긋이면서 성인용품들 사이에 파묻혀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스킬 때문에 섹녀였다며.’


저 여자, 키는 제일 작으면서 안에는 괴물을 키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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