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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8화 〉미녀 길드장과의 던전 탐방 (2) (88/124)



〈 88화 〉미녀 길드장과의 던전 탐방 (2)

88화.


5.
다음날.
구성 길드의 회의실로 온 최종택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그의 눈에 보이는  며칠 사이 부쩍 초췌해진 이재희였다.


‘음. 상처가 덜 나았던 건가?’


한데  그렇다기엔 몸은 멀쩡해보인다.


‘뭐, 사정이 있었나보지.’


그게 자기 때문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한 그는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예.”

그러자 눈이 마주친 이재희가 슬쩍 시선을 피한다.


“…?”

뭔가 이상한데.
뭐라 말하려는 찰나 그녀가 먼저 선수쳤다.

“그럼 브리핑을 하겠습니다.”
“아…”

뭔가 찝찝하긴 했으나 이내 최종택도 자리에 앉았다.
그에 이재희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괜히 신경 쓰이네.’

어제 일 때문일까.
왠지 그를 보면 민망해지는 게 묘한 기분이었다.
하나 그녀는 어엿한 프로.

파앗.


작게 헛기침을 하고 파일을 여는 순간, 그녀는 평소의 고고한 길드장이 되어있었다.

“A등급 필드 던전으로, 보는 바와 같이 던전의 테마는 바다입니다.”
“오오…


그에 최종택이 감탄했다.
프로다운 그녀의 모습에 감탄한 건 아니었다.


‘바다는 처음인 것 같은데. 신기하네. 심지어 A급 던전이라니… 어디서 이렇게 A급 던전을 잘 포섭해오는 거지?’


 동굴 타입이나 평지 타입 던전만 돌다가 바다를 보니 신기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위험했다.
처음 보는 던전이라는 건, 그가 가장 미숙한 타입이라는 소리니까.


‘이번엔 집중해서 들어야겠네.’

그렇기에 최종택은 평소보다 더 브리핑에 집중했다.
다행히 이재희의 브리핑은 자세했다.

“바다 타입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바다에 들어가야 하는  아닙니다. 저희는 모래사장에서 놈들을 공격하면 되니까요. 한 번에 나오는 몬스터의 수도 적은 편입니다.”

요컨대 말이 바다라는 거지, 그간 갔던 던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방식이었다.
오히려 더 쉬운 면도 있었다.
바다에 서식하는 놈들인 이상, 육지에 있는 그들을 공격하기 쉽지 않을 테니까.


‘반대로 말하면 우리도 놈들을 잡기가 까다롭다는 거겠지.’

하나 그걸 감안해도 의문이었다.


‘생각보다 너무 쉽지 않나?’


겨우 이 정도로 A등급이라 할 수 있을까?
검의 무덤이 예외적인 던전이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쉬운 감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물론 이렇게 쉽게만 흘러갈 수는 없죠. 저희가 조심해야할  모래사장이라는 환경이 아닙니다.”

이재희가 다소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인어.”
“…응?”

최종택의 입장에선 정신이 퍼뜩 들 만한 말이기도 했다.

“이 던전은 주기적으로 파도가 밀려옵니다. 그때 잠시 모래사장이 물에 잠기는데  동안 인어들이 나와서 헌터들을 데리고 갑니다.”
“와…”

이거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인어들이 나와 바닷 속으로 데려간다니?
 안에선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의 특성상, 듣기만 해도 섬뜩한 일이었다.

“인어는 바다에서 가장 날쌔고 빠른 종족. 한  끌려 들어가면 아차 하는 사이 당할  있으니 주의해야합니다. 인어 말고는 바다로 데리고 가는 몬스터는 없으니 인어를 가장 주의해야합니다.”

그걸 알기에 이재희도 신신당부했다.
 외에도 위험한 것들에 대해 설명을 했지만, 최종택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이 순간, 최종택이 집중한 대목은 하나였다.

‘좆 됐다. 인어라니…’

꿈에만 그리던 판타지 아닌가.
정말 동화에서 보는 것처럼 예쁘게 생겼을까? 미녀라면 S급 헌터와 비교했을 때 얼마나 예쁠까?
어떻게 생겼을지도 궁금했지만, 그보다 더 궁금한 건.

‘인어랑도 할 수 있을까?’


혐오스런 상상이긴 했지만, 그에겐 나름 중요한 일. 단순히 쾌락 때문이 아닌 능력치 향상 때문이었다.
서큐버스 때처럼 몬스터와 하면 훨씬 강해지지 않던가.
그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브리핑은  정도입니다. 어떻게, 지금 바로 던전에 가실 건가요?”
“아… 그래요.”

브리핑을 끝낸 이재희의 물음에 최종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떠올랐는지 물었다.

“아, 그런데 필드 던전이면 캠핑 장비들을 좀 챙겨야하지 않나요?”


그답지 않게 타당한 질문이었다.
필드 던전은 기본이 몇 박 며칠로 이루어진 장기 던전. 생존에 도움되는 장비들을 챙기는 게 당연했다.
의식주에 포함되는 캠핑 장비는 필수라고 봐도 될 정도.


“걱정 마시죠.”


그런 걸 미리 대비하지 않았을 이재희가 아니었다.
그녀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준비는 완벽하게 했으니까요.”
“오…”

그 당당한 미소에 최종택이 작게 감탄을 흘릴 정도.
 반응에 이재희가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갈까요?”

최종택, 그가 인어를 만나러 가는 순간이었다.


6.


[필드 던전, ‘석양의 파도’ 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음…”


던전에 입장한 최종택이 가장 먼저 한 건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던전이 어떤 타입인지, 또 어떤 지형이 있는지.
전투 외의 것들을 모두 파악해야하는  헌터의 기본사항이었으니까.

‘예쁘긴 하다. 겨울바다 보러   같네.’

하나 이번엔 조금 달랐다.
웬만한 현대의 바다 못지않게 아름다운 광경이 절로 시선을 빼앗은 것이다.
그건 이재희도 마찬가지인지 시선이 바다에 머물러있었다.
다만, 그녀의 시선은 단순히 감상만이 목적이 아니었다.


“아직 인어는 없는 것 같네요.”
“예?”


그에 최종택이 고개를 돌렸다.
그게 무슨 꿈과 희망도 없는 소리냐는 듯한 얼굴이었다.
하나 그녀는 근거가 있었다.

[10 : 40 . 04]

“저건 웨이브가 오는 시간이에요. 웨이브가 오지 않는 이상 인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죠.”
“아…”

최종택으로선 참 안타까운 일이었다.


‘기대했는데…’


어젯밤 인어를 떠올리며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던가.
아쉬웠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필드 던전인 이상 한 번쯤은 마주치게 되어있으니까.
지금은 그보다 던전에 집중할 때였다.

파아아아-


그 사실을 상기시켜주듯 무언가 바다를 가르며 빠르게 다가왔다.
다가오는 방식으로 보나, 생김새가 익숙한 놈.

“상어?”
“인디 죠스네요. 백상아리 계열이라 근접전은 조금 까다로운 놈이에요.”
“흐음…”

이재희의 설명에 최종택이 검을 집어넣었다.
무대부터가 바다다.
척 봐도 바다 밖으로 빠져나오진 않아 보이니 원거리로 공략할 생각이었다.


‘수라기를 시험해보기 좋겠어.’


때마침 적당한 스킬도 있겠다.
스킬의 성능이나 체험해볼 생각으로 바지춤에 손을 대려던 때였다.


스윽.

“저 놈은 제가 맡을게요. 올라운더라도 근거리 위주이신 것 같은데 지금은 최대한 체력을 비축하는  좋아요.”
“어…”


아닌데.
고간포라는 환상적인 원거리 기술 있는데.
하나 굳이 고집 부려서 고간포를 쏘는 것도 그림이 이상했기에 순순히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콰아아아-!


“어?”


예상을 벗어난 상황이 벌어졌다.
물 밖으로 나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인디죠스가 아가리를 벌리며 덮친 것이다.
10M가 넘는 거대한 덩치.
건물 하나가 옥상부터 떨어지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였으나 이재희는 침착했다.


파앗!
콰아앙!


뒤로 백스텝을 밟자 간발의 차로 놈이 지면을 강타했다.
그 충격파로 모래폭풍이 일 정도.
시야를 가리는 모래연기에 찌푸린 시야 사이로 꿋꿋하게 서있는 그녀가 보였다.


“이기어검.”

그런 그녀의 주위에는 수백 자루의 검이 떠 있었다.
마나로 이루어진 꽃들과 함께 은은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모습은 다시 봐도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저거 하나 갖고 싶네.’


순간 욕심이 들 정도로.
자신의 주위로 수백 자루의 마법검을 띄우고 싸우는 걸 상상하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와씨….’


간지작살이긴 했다.
심지어 저 스킬은 간지만 나는 게 아니다.


파바밧! 파박!
푹! 푸욱!

“-----!!!”

바닥에서 허우적대는 짧은 시간.
약 5초 남짓한 시간에 날아온 검들이 인디죠스의 몸을 무참하게 헤집었다.
 발 한 발이 치명상이었다.
예나의 비의 화살과는 비교도 안 되는 데미지.

----!!

결국 놈은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숨이 끊어졌다.
매끈했던 곡선은 어디가고, 고슴도치처럼 사방에 검이 꽂힌 모습이 썩 불쌍했다.
 후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마리의 몬스터가 더 나왔지만, 모두 그녀의 검 앞에 고슴도치로 전략한 것이다.

‘확실히… 강하긴 해. 특히 잡몹 잡을 때는 거의 만능이네.’

다시 봐도 탐나는 능력이다.
저게 있으면 잡몹 잡을 때마다 고간포를 써야하나 고민할 필요 없지 않은가.


“…왜 그렇게 쳐다보시죠?”
“아…”

저도 모르게 너무 빤히 봤나보다.
멋쩍음에 머리를 긁적인 최종택이 대충 둘러댔다.

“던전이 너무 쉬운  아닌가 해서요.”
“아…”


그 순간, 그녀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뭔가 기대한 게 어긋난 듯하던 그녀가 이내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와 설명했다.


“본격적인 사냥은 웨이브가 친 직후부터에요. 지금 나오는 몬스터들은 바다 밖까지 나와 봐야 20M 정도밖에 못 나오거든요. 그나마 처음 나온 놈을 빼면 위험한 놈은 없어요.”
“아… 하긴.”


바다에 사는 놈들이니 물이 없으면 꺼릴 법도 하다.
한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웨이브가 치기 시작하면 까다로워질 거예요. 첫 웨이브라 느리게 오는 것뿐, 그 후부터는 짧은 주기로 칠 테니까요.”
“아…”
“저희는 이곳에서 총 20번의 웨이브를 막아야합니다. 아까 브리핑 때 설명했는데…”
“크흠…”


최종택이 민망한 듯 시선을 돌렸다.
인어에 대해 생각하느라 못 들었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어쨌거나 덕분에 감이 왔다.

‘디펜스 게임 같은 거네.’

그리고 디펜스라면 자신 있었다.
테트리스를 포함해서 그가 가장 잘하는 게임 중 하나였으니까.
물론 실전과 게임은 다르지만, 요령은 비슷하지 않겠는가.

‘디펜스면 이놈만한 게 없지.’

무엇보다 그에겐 훌륭한 무기가 있었다.
슬쩍 밑을 보며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였다.


“그럼 이제 야영지를 지을게요.”
“벌써요?”

이재희는 대답 대신 시스템 창을 가리켰다.


[10 : 17 . 01]


10시간 남짓 남은 시간.
그것을 확인한 최종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웨이브가 치기 시작하면 연달아 친다했으니 지금 체력을 보충하는 게 맞았다.

‘근데  번도 캠핑 같은 거 가본  없는데…’

그런 걱정을 하는 걸 어찌 알았는지 그녀가 귀신같이 말했다.

“텐트는 제가 치겠습니다. 최종택 씨 것도 챙겼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 감사합니다.”

걸크러쉬가 이런 걸까.
당당한 그녀의 모습에 최종택이 순순히 뒤로 물러났다.
그리곤 기대감 가득한 눈으로 그녀가 캠핑 장비를 꺼내는 걸 바라봤다.

‘이번엔 또 얼마나 럭셔리한 장비이려나.’

리무진부터가 엄청 났던 구성이다.
명색이 구성인만큼 야영지도 거하게 짓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하으음…’


텐트를 설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따분함이 밀려왔다.
어느새 최종택은 멍하니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던 것이다. 준비가 완료되면 알아서 부르겠거니 싶었다.
그리고 그 시각.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이재희는 무척 난감한 얼굴로 텐트를 바라봤다.


‘…왜 하나밖에 없는 거야?’


분명  개를 챙겼건만.
무슨 일인지 텐트가 하나밖에 없었다.
생필품이나 식량은 둘이 5일을 지내도 괜찮을 지경인데 텐트와 이불만 하나였다.
그 대신 가방을 차지한 건 한 장의 쪽지였다.


[야, 너도 영입할 수 있어
건투를 빈다.
-너의 오빠가-]

“…??”

짧고 굵은 문구.
그에 이재희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그런 그녀와 하나밖에 없는 텐트를 앞둔 최종택은 진지한 얼굴이었다.


‘인어는 구멍이 어디에 있는 거지?’


텐트가 하나고 나발이고, 그의 머릿속엔 곧 만날 인어로 가득 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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