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5화 〉진(眞) 예나 (2) (85/124)



〈 85화 〉진(眞) 예나 (2)

85화.

10.
말했던 대로 기다림은 짧았다.
딱 10초가 지나자 문이 열리며 최종택이 나타난 것이다.


“어우, 안 늦었죠?”
“……”


한데 패션이 상당이 특이했다.
위에는 잠옷인데 밑에는 청바지다.
심지어 청바지도 제대로 입은  아니라 약간 내려가 있는 게 심상치 않았다.
자연스레 그녀의 시선이 밑을 향했다.

“…아.”

물끄러미 보는 시선을 눈치챈 최종택이 슬쩍 바지를 가렸다.

“흠흠, 그런데 여긴 무슨 일이에요?”


얼버무리듯 화제를 돌리던 순간이었다.


화악-

“…어?”


갑자기 예나가 와락 안겨왔다.
샴푸 냄새와 화장품 냄새가 땀에 섞여서 확 풍겨왔다.
묘하게 꼴릿한 냄새.
그것만으로도 밑에 힘이 들어가는데 안긴 가슴의 감촉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어어… 이게 뭔 일이지?’


좋기는 한데…
이해할 수 없는 돌발행동에 최종택이 물으려던 순간.

“…힘들어요.”
“예?”

그녀가 먼저 선수를 쳤다.
최종택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가 말을 이었다.

“제가 너무 약해서… 종택 씨 옆에 있기 힘들어요. 종택 씨는 구성에 더 어울리니까.”
“예?”
“그걸 아는데… 저는 더 옆에 있고 싶어요.”
“…어.”


당혹스러웠다.


‘이게 이렇게 된다고?’

백보아 때는 자신이 찾아간 거니 그렇다 쳐도, 이건 이상하지 않은가.
평소 그가 알던 그녀의 모습이 아니었다.

탁.

“그러니 종택 씨… 가만히 있어요.”

원래의 예나는 결코 이렇게 적극적이지 않으니까.


탁.


순식간에 벽으로 밀쳐진 최종택.
부드러운 손이 몸을 훑듯이 내려가더니 이내 바지춤을 풀었다.
부끄러움이 많던 그녀가 했다고는 상상도 못할 유혹.

[풀발이 발동되었습니다.]


‘오우야.’


당연히 밑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덩달아 흥분한 그가 예나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곤 몸을 돌려 역으로 그녀를 벽에 몰아세우자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어?’

그에 적극적이던 최종택이 멈칫했다.
그녀의 눈에 초점이 없었다.
반쯤 풀린 눈에 당황한 사이 그녀가 최종택의 몸을 휘감듯이 안겼다.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물건과 그녀의 꽃잎이  들어맞는 자세였다.
남자라면 참을  없는 상황.

‘오우씨… 뭐야.’


최종택도 남자인 이상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의 손이 움직였다.
어깨에 닿은 손이 천천히 내려갔다.


스윽.


이윽고 봉긋 솟은 가슴을 쓸어내리려는 순간.


-난 당신이랑 감정 없이 하고 싶지 않다고!


그 말이 뇌리를 스쳤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소리치던 백보아와의 하룻밤을 떠올린 그의 손이 멈추었다.

‘맞아. 이때 병신같이 좋다고 하면 안 돼.’


왜인지 그녀와는 의미 없는 섹스를 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지금처럼 이상한 상태라면 더더욱.
결국 손을 뗀 그가 예나를 밀쳤다.


“…어?”

최종택이 섹스를 거부했다?
충격이 컸는지 예나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미친 듯이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며 최종택이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건 예나 씨답지 않아요. 오늘은 돌아가세요.”
“아…”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푹 숙였다.
자신의 행동을 자각한 것인지 그녀의 귀가 빨갛게 물들어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최종택은 생각했다.

‘크으… 존나 멋있어.’


 힘든 걸 해내다니.
한층 진화한 자신의 모습이 대견했다.
그에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있을 때, 무언가 흐느끼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툭. 투욱.


“…어?”


다급히 고개를 돌리자 그녀의 밑으로 무언가 떨어지는 게 보였다.
자연스레 백보아가 떠올랐다.


‘서, 설마 우나?’


그 의문에 답하듯 예나가 큰소리로 울음을 터트렸다.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꼭 천하의 죄인이 된 것만 같았다. 저 울음을 어떻게 참았나 싶을 정도로 광광 운다.


“어어… 왜 그래요? 울지 마요.”
“흐아아아앙!”

당황해서 물어도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최종택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갔다. 이내 해답을 찾은 그가 입을 열었다.


“아… 저 구성 안 가요. 저번에도 안 간다고 했었잖아요.”
“……”

그러자 놀랍게도 울음이 그쳤다.
무슨 곶감도 아니고….
허탈한 심정으로 바라보자 그녀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조심스레 말했다.

“그래도… 제가 너무 약한 걸요.”
‘아…’

그제야 알  있었다.
그녀가 왜 저리 다급하고 초조해하는지.
최종택이 가지 않는 걸 알아도 자신이 약하다는 생각에 보내줘야 한다고 여긴 것이리라.


‘하긴… 내가 너무 신경을 안 쓰긴 했어.’


여기서 해줄  있는 말은 많다.
미안하다, 자기는 절대 가지 않겠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하나 그렇다고 초조함이 없어질 리는 없었다.
지금 그가 해줄  있는 건 하나였다.

“내가 도와줄게요.”
“…예?”

그녀가 강해질  있게 도와주는 것.
가장 효율적인 방법 또한 그는 알고 있었다. 천천히 다가와 미소 짓는 그의 모습에 예나가 당혹스런 얼굴을 했다.

‘분명 나답지 않다고…’

그녀답지 않다고 선 그을 땐 언제고 갑자기 도와준다니.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예나는 안심할 수 있었다.

“…역시 종택 씨답군요.”

최종택은 이래야 최종택 다우니까.
부드럽게 미소 지은 그녀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동시에 입술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으응…”


최종택이 입을 맞춘 것이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아주 조심스럽고 풋풋한 느낌.


“흐읏...”


그녀가 조금 놀란 듯이 눈을 떴지만, 이내 부드럽게 감겨오는 입술의 감촉을 느끼며 다시 지긋이 눈을 감았다.
짧고 경쾌하기까지  입맞춤이 새로웠다.


‘뭔가… 평소와 달라.’


평소 강렬하게 혀를 휘감아오던 그와는 다른 움직임에 분위기가 묘해졌다.
그 탓일까.
최종택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이 꽃사슴처럼 촉촉하게 젖었다.


“종택 씨...”

목소리가 떨려온다.
귀까지 붉어진 그녀의 모습에 최종택이 피식 웃었다.


‘역시 교관님이 귀엽긴 해’


꼭 주인의 눈치를 보는 강아지 같지 않은가.
조심스레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을 보며 최종택이 천천히 다가갔다.

“흐우음...”

그녀는 살짝 몸을 떨지만, 이내 평소와 달리 부드럽게 손을 뻗어 감싸 안아 오는 최종택의 손길에 몸의 떨림이 멈췄다.


“흐으...”


살살 아랫입술을 깨물자, 작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묘하게 꼴릿한 소리.
이내 그녀의 작은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그 입술을 툭툭 혀로 건드린 최종택이 슬며시 혀를 집어넣었다.

“후으음...”

연약한 점막을 건드리다 천천히 그녀의 혀와 얽히고 풀리기를 반복했다.
자연스레 두 사람의 몸이 얽혔다.
분위기가 달아올라 서로를 탐닉하기 시작한 것이다.

탁.


얼마나 오래 그러고 있었을까.
문득, 허벅지가 침대로 가 닿는 느낌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키스에 집중하다보니 어느새 현관에서 침대까지 밀린 것이다.


스윽.

“앗. 아…”


당황한 예나의 앞으로 최종택이 성큼 다가왔다.
그러자 품에 안긴 것 같은 모습이 되었다. 묘한 상황에 예나가 부끄러운  시선을 돌렸다.

‘…오늘 뭔가 이상해.’

아까 키스할 때도 그렇고, 평소와는 달랐다.
거친 야생마 같았다면, 지금은 손길 하나하나가 모두 부드러웠다.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애꿎은 바닥만 바라보는데 살짝 웃음기 섞인 중저음이 들려왔다.


“예나 씨.”
“…!?”


그에 대답하기도 전에 시야가 바뀌었다.
풀썩, 하는 느낌과 함께 최종택의 얼굴이 마주 보였다. 허리에는 그의 팔이 허리띠처럼 둘러있었다.


“아…”


그제야 침대에 누웠다는 걸 자각한 예나가 얼굴을 붉혔다.
최종택이 조심스러운 손길로 그녀의 등과 머리를 감싸듯 끌어안고 생긋 웃으며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의 눈가가 파르르 떨리더니 새빨개진 얼굴로 슬쩍 고개를 돌려 그의 시선을 피해버렸다.
시선을 피한다고 고개를 돌리자, 그녀의 새빨갛게 익은 귀가 눈에 들어왔다.

“괜찮아요.”

최종택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오는 동시에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느껴졌다.
마치 소중한 것을 다루는 듯한 그 손길과 목소리에, 예나는 조심스럽게 다시 시선을 맞췄다.


‘기분이 이상해.’

부드럽게 자신을 내려다보는 최종택의 눈빛.
어색했다.

‘하지만...’


그게 싫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화악.


그런 생각이 들자 그녀는 얼굴에 열이 확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시간이 멈춘 듯 느려진 세상에서 심장이 뛰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이러다가 듣는 건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


분명 그녀는 최종택을 원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곳에 왔으며, 지금도 그 사실은 변함없었다.
그렇지만 뭔가 평소와 다른 분위기로 흘러가는 이 상황이 조금. 아니, 사실은 많이 부끄러웠다.
하지만…

‘좋아….’

이 부드러운 느낌에 그저 몸을 맡기고 싶었다.


“할게요.”

그렇기에 그녀는 다정한 목소리로 물어오는 최종택에게, 새빨개진 얼굴을 살짝 옆으로 돌리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으로 대답은 충분했다.
끌어안은 그대로 허리를 받쳐 조심스럽게 그녀를 침대 위로 눕힌 그의 손이 아래로 향했다.

“으응, 흣..”
“긴장하지 말아요.”


최종택의 손이 닿은 곳은 당연하게도 예나의 가슴이었다.
거기에 귓가를 간질이는 목소리까지.
이전과는 달리 무척이나 달콤한. 마치 ‘연인’같다 느껴지는  달콤함에 예나는 흠뻑 취해버리고 말았다.


“아으, 흐응...”

가슴을 마사지하듯 문지르다 서서히 반경을 좁혀 봉긋한 가슴 위로 솟아오른 돌기를 아프지 않게 꼬집었다.
 다문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신음.

가슴을 꼬집고 만지던 손은 슬금슬금 아래로 향하며 그녀의 음부로 향해 갔다.
아직 벗지 않은 팬티 위로 이미 잔뜩 젖어버려 질걱거리는 음부를 문지르면 참을 수 없다는 듯 신음이 연달아 터져 나온다.

“하앗... 아응!”

 모습을 보던 최종택은 서서히 허리를 숙여 달뜬 신음이 흘러나오는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을 맞추었다.

츄웁. 츕.


키스를 하는 사이 어느새 그녀의 옷가지는 최종택의 현란한 손놀림에 전부 풀어 헤쳐져 있었다.


“야하네요, 예나씨 지금 모습.”


장난스러운 말투로 한마디  던진 최종택은 이내 입고 있던 옷가지를 하나 둘 벗어 던졌다.
그러자 그 속에 숨어 있던 우람한 그의 물건이 모습을 드러냈다.
언제나처럼. 아니, 이전보다 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물건이었다.


“이제 넣을게요.”
“아..”


귀까지 붉어진 얼굴로 최종택을 멍하니 바라보던 예나는 곧 시선을 피하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동의가 떨어짐과 동시에 그는 자신의 물건을 잔뜩 젖어 물기를 머금은 음부에 밀어 넣었다.


“하으윽..!”

예나는  하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분명 처음이 아닌데.
처음 섹스를 하는 것만큼 아픈 느낌이었다.


‘이, 이렇게 컸었나..?’


안 그래도 큰 최종택의 물건이, 평소보다 훨씬  크다는 느낌이 들었다.
애액이 충분하다 못해 흥건할 정도로 흘러나오고 있는데도 조금 아플 정도로.

당혹스러움과 아픔에 얼굴을 살짝 찡그리고 눈알만 굴려대는 그녀를 바라보던 최종택은 곧바로 움직이려던 것을 멈추고 그녀의 클리토리스로 손을 뻗었다.


“읏, 흥..!”

갑작스러운 손길에 놀란 것도 잠시.
뭉근히 움직여오는 손놀림에 몸이 달아오르고, 근질거려 왔다.


“하아... 하으읏...”


찡그렸던 표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 풀려 버렸고, 찌릿한 아픔에 굳어 있던 그녀의 허리가 슬슬 움직이고 있었다.
최종택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그리며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허리를 움직였다.


쭈르릅, 쯔륵~

질걱거리는 야한  소리와 철벅거리는 살과 살이 맞닿는 소리.
그리고 예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물기를 머금은 야한 신음이 가득한 방 안의 열기가 후끈거렸다.

“하으응~ 조, 좋아... 좋아요, 종택 씨이...”

왠지 평소와는 다른 느낌에 눈을 아래로 깔고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떨던 예나가 입술을 꼭 깨물며 최종택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를 아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는 최종택의 시선과 마주친 순간.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예나의 안을 꽉 채우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채워지는 기분이야…’

깨물어 짓눌린 입술에 최종택의 입술이 내려앉았다.

“흐으, 으...”

천천히, 그렇지만 충분히 기분 좋을 만큼 움직이던 최종택의 물건이 움찔거리며 떨려 오는 것이 그대로 느껴져 왔다.

“읏, 가... 갑니다 예나 씨...!”
“저도... 저도 갈  같아요...! 종택씨, 흐, 으읏! 하앙~!”


예나가 먼저 신음을 내지르며 절정을 맞이한 듯 한참 움직여대던 허리와 두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왔다.


“으윽, 읏...!”

그리고 거의 동시에 최종택 역시 절정에 치닫아 묵직한 신음을 흘렸고, 두 사람은 서로의 가버리는 얼굴을 마주한 채 함께 절정했다.

“하아아아앙~~!”
“크읏...!”


퓨웃! 푸븃! 푸슈슛!
띠링-

[그녀와 처음으로 애정 어린 섹스를 했습니다.]
[그로 인해……]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지만, 최종택은 확인하지 않았다.

“하아… 하아…”
“하아…”

지금은 그것보다 다른 게  중요했으니까. 반쯤 눈이 풀린 예나를 똑바로 마주본 최종택이 담담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말했다.

“그동안 신경 못 써줘서 미안해요.”
“……”


예나의 눈이 흔들렸다.
그러나 이내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투명한 눈물을 흘렸다.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를 보며 최종택이 꽈악 안아주었다.
그렇게 둘의 밤은 매우 깊어……


파아앗!


“어어?”
“…응?”


지려는 순간 예나의 몸이 번쩍였다.
마치 신탁이 내린 성검을 뽑은 것처럼, 신성한 빛이 뿜어지는 모습이었다. 갑작스런 상황에 서로를 멍하니 쳐다보던 찰나, 예나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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