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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5화 〉몽마? 어림도 없지! (2) (65/124)



〈 65화 〉몽마? 어림도 없지! (2)

65화.

3.
영등포 시가지 인근.
도심 한복판에 떠 있는 거대한 게이트 앞에 최종택이 섰다. 주변을 둘러본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도 없네.'

묘한 느낌이었다.
수많은 사람과 소음으로 가득 차있어야할 도로가 쥐 죽은 듯 조용한 것은.
마치 좀비물 속으로 들어온 것만 같다.

"으으… 뭔가 으스스하네요."
"확실히 조용하니 기분이 이상하긴 합니다."

그건 그녀들도 마찬가지인지 아리아와 예나가 팔을 쓸어 담았다.
단순히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게이트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생각보다 더욱 강력했던 탓이다.
하나 단 한명.

"…흥."

백보아만이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입술을 빼죽 내민 게 잔뜩 심통  보이는 얼굴. 평소 그녀답지 않은 모습에 아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라? 보아 님은 왜 심통 나 있어요?"
"몰라요."

그리곤 홱 고개를 돌린다.

"…?"

평소와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에 아리아가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다.
저분 원래 저런 컨셉 아닌데.
자연스레 그녀의 시선이 최종택을 향했다.
그녀의 감이 그와 관련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익, 저 비겁한 사람이 또…?'

그때, 예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 던전은 정보가 없으니 긴장해야 합니다."
"아…"

그에 상념에 휩싸여있던 아리아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몽마의 둥지를 보고 묘한 얼굴을 하고 있던 최종택과 삐져 있던 백보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확실히 강한 기운이 느껴지기는 해.'

얼핏 봐도 리치의 연구실 때보다 강한 기운.
그에 최종택이 손목을 내려다봤다.
손목에 휘감긴 팔찌가 내는 은은한 빛이 든든하게 느껴졌다.

'음… 이번에 이놈을 시험할 수 있겠군.'

무려 S+급 무기.
이번 던전을 통해 얼마나 큰 효율을 자랑하는지 확실하게  수 있으리라.

스륵-

그가 마력을 살짝 흘려보내자 팔찌의 형태가 변했다.
아이스크림처럼 녹는다 싶더니 눈 깜빡할 사이에 검으로 변한 광경에 그녀들이 눈을 크게 떴다.

"뭐, 뭐에요 그건?"
"…그게 권 노아 님에게 받은 무기입니까?"
"아, 예. 이거 좋아요."

놀란 미어캣처럼 쳐다보는 모습에 최종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예나가 다소 아쉬운 기색으로 축하를 건넨다.

"축하합니다. 혹시 몰라서 종택 씨 무기도 저희가 챙겼는데 괜히 챙긴 듯하네요."
"받았으면 받았다 말을 해줘야죠!"

그런 예나의 허리춤에는 검  자루가 있었다.
디자인만 보면 여의검보다 더욱 화려해 보이는 검. 못해도 B등급이 넘어 보이는 외관에 최종택이 어깨를 으쓱였다.

"뭐, 하나 예비용으로 가지고 있으면 좋죠. 쌍검을 써도 되고."
"쌍검을 하실 줄 아나요?"
"음… 그런  같아요."
"…?"

예나의 표정이 아리송해졌다.
사실 최종택으로서도 확답할 수 없긴 했다.
쌍검으로도 체위술이 가능할 뿐이지,  무기가 한손 검이기는 했으니까.

'뭐, 쌍검만이 가능한 체위술도 있으니까.'

검이 늘어서 나쁠 건 없었다.
오히려 좋다.
그런 최종택의 모습에 예나도 더는 반문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방안을 제시했다.

"최대한 버프를 받은 후 전방에 아리아 씨, 중견에 종택 씨. 후방에 저와 보아 씨가 서겠습니다."
"중견이라…미드필더 개념인가요."
"예. 종택 씨는 언제든지 후방으로 지원 올 수 있게끔 신경 쓰셔야 해요."

최종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게 맞지.'

지금으로선 최적의 포지션이었다
처음 보는 던전이니 뭐가 나올지 모르는데, 자칫 잘못하면 백보아가 다칠  있으니.
평소처럼 선봉에 나란히 서는 것보단, 중견에 서는 게 안전했다.

'뒤치기를 사용하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으니까.'

이동기가 준수한 그에게  맞는 역할.
그 후로도 계획을 짜기를 한창, 이내 입을 다문 그들이 게이트를 노려봤다.

'깰 수 있을까?'

순간,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강인한 기운이었다.
하나 이내 자신감이 들었다.

'리치 던전도 무난하게 깼으니까.'

그런 그의 파티라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최종택이 다짐하듯 말했다.

"다들 긴장해서 조심히 클리어하죠."

무려 마족 던전.
누군가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당연하죠!"
"알겠습니다."
"뭐…, 누군가가 지켜주기로 했으니까요."

자신감을 잃지 않은 그녀들의 대답에 최종택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들어가죠."


4.
으슥한 동굴.
그 중심에 있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던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지그시 눈을 감고 냄새를 맡은 그녀의 입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흐응… 역겨운 냄새가 던전에 진동하는군요.

말과 달리 그녀의 얼굴은 미소를 띠었다.
고혹적인 미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넋을 잃게 만드는 얼굴은 인간의 아름다움이 아니었다.
단순히 표현하기 위한 뜻은 아니었다.

-인간의 냄새란…

 핑크색 머리에 솟은 작은 뿔.
악마를 연상시키는 박쥐 날개.
마지막으로 창백한 피부의 엉덩이에 나 있는 가느다란 꼬리.
그녀의 모습은 영락없는 마족의 모습이었다.

-흐음…?

그런 그녀가 이상하다는  고개를 돌렸다.

-묘한 녀석이 같이 들어왔네?

특이한 기운이 느껴졌다.
다른 인간들과는 다른 묘한 기운.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그녀가 입구 너머를 바라보았다.
언제 한 번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군단장님이 이 땅에 강한 놈들이 많다 했지?

과거 인간세계에 강림했던 그의 주인이 해줬던 말.
 말을 떠올리던 그녀가 씨익 미소지었다.

-재밌겠네.

기대되었다.
과연 녀석이 이곳까지   있을까.

스륵.

슬며시 입술을 핥은 그녀가 이내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그녀의 나신이 드러났다.
창백한 피부가 도드라지는 매끈한 몸매.
들어갈 곳은 완벽하게 들어가고, 나올 곳은 놀라울 정도로 나온 몸매였다.

따악-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그녀의 몸에 어두운 마력이 스며들었다.
마치 자아를 가진 듯 점점 형상이 갖춰졌다.
이윽고 마력이 몸을 모두 감쌌을 때는, 아슬아슬하게 중요 부위만 가린 검붉은 옷이 완성되어있었다.

-부디 즐겁게 해주기를…

그녀의 중얼거림에 대답하듯, 짙게 가라앉은 어둠 속에서 붉은 눈이 반짝였다.
동시에 웅장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우리의… 주인님을 위해……

5.
동굴처럼 이어진 내부를 걷던 최종택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그리고 그건 그녀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상하다는  침음을 흘리던 그녀들이 이내 의문을 표했다.

"몬스터들이 안 모이네요?"
"그러게요. 의외네요."

온갖 버프를 떡칠하고 들어왔건만.
백보아가 있으니 우르르 몰려들 거란 예상과 달리, 몬스터의 몬자도 보이지 않는다.
쥐 죽은 듯 조용한 던전에 최종택이 머리를 긁적였다.

'다 뒤졌나? 누가 이미 다 쓸고 간 거 아냐?'

오죽하면 그런 생각이 들겠는가.
그때 아무 말 없이 걷던 백보아가 입을 열었다.

"조심해야 해요."
"네?"

그런 그녀의 얼굴은 사뭇 진지했다.
시선이 집중되자 그녀가 심각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저한테 몰려들지 않는 몬스터들은 위계질서가 철저하거나 강한 몬스터 밖에 없어요."
"아…"

그에 일행들의 표정도 진지해졌다.
최종택도 마찬가지였다.

'어찌됐든 리치 때보단 난이도가 훨씬 높다는 건가.'

그때는 물량이 많긴 했어도, 개체 하나의 힘은 약했다.
한데 이번엔 달랐다.
 말대로라면 개체의 힘이 강하거나, 군단으로 움직인다는 소리니까.

'어쩌면  다일지도 모르고.'

최종택도 아는 걸 그녀들이 모를 리 만무.
그녀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꿀꺽, 아리아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을 때였다.

-쿠웅!

"…어?"
"!"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가 홱 돌아갔다.
순식간에 포지션을 잡은 그들이 긴장된 눈으로 앞을 바라봤다.
짙게 깔린 어둠 속에서 발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쿵.
쿠웅. 쿵.

한데 그 발소리가 결코 작지 않다.
소리만 들어도 짐작되는 묵직함에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이윽고 코앞까지 다가온 소리가 멈춘 순간, 쿵쾅거리던 심장소리도 멈추었다.

스윽.

그리고 드러난 녀석.
5M를 훌쩍 넘는 거대한 몸집에 최종택의 눈빛이 흔들렸다.
신화  미노타우로스가 저러할까.
우락부락한 근육질이 전신을 뒤덮은 괴물이 거대한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
소와 같은 얼굴에서 녹이 슨 듯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주인님의 말씀을… 전하러 왔다….

절로 몸이 움츠러드는 기세.
그 기세를 눈앞에서 마주한 최종택의 몸이 떨렸다.
믿을  없다는  한 곳을 빤히 보던 그가 이내 그 감정을 입 밖으로 꺼냈다.

"…존나 작아."

그런 그의 시선이 놈의 하체에 머물러있었다.
우락부락한 근육에 파묻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새우깡에.
남자의 본능인 것일까.
놈이 당황한 듯 잠시 멈칫했다.

-……?

그때 피식 웃은 최종택이 말을 덧붙였다.

"이야… 새끼, 너무 작아서 보진  알았네."
"…?"
"?"
-?

정적이 휩싸였다.

'내가 지금  들은 거지?'

 여자의 눈에 같은 감정이 떠올랐다.
황당한 얼굴로 최종택을 바라보던 찰나, 분노에 찬 포효가 들려왔다.

-죽인다…!!

광분에  모습.
가뜩이나 컸던 덩치가 한층  커졌다.
붉은 천을  투우 소처럼 달려드는 놈을 보며 아리아가 당황해서 소리쳤다.

"뭐, 뭐야. 도발 스킬 있어요?"

당혹스러운 건 최종택도 마찬가지였다.

"있긴 한데… 아직  썼는데?"

미친 듯이 달려드는 걸 보니 웬만한 도발보다 효과가 좋았다.
순식간에 코앞으로 온 놈이 대뜸 주먹을 휘둘렀다.

"…히익!"

대포알이 날아오는 듯한 기세에 아리아가 들어올리던 방패를 다급히 옆으로 틀었다.
직격으로 막는 건 무리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리고 그 판단은 정확히 적중했다.

콰앙-!

"으윽…!"

주먹을 흘렸는데도 불구하고 아리아의 몸이 한없이 뒤로 밀려난 것이다.
그녀의 옆을 스쳐 지나가던 최종택이 깜짝 놀랄 정도의 위력.

"괜찮냐?"
"무리 없죠…!"

이를 악문 아리아가 다시 자세를 잡았다.
눈빛이 살아있다.
그에 최종택도 더는 신경 쓰지 않았다.

'많이 컸네.'

그런 그의 귓가로 익숙한 알림이 들려왔다.

띠링-

[풀발이 발동되었습니다.]

아직도 성장기인지 한층 커진 덕에 손쉽게 풀발을 발동시킬 수 있었다.

'음. 가능!'

자신감을 채운 그가 검을 휘둘렀다.
나름 틈을 노린 공격이었지만, 놈은 곧장 방어를 준비했다.
통나무만 한 팔을 감싼 아대가 검과 부딪히려는 순간.

파박! 팍!

-크아아!

어느새 사각으로 이동한 예나의 지원사격이 들어왔다.
자연스레 놈의 움직임이 멈췄다.
빠른 속도로 쏘아지는 속사에 놈이 정신을  차릴  최종택이 놈의 뒤로 돌아 검을 휘둘렀다.

"체위술… 뒤치기! 그리고 가위치기!"
-크어억!

순식간에  번을 베인 놈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크으으… 죽인…다!

어이없이 등을 내준 게 화가 난 것일까.
놈의 움직임이 더욱 과격해졌다.
몽둥이를 사방으로 휘두르면 달려들자 마치 제공권처럼 화살이 튕겨 나갔다.
무지막지한 위력.

"……"

하지만 예나의 공격수단은 직선만이 아니었다.
심호흡을   위로 화살을 쏘자 이내 수십 발의 화살이 밑으로 쏟아졌다.

-크흐으…

 발  발의 위력은 약했지만, 수가 너무 많았다.
조금씩 뒤로 물러나던 놈이 돌연 우뚝 섰다.
 뒤에 차가운 벽이 맞닿았던 것이다.
어느새 구석에 몰렸다는 걸 깨닫고 돌진하는 순간, 한 발 일찍 아리아가 돌격했다.

쿵!

"이건 몰랐죠!"
'오, 제법인데.'

추진력을 얻을 틈을 뺏은 반 박자 빠른 돌격.
자연스레 놈의 위력이 줄어들었다.
아리아가 놈의 움직임을 막자 최종택이 곧장 검을 휘둘렀다.
 번, 두 번.
검을 휘두를 때마다 점점 몸이 가벼워졌다.

[공격 시 5초간 5%씩 공격속도가 상승합니다. (0 / 5)]
[공격 시 5초간 공격력이 2%씩 상승합니다. (0 / 5)]
[풀 스텍 달성  10초간 유지되며, 지속시간 내에 공격하면 지속시간이 리셋 됩니다.]

'이게 여의검의 힘인가!'

공격할수록 몸에 힘이 넘친다.
평소와 다른 감각.
그에 최종택의 눈이 빛났다.

'지금이라면…!'

 실패하던 그 기술을 사용할 수 있으리라.
이윽고 그가 손목을 빠르게 튼 순간.

스거거거걱-!

"…뭐, 뭐에요!"

마치 여러 개의 검이 휘둘러지는 환각에 아리아가 당황해서 소리쳤다.
하나 놀라운 건 그 후였다.

휘이이이이-

처음에는 잔잔한 소리였다.
하나 휘몰아치는 바람이 점점 거세졌을 때, 이윽고 그것은 폭풍이 되었다.
 속에서 최종택이 외쳤다.

"체위술… 폭풍 섹스!!"
-…!

폭풍이 휘몰아쳤다.
 중심에 있던 아리아가 감격에 젖어 답했다.

"미친!"
"…정상은 아니네요."
"흠흠…"

한심하다는  고개를 젓는 백보아를 보며 예나가 부끄러운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들의 솔직한 반응에도 최종택은 꿋꿋하게 말했다.

"존나 멋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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