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1화 〉노아의 대홍수 (3) (61/124)



〈 61화 〉노아의 대홍수 (3)

61화


4.
싸늘하다.
차가운 비수가 날아와 좆에 꽂힌다.
차갑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최종택은 생각했다.


‘또 정신 나갈  같다고 지랄하겠네.’

그녀의 반응이 뻔히 예상되었다.
하나, 놀랍게도 그 예상은 적중하지 못했다.


“……”
“……”


그녀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침묵 속에서 조용히 그를 바라보고 있을 뿐.
다만, 그의 눈엔 보였다.

[상태가 추가됩니다]
[상태 : 정신 나갈 것 같음]
[특이사항이 추가됩니다.]
[특이사항]
……
[진지하게 두 눈을 의심하고 있음]

‘……’

 시선의 의미가.
지하철 치한을 보는  한없이 싸늘한 시선에 최종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 나갈 것 같애.’


왜 그녀가 저 말을 입에 달고 사는지  것 같다.
물론 변명할  많았다.
하지만 변명할수록 추해질 게 빤히 보이는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하나였다.

“…뒤졌다.”


전투를 치르는 것.
예상대로 그가 검을 뽑고 달려들자 치한처럼 보던 시선이 떨어져나갔다.


그어어-!
쿵! 쿵!


“와… 진짜 더럽다.”

그 대신 혐오스러움이 눈에 머물렀다.
좆처럼 생긴 돌덩어리가 작은 좆을 휘두르는  상상이상으로 더러웠다.
차마  뜨고 보기 힘들 정도.
그리고 그건 최종택도 마찬가지였다.

‘으으… 씨발, 절대 안 닿을 거야.’

그의 얼굴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결코  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결연한 얼굴.
실제로 그는 짐승의 본능까지 동원한 상태였다.
골렘 타입인 만큼 속도가 빠르진 않을 거란 판단이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히 적중했다.

휙-! 훙-
서걱-!


공격 루트가 빤히 보였다.
다만, 보는  고통스러울 뿐.


‘씨발.’

사방에서 휘둘러지는 좆들 사이에 있다 보니 이게 사냥을 하는 건지 고문을 당하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심지어  수가 한둘이 아니다.

그어어-!!

‘왜 이리 많아 좆같은 새끼들…’

처음에는 몇 마리 없던 놈들이 합동심이 있는지 순식간에 불어났다.
벌써 수십이 넘어갈 정도.
자연스레 최종택이 움직일 수 있는 반경이 좁아졌다.
작은 건 1M부터 큰 놈이 4M까지 되는  대가리들을 상대하니 어쩔 수 없었다.

‘고간포를 쓸까?’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수습이 안 돼.’


지금 상황에서 그랬다간 대참사다.
자신 때문에 저런 좆으로 된 몬스터들이 나타났는데, 심지어 자신은 좆에서 에너지 포를 쏜다?

‘오우야.’


검 안 만들어준다고 도망가도  말이 없다.
아무리 정상이 아닌 그라도 이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허억, 허억…”


움직임이 점점 거칠어졌다.
 좆같은 것들이 방어력도 좆같이 높았던 탓이다.
 와중에 수까지 많다보니 조금씩 코너에 몰리는 기분이었다.

‘안 되겠어. 풀발 2단계를……’


이윽고 그가 주머니에 손을 넣으려는 순간.


후웅-!


“…어?”

그의 안색이 창백하게 물들었다.


‘마, 막아야…’


눈앞에 좆이 날아오고 있던 탓이다.
그건 상상 이상의 공포였다.
본능이 피하라고 강하게 외쳤지만, 도저히 피할 공간이 없었다.
몸통 박치기를 피하는 탓에 사방이 골렘들이었던 탓이다.

‘아, 안 돼…!’

부릅뜬 시야로 좆이 점점 커졌다.
이윽고 놈의 주먹에 맞는 순간.

물컹-


“아아악! 씨바알!!”


야릇한 타격음과 함께 분노에 찬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 범죄현장을 지켜보던 권 노아가 탄식을 흘렸다.


“와… 저건 나여도 빡쳤다.”


가뜩이나 더럽게 생겼는데, 그 더러운 걸로 맞았으니 화가 안 나고 배기겠는가.
그러나 그가 화난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씨발, 발기도 안 된 좆으로 날 때려? 그건 좆에 대한 모욕이다!”
“…??”


내가 뭘 들은 거지?
상상도 못한 반응에 그녀의 입이 떡 벌어졌다.
더 놀라운 건  후의 일이었다.

“으아아!”

분노를 내지르던 그의 몸이 갑자기 부풀기 시작한 것이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날렵한 그의 체구는 2M에 가까운 거구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최종택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턱.

주머니에 든 알약을 움푹  그가 이내 거칠게 입에 털어 넣었다.

까드득-
까득-!

분노에 찬 악물기였다.
그 분노에 대답하듯 메시지가 떠올랐다.

[폭발적인 기운이 들어옵니다.]
[풀발 2단계 극의가 발동됩니다.]

질끈 감은 시야로 폭발적인 기운이 전해져왔다.
썰물처럼 밀려든 기운이 혈맥을 개통하듯 몸 안을 빠르게 회전한 순간.


스으으-


그의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며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엄청난 기운이었다.
주변을 둘러싸던 골렘들이 튕겨나갈 정도로. 그 기운을 느끼며 최종택이 나직하게 되뇌었다.

“어렸을 때 기억을 떠올려라…!”


주마등처럼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이윽고, 하나의 기억이 떠오르는 순간  쪽 눈에서 투명한 액체가 흘러내렸다.

“돈까스에 속아 무엇을 잃었는가…!”


이윽고 그가 눈을 뜬 순간.

피잉!


눈에서 형형한 빛이 새어나오는 것과 동시에 그의 신형이 사라졌다.


서걱-!
그어어?


그가 모습을 드러낸 곳은 그를 공격한 골렘의 뒤였다.
뒤늦게 자각한 골렘이 공격하려고 팔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제서야 놈은 자각했다.

으어어어!


자신의 양팔이 잘려있다는 것을.
잘린 건 놈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을 둘러싼 골렘들의 팔이 한 짝씩 날아간 것이다.
허공을 수놓은 좆들 사이로 최종택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남자에게만 사용 가능한 금기가 있지…”

시리도록 차가운 목소리.
동시에 근엄하게 느껴질 정도로 무거운 목소리가 내부에 울렸다.


파앗!


“오의.”


낮게 중얼거리며 땅을 박찬 그가 순식간에 골렘의 머리를 베었다.
그러자 바람이 칼날의 형상을 이루었다.
수많은 칼날이 놈을 중심으로 몰려들었고, 이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골렘들의 머리를 노렸다.


그어어?

이윽고 칼날이 머리에 닿는 순간.


파바밧!

마치 표피가 잘려나가듯 머리가 순식간에 갈려나갔다.
그와 함께 나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고래사냥…!”
“씨바알… 정신 나갈  같애!”

 노아가 다급히 귀를 틀어막았다.
그러자 이번엔 눈이 문제였다.
표피가 잘려나가 천천히 죽어가는 골렘들과 놈을 등지고 선 최종택이 보인 것이다.
귀를 막아도 자극적인 모습에 그녀가 고개를 흔들었다.

“정신 나갈 것 같애! 정신 나갈 것 같애! 정신 나갈 것 같애!!”

그런 그녀에게 화답하듯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신비한 광물을 얻었습니다.]
[여태껏 나온  없는 광물입니다.]
[최초의 광물을 발견하셨습니다.]
[S등급 광물, ‘……를………]


 순간 권 노아가 발작하듯 소리쳤다.


“광물이다! 나 줘! 정신 나갈  같아!”
한시라도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던 것이다.
하지만 최종택은 곧바로 전해주지 않았다.

‘S등급?’


그러기엔 등급이 너무 놀라웠다.


‘S등급 광물이면 개 쩌는  아닌가?’


재료의 등급은 자세히 모르지만, 그가 알기로 S등급 광물은 무척 희귀했다.
광물 자체가 던전에서밖에 얻지 못하는 탓이다.
S등급 광물을 얻으려면 S등급 던전을 돌아야하는데, 수확률이 100%일  없었다.

‘30% 정도라 들었는데.’

S등급 던전을 돌 수 있는 파티는 몇 없다.
최소 한 파티에 S등급 헌터 한 명이 끼여야하니까.
S등급 아티펙트가 천문학적인 금액을 자랑하는 이유였다.

‘이건  무기를 만들어줄 열쇠고.’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별 기대하지 않고 온 던전에서 S등급 무기를 얻을 가능성을 얻은 것 아닌가.
때문에 그는 광물에서 시선을  수 없었다.
정확히는 새하얀 빛을 휘감은 채 천천히 손 위로 떨어지는 무언가에게서.
필히 저게 보상인 광물일 것이다.

‘어떻게 생겼을까.’


오리하르콘이나 미스릴처럼 단단할까?
아니면 육각석처럼 아름다울까?
그가 설레는 마음으로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파앗.


이윽고 빛이 걷어지고 광물이 본연의 모습을 드러낸 순간,


“…!”

최종택의 눈이 부릅 뜨였다.

‘골렘의 모습을 보고 예상은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
한참을 망설이고 있는 그의 반응에  노아가 다급해졌다.

“뭐, 뭔데! 빨리 달라니까! 정신 나갈 것 같애! S급이라며!”
“……”

뒤늦게 S등급 광물이라는 메시지를 본 걸까.
상당히 흥분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광물을 건네주려던 최종택이 멈칫했다.


‘이걸 가지고 싶어서 안달 난 합법 로리라고…?’


불순한 생각이 절로 들었다.

“빨리 안 주고 뭐해! 급해!”
“…그, 급할 정도인가요.”
“미치겠어! 빨리 나줘!”

설상가상 이어진 멘트에 최종택이 눈을 꾹 감고 내밀었다.
남자의 분신과도 같은 모양.
그리고 여자의 쾌락을 도와줄 최고의 기구.

“…??”
“……”


좆 모양의 광물을.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그 속에서 은은한 빛을 내는 딜도를 말없이 바라보던 그녀가 문득 말했다.


“…이런  여자한테 주면 성희롱 아니냐?”
“달라면서요.”

최종택이 슬쩍 시선을 피했다.

“……”
“……”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진정한 갑분싸란 이런 거다 보여주는 듯한 침묵이었다.
그 침묵을 깬 건 권 노아였다.
한참을 정신을 못 차리던 그녀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가자.”
“…예.”

그렇게 민망한 분위기 속에서 둘은 던전을 나왔다.
한손에 딜도를 든 채로.
산속을 내려가는 동안 둘은   마디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그 어색한 침묵 속에서 권 노아는 생각했다.

‘앞으로  새끼 의뢰는 절대 안 받아.’




5.
잠시 후.
민망한 기류 속에서 공방에 도착한 최종택과  노아. 공방의 문을 보며 최종택이 작게 감탄했다.


‘여기가 노아의 공방인가.’


드넓은 노아의 방주 속에서도 가장 크고 뜨겁다는 곳.
그래서일까.
문 앞에 있는데도 묘한 열기가 느껴진다. 하나 권 노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화악-


뜨거운 열기가 확 다가왔다.
한데 이상하게 고통스러운 느낌은 없었다.
그저  공기가 좀 뜨겁구나 하는 정도?
그에 별 생각 없이 안으로 발을 들이밀었을 때였다. 뒤늦게 그를 본 권 노아가 다급하게 말했다.


“어? 야, 너 여기 들어오면 안 돼.”
“오… 후덥지근 하네요.”
“…?”

한데 반응이 미적지근하다.
웬만한 헌터도 뜨겁다고 못 들어오는 곳이건만.
적당한 찜질방에 들어온 듯 태연한 그의 모습에  노아가 황당하다는 듯 헛웃음을 냈다.


‘저 새끼 불 속성 저항력이 있나보네?’

대단한 놈이었다.
좀 더럽긴 해도 전투능력이 강하던데. 오브를 들고 있던 걸 보면 마법 스킬도 있는 모양이고.
맷집도 튼튼해 보이는  단점이라 할 구석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몸도 제법…’

저도 모르게 그의 탄탄한 근육을 보던  노아가 퍼뜩 정신을 차리곤 말했다.

“크흠. 뭐 무기 만드는데 원하는 사항 있어?”
“음… ”


그 질문에 최종택은 잠시 생각했다.
고민은 짧았다.


“글쎄요. 그냥 잘 만들어줘요. 장인인데 저보다는  잘 아시겠죠.”
“……”

성의 없어 보일 법한 대답.
한데 왜일까.
저 대답이 권 노아는 마음에 들었다.
전적으로 자신의 실력을 신뢰한다는  아닌가.

‘그간 요구사항 많은 놈들을 너무 상대했나.’


피식 웃은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네가 준 재료들을 토대로 만들 건데. 그간 얻은 핵이나 재료들 있으면 줘봐. 쓸 만한  있으면 추가해주게.”
“아, 그럼 좋죠. 협회 통해서 건네 드릴게요.”


그 말에 최종택이 반색했다.
어차피 처분하려던 재료 템이다.
그걸 무기 만드는 것에 좋게 써준다는데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싱글벙글 웃는 그를 빤히 보던 권 노아가 대뜸 소리쳤다.

“그럼 검 만들어야하니까 꺼져!”
“어우, 성질은… 알았어요. 다 만들면 연락 줘요.”

이제는 익숙해진 최종택도  반박 없이 공방을 떠났다.
그가 떠난  확인한 권 노아가 힐끔 밑을 바라봤다.
이번에 얻은 광물이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다.
그에 권 노아가 순수한 감탄을 흘렸다.

“와… 진짜 좆 같이 생겼다. 진짜 좆 같이……”


멈칫.
순간 말끝을 흐린 그녀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아, 정신 나갈  같아.”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정신이 조금 이상해진 기분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흉물스럽게 생긴 광물이건만, 왜인지 자꾸만 바라보게 된다.
엄청난 사이즈에 권 노아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걔도 이만한가?”


난 그 정도로 작지 않아!
최종택이 들었으면 그리 말했겠지만, 그걸  리 없는 그녀였다.
의미심장한 눈으로 광물을 바라보던 그녀가 주변을 둘러봤다.


“흠흠.”


아무도 없는  확인한 그녀가 광물에 손을 뻗었다.
잠시 후, 뜨거운 열기가 공방에 휘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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