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0화 〉노아의 대홍수 (2) (60/124)



〈 60화 〉노아의 대홍수 (2)

60화.



2.
꽁트는 5분이나 계속되고 나서야 멈추었다.
쯧쯧 혀를 차는 아이의 모습에 최종택이 남자를 보며 물었다.


“아…, 얘가 진짜 권 노아에요?”
“예. 그렇게 안 보이시겠지만,  노아이십니다.”
“너 시비 거냐? 스승이 스승 같지 않아!?”


노발대발하는  노아를 보며 최종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랬구나.”

정적이 맴돌았다.
수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간 그가 곧장 머리를 박았다.

“인사 제대로 박겠습니다 어르신!”
“……”

어린 아이 대하듯 한 태도는 어디가고, 조직 보스를 대하는 듯한 모습.
탈룰라 급 태세전환이었지만 최종택으로선 어쩔 수 없었다.

‘저런 꼬마가 권 노아라니…’


 노아의 나이는 어림잡아도 30대 이상이다.
최소 15년 넘게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쳐냈으니까.
한데 저 모습이 어딜 봐서 30이상이란 말인가.

‘15살도 안 되어 보이는구만 무슨… 어라? 그럼 합법인가?’


뭐가 합법이라는 걸까.
여전히 정신이 이상한 최종택이었다.
그런 그가 그녀도 마음에 들지 않는지 뽀로통한 얼굴이다. 그러더니 이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닌 무기 안 만들어줘!”


그러며 홱 고개를 돌리는 권 노아.
제자라 소개한 거구의 남자가 난감한 얼굴을 했다.

“아이쿠…, 스승님이 또 삐지신 모양입니다.”
“아아…”


보통 이럴  화났다고 표현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권 노아의 모습을 보니 이해가 된다.


휙.

슬쩍 곁눈질하다 눈이 마주치면 안 본 척 시선을 돌리는  영략없이 삐진 모습이다.
실제로 그녀는 화가  게 아니었다.

‘흥, 감히 나를 무시해?  더  닳게 만들어야지.’

그저 건방진 녀석의 콧대를 눌러줄 심산이었다.
대장장이가 흔히 쓰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방법은 늘 먹혔다.
무기가  필요한 헌터 입장에서, 세계적인 대장장이인 그녀의 심기를 거스를 사람은 없었으니까.


‘뭐… 듣던 것보다 더 대단해보이기는 하네.’


저런 대단한 헌터일수록 더 그렇다.
본디 무기란 사용자의 자격이 받혀줘야 더 빛이 나는 법.
도축  번  해본 놈에게 소 잡는 칼을 줄 순 없지 않은가.
그런 그녀의 신념에서  때 최종택은 자격이 충분했다.

‘저게 각성한지 얼마  된 헌터란 말이지… 요즘 헌터는 다 저렇게 괴물인가?’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쳤다.
실제로 마주본 것만으로도 영감이 무수히 떠올랐으니까.
당장 검을 만들고 싶었지만, 그녀는  참았다.

‘고생  시킨 다음에 만들어줄 거야. 그럼 날 우러러보겠지? 히히히.’


 자신에게 애원할 최종택의 모습을 상상하면 이 정돈 참을 수 있었다.
한데…

“알겠습니다.”
“…응?”


예상과 다른 반응이 나왔다.
싹싹 빌며 애원할 거란 생각과 달리, 최종택은 쿨하게 뒤돌아섰다.


‘어어…? 이, 이게 아닌데…?’


당혹스러워진 권 노아가 저도 모르게 그를 붙잡았다.


“내, 내 무기 존나 좋아…!”
“아는데  만들어주신다면서요.”

동시에 그녀의 입이 다물어졌다.
그의 말대로  만들어준다  건 자신이었던 탓이다.
당당한 그의 반박에 할 말이 없어진 그녀가 다급히 얼버무렸다.


“아, 아니… 삼고초려도 몰라?”
“엥? 말을 똑바로 하시든가.”
“…어?”


그녀는 지금 상황이 혼란스러웠다.

‘나  노아인데…?’

자신이 누구인가.
세계적인 대장장이를 꼽으면 늘 이름이 들어가는 명장이 아닌가!
협회장조차 그녀를 조심하건만….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대하는 헌터는 처음이었다.
벙 쪄서 어버버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최종택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그래서 만들어줄 거예요, 안 만들어줄 거예요?”
“……”

권 노아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마음 같아선  꺼지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
오래 알고지낸 협회장의 부탁도 부탁인데 그보다는 다른 게  컸다.


‘…검 만들고 싶어. 명작이 나올 것 같단 말야.’

 뻔뻔한 말투 하나하나에도 영감이 스쳐지나간다.
저놈이 오기 전까지 꽉 막혔던 영감이 댐이 터지듯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다른 놈에게 주기는  싫고….
권 노아가 힐끔 최종택을 바라봤다.
무덤덤한 표정이 정말 안 만들어줘도 상관없다는 눈치였다.
단순히 허세는 아니었다.


‘오브도 두 개나 있으니까. 아쉽긴 한데 없어도 딱히 상관없지.’

그에게는 쌍 오브와 고간포가 있으니까.
그가 오브  개를 꺼내 만지작거리자 그녀가 눈을 질끈 감았다.


“끄응.”

결국 자존심을 굽힌 건 그녀였다.

“마, 만들어줄게.”
“오오, 어떻게 만들어주시게요?”


그러자 최종택이 언제 돌아가려했냐는  신난 얼굴로 물어온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대하는 아이 같은 모습.
무기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헌터가 지을 수 있는 얼굴이 아니었다.
그에 권 노아의 입술이 삐죽 나왔다.


‘어째 당한 것 같은데…’

이미 뱉은 말이라 무를 수도 없고.
한숨을 내쉰 그녀가 쯧, 혀를 차며 말했다.

“일단 나랑 던전에 가자.”
“잉?”



3.
아티펙트를 만드는 건 쉬운 작업이 아니다.


“상식적으로 강철보다 단단한 광물로, 세밀하게 작업하는 게 쉬울 수가 없지.”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미숙한 대장장이의 입장.
짬 좀  대장장이에겐 종이를 접는 것처럼 편하게 느껴지는  제작이었다.
성능을 온전히 담으면서도, 예술적인 디자인을 만들 수 있는 이유였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대장장이는?

“자고로 무기란 주인과 하나여야한다.”


그 이상의 영역.
오로지 무기를 사용하는 주인을 위한 무기를 만들어내는 게 그들이었다.
권 노아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어디까지 올라가요?”
“내가 무슨 도깨비냐? 허공에 망치질하면 뚝딱 만들어지게? 재료를 구해야할 거 아냐!”

최종택이 괘씸하긴 했어도, 그녀는 무기를 대충 만들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

“그거랑 던전가는 거랑은 무슨 상관인데요?”
“현존하는 지구의 광물로는 몬스터를 죽일 수 있는 위력이  나와.”


최고의 무기를 만들기 위해 직접 공방 위에 위치한 산을 오르는 중이었다.
그런 그녀의 말에 최종택은 감사 대신 의문을 표했다.

“전에 몬스터 소재를 줬잖아요.”
“쯧쯧.”


그러자 그녀는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이래서 아티펙트 안 만들어본 놈들과는 1분 이상  섞으면  된다니까.”
“……”
“몬스터 소재만으로는 무기를 못 만들어. 검을 만들 때 뼈로만 만들면 그게 검이냐. 그냥 송곳니지. 던전에 있는 광물이 섞여야 비로소 완성되는 거다.”
“오오… 뭔가 있어 보이네.”


최종택이 눈을 반짝였다.
아티펙트를 만드는  까다롭다는 건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신기했다.
무협지에 나오는 설정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저희가 가는 던전은 무슨 던전입니까?”
“특수 던전이다.”
“어?”

그 말에 최종택의 눈이 크게 뜨였다.
던전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공용던전부터 해서 게이트 형식, 미궁 타입 등등.
수많은 종류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게 특수 던전이었다.

‘일반 던전의 상식과는 전혀 다른 던전.’

클리어 방식이나 던전의 몬스터, 구조.
모든 게 달랐다.
지금, 그들이 가는 특수 던전도 마찬가지였다.


“사용자의 수준에 맞춰 던전이 변형되는 변형 던전이다. 네가 들어가면 너에게 어울리는 광물이 나오겠지.”
“오오…”


권 노아가 노아의 방주를  산 위에 지은 이유이기도 했다.
대장장이로서 이보다 탐나는  없으니까.
클리어되지 않는 던전이 아니었다면, 고작 최종택을 위해 내주지 않았을 정도로.
물론 그는 그런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신기한 던전이구만…응? 잠깐만.’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흠칫 몸을 떨었다.


‘…나랑 어울리는 던전이면 큰일 나는  아닌가?’

그가 누구인가.
이 세상 유일무이한 자박꼼 헌터였다.
그런 자신과 어울리는 던전이라고 하니 결코 정상적인 던전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겠지.’


애써 불길함을 털어낼 무렵.

“도착했다.”
“아.”


갑자기 걸음을 멈춘 권 노아의 말에 최종택이고개를 들었다.
동시에 작게 감탄이 나왔다.

‘오.’


보기에는 별 다를 게 없다.
크기도 일반던전과 비슷하고, 생김새도 비슷했으니까.
하지만 색이 알록달록해서 오묘한 분위기를 내뿜는  보고 있으면 기분이 묘해졌다.
신기해서 쳐다보고 있을 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들어가자고.”


그에 최종택이 화들짝 놀라 말했다.


“엥?  혼자 가는 거 아니에요?”
“너 혼자 갈 거면 내가 왜 따라와?”
“아니…, 사용자한테 맞춰진다면서요. 그럼 같이 가면 안 되는 거 아닌가?”


타당한 질문이었고, 그에 권 노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난 들어가도 괜찮아. 변형 던전에 영향을 받지 않거든.”
“아…?”


담담한 얼굴로 말하는 그녀의 모습이 조금 쓸쓸해보였다.
뭔가 사연이라도 있나?
궁금해진 그가 슬쩍 엿보기 구멍을 사용했다.

[권 노아]
[성별 : 여]
[나이 : 25]
[등급 : 장인(匠人)]
[레벨 : 54]
[능력치]
[근력 : C (80 / 100)], [민첩 : D (50 / 100)]
[체력 : B (40 / 100)], [마력 : D (10 / 100)]
[상태 : 무덤덤함]
[특이사항]
[노아의 방주 주인]
[돌잡이 때 망치 잡음]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대장장이]
[S등급 스킬 ‘장인의 의지’ 보유.]
[S등급 스킬 ‘대장장이 신의 부름’ 보유.]
……
[A등급 스킬 ‘불꽃 풀무질’ 보유.]
[‘장인의 의지’로 인해 변형 던전에 영향을 받지 않음]

‘음, 저 스킬 때문인가보네.’


장인의 의지.
척 봐도 대장장이에 관련된 스킬로 보이는 게 원인인 듯했다. 다른 스킬들도 눈에 띄었지만, 그보다 눈에 띄는  능력치였다.


‘저 정도면 자기 몸 지킬 정도는 되겠네.’


다른 건 처참한데 근력과 체력이 상당했다.
지켜줘야 하나 걱정했는데 저 정도면 충분히 알아서 살아남을 터.
그때, 최종택의 눈에 특이한 게 들어왔다.


‘…나이가 25살이라고?’

충격적인 일이었다.


‘미친, 그럼 10살 때부터 대장장이 일을 한 거잖아?’


명성을 떨친 걸로 계산한 게 그쯤이니, 실제로는더 어릴 때 시작했을 수도 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남들 구구단 외울 때 망치를 쥐었다는 소리니까.

‘이 정도면 돌잡이 때도 망치 잡은 거 아니냐.’

그리 중얼거리던 최종택이 특이사항 항목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 진짜 잡았구나.’

어쨌거나 의외였다.
워낙 어리게 생겨서 몇 살일까 궁금하긴 했는데 30살도  되었다니.
하기야 저 얼굴로 25살인 것도 사실 신기하긴 하지.
계속 쳐다봐서일까.

“뭘 봐?”
“아닙니다.”

띠껍게 쏘아붙이는 그녀의 물음에 최종택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눈앞의 던전을 바라봤다.
그에 권 노아도 진중한 눈으로 던전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 순간 둘은 같은 생각이었다.

‘뭐가 나오려나.’


잠시 던전을 바라보던 둘이 동시에 움직였다.
이윽고 던전 안에 들어간 순간.
달라진 시야 속에서 메시지가 나타났다.

[진실의 던전에 들어오셨습니다.]


“……”
“……”

그와 동시에 둘이 입을 다물었다.
메시지 때문이 아니었다.

구어어-
쿠웅!

그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몬스터들.
골렘 타입의 몬스터들이었는데, 그 생김새가 매우 괴랄했다. 그 괴기한 모습에 최종택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좆 같이 생겼네.”


비하발언이 아니었다.
진짜 좆의 모양을 하고 있었으니까.
거대한 좆으로  머리에 네 개의 좆이 팔다리처럼 붙어 있다.
그 충격적인 생김새 최종택은 순간 그 말이 떠올랐다.

-사용자에 맞춰서 바뀌는 던전이야.

‘음… 역시. 부랄을 얻었으니 좆도 얻어야지.’

하마터면 좆도 없는 놈이 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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