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화 〉쥬지로 조교해 쥬지 (4)
54화
9.
최종택이 가장 먼저 확인한 건 상태창이었다.
[이름: 최종택]
[레벨 : 28]
[능력치]
[근력 : A (1 / 100)], [민첩 : B (97 / 100)]
[체력 : B (88 / 100)], [마력 : A (1 / 100)]
[풀발 효과가 적용된 상태입니다]
'풀발해서 A등급이니까… 이제 B등급이 된 건가?'
드디어 마의 B등급을 뚫었다.
엄청난 상승폭이었다.
지겹도록 오르지 않던 능력치가 섹스 한 번으로 B등급까지 치솟은 거니까.
하나 그건 그간 오른 것에 비한 것일 뿐.
'진짜 안 오르긴 한다.'
S등급을 박은 것 치곤 기대 이하였다.
무려 S등급이다.
규격외로 취급받는 끝판왕 헌터.
그런 그녀를 박았는데도 B등급을 뚫은 능력치가 기껏해야 2개였다.
'심지어 그 2개도 1밖에 안 되고.'
이대로 가다간 S등급 헌터를 모두 박아도 A등급이나 찍을 수 있을까 싶다.
다행히 희망은 있었다.
최종택이 힐끔 옆을 바라봤다.
[순수 능력치가 B등급에 돌입하였습니다.]
[지금 상태의 자박꼼으로는 스텟 상승이 미미합니다.]
'자박꼼의 등급이 오르면 효율이 나올 것같긴 한데…'
지금 자박꼼의 등급은 C.
채유린과의 섹스로 등급이 올랐지만, 아직 낮은 건 사실이었다.
'개빡세긴 하네.'
그저 개꿀스킬이라고만생각했건만.
하기야 이 정도 고충도 없으면 그건 개사기 스킬이었다.
솔직히 이건 고충이라 하기도 뭐하다.
'결국 등급을 올리면 그만이라는 거니까.'
자박꼼의 등급이 오르면 해결될 문제이니까.
희망도 있었다.
'등급이 꾸준히 오르고 있으니까. 나중엔 효율도 좋겠지.'
그렇게 판단한 최종택이 상태창을 내렸다.
자박꼼의 등급을 어떻게 올려야하는지는 얼추 감이 잡혔다. 그리고 그건 지금 당장 올리고 싶다고 올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 차차 올라갈 일.
'이제 스킬을 봐야지.'
지금은 그보다 다른 게 더 궁금했다.
'뭐가 나왔으려나. 제발 S등급 떴으면 좋겠다.'
무려 한국을 대표하는 정상급 헌터다.
그녀 정도라면 S급 스킬 서너 개씩은 들고 다닐 터.
그중 하나만 가져와도 이득이었다.
'제발 나와라…!'
그가 질끈 눈을 감고 스킬창을 열었다.
잠시 후, 눈을 떴을 때 그는 환호를 지를 뻔한 걸 간신히 참아야만 했다.
[짐승의 본능]
[등급 : S]
[설명 : 모든 감각이 날카로워집니다.]
[위험을 감지할 수 있으며 상대가 적의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근력과 체력, 동체 시력과 반응속도가 극히 상승합니다.]
[체력을 잃을수록 능력이 극대화됩니다.]
[의식을 잃어도 전투가 가능합니다.]
'씨발, 떴다!'
그토록 바라던 S등급 스킬을 얻는 순간이었으니까.
심지어 그 효과도 엄청나다.
'상승하는 게 뭐 이리 많아? 미쳤다, 미쳤어.그래이런 게 S등급이지!'
체위술이나 풀발 같은 걸 보다가 정상적인 S등급 스킬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무엇보다 의식을 잃어도 전투가 가능하다는 부분이 끌렸다.
'이래서 수왕이 광전사라고 불리는 거구나.'
싸울수록 상대는 약해지고, 자신은 강해진다.
설령 정신을 잃어도 싸우는 전사.
상대하는입장에서 이것만큼 무서운 것도 없었다.
싸우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니.
기쁜 마음에 찬찬히 설명을 읽던 최종택이 문득 보이는 문장에 의문을 표했다.
[자박꼼의 영향으로 패널티가 상쇄됩니다.]
'근데 패널티 상쇄? 이건 뭐지?'
뭔가 치명적인 패널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자박꼼이 그걸 왜 없애지?'
이런 건 처음 봤다.
그간 패널티가 있는 스킬을 딱히 경험해보지 못해서 그런가?
단순히 그렇게 치부하기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수왕이 꼼짝도 못했던 이유가 이건가?'
처음 그녀가 보였던 반응.
그걸 미루어 봤을 때 자박꼼과 짐승의 본능에 상하관계가 있는 듯했다.
그리 생각하니 새삼 놀라웠다.
'아니 대체 뭐하는 스킬이길래 C등급 주제 S등급을 상쇄시켜? 건방져 아주.'
그리 중얼거리는 것과 달리 그의 표정은 세상 흐뭇했다.
끙끙 앓는 소리가 들린 것은 그때였다.
'뭐지?'
무시하기엔 너무 소리가 커서 고개를 들자 낑깅 거리고 있는 수왕이 보였다.
한데 그 모습이 가관이었다.
연신 부비적거리는 다리는 흘러나온 애액으로 번들거렸고, 입에선 침이 흐르고 있다.
영략없이 발정난 모습.
"…끙."
"으응…"
그러면서도 기다리라는 명령 때문에 차마 어쩌질 못하는 눈치였다.
안절부절 못하는 그녀를 보며 최종택이 머리를 긁적였다.
'쟤… 백호 쪽으로 변신할 수 있는 애 아닌가? 왜 개새끼마냥 저러고 있지?'
저 모습이 어딜 봐서 고양이란 말인가.
명령을 잘 따르는 것도 그렇고, 하는 짓도 그렇고 영략없는 강아지였다.
그때, 문득 깨달은 최종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게 개냥이인가.'
왜 개냥이가 진리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보기 안쓰러운 모습에 최종택이 말을 걸었다.
"참기 힘드냐?"
"……"
그러자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러면서도 연신 몸을 배배 꼬는 게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그랬구나."
장족의 발전이었다.
성욕을 주체 못해서 하루종일 남자를 따먹던 그녀가 성욕을 버텨내고 있는 것이다.
피식 웃은 최종택이 그녀에게 몸을 기울였다.
"잘했으니 상을 주마."
"…고맙습니다, 주인님."
그녀의 작은 몸을 살짝안은 그가 입술을 맞추었다.
2차전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10.
천랑 길드 비서실.
탁탁탁탁.
상석에 앉아 있는 남자의 다리가 쉴새 없이 떨렸다.
초조할 때 나오는 그의 버릇이었다.
몇 없는 버릇이기도 했다.
5대 길드인 천랑 길드의 비서실장인 그는 언제나 완벽하게 일처리를 해왔으니까.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결국 사단이 났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모두가 탐내는 S등급 유망주를 건드리고야 만 것이다.
스카웃을 하는 쪽으로 포섭한 거라면 오히려 좋은 일이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
오히려그 반대.
'납치를 했으니…'
천랑 길드에서 S등급 유망주를 납치했다.
심지어 납치에서 그치지 않고 강제로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협회 쪽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겠지.'
협회는 물론, 다른 5대 길드들도 더는 참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지금도 전화기가 폭주하고 있었다.
-서리 길드에서 실장님을 뵙자 합니다.
-최현우가 마스터를 찾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협회장이 찾습니다. 당장나오지 않으면 전쟁으로 받아들이겠다 하는데……
"어떻게든 막아!"
그중에서도 특히 오케스트라와 서리, 협회 측의 압박이 심했다.
다른 두 길드는 아직 움직임을 보이진 않은 것에 비해, 세 길드는 여차하면 찾아올 기세였다.
고함을 지른 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사단이 날 줄은…'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그도 준비를 해야 했다.
'전쟁을 대비해야한다.'
확정된 전쟁에 대한 준비를.
마음을 다잡은 탓일까.
스윽.
쉴새 없이 흔들리던 다리가 멈추었다.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진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복도를 걷는 그의 머릿속에서 시물레이션이 빠르게 돌아갔다.
제법 그럴싸한 방법들이 떠올랐지만, 그는 그대로 스쳐보냈다.
'가장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한다.'
겨우 이런 방법으론 안 된다.
최대한 천랑 길드에 타격이 없는 방안으로.
설령 그 끝이 유망주의 몰락이라 할지언정 그는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늘 그래왔으니까.
'길드장 님부터 만나야겠군.'
평소라면 유희를 끝낼 때까지 기다리겠지만, 지금은 한 시가 급한 상황.
그녀도 이해할 것이다.
이윽고 복도를 지나자 길드장실이 드러났다.
벌컥 문이 열린 건 그때였다.
"아, 개운하다."
비서실장의 눈이 의문으로 물들었다.
'저 남자가 왜…?'
그도 그럴 게 길드장실에서 나온 남자의 얼굴이 너무 후련한 탓이었다.
그녀의 방에서 멀쩡하게 나온 남자는 처음이었다.
한데 그 후에 이어진 말이 가관이다.
"너 다른 남자랑 안 하고 똑바로 기다리고 있어야 돼."
"……"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믿을 수 없는 말에 비서실장이 벙찐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순종적인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네… 주인님. 기다리고 있겠사와요."
"…씨발?"
익숙한 음색.
동시에 익숙하지 않은 말투에 저도 모르게 욕두문자가 튀어나왔다.
10년간 뱉지 않던 욕설이 튀어나온 것이다.
'내가 뭘 들은 거지?'
그 정도였다.
지금 그가 느끼고 있는 충격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남자와 채유린을 보고 있는데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피식 웃은 그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툭툭.
"수고해."
"……"
어깨를 두드리고는 유유히 복도를 빠져 나간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그가 건물을 벗어난 후였다.
"…어떻게 된 겁니까. 길드장님."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대답이 돌아왔다.
"아… 저분이 최고야."
"……"
황홀함에 젖은 눈을 본 비서실장은 생각하길 그만두었다.
1.
다음 날.
헌터 협회는 난리가 났다.
단순히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 난리가 난 상태였다.
협회장은 결연한 얼굴로 장비를 챙기고 있었고, 아리아와 예나도 날이 선 눈을 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전쟁을 치르러 갈 분위기.
그런 분위기 속에서 협회장의 낮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압박을 주었건만, 결국 풀어주지 않았다."
무게가 실린 목소리.
그 안에는 분노와 각오가 서려 있었다.
초연한 시선이 무장을 마친 교관들을 천천히 훑었다. 최대전력이라 할 수 있는 엘리트 교관들부터 전투직원까지.
마지막으로 예나와 아리아에 시선을 머물던 그가 나직하게 말했다.
"오늘, 협회는 천랑 길드와 전쟁을 치룬다."
그건 선언이었다.
균형을 유지하던 그가 그 신념을 깨겠다는 선언.
또한, 최종택을 건드렸다간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주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그 암캐년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본 때를 보여주자고요!"
그 선언 앞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생각하기에도 이번 천랑 길드의 행동은 도를 넘어섰다.
"음."
묵묵히 고개를끄덕인 협회장이 붉은빛을 내뿜는 너클을 조심스레 어루만졌다.
"오랜만에 차보는군."
권왕 진태협.
S급 헌터로 활동하던 시절, 그에게 붙은 별칭이었다.
가히 적수가 없던 시대.
그때를 떠올리며 우수에 젖은 눈빛이 된 그가 지그시 눈을 감았다.
이윽고 눈을 떴을 땐 날카롭게 벼린 야수만이 남아있었다.
"그럼 가도록 하…"
그가 근엄하게 말하던 찰나였다.
벌컥-
"저 왔어요."
"……"
문이 열리며 들어온 남자의 모습에 모두 벙찐 얼굴이 되었다.
싸늘하다.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는 게 이런 걸까.
웬만한 장례식장보다 더 싸한 분위기에 최종택의 당혹스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뭔 일 있어요? 내가 잘못 찾아왔나?"
처음으로 정적을 깬 건 아리아였다.
"…당신! 납치된 거 아니었어요!?"
"엥? 납치?"
"분명 천랑에게 납치된 걸로 알았네만…"
그에 골똘히 생각하는 듯보이던 최종택이 이내 떠오른 듯 탄성을 냈다.
"아… 됐었는데 아니었습니다."
"…??"
"???"
얼굴에 물음표가 뜬다는 게 저런 걸까.
정적이 찾아온 것도 잠시.
"아, 뭐야…"
"전쟁 치른다 해서 부모님한테 낯부끄러운 말 다하고 왔는데…"
허탈한 얼굴이 된 교관들이 한숨을 내쉬며 장비를 벗었다.
방금까지 했던 각오가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하나 그중에는 감탄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협회장이 그중 하나였다.
'천랑에게서 도망쳐나왔다고? 심지어 다친 곳도 없이?'
경이로운 업적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섬의 보스를 잡은 것보다 지금의 충격이 더욱 컸다.
무려 S등급 헌터다.
'그 아이의 감각에서 벗어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그중에서도 수왕의 감각은 5대 길드에서도 단연 톱이었다.
웬만한 S등급 헌터를 상회하는 감지력.
그야말로 짐승에 가까운 그녀의 감각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할 수 있었다.
'허.'
무슨 수로 벗어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경이로운 일이었다.
'대단한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였단 말인가…'
아무래도 그에 대한 생각을 수정해야 할 듯했다.
단순히 S등급 유망주가 아닌 그 이상의 무언가로.
동시에 조금 씁쓸했다.
'어쩐지 다른 길드에서 천랑 길드한테 압박하는 게 약해졌다 싶더니… 이런 거였나.'
명색이 헌터협회이건만.
길드에게 정보력에서 밀린 것이다.
쓴웃음을 지은 그가 최종택의 어깨를 두드렸다.
"무사해서 다행일세."
"뭐, 당연하죠."
"허허, 당연하다라…"
천랑 길드의 마수에서 벗어난 게 당연하다 할 수 있는 헌터가 한국엔 없다는 걸 그는 알까.
이쯤 되면 그 방법이 궁금해질 지경이다.
협회장이 너털웃음을 터트리며물었다.
"어떻게 된 건지 경위를 물을 수 있겠나?"
"맞아요! 대체 어떻게 무사한 거죠!?"
그 말에 최종택에게 이목이 쏠렸다.
도대체 어떻게 벗어난 건지 그들도 내심 궁금했던 것이다.
특히 예나와 아리아의 시선이 적극적이었다.
"음…"
그리고 상상 이상의 대답이 돌아왔다.
"뭐, 제 앞에선 꼼짝도 못하죠."
"……?"
모두가 뜻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때.
"이이익! 다, 당신!"
아리아가 대뜸 삿대질을 하며 분노를 터트렸다.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건 그녀만이 아니었다.
"…크흠."
민망한 듯 시선을 돌리는 예나.
삿대질을 하는 손녀와 처음 보는 예나의 반응에 협회장이 의문을 표했다.
'무슨 일이지? 뭐, 어쨌든 잘 해결된 모양이군.'
어쨌든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나.
"이익!! 히이이익!! 비겁한…!"
그런 의미로 수고했다며 어깨를 두드려주자 아리아의 발작이 더욱 심해졌다. 예나는 이젠 귀까지 빨개진 상태였다.
문이 열린 건 그때였다.
"어?"
놀란 듯한 목소리.
듣기 좋은 음색에 최종택이 문 쪽을 바라봤다.
'가터벨트?'
여전히 파격적인 복장을 한 백보아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싱긋 웃었다.
"간밤에 흉흉한 소식이 들리더니… 어째 개운해 보이시네요?"
묘한 미소였다.
그에 최종택이 어깨를 으쓱였다.
"음, 뭐 좀 빼고 왔죠."
"어머?"
의외라는 듯 손으로 입을 가리던 그녀가 씨익 웃었다.
최종택의 앞으로 한 발짝 다가온 그녀가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저한테도 차례가 왔음 좋겠네요."
'…어라?'
의미심장한 발언.
그에 최종택이 생각을 이어나가기도 전에 백보아가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던전은 언제 가실래요?"
"던전?"
그러고 보니 던전을 알아 봐달라 했었지.
뒤늦게 떠올렸을 때 협회장이 손뼉을 치며 반응했다.
"아. 원래라면 오늘 말하려 했는데 사단이 나서 그만 깜빡해버렸군."
'뭔 소리지?'
시선이 집중되자 협회장이 말을 이었다.
"마침 괜찮은 B등급 던전이 하나 있네. 리치의 연구실이라고, 협회에서 꽤 눈들이던 던전이네만… 어떠한가?"
"오오오?"
헌터는 헌터인 걸까.
아까까지 소란스러웠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환기되었다.
아리아는 삿대질하던 것도 잊었는지 기대된다는 듯 주먹을 불끈쥐고 있고, 예나도 눈을 반짝이고 있다.
그리고…
'저년은 맨날 웃고 있네.'
백보아는 여전히 싱긋 미소 짓고 있을 뿐이었다.
피식 웃은 최종택이 조용히 생각했다.
'흠… 리치의연구실이라. 그럼 마법서 같은 것도 있으려나?'
아닌 척하지만 기대되는 건 그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