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화 〉S급 유망주 (2)
47화
6.
[야 씨발, D등급 승급시험에서 섬의 보스 잡혔다!]
그 말이 처음 나왔을 때.
네티즌의 반응은 환호도 경악도 아닌 무시였다.
-? 또 개지랄하네.
-선 넘네. 유튜브에 절대 못 잡는다고 분석영상 올라온 게 엊그제구만.
-라는 내용의 소설 추천 좀.
-누가 또 별 말도 안 되는 걸로 물 흐리냐. 헌터 갤러리 관리 안 하냐 진짜.
다른 것도 아닌 섬의 보스다.
무려 사신 이설 이후 10년간 잡히지 않았던 보스.
그 업적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건지에 대해 분석한 영상의 조회수만 1200만 회가 넘어간다.
그런 보스를 잡았다는데어느 누가 믿겠는가.
-또 저 지랄 하다가말겠지 뭐.
-하여튼 입벌구 새끼들 진짜 지네 어머니 눈물샘 벌어지는 건 씨발 좆도 신경 안 써요.
때문에 그들은 흔히 보는 허위글이겠거니 생각하고 넘겼다.
게시글이 올라온 건 그때였다.
[제목 : 야, 섬의 보스 깨진 게 실화 같은데?]
-우리 형이 기자인데 이번 D등급 승급시험 시상식에 취재하러 갔거든?
근데 거이 우승자가 ㄹㅇ 섬의 보스 깨서 난리가 났다는데?
5대 길드 중에 마스터가 3명이나 오고 난리도 아니었다.
-개 소리 ㄴㄴ요
-씨발 ㅋㅋㅋ 헛소리도 이 정도면 존나 대단하다. 이 집 소설 맛집이네욘.
-엄.
-D등급부터 S급 헌터 3명에게 스카웃 받는 남자가 있다? 뿌슝빠슝피슝
-왜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게 다 남자들의 프레임입니다. 여자도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걸 모르시나요? 불편하니까 지워주시죠.
-ㅍㅁㄲㅈ
-저게 진짜면 발가벗고 헌터 협회 앞에서 강남스타일 춘다.
-아재요…
말도 안 되는 내용.
당연히 욕이 쏟아졌고, 수백 개의 악플이 달리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악플이 멈춘 건 그로부터 30분이 지난 후였다.
[제목 : 아니 씨발 억울하네.]
-하도 지랄해서 형한테 졸라서 증거 가져옴. 사진부터 올리고 시작한다.
(첨부 사진)
봤냐? 날짜까지 나온 거?
형이 승급시험 시상식 때 찍은 사진 중에 날짜 나온 게 있어서 다행이지 ㅆㅂ.
하여튼 본론부터 말한다.
우리 형 기자 맞고, 승급시험에서 섬의 보스 잡힌 거 맞다.
보스 이름이 드락사르란다.
더 자세한 건 아직 말해줄 수 없고.
곧 기사로 올라온다고 하니까 그때 들어가서 보면 된다. 그 외에는……
난데없이 얻어먹은 욕에 빡이 돈 글쓴이가 증거자료를 동반하여 추가 글을 올린 것이다.
욕을 박으러 온 사람들도 현혹될 정도로 탄탄한 내용이었다.
-진짠가?
-사진까지 첨부한 거 보면 진짜 같은데?
-일단 기사 곧 올라온다니까 중립 기어 박는다.
-이걸 믿냐? 저런 새끼들이 꼭 친구한테 사기당해서 도장 잘못 찍고 나락 가는 거.
-니 엄마를 찍을 수는 없잖아.
-워…
욕이 난무했던 게시글이 반반으로 나뉜 것이다.
그리고 기사가 올라왔을 때.
[[속보] 10년 만에 섬의 보스가 잡혔다! 새로운 전설이 써지나?]
[패왕 드락사르가 잡혔다! 이번 D등급 승급시험에서 무수한 역사를 써나가던 섬의 보스가……]
[섬의 보스를 잡은 헌터는 이번 기수 수석!]
[S등급 후보의 출현.]
나머지 반마저 사라지고, 혼란과 경악만이 난무했다.
-5252 믿고 있었다구 쥐엔장!
-아니 근데 씨발, 진짜 어케 잡았누. 아무도 못 깰 거라지 않았음?
-나 그저께 방송에서 못해도 앞으로 10년은 깨는 사람 없을 거라고 한 거 봤는데.
-그 박사 개쪽팔리겠네.
-아니 근데 솔직히 이건 박사가 문제가 아니지. 잡은 새끼가 문제지. ㅅㅂ 말이 안 되는데?
-너를 보는 부모님 심정도 말이 안 되는데?
-?? 선 넘네.
-아니 그래서 잡은 사람이 누군데! 누구냐고!
[[속보] 드락사르를 잡은 헌터는 최종택! 얼마 전 각성한 헌터로 밝혀졌으며……"
이윽고 이름이 밝혀진 순간.
게시글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이 정도면 진짜 S등급 수준 아니냐? 걔네가 처음 보여줬던 충격보다지금이 더 큰데 ㄹㅇ
-크으… 이게 한국이지. 봤냐 빨갱이 새끼들아.
-아아… 이것은 국뽕이라는 거다.
사람들은 놀라면서도 국뽕에 취했고, 이내 욕을 박았던 건 잊었는지 저들끼리 떠들기 시작했다.
-헌터가 제일 쉬웠어요.
-취미로 헌터를 하는 남자.
-패왕 드락사르요? 하지만 지금은 제 점심이죠.
새로운 S등급의 출현이다.
사실 외계인이다.
힘을 숨기고 살았던 은거고수의 소행이다.
별말도 안 되는 댓글들을 보던 김인우 교관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이게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만큼 대단하긴 했죠."
유지아 교관의 말에 다른 교관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분위기가 심각해졌다.
-야 근데 얘들아. 그럼 5대길드 길드장이 3명이나 온 것도 실화 아니냐?
-그건 좀 에바지.
-아니 근데 가능성 있음. 지금 5대 길드랑 협회 서로 세력이 비슷하잖아. 드락사르 잡은 인재를 영입할 수만 있으면 균형 깰 수 있는 거 아니냐?
연신 떠오르는 댓글을 보던 교관들이 거칠게 폰을 내려놨다.
그리곤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5대 길드 중 길드장이 벌써 3명이나 모였다."
"세력을 키우려한다는 건 아무 상관없는 네티즌들조차 알아."
"그나마 협회장님이 막긴 했지만… 시상식이 끝난 이상 더는 막을 명분이 없다."
머리가 아파왔는지 김인우 교관이 이마를 주물렀다.
"하아… 어디서 저런 괴물이 나온 거지."
이레귤러.
최종택, 그의 존재는 그들에게 있어 생태계 교란종이었다.
지금 시점에 나와서는 안 될 존재.
"탐이 날 수밖에 없지. 사실상 그를 가지는 자가 왕이 될 수 있는 건데."
다른 두 길드도 모습만 드러내지 않았지, 군침 꽤나 흘리고 있을 것이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때문에 그들은 생각했다.
"어느 길드가 가장 먼저 움직일까?"
그리고 그 다음 생각 또한 똑같았다.
"최종택이면 남자 아냐?"
"그치?"
"그럼 천랑 길드가 움직이겠네."
"무조건 천랑이지 그럼."
그녀가 남자를 밝히는 건 진절머리 날 정도로 잘 알고 있던 탓이었다.
'그것 때문에 애먹은 게 한 두번이어야지…'
'또 그 여시한테 인재를 뺏길 순 없어.'
그녀가 채간 유망주만 모아도 트럭 두 대는 채울 것이다.
최종택마저 그렇게 둘 순 없었다.
하지만 한 편으론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근데 그 정도 헌터가 설마 그 여시한테 넘어가겠어?"
"그렇긴 해. 무려 5대 길드가 세 곳이나 관심을 보였는데 평소랑은 다르지.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오케스트라가 더 대우가 좋지 않나?"
"서리 길드도 괜찮지."
어디든 들어갈 수 있는 그가 굳이 천랑 길드에 갈까.
헌터 대우가 좋기로 유명한 오케스트라.
던전 보유량이 가장 많은 서리 길드.
당장 두 곳하고만 비교해도 천랑 길드는 그들에 비해 가진 게 적었다.
"뭐, 여자에 환장한 게 아니고서야 안 들어갈 것 같긴 하다."
그 말에 예나가 흠칫 몸을 떨었다.
'…불안해.'
안 그래도 내심 불안했던 게 더욱 커졌다.
요 며칠 그의 문란한 성생활을 실시간으로 본 탓에 정신상태가 온전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떡하지… 불안한데…'
그녀가 드물게 초조해하고 있을 때였다.
"예. 협회장님. 네? 예나 교관 님이요?"
전화를 받은 유지아 교관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예나를 보며 말했다.
"협회장님이 부르시는데요?"
7.
-야, 미친 너 이거 뭐야! 왜 실시간 검색에 네 이름이 있어? 너 뭐 사고 쳤냐?
"어, 무대를 뒤집어 놓긴 했지."
-뭐? 그게 뭔 개소리야?
"응, 니가 기사 봐. 끊는다."
-야, 잠깐만… 너 이거 기사 뭐…!
전화를 끊은 최종택이 폰을 뒤로 던지며 귀를 후볐다.
"어우, 난리 났네."
어찌나 뺵빽대는지 귀가 다 아팠다.
하기야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사람들이 자기 동생 얘기를 하고, 실시간 검색에는 동생 이름이 있는 거 아닌가.
쇼크가 안 일어나는 게 더 신기하지.
'부모님한텐 얘기 해놔야겠네.'
헌터가 됐다는 말을 했을 때도 걱정했던 두 분이다.
갑자기 실시간 검색에 뜬 걸 보면 놀라실 게 분명했다.
'말 나온 김에 지금 하자.'
각오를 마친 그가 다시 휴대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응, 엄마. 난데 나 헌터인 거 알지? 기사에 뜬 거 별 거 아니니까…"
-뭐? 기사에 떴다고? 종택이 아빠, 일루 와봐요. 이놈이 뭔 사고를 쳤나봐…!
"……"
…괜히 했나.
왜 가만히 있으면 반은 간다는지 알 것 같다.
결국 그는 별 거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수십 번을 반복한 후에서야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침대에 대자로 누운 그가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뭔가 실감이 안 가네.'
부모님한테 너무 유명해져서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인터넷을 켜면 자기 이름부터 보이는 것도.
모든 게 낯설었다.
'음…'
그래서일까.
'난 잘하고 있는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좋긴 했다.
각성한 지 얼마 안 지나서 수석으로 수료했고, 많은 돈을 벌었으며 승급시험에서 역대급 업적을 달성했다.
'협회 측에서 무기도 만들어주기로 했고.'
사체랑 마정석 또한 협회 측에서 처리해주기로 했다.
대우를 받고 있는 거다.
'…이게 맞는 건가?'
그런데 왜일까.
뿌듯하고 기뻐야할 텐데 왠지 모를 찝찝함이 남는다.
보스를 잡을 때 느꼈던 쾌감과는 너무 다른 기분.
그 이유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렇게 섹스만 하고 다니는 게 맞는 걸까.'
저 모든 일에는 섹스가 들어갔으니까.
섹스로 인해 강해졌고, 돈을 벌었으며 끝내 5대 길드의 관심에 들었다.
이대로만 하면 앞으로도 강해질 것이다.
'…모르겠다.'
드락사르를 잡았을 때 느꼈던 쾌감이 그리운 건 왜일까.
사실 웃기는 고민이었다.
자박꼼 능력이 있는 그가 강해지기 위해서 섹스를 하는 건 필수적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처럼 많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회의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병신같아도 그는 사람이었으니까.
한 번 시작된 고민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솔플만 고집하는 것도 좀 한계가 있을 것 같긴 해.'
처음 솔플을 고집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자박꼼의 영향 때문에.
같이 파티를 하는 여자들에게 피해를 주면 그건 곧 괴멸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해결됐지.'
굳이 솔플을 고집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아무리 올라운더라 해도 모든 걸 커버할 순 없으니까.'
차라리 짜임새 있게 파티를 맞추는 게 더 좋으리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지이이잉-
'어?'
갑자기 들린 알림에 상단을 내리자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