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3화 〉풀발 2단계 극의! (1) (43/124)



〈 43화 〉풀발 2단계 극의! (1)

43화

5.
실리안 섬.
오로지 승급시험을 위해 관리되는 섬의 이름이다.
처음  제도를 만든 헌터의 이름을 따낸 것으로,  섬에는 각 지점마다 특출 난 몬스터가 있었다.
네임드 보스.
한 마리에 100포인트나 되는 값비싼 놈.

“그러네, 보스가 있었네!”

심지어 보스에 도전했던 파티가 전멸하면 그 전멸한 파티의 완장만큼추가 포인트가 더해진다.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혜택!

“완장 뺏고 있을  아니라 보스를 잡아야 했던 거잖아?”

사실상 보스만 잡으면 1등은 확정된 거나 다름없는 거다.
마치 국기훈련에서 게임할 때, 백날 이겼어도 마지막  판을 지면 추가점수 때문에 지는 것처럼.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지?’

워낙 정신없이 지나가다보니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갓직히 이건 무적권이다.
하지만 유연의 입장은 달랐다.

“솔직히 저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저도 이번만큼은 추천하지 않아요.”

놀라운  아리아도 그녀의 입장에 동조했다는 것이다.
상당히 놀라운 일.
그러나 그녀들의 입장을 알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건 잡으라고 만든 보스가 아니니까요.”

실리안 섬의 네임드 보스.
그건 이벤트 매치에 가까운 놈이었다.
알피지 게임에서 튜토리얼에 한 번씩 깨지 못할 보스를 집어넣는 것처럼 말이다.
그저 눈요깃거리로 삼거나 경험 한 번 해보라는 용도.

“흐음… 그래?”

하지만  얘기를 모두 듣고도 최종택은 별 대수롭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야 그럴 게.

“그래서 승급시험 치르는 헌터 중에 잡은 사람 아무도 없어?”
“…그건 아닙니다.”

결국 저런 이벤트 매치는 깨지기 마련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이들을 사람들은보통 랭커라고 부른다.

“…저희 길드 마스터님을 비롯한 5대 길드 마스터들은 모두 잡았으니까요.”

헌터의 경우는 S급 헌터고.
최종택은 잠시 생각했다.

‘5대 길드를 이끌려면 그 정돈 되어야한다는 건가.’

괴물 같은 작자들이었다.
한편으론 이해가 되긴 한다. 그들이 걸어온 발자취는 하나같이 말도 안 되는 업적으로 가득했으니까.
그렇기에 이건 기회였다.

‘보스 잡으면 적어도 이 시점에선 그들과 같은 급이라는 거고.’

그들과 같은 길을걸을 수 있는 기회.
그들과 잠시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회.

“그 사람들은 보스 솔플로 한 거죠?”
“그렇긴 합니다만…… 설마 혼자 갈 생각입니까?”

최종택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리아가 기겁해서 소리쳤다.

“제정신이에요!? 그걸 혼자 어떻게 잡아요! 병신이세요?”

다소 과격한 언행.
하나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무리 그가 강하다고 해도 섬의 보스를 혼자 잡는 건 자살행위였으니까.
과격하게 말하면서도 걱정 어린 표정을 짓는 이유이기도 했다.

“암살자 씨도  마디 하시죠!”

아리아가 도움을 바라는 눈길로 유연을 바라봤다.
눈이 마주친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여기서 이만 파하도록 하죠.”
“이해해줘서 고맙습니다.”
“…?”

이게 아닌데.
말리라 했더니  도리어 밀어준단 말인가.
예상과는 다른 전개에 아리아의 표정이 멍해졌다.

“그럼 다음에 또 보죠.”
“예. 부디 성공하시길…”
“아니… 저기요?”
“뭐,  위험하면 교관들이 구해주러 오겠죠.”

존재의 부정이라도 쓴 걸까.

“그렇긴 합니다.”
“아니, 이봐요!”
“그럼 가볼게요.”

아무리 끼어들려 해도 둘은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다.
설상가상 저들끼리 작별인사를 건네고 있다.

“헐.”

아리아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유연과 최종택이 흩어지고 있었다.
순간 사고회전이 멈추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뇌정지라는 걸 깨달은 그녀가 다급히 유연의 뒤를 쫓았다.

“호, 혼자두지 마요!”

며칠 파티플을 하다 보니 혼자가 쓸쓸해진 그녀였다.

6.
괴물.
놈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였다.

콰아앙-! 콰드득!

“이, 이건 말도 안 돼…!”
“씨발, 이게 뭔 보스야! 이걸 잡으라고 만들었다고?”

7M에 달하는 거대한 몸집.
그 거대한 체구를 버티고 선 굵직한 뒷다리에 비해 짧은 앞다리.
온몸을 둘러싼 단단한 비늘.
마지막으로 날카로운 송곳니와 불을 내뿜는 주둥이까지.

“드레이크라니… 씨발 어떻게 잡으라고!”

날개 잃은 드래곤.
드레이크를 괴물이라 부르지 않으면 뭐라 부른단 말인가.
놈이 거대한 덩치로 탱크처럼 달려드는 순간.

“크헉!”
“으아악!”

탱커와 딜러의 구분이 사라졌다.
방패로 막아낸 탱커는 물론, 원거리 딜러까지 혼비백산하여 도망치기 바빴다.
어쩔 수가 없었다.
저 비겁할 정도로 거대한 몸집은 탱커라 해서 받아낼  있는  아니었으니까.

“지, 진형 잡아! 잡으라고!”
“닥쳐, 씨발! 애초에 이걸 잡자고할  따라온 게 병신이지… 지가 무슨 5대 길드 마스터도 아니고…”

순식간에 진형이 무너졌다.
팀워크까지 무너진 와중에 딜러들이 딜을 제대로 넣을 리 만무.
거기서 이미 게임은 끝이었다.

삑-

어디선가 들리는 호루라기 소리에 각종 비행물체들이 허공에 흩뿌려졌다.

카아악-!

그에 드레이크가 당황하여 날뛰는 순간.

“지금!”

교관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왔다.
그들의 움직임은 빨랐다.
드레이크가 한눈을 판 짧은 시간에 넉다운 당한 헌터들을 모두 데리고 나온 것이다.
뒤늦게 홀로 남은 걸 깨달은 드레이크가 포효를 내질렀다.

크아아아아!

“어우. 진동 울리는 거 봐라.”

그 분노에 찬 포효에 김우진 교관이 너스레를 떨었다.
특수소재로 만든 유리창 너머로 날뛰는 모습이 썩 살벌했던 탓이다.
어찌나 포효가 큰지 유리가 흔들릴 정도였다.

“이걸 깨라고 만든 거긴 하죠?”

그에 옆에서 지켜보던 유지아 교관이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저 정도면 못해도 B등급 최상위종은 될 텐데… 역대급인데요 이건.”
“그렇긴 해.”

평소 유지아의 말이라면 반박부터 하고보던 김우진도 이번에는 순순히 수긍했다.
그가 생각해도 저건 깨라고 만든 난이도가 아니었다.

“이번이 대략 8파티 깨졌으니까… 27명 째지?”

현 통계가 그 증거였다.
2일간 8파티가 도전했고, 8파티가 전멸했다.
심지어 그들 중엔 유망주로 주목을 받던 정성욱도 있었다.
그는 다른 유망주들과 팀을 짜서 체계적으로 레이드를 진행했다.

“그게 최고기록이지?”

4분 02초.
그가 안간힘을 쓰고버틴 시간이었다.
심지어  기록마저 2위와 2배 가까이 차이난다는 걸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난이도였다.

“우리도 저거 혼자서 잡으려면 빡세지 않나?”
“교관마다 다르긴 하지. 이진혁 교관님 같은 경우엔 혼자서도 쉽게 잡을 테니까.”
“일단 인우 교관님은 빡셀 거 같은데요?”
“또 시비세요?”

당장 교관들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
상성  불리한 교관의 경우는 손도 못 댈 수도 있으리라.
그래서 더욱 대단했다.

“저걸D등급일 때 솔플로 잡았단 말이지.”

저 괴물을 D등급일 때 잡아낸 S등급 헌터들이.

“괴물은 새끼 때부터 괴물인 법이죠.”
“하긴… 하여튼 오늘도 무패신화 찍겠네요.”

그렇기에 기대하지 않았다.
이번 시험에 섬의 보스를 잡을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단 한 명을 제외하곤 말이다.

“한 명 있긴 합니다.”
“음?”

예나의 담담한 목소리에 교관들의 이목이 쏠렸다.
동시에 그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눈이?’
‘예나 교관님의 상태가…?

눈이 좀비처럼 붉게 충혈 되어있던 것이다.
가뜩이나 피곤해 보이는 눈에 짙은 다크서클이 팬더처럼 늘어져있었다.
시체나 다름없는 몰골에 교관들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작게 소곤거렸다.

“…예나 교관님 몰골  저러셔?”
“밤낮으로 모니터링을 했다던데요….”
“아… 역시 성실하셔.”
“한  있다는 그 헌터 아닐까 합니다.”

그들의 대화를 듣던 김우진 교관이 감탄을 내뱉었다.

“오오… 예나 교관님이 그럴 정도면 저도 기대되는데요? 밤낮으로 모니터링한 거 보면 굉장했나 봐요?”
“…예. 굉장했습니다.”

말에 뼈가 있는 건 착각일까.
왠지 모를 데자뷰에 이진혁 교관이 흠칫 몸을 떨었다.
하나 다소 감이 부족한 다른 교관들은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크으… 이거, 이러다 저 보스도 잡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에이, 그건 선 넘었다. 저도 못 잡을 거 같은데 어떻게 잡겠어요?”
“하하, 그렇죠?”

때문에 그들은 보지 못했다.
동굴 입구에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진 것을.


7.

화르륵-

“으어억!”

화끈하게 감싸는 불길에 남자가 발작하듯 튀어 올랐다.
그의 눈이 바삐 움직였다.
본능적으로 도망칠 곳을 찾는 것이다.
하나 사방이 불로 둘러싸여있어 도망칠 곳은 없었다.

화악-

“이게 무슨 사기적인…!”

그는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모든 것을 불태울 듯 펼쳐진 불의 장막이 그를옥죄듯 조여 왔던 탓이다.
신기한 건 그 와중에도 산불이 번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무슨 에고 파이어도 아니고…’

그의 입장에선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자아가 있는 것처럼 목표물만 불태우고 있다.
그리고  불길에저항할 수단이 적어도 그에겐 없었다.

‘…이게 5대 길드인가.’

결국 그가 체념하고 눈을 감는 순간.

스르륵-

“…!”

불길이 걷어진다 싶더니 이내 그의 팔에 걸쳐있던 완장에 달라붙었다.
신기한 건 그 후의 일이었다.
재가 되어야할 완장이 멀쩡한 상태로 허공에 흩뿌려졌다.
마치 불이 완장을 운반하는 것만 같은 모습.

“허…”

나무 너머로 사라지는 완장을 남자는 멍한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완장이 도착한 곳은 희고 고운 손바닥 위였다.
놀라운 건 그런 식으로 날아오는 완장이 그것 하나만이 아니었다.

스르르-

사방에서 날아오는 완장을 그러모은 한지수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41개.”

단신으로 벌써 41개의 완장을 모았다.
이례적인 속도였다.
역대기록을 갈아치울 수도 있을 법한 속도.
이건 모두 그녀의 능력이 이 게임과 찰떡인 덕이었다.

‘불의 지배자 숙련도를 올린  신의 한수였어.’

승급시험 전날.
개인실에서 특훈을 하던 그녀는 노력의 결실을 맺을  있었다.

불의 지배자.

말 그대로 불을 다루고 지배하는 그 능력을 보다 자유자재로 사용할  있게  것이다.

‘태울 대상을 정할 수 있는 게 이렇게 사기일 줄이야.’

심지어 사용거리도 훨씬 늘었다.
이게 고위 속성 능력자가 우대받는 이유 중 하나였다.
이대로라면 1위도 꿈은 아닐 터.
하나 그녀는 어딘가 아쉬운 모습이었다.

“…안 보이네. 찾았으면 좋았을 텐데.”

다른 지점에서 시작한 건지 친구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벌써 2일차가 끝나 가는데…

‘아니지. 경쟁이야 이건.’

그녀가 고개를 흔들었다.
이건 경쟁이었다.
그를 찾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당당한 결과를 들이미는  더 좋은 그림이었다.

‘그래, 완장이나 더 모으자.’

그렇게 판단한 그녀가 몸을 일으켰다.
숲 너머에서 광활한 포효가 들려온 건 그때였다.

크아아아아-!

온몸이 저릿할 수준의 울림.
본능적으로  있었다.

‘보스?’

섬의 보스가 낸 포효라는 것을.

‘…종택이라면 보스를 잡지 않을까?’

그리고 저 소리를 듣고도 가만히 있을 최종택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의 시선이 숲 너머를 향했다.
숲 너머를 주시한 것은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어?”

파티를 짜서 착실하게 완장을 모으던 정연아가 고개를 들었다.
척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소리였다.

“섬의 보스인가 보네요.”
“신경 쓰지 마시죠. 저 보스는 잡으라고 만든 게 아니니.”

그에 파티원들은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타당한 논리였다.
평소였다면 그녀도 그들과 같은 행동을 취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분이라면 보스로 갈 거야.’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정연아가 묘한 눈으로  너머를 바라보았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