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야생의 포니테일 (2)
39화.
7.
마지막 헌터를 사냥했을 때였을 것이다.
“당신! 여전히 비겁하군요!”
뒤에서 자꾸 인기척이 느껴진다 싶더니 이내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타이밍도 기가 막혔다.
하필이면 은신으로 헌터를 기습한 직후였으니까.
빠르게 헌터를 기절시키고 완장을 챙긴 그가 황당한 얼굴로 물었다.
“…너 어디서 나왔냐?”
“저에게서 완장을 뺏어가고 도망칠 수 있을 줄 알았나요!”
무슨 포X몬도 아니고.
야생에서 튀어나온 금발 포니테일을 조우한 최종택이 질린다는 듯 고개를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리아는 제 할 말을 이어갔다.
“그것보다 은신이라니! 비겁합니다! 전사답지 못해요!”
“…그래. 그렇구나.”
“앞으로는 정정당당하게 싸우시죠!”
“그래. 그렇구나.”
그 말을 최종택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당연했다.
[특이사항]
[아까의 그것을 잊지 못함]
[난생 처음 겪은 쾌락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음]
‘응. 그래봐야 더 하고 싶어서 온 걸로밖에 안 보여.’
갓보기 구멍으로 그녀의 심리를 이미 꿰뚫고 있었으니까.
“제 말 듣고 있어욧!? 또 비겁한 행동 하려 그러죠!”
“그래. 그렇구나.”
“이익…!”
그걸 모르는 아리아는 열심히 쿠사리를 넣을 뿐이었다.
물론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였다.
‘어디 동화 속에서 살다 왔나…’
사방이 숲과 바다로 둘러싸인 섬.
이런 섬에서 하는 서바이벌에서 은신만큼 효율적인 스킬이 어디 있겠는가.
이 편리한 방법을 비겁하단 이유로 안 할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은신만큼 매력적인 스킬이 어디 있다고.’
그리고 그는 은신이 비겁한 스킬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 논리라면 암살자들은 모두 나가 죽어야한다.
자신의 스킬을 효율적으로 발휘하는 건 칭찬해 마땅할 일이지만, 그는 굳이 그런 말을 꺼내지 않았다.
‘괜히 말 길어질 필욘 없겠지.’
그랬다간 저 고지식해보이는 포니테일의 입이 자유분방해질 게 뻔했으니까.
하나 그건 착각이었다.
“미끼를 던지다니!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시죠! 그건 비겁한 행위입니다!”
“식사 중인 헌터를 기습하다니! 밥 먹을 땐 건드리지 않는 게 한국의 국룰이라 배웠습니다!”
“사악하군요!”
야생의 포니테일은 반박하지 않는다 해서 조용해지는 여자가 아니었다.
아주 사사건건 끼어든다.
아내에게 바가지 긁히는 남편의 심정이 이러할까 싶을 정도로.
결국 완장을 여섯 개 정도 챙겼을 쯤, 참다못한 최종택이 입을 열었다.
“아니, 제발 좀 닥치면 안 될까?”
띠링-
[특이사항이 추가됩니다]
[계속 트집을 또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중]
[상당히 달아오름]
“……”
그 순간 떠오른 메시지에 최종택은 할 말을 잃었다.
‘맙소사.’
변태인 건 알았지만, 이 정도였을 줄이야.
“제가 닥친다 해서 당신의 비겁함이 사라지진 않습니다! 기습당한 헌터도 비겁하다하지 않았습니까!”
‘아니, 씨발… 그건 너랑 내가 팀이라 생각해서 그런 거고.’
그 말이 목구멍 끝까지 치솟았으나 꾹 참아냈다.
대신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깊은 한숨을내쉬었다.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저러나 싶다.
‘뭐, 이유를 알긴 하지만…’
그녀가 바라는 걸 아는데도 왜 안 해주냐고?
‘당연하지.’
아직 때가 아니니까.
자고로 처녀는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려야하는 법.
그녀가 더욱 달아올라서 애원할 때까지 손댈 생각이 없었다.
‘좀 성가시긴 하지만… 이게 방치플의 묘미지.’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띠링-
[새로운 곳에 조금씩 눈을 뜨고 있음.]
“당신에게 뺏긴 내 완장 찾기 전에는 못 갑니다!”
“줄게. 준다고. 그냥 가져가라고.”
“싫습니다! 정정당당하지 못합니다!”
트집을 잡으면서도 몸을 배배 꼬는 게 보인다.
어딘가 안달 난 듯한 모습.
화장실이 급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꼬는 그녀의 모습에 최종택이 슬며시 미소 지었다.
‘음… 슬슬 괴롭혀볼까?’
그리곤 그녀의 말을 끊고 툭 내뱉었다.
“저는 당신처럼 비겁하지……”
“사실 완장이 아니라 다른 걸 원하는 거지?”
“그, 그게 무슨 얼척 없는 소리죠!”
배배 꼬던 아리아가 방패를 들고 경계하는 눈으로 쳐다봤다.
“다 알아.”
그러면서 천천히 다가가는 최종택.
“왜, 왜 다가오시는 거죠!?”
그는 대답 대신 바지춤을 잡았다.
그런 그와 눈이 마주친 아이라가 흠칫 몸을 떨었다.
“뭐, 뭐 하시는 거죠?! 서, 설마...”
아리아의 표정이 확 붉어졌다.
이전에도 일어났던 똑같은 상황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어? 싫으면 말고.”
“에…?”
최종택이 미련없이 등을 돌린다.
허탈한 얼굴로 바라보던 아리아가 당황해서 우물쭈물거렸다.
“아, 아니… 그, 그게……”
여기서 좋다고 하면 스스로 변태라고 인정하는 꼴이었다.
그러니 거절해야 맞는데…….
“으으…”
그러기엔 너무 아쉬웠다.
그녀가 앙증맞은 주먹으로 머리를 콩콩 찧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뭐어쩌자고.”
“…비겁한 사람! 또 술수를…!”
그의 당당한 물음에 퍼뜩 정신을 차린 아리아가 방패를 바로 쥐었다.
자신의 변태력을 저 남자 때문이라 여긴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최종택은 당당했다.
훌렁-
대뜸 바지를 벗어던진 것이다.
그러자 이미 할 생각으로 가득 차서 잔뜩 솟아오른 그의 물건이 모습을 드러냈다.
“또, 또 당할 것 같습니까?!”
아리아는 이번에는 당하지 않겠다는듯이 전투 자세를 잡으며 그를 노려봤다.
“...꿀꺽.”
하지만 눈이 계속 최종택의 아랫도리로 향하는 건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여, 역시 커...’
아리아는 아까 전에 당했던 일을 떠올리며 침을 꿀꺽 삼켰다.
살면서 그렇게까지 황홀한 기분을 느껴본 것은 처음이었다.
머리가 새하얗게 되면서 온몸의 감각이 기뻐하는 그런 기분.
‘아, 아니야! 난 저 사람의 비겁함을...’
애써 부정해 보지만, 그녀의 몸은 이미 최종택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질척...
젖은 탓에 찝찝해서 그냥 버릴까 하다가 다시 입었던팬티가 또 애액으로 축축해지기 시작했다.
‘으읏...’
결국 그녀는 전투 자세를 흐트러뜨리고 느끼는 것처럼 몸을비비 꼬기 시작했다.
최종택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이거,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변태잖아?”
“벼, 변태는 당시... 꺄악?!”
아리아가 발끈해서 무어라 말하려고했지만, 최종택이 갑자기 확 달려드는 바람에 말을 잇지 못했다.
“꺄아! 저, 저리 가세요!!”
아리아는 최종택에게 덮쳐져 바닥에 깔린 채로 몸을 버둥거렸다.
그러자 그가 정말 멈추었다.
“어? 나 진짜 가?”
“……”
흠칫, 아리아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녀로서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으으... 이런 비겁한 남자... 얼른 밀어버려야 하는데!’
아까부터 저 남자가 나한테 무언가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몸에 힘이 안 들어간단 말인가.
‘그, 그래. 저 남자가 비겁한 수를 썼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야...’
그렇게 애써 스스로에게 변명했다.
이건 자신이 저 남자와 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저 남자의 비겁한 술수 때문에 힘이 빠져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역시 하고 싶었네.’
최종택은 그나마형식적으로라도 반항하던 팔다리가 얌전해지자 피식 웃음을 지었다.
엿보기 구멍으로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지금 흥분 상태이며 내심 하고 싶은 상태라는걸.
최종택은 그렇게 생각하며 저항이 없는 그녀의 옷을 쉽게 벗겨내고 그대로 쑤셔 넣었다.
“하으읏~!”
부르르 몸을 떠는 아리아를 보며 그가 만족스런 얼굴을 했다.
“이렇게 꼼짝도 못할 거면서.”
역시 이게 답이었다.
그리 생각하며 그가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즈퍽즈퍽-
역시나 기대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녀의 아래쪽은 이미 홍수나 다름없었다.
박을 때마다 애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하앙~! 하으앙~!”
그녀는 이제 변명거리가 생겼으니 거리낄 게 없다는 듯이 신나게 교성을 내질렀다.
‘어쩔 수 없어... 저 남자 때문에 이렇게 된 거니까! 어쩔 수 없는 거야...!’
즈퍽퍽퍽!
그러곤 자신도 최종택의 물건을 받아들이면서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크으읏...!”
“흐아아앙~!!”
양쪽이 함께 합을 맞춰 움직이니 절정이 금방 찾아왔다.
아리아가 처음 했을 때보다 좀 더 잘하고 잘 느끼게 된 탓도 있으리라.
“흐아앙~!!”
“싼다...!”
푸슛! 퓨웃~ 피윳! 뷰륵~
그녀의 안에서 사정없이 싸지른 최종택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허리를 뒤로 뺐다.
쭈르릅~ 울컥!
최종택의 물건이 그녀의 구멍에서 빠지자, 커다란 마개에 막혀 나오지 못하고 있던 허연 액체들이 애액과 뒤섞여 주르륵 흘러내렸다.
“하아... 하앗...”
두 번째로 당한 탓일까.
그녀는 완전히 기진맥진한 채로 쓰러져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처음 생각했던 대로 꼼짝도 못하게 만든 것이다.
‘역시 자박꼼인 것인가…’
미동도 없는 그녀를 보며 그가 만족스레 미소 지었다.
“이번엔 안 따라오겠지.”
그리곤 아까와 마찬가지로 그녀에게 자켓을 덮어주고 길을 나섰다.
본격적인 사냥의 시작이었다.
7.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돈, 권력, 명예…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지금 이 순간 최종택은 확신할 수 있었다.
“아임 프리~!”
그 무엇보다 소중한 건 자유라고.
사사건건 끼어들던 야생의 포니테일이 사라지니 이리 편할 수가 없다.
은신으로 기습할 성공률부터가 높아진다.
거대한 방패를 들고 떡하니 버티던 애가 사라지니 당연한 결과다.
자연스레 완장을 모으는 속도가 높아졌고,
‘하나 둘 셋… 일곱… 아홉!’
그 결과 도합 9개의 완장을 모을 수 있었다.
‘크으… 이거지.’
단 하루 만에 이룬 쾌거.
그중 아리아를 두고 온 후 모은 완장이 5개다.
사실상 5개를 모으는 데는 4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으니 얼마나 효율이 증가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역시 어떻게든 떼어내는 건 맞는 판단이었어.’
지금 생각하니 조금 미안하긴 한데.
뭐, 어쩌겠는가.
말로 좋게 가라해도 가질 않았던 것을.
굳이 따지면 그녀도 원했던 기색이니 서로에게 윈윈이라 할 수 있었다.
치이익-
때문에 최종택은 만족스럽게 저녁을 준비할 수 있었다.
‘역시 한국인은 밥심이지.’
오죽하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을까.
노릇노릇 익어가는 멧돼지 고기를 보며 최종택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진 건 그때였다.
꼬르륵…
‘어우, 뱃가죽 달라붙겠네.’
해방감에 미쳐 날뛴 탓일까, 아니면 2번이나 해서 그런 것일까.
오늘따라 유독 배꼽시계가 거하게 울린다.
배고픔은 최고의 조미료라 했던가.
‘존나 맛있겠다.’
얼핏 지나가듯 들었던 말인데 최종택은 그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저 노릇노릇한 고기를 뜯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입안에 퍼질 육즙과 고기 특유의 향을 떠올리자 절로 군침이 돌았다.
당장이라도 체위술로 고기를 잘라먹고 싶을 정을 정도로.
‘아직 아니야.’
하지만 꾹 참아냈다.
자고로 고기는 타지도, 말랑하지도 않아야한다.
탄 것과 익은 것의 중간점.
흔히 노릇노릇하다고 할 수 있는 그 시점에 먹어야 육즙과 식감을 모두 살릴 수 있는 것이다.
‘됐다!’
바로 지금처럼.
눈을 번뜩인 최종택이 서바이벌용 검을 뽑았다.
“체위술… 가위치기!”
서걱- 석!
촤락-!
그러자 순식간에 두툼했던 고기가 공중분해되었다.
사방으로 난도질되길 잠시.
이윽고 먹기 좋게 잘려진 고기가 미리 배낭에서 꺼내둔 접시에 차곡차곡 담겼다.
“잘 먹겠습…”
그가 빠르게 젓가락을 꺼내들었을 때였다.
파사삭-
“…!?”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가장 무방비한 식사시간을 노리고 기습하던 자신의 행동이 떠오른 것이다.
‘이런!’
자기가 하는 걸 남이라고 못할까.
그 생각을 못한 그가 낭패라는 얼굴로 벌떡 일어났다. 어느새 그의 손엔 서바이벌용 검이 쥐어져있었다.
이윽고 그의 시선이 인기척이 난 곳을 향했을 때.
탁.
“…잉?”
그는 두 눈을 의심했다.
망신창이가 된 여자가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 지팡이를 짚고 서 있던 탓이었다.
그리고 그 여자는 그도 잘 아는 여자였다.
“여자를 버리고 가다니… 당신 쓰레기군요!”
“……”
달뜬 숨을 내쉬며 삿대질을 하자 금색 포니테일이 찰랑인다.
몸을 꽁꽁 싸맨 자켓과 대비되는 하의실종 패션.
집에서 쫓겨난 가출청소년이 아닐까 싶은 차림임에도 불구하고 돋보이는 우월한 피지컬.
“왜 말을 안 하시죠! 아니, 할 말이 없을 법도 하죠, 이 쓰레기!”
그런 그녀를 보는 최종택은 황당한 심정이었다.
연신 얼굴을 붉히며 삿대질을 하는 아리아를 빤히 쳐다보자 그녀가 대뜸 몸을 가린다.
그러면서도 배와 겨드랑이는 안 가린다.
“벼, 변태! 지금 어딜 본 거죠!? 또 저를 범하려고…!”
“……”
“이번엔 쉽게 범할 수 없을 겁니다!”
“……”
보통 이럴 땐 범하게 두지 않는다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핀트가 어긋난 그녀의 모습에 절로 헛웃음이 나온다.
“…야, 이쯤 되면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히익!”
놀란 듯 흠칫하는 아리아.
한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충분한 대답이었다.
‘부족했던 것인가.’
자박꼼을 견뎌 내다니 어마어마한 변태력이다.
그가 알겠다는 듯 바지를 내렸다.
“꺄악! 이 변태가 또 흉측한 것을…!”
“알았으니까 일루와.”
“꺄악!”
그날 밤.
한동안 섬 한 구석에서 떡방아를 찧는 듯한 묘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