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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화 〉첫사랑 옆집누나가 누나 친구 (4) (35/124)



〈 35화 〉첫사랑 옆집누나가 누나 친구 (4)

35화

8.

[누나년 : 뭐야,  어디야? 집에 왜 없냐?]

집에 도착했는지 톡이 날아온다.
상단에 뜬 알림으로 확인한 최종택이 답장을 보냈다.

[나 : 나 올라갔어]
[누나년 : ??]
[누나년 : 뭐야, 부모님 선물은 직접 주고 가야지. 이대로 얼굴도 안 보고 간다고?]
[나 : 좀 글긴 한데. 시험 영향 끼칠 거 같아서 그냥 올라가려고.]
[누나년 : 아 맞다.  승급 시험 본다했지]
[나 : ㅇㅇ 그니까 안부 좀  전해줘]
[누나년 : 지랄 니가 알아서 잘 말해]

‘…하여튼 성격은’

웬일로 분위기가 훈훈해지나 했더니 역시 좋게 넘어가는 꼴이 없다.
쯧쯧 혀를 찬 그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곤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풍경을 보니 긴장된 마음이 조금 가라앉아가는 듯했다.

‘진희 누나랑 할 줄이야…’

기분이 묘했다.
어제는 술도 들어가고, 분위기가 그래서 넘겼는데 막상 일어나니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었다.
그러서도 한편으론 눈을 못 마주치는 그녀가 귀엽기도 했다.
처음엔 나름 연상이라고 리드하더니만.

‘이게 누나랑 하는 느낌인가.’

두형이 놈이 왜 그리 연상한테 환장하는지 알 것도 같다.
동시에 조금 씁쓸하기도 했다.

‘음… 아무래도 이제 좀 서먹해지겠지?’

왜 그런 느낌있지 않은가.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아, 얘랑은 연락이  끊어지겠구나하는 느낌.
급하게 도망치듯 떠난 것도 그 이유였다.
그의 과장된 생각일 수도 있다.
하나 연락처를 교환하지 않은 것이나 분위기를 보면 당분간은 서먹하게 지낼 듯했다.

‘좀 아쉽긴 하네.’

이래서 첫사랑은 첫사랑으로만 간직하라는 건가.
옆집누나는 역시 환상일 때가 가장 아름다운 법인가보다.

‘쩝. 어쩌다보니 부모님 얼굴도  보고 내려왔네…. 뭐, 얼굴이야 다음에 보면 되는 거니까.’

꾸준히 얼굴 한 번씩 비추는 게 효도라는 건 다 옛말이었다.
지금은 간간히 비싼 선물 하나씩 사주는 아들이 더 예쁘다지 않은가.
그런 면에선 할 일은 다 했다고 보는 그였다.

‘…어?’

그때, 문득  생각.

‘이게 다 아가씨한테 넣어서 받은 돈이잖아.’

그 돈으로 선물을 사준 건 과연 효도일까, 불효일까?
세기의 고민에 그가 턱을 매만졌다.
 어려운 문제였다.

‘이게 챙남의 고민인 것인가…’

왠지 그쪽 부류 사람들의 기분을 알 것도 같다.
이래서 부모님에게 비밀로 하는구나.
적어도 그는 절대 아가씨에 관련된 걸 말할 자신이 없었다. 머리를 긁적이던 그가 고개를 들었다.
창밖에 비친 하늘이  맑다.
둥실둥실 떠다니는 옅은 구름을 보며 그가 작게 중얼거렸다.

“음… 야스가 생각나는 하늘이군.”

그렇게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9.
시간이 흘러 어느덧 승급시험 전날.
그에 따라 시험을 준비하는 헌터들의 마음도 무거워졌다.
내일 치를 시험을 걱정하느라 잠을 설치는 사람도 있었으며, 쫓기듯 훈련에 매진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 누군가는 던전에서 경력을 쌓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한지수와정연아가 그 부류에 속해있었다.

“아가씨, 오늘은 이만 쉬심이…”
“아뇨. 아직 부족해요.”

비서의 만류에도 그녀는 지친 숨을 붙잡고 훈련에 열중했다.
자신의 약점이 생존이라는  잘 알기 때문이다. 그 생존을 늘리려면 체력과 민첩이 중요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무리인 걸 알면서도 훈련에 훈련을거듭했다.

‘저번처럼 아무것도 못하는 건 싫어.’

그날처럼.
버퍼이기에 동료 없이는 무력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스스로 떳떳해지고 싶었다.
그리고 한지수의 상황도 그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수야,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아? 우리 2주 동안 하루도 안 쉬었어. 이 정도면 경력도 쌓인  같은데…”
“으음… 먼저 들어가. 난 훈련실 가서 조금만 있다가 들어갈게.”

2주 내내 던전을 공략하는 것에 이어 훈련실에서 개인수련까지 동반.
그야말로 미친 스케줄을 감당했다.

“너무 무리하는  아니야?”

오죽하면 수민이 그런 말을 할 정도로.

‘다리가 후들거려.’

그녀도 안다.
지금 하는 게 무리인 것쯤은.
사실 지금 당장이라도 침대로 다이빙해서 자고 싶었다.
하나 그럴  없었다.

‘이 정도론 안 돼. 종택이는 더 강해져있을 거야.’

그에게 짐이 되기는 싫었으니까.
최소한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을 하고 싶었다. 때문에 그녀는 오늘도 무거운 몸을 이끌고 훈련실로 향했다.
그렇게 그녀들이 분발하고 있을 때.
길드 측에서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내일이 승급시험이다. 이번에 유독 유망주가 많다니까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
“다른 놈들에게 뺏기지마.”
“경쟁 길드한테만큼은 절대 뺏기지 말라는 길드장님의 명령이다.”

중형 길드부터 대형 길드, 심지어는 5대 길드마저 이번 승급 시험에 주목하고 있었다.
D급 승급시험.
그게 상징하는 바는 그 정도로 컸다.
유망주가 얼마나 성장하느냐에 따라 길드가 벌어들이는 수익 자체가 달라지니까.

‘이번에 수석 출신만 5명이 참여한다지?’
‘미쳤다, 미쳤어. 그 중 하나만 가져와도 대박이야.’

특히 올해 시험은 블루오션 그 자체였다.
역사상 전례가 없을 만큼 많은 유망주들이 모인 시험이었으니까.
길드들이 주목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서리 길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번 시험 수석, 우리 길드에서 할 수 있을  같나요?”

길드장실에서 티타임을 들기던 중, 이설이 뱉은 질문에 비서가 침음을 흘렸다.

“으음… 한지수 양이 요즘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어서 기대되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조금 힘들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작게 끄덕인 그녀가 지나가듯한 어조로 물었다.

“그 남자 때문인가요?”
“…제가 볼 때 가장 유력한 수석 후보가 아닌가 싶습니다.”
“계속 주시하세요.”
“예.”

짧게 대답한 비서가 조심스레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무슨 일이죠?”

늘 당당했던 그녀답지 않은 모습에 이설이 처음으로 눈을 마주쳤다.
곧 그녀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천랑 길드에서 저희가 주시하는 남자를 파악한 모양입니다.”
“……”

동시에 그녀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언뜻 보면 티가 나지 않지만, 비서는 확신할 수 있었다.

‘…심기가 불편하시구나.’

그녀가 매우 불편해하고 있다고.
그럴 법도 했다.
예전부터 천랑 길드와 서리 길드는 숙적 관계였으니까. 추진하는 일마다 사사건건 끼어드니 걸림돌일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그녀‘는 마스터가 가장 싫어하는 부류이니…’

한 마디로 극악의 상성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녀와 관련되기만 하면 이설의 행동도 과감해지곤 했다.

“…그 암캐가 말이죠.”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목소리가 한없이 차가워졌다.
입술을 짓 물은 그녀가 경고하듯  글자씩 내뱉었다.

“천랑 길드를  주시해주세요. 암캐가 움직이면… 저도 움직이겠습니다.”
“예.”

사신 이설.
그녀가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10.

고급스러운 방.
웬만한  거실보다 넓지만 수많은 장미와 SM용품들 때문에 좁게 느껴진다. 그런 방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쫘악-! 촤악!
“어흑!”

수갑에 묶인 남자에게 채찍을 휘두르는 소리였다.
다만 일반적인 채찍은 아니었다.
특수한 소재로 만들어 고통만 따를 뿐, 상처는 전혀 생기지 않는 무기.
일종의 아티펙트였다.
그런 채찍에 맞을 때마다 남자의 얼굴이 쾌락에 젖어갔다.밑에서는 조금씩 투명한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다.

“흐응…”

그 모습에 여자가 입가가 올라갔다.
작은 키와 몸집과는 어울리지 않는 고혹적인 미소였다.

“이제 본격적으로 해볼까?”
“허윽!”

채찍을 버린 그녀가 남자의 위에 올라타자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 반응이 즐거운지 고혹적인 미소를 띈 여자가 조금씩 허리를 움직였다.

찔걱-
찔걱찔걱-

“아아… 좋아.”

야릇한 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운다.
만족스러웠는지 그녀가 빠르게 허리를 흔들자웨이브 진 갈색 머리카락이 찰랑였다. 그에 맞춰 머리 위에 난 작은 귀가 쫑긋거린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던 남자가 조심히 보고를 올렸다.

“…찾았습니다, 길드장님.”
“하아… 하윽… 그 빙년이 신경 쓰는 남자?”
“예.이번에 수석으로 D급을 받았던 남자더군요.”
“흐윽… 그래?”

사무적인 대화가 오고가는 중에도 여자는 골반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쾌감을 찾는 듯 격해졌다.
쾌락에 차다 못해 기가 빨리고 있는 남자의 몸을 천천히 핥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꼴릿한 감정을 느낄 법도 하건만,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익숙한  태연한 얼굴로 보고를 이어갈 뿐.

“듣자하니 협회에서도 눈독을 들였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흐응… 어때, 맛있게 생겼어?”
“길드장님 체통을…”

이건 좀 아니었던 걸까.
줄곧 참던 남자가 제지를 주었지만 여자는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받아쳤다.

“즐기면서 사는  뭐 어때서? 내가 못할 말 했어? 아, 뭐야, 이거 벌써 끝난 거야? 다 죽어가네.”
“끄어어어…”

그러면서 밑에 깔린 남자를 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기력이 빨린 남자가 거품을 물고 있던 것이다.
훈훈했던 얼굴은 어디가고 다크 서클이 가득 깔려있는 모습이 보기 안쓰러울 지경이다.
하나 그녀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에 안 든다는   혀를 차며 말했다.

“얘 치워. 쓰러졌다.”
“…예.”

분리수거를 하듯 대충 집고 사라지는 남자를 보며 그녀는 입맛을 다셨다.

‘요즘 헌터들은 영 맛이 별로란 말이야.’

모처럼 A급 헌터라기에 기대했건만.
차라리 저번 B급 헌터가 더 맛있고 체력도 좋았다.
예전에는 그래도 좀 버텼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그녀를 버티는 남자가 없었다.
요즘 헌터들이 못나서는 아니었다.

‘내 능력이 강해지고 있어서 그런 거겠지.’

그녀의 기운이 나날이 강해지는 게 문제지.
천생부터 섹스를 좋아하는 그녀로서는 슬픈 일이었다.
제약 때문에 만족스런 밤을 보낼 수가 없다니….

‘이런 면에선 차라리 예전이 좋았는데.’

그땐 편했다.
160도 안 되는 작은 신장과 체구이지만, 그녀는 타고난 색기가 있었다.
인형 같은 외모에서 풍기는 고혹적인 분위기.
그 갭 차이에서 오는 충격은 오히려 남자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왔으니까.
그런 그녀가 마음먹으면 유혹하지 못할 남자가 없었다.

‘너무 유명해져도 문제야.’

그런 그녀지만, 길드장이 되니달라졌다.
지 혼자 겁에 질려서, 혹은 소문을 듣고 물러나는 남자가 많아진 것이다.
그래서 더욱 기대되기도 했다.

‘그 유망주라는 녀석은 기대이상이어야 할 텐데…’

아는 게 적은 유망주들은 가장 먹기 좋은 먹잇감이었으니까.
여러 의미로 말이다.
한 번 집은 사냥감을 놓칠  없었다.

‘그 빙년에겐 절대  뺏기지.’

그게 사사건건 끼어드는 서리 길드의 여자라면 더더욱.
그녀의 붉은 눈이 더욱 진하게 물들었다.


1.
한편 모두가 최종택을 노리고 있을 때.
온종일 체력훈련을  그는 어두운 방에서 침을 흘리며 자고있었다.

“으응… 왜 이곳이 젖어있… 음냐.”

 수 없는 잠꼬대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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