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0화 〉10억을 받았습니다 (2) (20/124)



〈 20화 〉10억을 받았습니다 (2)

20화.

3.

[A급불꽃퀸카 : 와도된대! (이모티콘)]
[A급불꽃퀸카 : 31일까지 여기로 오면 돼!]
[A급불꽃퀸카 : (지도)]
[나 : 위치가  특이하네? 저런 곳에 던전이 있어?]
[A급불꽃퀸카 : 우리 길드 전용 던전이야. 특별한 거니까꼭 와!]
[A급불꽃퀸카 : (주먹을 불끈 쥐는 토끼 이모티콘)]
[나 : 알았어. 그때 보자.]

‘음. 좋네.’

한지수와의 톡을 끝낸 최종택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신서희의 화가 난 톡만 보다가 그녀와 톡하니 힐링되는 것 같다.
이성적인 느낌보단 딱 여사친과 느낌이랄까.

‘이런 것도 나쁘지 않지.’

떡에 미쳐 살다가 정상적인 관계를 맺으니 감회가 새롭다.
침대에 벌러덩 누운 그가 시선을 위로 올렸다.

[2020. 7. 24. 금.]

‘음… 딱 일주일 남았네.’

일주일이면 제법 시간이 많이 남았다.
모처럼 돈도 많겠다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해볼까 싶다.

‘근데 뭐하지?’

그런데  게 없다.
평소 집 밖에  나가지를 않으니 막상 돈이 생겨도 할  없는 것이다.
차라도  대 뽑아야하나.

‘음…. 어쩔  없나.’

진지하게 고민하던 그가 조용히 휴지를 들고 컴퓨터 의자 앞에 앉을 때였다.

지이이잉-

“응?”

그러지 말라는 듯 카톡이 열렬하게 울렸다.
이건 최소 2~3번 정도 연달아 울린 거다.
지수가 연락했나?
그 생각으로 톡을 확인하니 반가운 얼굴이었다.

[최종변기 기두 : 야야야야ㅑㅑ]
[최종변기 기두 : 이샛기 뒤짐?]
[최종변기 기두 : 뭐하는데 연락이 이리 없음]

‘이 샛기가 웬일이래.’

여자 꼬셔보겠다고 한 후로 한동안 연락이 없던 10년지기 친구 놈이었다.
슬쩍 프사를 확인한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실패했네.’

술집에서 찍은 듯한 셀카가 프사다.
상태 메시지에는 ‘인생 시부레’라는 글이 적혀있다.
쯧쯧, 혀를 차는 것으로 애도를 표한 그가 답장을 보냈다.

[나 : 나 자퇴함]
[최종변기 기두 : ??]
[최종변기 기두 : ㅈㄹ ㄴㄴ]
[나 : ㄹㅇ임]
[최종변기 기두 : 11억 걸고?]

흠칫.
멈칫한 그가 조심히 팔을 쓸어내렸다.
그리곤 주변을 슬쩍 둘러보곤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 샛기… 뭐 있나?’

상당히 정확한 액수에 괜히 찔린 그가 다시 답장을 보냈다.

[나 : 10억도 아니고 왜 11억임?]
[최종변기 기두 : 뭔가 그럼 더 구체적인  같잖아.]
[나 : ;;]
[최종변기 기두 : 암튼 ㄹㅇ 자퇴함?]
[나 : ㅇㅇ]
[최종변기 기두 : 부모님한테 허락은 받음?]

“어?”

좆 됐다.
생각해보니 홧김에 자퇴한 탓에 허락을  받았다.
순간 대학 졸업 못하면 자뇌 우뇌 위치가 바뀐 걸로 간주하고 자진모리장단을 쳐주신다던 어머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가 벌벌 떨리는 손으로톡을 보냈다.

[나 : …나 어쩌냐]
[최종변기 기두 : ㅉㅉ 미친놈 너라면 그럴 거 같았다]
[나 : ㅈㄹ말고.]
[최종변기 기두 : 뭘 어째. 다시 가서 취소해달라 해야지. 근데 진짜  자퇴함?]
[나 : 아니 근데 나 이제 ㄹㅇ 안 다녀도 돼.]

정적이 흐르듯 잠시 답장이 없던 폰이 빠르게연달아 울린다.

[최종변기 기두 : ??]
[최종변기 기두 : 너 같은 노답은 대학이라도 나와야 취직하지]
[최종변기 기두 : 평생 노가다꾼으로 살려고?]
[나 : 아니]
[나 :  각성함]
[최종변기 기두 : 병신아 현실을 자각해....ㅠㅠ 티모가 부모님 안부 물으면 죄송해서 어쩌려고그래...;;]

“아니, 이 새끼가?”

그에 발끈한 최종택이 질세라 카톡을 보냈다.

[나 : 진짜라고 병신아]
[나 : (사진)]

자격증 사진까지 친히 찍어서 보내주니 그제야 믿었는지 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어, 왜.”
-야, 미친. 씨발 이거 뭐냐? 너 진짜 각성함? 레알?“
“진짜라고, 병신아.”

한동안 말이 없던 변기가 이해했다는 말한다.

“아, 이거 합성이네. 이 새끼 날이 갈수록 합성 잘하네. 그쪽으로 취직한 거냐?”
“아니, 이 병… 됐다. 말 나온 김에 나와라. 술 사줄게.”
“…씨발. 진짜인가보네.”

술 산다는 말에 놈에게서 원통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참 그놈다운 대답이었다.
그리고 그건 연락에서만이 아닌 만나서도 마찬가지였다.

“와씨, 이 새끼 진짜였네. 존나 잘생겨졌어.”

얼굴을 보자마자 놈이 한 소리였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 놈의 모습에 최종택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후후. 존잘 최종택이라고 불러줘.”
“씨발…. 술이나 마시러 가자.”
“그러자. 나도 오랜만에 술 마시고 싶긴 하다.”
“그래…  얼굴이면 술이 고플 법도 하지.”

그러며 적당한 술집에 들어갔는데 사람이 제법 많다.
그리 인기 있는 술집도 아니었는데 불금이라 그런지 확실히 핫했다.
적당히 창가자리에 앉은 둘은 소주부터 한  시켰다.

“넌 뭐 마실래?”
“나도 소주 마실란다.”
“너 소맥 아니었냐?”
“…몰라. 오늘은 소주가 고프다, 시부레.”
“…뭐, 그래라.”

어깨를 으쓱인 최종택은 적당히 안주  개를 시키곤 의자에 등을 기댔다.
종업원이 가자 기다렸다는 듯 김두형이 말문을 연다.

“진짜 신기하다. 네가 D등급 헌터라니…. 어떻게 사람이 봐도봐도 잘생겼냐?”
“이게 형님 클라스다 인마.”

이게 D등급 헌터의 인식인가!
어깨에 절로 힘이 들어간다.
동창회 때 성공한 놈들이 으스대는 게 보기 싫었는데 왜 그리 으스대는지  것도 같다.
물론 김두형이 편해서 이러는 거긴 했지만.
김두형도 시기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저 진심으로 부럽다는 듯 장난스레 말할 뿐.

“야 헌터에다가 그 얼굴이면 여자 꼬시는 거 일도 아니겠다.”
“야 씨발, 다 나한테 꼼짝도 못해.”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유독 여자들이 그한테 꼼짝 못하기는 하니까.
그러나 너무 허세 같았는지 김두형이 지랄 말라며 반박한다.

“염병. 또 얼빵하게 데이트할 때 순대국밥이나 처먹겠지. 여자들이 퍽이나 좋아하겠냐.”
“좋아하던데? 감자탕도 먹으러갔어.”
“뭐? 근데 넘어간다고?”
“어.”
“씨발… 역시 얼굴이 답인가.”

세상의 진리를 깨달았다는  고달픈 표정이다.
한동안 현신을 부정하던 그가 이내 한숨을 내쉬곤 잔을 내밀었다.

“어쨌든 축하한다. 승리자새끼.”
“크흐… 고맙다. 기분이다. 먹고 싶은 거 다 먹어라!”
“진짜 다 먹을 거야 시발!”

짠!
잔이 부딪히고 단숨에 들이켠 그들이 동시에 크으… 소리를냈다.
그리곤 뱉은 말을 지키려는지 김두형이 바로 종업원을 부른다.

“두부김치 하나랑 김치우동 하나만 주세요. 아, 그리고 참이슬도 한 병이랑 콜라 한 캔만 더 주세요.”
“예.”

그 모습에 최종택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 새끼, 김치라고 홍보하냐? 메뉴다 다 지 같은 것만 시켰네.”
“어? 김치 무시발언? 한국인 무시한 거냐 지금?”
“지랄염병. 술이나 마시자.”
“그래.”

그러며 다시 한 잔 마셨다.

‘크으, 좋네.’

오랜만에 친구랑 마셔서 그런가 술이 달다.
그걸  어찌 알았는지 김두형이 급 진지한 얼굴이 돼서 묻는다.

“술 맛이 어떠냐…”
“이 새끼 또 지랄하네 또. 아주 달다 새끼야.”
“그건 오늘 하루가 인상적이었다는 거… 씨발, 진짜 인상적인 얼굴이긴 하다.”
“어휴, 술이나 처마셔라”

그렇게 놈과 투닥거리며 한 잔 두 잔 술잔을 기울이니 어느새 2병을 클리어 했다.
종업원을 불러 한 병  시켰을 때였다.

“야, 너 전화 왔는데?”
“어? 그러네.”

놈의 말에 옆을 보니 누나였다.
이 시간에 웬 일이지?
평소 전화하는 일이 없던 누나였기에 다소 의아해하며 받았다.

-아 병신아. 방학인데 오지도 않냐?

첫 마디부터다 강렬하다.
그리고 이어진 후속타는 더 강력했다.

-쓰레기 같은 새끼야. 너 같은 새끼들이 불효자인 거야. 부모님이 너 보고 싶어 하는데 전화 한 통 안 거냐? 오죽하면  뒤진 거 아니냐 그러더라.
“아 왜 또 지랄하는데.”

받자마자 속사포처럼 뱉는 말에 최종택이 눈썹을 찌푸렸다.
간호사 일 한다더니 성질만 난폭해져가지고는… 원래도 한 성깔하던 게 이제는 염라대왕 급이다.

-이 새끼가 말하는 본새 봐라. 너 사고  거 아니지?
“…어? 아, 아니야.”
-대답이 이상한데?  설마 자퇴한 거 아니지?
“아이 뭔 소리야.”

대답하면서도 소름이 돋았다.
이게 여자의 감이라는 건가.
이 정도면 간호사 하지 말고 무당을 했으면 대박이 나지 않았나 싶다.
팔에 난 닭살을 쓸어내리는데 누나가 말을 잇는다.

-그래서 진짜 안 와? 엄마가 보고 싶다는데? 안 온다고?

안 가면 천하의 불효자인데?
너 호로 새끼야?
그리외치는 듯한 누나의 압박에 결국 최종택이 백기를 들었다.

“…조만간 내려갈게.”
-알았다. 내려올 때 전화줘라.
“어.”

뚝.
끊긴 전화를 보며 그가 머리를 긁적였다.

‘뭔가 당한 것 같은데…’

기분이 찝찝하다.
그래도 누나 말이  맞는 말이긴 해서 또 할 말이 없다.

‘안 간지 오래되긴 했지.’

최근 1년 넘게  번을 안 찾아갔으니 너무하긴 했다.
24살 먹도록 지원만 받았지 뭘 해준 적도 없었다.
돈이 없을 땐 그게 당연하게 생각됐는데 막상 돈이 생기고 보니 그게 뭔 짓이었나 싶다.

‘흠. 내려갈 때 부모님 선물 사줘야겠다.’

물론 누나 년은 빼고.
부모님 세대 사람들이  좋아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김두형의 표정이 이상하다.
똥 씹은 표정 같기도 하고.
뭔가 사촌 동생이 저보다 일찍 성공해서 건물주  걸 들은 직장인의 얼굴 같다.

“뭘 봐.”

왠지 기분이 상해서 묻자 놈이  아프다는 듯 말한다.

“어휴, 벌써 여자친구랑 꽁냥거리는 거냐? 헌터 됐다고 바로 여친이 생기네.”
“…뭐?”

그 말에 최종택의 얼굴이 구겨졌다.
진심으로 못 들을 걸 들었다는  혐오스런 얼굴이었다.
자취방에 바퀴벌레 가족이 나타난 걸  때보다 더 심한 표정으로 최종택이 입을 열었다.

“누나다 씨발….”
“아… 미안. 진짜 미안하다.”
“씨발… 술이나 먹자.”
“…그래.”

그날 최종택과 김두형은 7병의 술을 클리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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