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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화 〉야, 아가씨… 넣을게 (1) (16/124)



〈 16화 〉야, 아가씨… 넣을게 (1)

16화 : 야, 아가씨… 넣을게.

3.

“역시 저희가 제일 빨랐습니다.”
“아가씨, 저희만 믿으세요.”

기사단장 같은 장비를  남자들의 말에 아가씨라 불린 여자가 도도한 얼굴로 말했다.

“그 정돈당연한 거 아닌가요?”
“…예?”

이해가 되지 않는 발언.
남자가 얼빠진 얼굴로 되묻자 여자는 당연하다는 듯 반응했다.

“제 힐과 버프를 받았는데 이 정도도 못하면 안 되죠.”
“아… 맞습니다, 아가씨.”

싸가지가 가출한 모습에도 남자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녀가 자신을 고용한 아가씨인 것도 있었지만, 그녀가 실제로 능력 있는 헌터가 맞았기 때문이다.

‘저런 게 B급 스킬을 각성하다니… 배 아파 뒤지겠네.’

B급 능력자.
정확히는 B급 스킬만 각성했을 뿐 능력치는 F급에 가깝긴 하다.
한데 그 각성한 스킬이 버프 계열이었다.
파티원 전부를 강하게 만들어주는 스킬로, 선호도에 비해 희귀한 능력이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적은 것.
그러니 그 가치가 일반적인 B급 스킬보다 높을 수밖에 없었다.
능력치만 올리면 위에서도 대우받을 수 있을 터다.

‘다 가진 아가씨가 능력까지  가지네. 나 같은 흙수저는 어찌 살라고.’

신은 공평하다고 누가 그랬는가.
적어도 그가 보고 살아온 바론 세상은 너무도 공평하지 않았다.
스킬을 각성하는  운빨X망겜인 것부터가 말 다했지.

‘다음 스킬은 주사위  나왔으면 좋겠다.’

좋은 스킬만 나오면 바로 경호원을 그만둘 텐데.
그런 마음을 숨긴 그가 애써 얼굴에 미소를 띠웠다.

“이제 보스를 잡을까요, 아가씨?”
“D등급 보스이니 금방 깰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남자의 마음을 헤아릴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칭찬 대신 가소롭다는 듯 비꼬았다.

“당신들도 D등급이면서 D등급을 무시하는 게  웃기네요.”
“…아하하.”

미소 띤 얼굴이 바르르 떨린다.
당장이라도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

‘씨발, 빨리 보스나 잡고 끝내자.’
‘내가 다신 같이 던전에 들어오나 봐라.’
‘진짜 돈이 웬수지…’

서로를 바라보는 남자들의 눈에 동료애가 어렸다.
같은 처지로서 동질감이 느껴진 것이다.
보스를 앞두고도 긴장감이나 걱정이 없는 모습이었다.
당연하다.
그들 모두 E~D등급 헌터.
버프와 장비까지 떡칠한 지금은 홉고블린들 조차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보스도 쉽게 끝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끼이익-

그러나 막상 보스 방을 열자 보인 건 예상과 전혀 달랐다.

“저, 저게 뭐야…!”
“말도 안 돼.”

놈들을 목격한 남자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키륵키륵-
케케케엑-

일단 수부터가 말이  됐으니까.
중앙에 있는 거대한 고블린을 필두로  고블린 열 마리가 그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한데 놈들의 크기가 비정상적이다.

‘저렇게 큰  고블린이 있다고?’
‘씨발, 홉 고블린이 창 들기 있냐.’

하나같이 일반적인 홉 고블린보다 1.5배가량 크다.
특이한 건 무기도 모두 달랐다.
창, 대검, 롱소드,철퇴….
가지각색의 무기를 들고 포위한 모습이 꼭 잘 훈련된 기사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신경 쓰이는  중앙에 근엄하게 앉아있는 거대한 고블린이었다.

‘…고블린이 맞나?’

저걸 정말 고블린이라고 해야 할까.
웬만한 오크보다 더 거대한 녀석이 뿜어내는 위압감은 보통이 아니었다.
그 위압감에 여자의 도도한 얼굴도 깨진지 오래였다.
그녀가 긴장한 얼굴로 외쳤다.

“다들 빨리 자리 잡아요!”

그러며 재빨리 버프를 주려는 찰나.

파앗!

“…?”

거대한 고블린이 사라졌다.
동시에 옆에서 콰직!하는 소리가 들리며 피가 튀었다.

“커억!”
“…어?”

얼굴에  피를 닦아낸 여자가 뒤를 돌아봤다.
사람이었던 무언가가 벽에 박혀있었다.
거대한 고블린이 순식간에 딜러를 죽인 것이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두 남자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무기를 꺼내들었다.

“씨, 씨발!”
“다 뒤졌…!”

척. 척. 척. 척.
그들이 무기를 꺼내들자 홉 고블린들이 빠르게 포위망을 좁혔다.
벽이 그들을 조이기 위해 수축하는 것 같다.
몬스터들이 펼쳤다고는 믿기지 않는 정갈한 전술이었다.

“어…?”

어어, 하는 사이 날붙이가 사방에서 그들을 찔러왔다.

푸욱! 푹!

“커억…”

그게 끝이었다.
제대로 반항 한 번 하지 못한 채 남자들이 털썩 쓰러진 것이다.
순식간에 홀로 남게  여자가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러지 않으면 비명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마,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몸이 벌벌 떨렸다.

‘버프를 받은 헌터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다른 누구의 버프도 아닌 그녀의 버프다.
웬만한 D등급 헌터는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해져야했다.
무려 B급의 버프였으니까.
한데 고작 D등급 공용 던전에서 맥을  추렸다고?

‘뭐, 뭔가 잘못 됐어.’

등급이 잘못 측정된 걸까?
그게 아니면 보스가 없던 던전에 뒤늦게 리젠이 된 걸 수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왜 하필 자신이란 말인가.
억울함에 눈물이 흘렀다.

“흐흐흐…”

그런 그녀를 보며 거대한 고블린이 음흉하게 웃었다.
혀로 입술을 핥은 고블린이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저벅.
터벅.

한 걸음씩 여유롭게 다가올 때마다 여자는 조금씩 뒷걸음질 쳤다.

탁.

하나 안타깝게도공간은 짧았고, 이내 등이벽에 닿았다.
더는 물러날 곳이 없었다.
그걸 아는지 놈은 서두르지 않았다.

저벅저벅.

아주 천천히 그녀를 향해 걸음을 내딛을 뿐이었다.

‘시, 싫어.’

점점 가까워질수록 몸의 떨림이 짙어졌다.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바로 앞까지 도달한 놈이 천천히 그녀의 목을 쥐었다.
그리고…

쫘악-

“아…?”

반대 손으로 옷을 찢었다.
눈이 커진 그녀를 보며 놈이 입을 벌렸다.
그러자 쇠가 갈라지는 듯한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암컷…”
“……”

그녀의 눈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4.

키에에엑!
“으악, 씨발 암컷! 뒤져!”

분홍색 점을 본 최종택이 자지러지게 비명을 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발작을 일으킨 상황에도 정확히 급소로 향했다.

“케엑!”
“뒤. 뒤져!”

그걸로 이미 끝이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연달아 몇 번을 더 휘두른 것이다.
놈이 쓰러진  움직이지 않자 그제야 안심한 그가 검을 집어넣고 가슴을 부여잡았다.

“와씨. 진짜 개 놀랐네.”

아직도심장이 벌렁거린다.
암컷 고블린의 느끼는 얼굴이 생각보다 충격이 컸는지 분홍색 점만 보면 이런다.
이건 제법 큰 문제였다.

띠링-

[풀발이 해제되었습니다.]

깜짝 놀라 풀발이 풀려버리니까.

‘분위기가 깨져도 풀발을 유지할 방법을 찾아야할 텐데…’

지금이야 아가씨로 버틴다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었다.
슬슬 약 빨이 조금 떨어져가기도 하고.
여자 헌터와 파티를 해야 하나?
잠시 생각하던 최종택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변수가 너무 크지.’

매우 작거나 옷차림이 단정할 수도 있지 않은가.
대뜸 야하게 입고 다니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리고 애초에 솔플을 못 도니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한 번 알아봐야겠네.’

언제    잡아서 연구하는 게 좋을 듯했다.
하여튼 그건 그거고.

‘이 정도면 많이 잡은 거 같은데 슬슬 돌아갈까?’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많이 잡았다.
이 던전에 사는 고블린이란 고블린은 다 쓸어 담은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홉 고블린에게서 얻은 마정석만 30개가 넘어간다.
간혹 마정석이 안 나올 때도 있다는  생각하면 대략 50마리는 잡은 거다.
그 덕에 경험치도 쭉쭉 올랐다.

[이름 : 최종택]
[레벨 : 9]
[능력치]
[근력 : D (50 / 100)], [민첩 : D (50 / 100)]
[체력 : D (10 / 100)], [마력: D (80 / 100)]

7이었던 레벨이 9가 되었다.
그로 인해 근력과 마력 스텟이 (10)씩 올랐는데 확실히 이렇게 보니 자박꼼이 대단하긴 했다.

‘섹스 한 번이면 도합 20이 아니라 100은 오를 텐데.’

효율로만 치면 진짜 넘사벽이다.
어쨌거나 이 정도면 충분한 소득을 얻었다.
비록 홉 고블린에게서 나온 탓에 E등급 마정석이기는 해도, 이 정도 개수면 제법 쏠쏠하게 나올 거다.

‘흠… 뭔가 아쉬운데.’

하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이 최종택을 붙잡았다.
그 아쉬움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금방 알  있었다.

‘기왕 나온 거 보스는 잡고 갈까? 그럼 레벨도 딱 10 찍을 거 같은데.’

원래 뭐든 5의 배수로 끝나는 게 깔끔하다.
왜 다들 그런 경험 있지 않은가.
RPG게임에서 캐릭터 스텟이 13 15 15이런 식이면 나머지 하나도 15로 맞추는 거.
그것과 비슷한 맥락이었다.
심지어 이건 단순히 심신의 안정만 주지 않는다.

‘10때 무슨 스킬을 얻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10레벨 스킬 보상.
그걸 생각하면 보스를 깨는 게 이득이다.

‘자박꼼도 각성 보상이었으니까.’

지박꼼 급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에 준할 수 있을 정도만 되도 대박이었다.
판단을 마친 최종택이 움직였다.

‘일단 여기는 아니야.’

이 잡듯이 뒤져도 보스 방이 나오지 않았던 걸 생각하면 반대  길인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예상대로 반대쪽 길로 들어서자  거대한 문이 나타났다.
유독 장식이 많이 있는 게 누가 봐도 보스 방이었다.
바로 들어가려던 그가 멈칫했다.

“음. 아니지.”

그리곤 지그시 눈을 감고 누군가를 떠올렸다.
그러기를 수 초.

띠링-

[풀발이 발동되었습니다.]

“그럼 들어가 볼까.”

밑에 힘이 들어간 걸 느낀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상태라면 무서울  없었다.
그에겐 아가씨가 있었으니까.

끼이익-

그렇게 문을 밀고 들어간 순간.

“…어?”

최종택의 눈이 흔들렸다.

“시, 싫어…! 그만…!”
“암컷… 케륵, 케륵…”

상상에서만 보던 그 아가씨였다.
한데 상태가 이상했다.
옷은 찢겨져 속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고, 음부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믿을 수 없는 건….

찔걱찔걱-

“케륵케륵.”
“아아악!”

웬 오크 같은 고블린이 아가씨를 강간하고 있다는 거다.
그녀가 고통에 소리를 지르고 밀쳐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흥분된다는  더욱 거세게 허리를 흔든다.
그리고 그런 고블린의 주위를 거대한  고블린들이 둘러싸고 있다.
그런 놈들을 본 순간.

툭,

최종택은무언가 끊어지는 게 느껴졌다.
동시에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 끓어올랐다.
그것은 분노였다.
머리가 새하얗게 물들 정도의 분노.

“이런 개새끼들…!”

이윽고  분노를 입 밖으로 터트림과 동시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극심한 분노를 느꼈습니다.]
[풀발의 한계를 넘어섭니다.]
[풀발 2단계가 발동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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