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샤프아이의 숨겨진 능력
15화
9.
[헌터 자격증]
이름 : 최종택
등급 : D
주민등록번호 9xxxxx – 1xxxxxx
“크으…, 이거지!”
자격증을 보는 최종택에게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수석으로 졸업한 D등급 헌터!
“키야. 조졌다.”
볼수록 감탄이 나온다.
고작 D등급 헌터가지고 왜 그러냐할 수 있는데 그건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현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종이 헌터다.
대기업 회사원?
안정적인 7급 공무원?
‘헌터가 짱이지.’
헌터의 인기와 선호도에 비하면 쨉도 안 된다.
E등급 헌터만 되도 성공했다하는데 D등급과 E등급 헌터는 또 하늘과 땅 차이다.
초보 딱지를 떼는 것도 있지만, 수익부터가 다른 것이다.
‘달에 못해도 천 이상은 번다했던가?’
대형 길드에 속해있는 D급 헌터는 몇 천씩 벌기도 한다 들었다.
그런 헌터가 되었는데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D등급 헌터부턴 던전에 혼자 갈 수 있지.’
F~E등급과 달리 특정 조건에 한해서 던전에 혼자 들어갈 수 있다는 거다.
물론 일반 던전은 안 된다.
지금 그가 솔플로 갈 수 있는 던전은 하나였다.
‘공용 던전.’
딱히 소유주가 없는, 후발대가 들어올 수 있는 던전.
사실 굳이 솔플을 고집할 필욘 없었지만….
‘내 능력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솔플이 낫겠지?’
능력을 제대로 실험해보려면 솔플이 편했다.
풀발을 사용하면 여자들의 움직임이 굼떠지니까.
딱히 무리는 아니었다.
‘E급 던전은 이제 혼자서도 쉬웠으니까. 풀발하면 C등급까지 올라가니까 D등급도 맞을 거야.’
게다가 스킬도 많이 얻었다.
샤프아이를 활용하면 훨씬 수월하리라.
‘아무리 자박꼼이 있다 해도 사냥을 해야 돈을 버니까….’
생각을 마친 최종택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좋아. 공용 던전이 어디 있다 했지?’
최종택, 그가 공용 던전으로 향하는 순간이었다.
10.
던전은 보통 두 가지로 나뉜다.
문이 닫히는 던전이냐, 열려있는 던전이냐.
전자의 경우 위험하기에 주로 협회나 길드 측에서 클리어하고, 후자의 경우 헌터들이 자유롭게 드나든다.
헌터 훈련생들이 간 던전의 경우도 후자였다.
더 안전하고 대중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공용 던전이 있는 곳엔 늘 사람이 많이 모여 있었는데 지금도 그랬다.
“D등급 던전, 원거리 딜러 자리 구합니다!”
“E등급 탱커랑 딜러 있는 파티에서 힐러 구해요~!”
“포션 팝니다~ 생명은 하나입니다. 서둘러 오세요!”
파티를 구하는 사람들부터 포션이나 아이템 등을 파는 잡상인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던전 앞에 북적거렸다.
그걸 본 최종택이 질린다는 듯 혀를 내저었다.
‘역시 공용 던전은 사람이 많구나.’
사람이 많은 줄은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많았다.
왜 협회에서 훈련생들이 가는 던전을 따로 관리하는지 알 것 같다.
이런 인파 속에서 수업이 원만하게 될 리가 없을 테니.
그래도 나름 신기하기도 했다.
탱커나 딜러와 같은 분류를 정해 파티원을 모집하는 모습이 꼭 게임 같았던 탓이다.
‘와우 할 때 한참 저랬었지.’
레이드 파티 구할 때 도적으로 애먹었었는데….
현실에서는 도적 부류가 그리 소외받는 직종은 아닌지 금방 파티를 구하는 듯했다.
그렇게 사람들을 둘러보는데 한 파티가 유독 눈에 띄었다.
‘저긴 뭔가 화려하네.’
남자 셋에 여자 하나인 파티였는데 장비들이 화려했다.
이곳의 던전이 E~D등급이니 기껏해야 D등급일 텐데 외관만 보면 기사단장 급이다.
그런 남자 셋이 여자 하나를 둘러싸고 있으니 눈에 확 띈다.
‘예쁘네.’
심지어 여자가 한 외모한다.
헌터는 헌터인 것인지 대부분이 훈남훈녀였지만, 그중에서도 눈에 확 띈다.
뭔가 귀티가 난다해야하나?
키가 조금 작긴 해도, 금발이 매력적인 여자였다.
그가 자기도 모르게 그들을 지켜보고 있을 때.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아가씨.”
“저희만 따라오십시오.”
그들이 던전에 들어가며 한 말이 얼핏 들렸다.
‘어? 아가씨?’
건장한 남자 경호원 셋에 여자 하나?
띠링-
[풀발이 발동되었습니다.]
‘오우야 생각보다 쉽게 깨겠는걸.’
시작부터 이리 강해지다니….
아무래도 준비했던 맥심을 꺼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풀발 풀릴 때마다 이 생각해야겠다.’
좋은 소재를 찾은 최종택이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던전에 들어갔다.
1.
딸깍.
준비했던 후레쉬를 만지작거리던 최종택이 도로 집어넣었다.
“동굴 타입치고 밝네.”
벽에 박힌 조명석 때문에 내부가 제법 밝았던 탓이다.
이 정도면 후레쉬가 없어도 전투에 지장이 없으리라.
‘이번엔 무슨 몬스터려나…’
헌터 시험 마지막 날 간 E급 던전과 비슷한 걸 보면 고블린일 확률도 제법 있을 듯 했다.
레드 고블린이 이런 곳에 잘 사니까.
‘그래도 D인데 좀 다른 놈들이려나?’
호랑이도 제 말하면 나온다했던가.
걸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끼기긱-
“키에에엑.”
“키륵키륵”
쇠가 바닥을 끄시는 소리와 함께 나타난 건 그도 익히 아는 놈들이었다.
“홉 고블린?”
헌터 시험 때 여러 차례 잡았던 놈이었으니까.
최종택이 헛웃음을 흘렸다.
“미친, 보스가 여기선 잡몹으로 나오네.”
그것도 두 마리다.
이게 E등급과 D등급의 차이인 것일까.
한 등급 차이인데 차이가 상상 이상이지만….
‘하지만 어림도 없지.’
걱정이 들진 않았다.
[풀발이 유지중입니다.]
아직 그의 밑은 건강했으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선빵필승을 지킨 것은 최종택이었다.
타앗!
빠르게 땅을 박차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것이다.
“키륵?”
C등급 근력과 민첩의 힘인 걸까.
생각보다 더 빠른 속도에 홉 고블린이 당황했는지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나 최종택의 눈에는 놈의 표정 따위 들어오지 않았다.
그보다는 다른 게 보였다.
‘빨간색.’
명치 부근에 있는 빨간 점.
유일하게 가죽 갑옷이 보호하지 못하는 부위이기도 했다.
그 점을 향해 최종택이 검을 찔렀다.
푸슉!
“케에엑!”
그게 끝이었다.
단 한 방에 놈이 구슬픈 단말마를 내며 절명한 것이다.
‘미친. 한 방이라고?’
이게 C등급의 힘인가.
아니지, 샤프 아이는 B등급이니 두 개가 합쳐진 힘이라 봐야했다. 그래도 잡 몹으로 나와서 그런지 맷집이 약해진 거 같기도 하고.
“키에엑! 키엑!!”
생각하고 있는데 동료가 죽자 흥분한 놈이 소리를 질러댄다.
놈을 본 최종택의 눈이 번뜩 뜨였다.
‘아! 쟤로 실험하면 되겠네.’
가만히 있으면 반은 간다했다.
그 불변의 법칙을 지키지 못한 놈은 결국 실험대상으로 전략하고 말았다.
푸슉! 서걱-!
끼에엑! 끼엑!!
최종택이 일부러 빨간 점이 아닌 곳만 베고 찌른 것이다.
덕분에 앞서간 동료와 달리 놈은 몸 곳곳이 터져 피를 흘리며 죽어야만 했다.
‘4방 정도네. 샤프 아이 효율 장난 아닌데?’
단순 계산으로만 쳐도 4배는 더 효율적이다.
역시 B등급 스킬일 만하다.
아니, 활용도를 생각하면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마나가 소비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둘은 급소가 같았지. 종족이 같으면 급소가 다 똑같나?’
문득 궁금해졌다.
사람도 정해진 급소가 있는 것처럼 비슷할지, 아니면 개체마다 다를지.
‘좀 더 사냥해보자.’
2.
푸슉-!
키에에엑!
마지막 홉 고블린이 쓰러지자 최종택이 가볍게 호흡을 정돈했다.
‘기본적인 급소는 같네.’
결론부터 말하자면 치명적인 급소는 똑같았다.
심장과 명치. 그리고 낭심까지.
사람과 비슷한 구조라 그런지 급소도 비슷했는데, 신기한 건 그 외의 급소는 개체마다 다르다는 거였다.
‘손목이 약점이거나 뒤통수가 약점인 새끼도 있었으니까.’
아킬레스건, 오금 등과 같은 급소도 많았다.
사람마다 유독 취약한 부분이 있는 것처럼 몬스터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생각보다 더 유용하네.’
일반적인 급소가 아닌 그 상대의 약점.
그것을 간파하는 게 샤프 아이의 진가였다.
샤프 아이가 있는 한 상대는 약점을 방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할 것이다.
‘그런데 고블린은 죄다 수컷인가? 왜 죄다 낭심이 급소지?’
당장 앞에 쓰러져있는 놈들만 봐도 그렇다.
이 던전에서 잡은 홉고블린만 해도 20마리는 될 텐데 수컷만 걸렸다기에는 확률적으로 이상하긴 했다.
어쩌면 고블린은 암컷도 낭심이 급소인 게 아닐까?
‘이건 또 고블린의 신비구만.’
같은 낭심이 급소인 처지로서 차마 때리진 못하고 고개를 주억거릴 때.
“캬아아악!”
뒤에서 다소 앙칼진 괴성이 들려왔다.
“아씨, 깜짝이야.”
진짜 심장마비 걸릴 뻔했다.
신경질적으로 돌아보니 웬 홉 고블린 하나가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다.
다른 놈들보다 체구는 작은데 성질은 더 더러워 보인다.
눈살을 찌푸리며 보던 그가 눈을 번뜩 떴다.
“어?”
놈에게서 다른 놈들에겐 보이지 않던 게 보인 것이다.
‘분홍색? 저게 뭐지?’
빨간 점 사이에 있는 분홍색 점.
심지어 빨간 점보다 면적도 몇 배는 넓다.
‘설마 더블 크리티컬?’
만약 그렇다면 샤프 아이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해야했다.
당장이라도 뛰어나가려던 그가 멈칫했다.
‘이건 검으로 하지 말고 맨손으로 하자.’
그리곤 검을 집어넣었다.
검으로 베면 어차피 한 방이다.
더블 크리티컬인지 알려면 맨손으로 하는 게 확실하지 않겠는가.
‘한 방… 아니, 두 방만 떠도 대박이다.’
꿀꺽 침을 삼킨 최종택이 홉고블린에게 다가갔다.
다가갈수록 놈이 경계하는 소리도 커졌다.
“캬아아아악! 캬악!!”
‘겁나 시끄럽네, 진짜.’
그러면서도 차마 먼저 달려들진 않는다.
쓰러진 동료들을 보고 본능적으로 직감한 거다.
위험하다고.
그러면서도 연신 성질을 내는 걸 보면 동료애가 제법 짙은 녀석인 듯했다.
‘그래봐야 지금은 제 점심이죠.’
어느새 코앞까지 도달한 최종택이 가볍게 주먹을 내질렀다.
분홍색으로 물든 가슴에 맞닿는 순간.
물컹.
“캬흥?”
“…??”
묘한 촉감과 함께 놈이 야릇한 표정을 짓는다.
다시 한 번 말한다.
고블린이 야릇한 표정을 지었다.
만화에서 보는 귀여운 고블린이 아닌, 토악질 나오게 생긴 현실판 고블린이 상기된 얼굴이 된 것이다.
“으아악! 씨발!”
너무나 끔찍한 모습에 최종택이 자신도 모르게 검을 뽑았다.
서걱-
케엑!
발도술을 몇 년은 연마한 사람처럼 재빠른 베기였다.
단번에 놈을 죽였지만 그는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놈과 맞닿은 주먹이 덜덜 떨린다.
“씨, 씨발. 내가 방금 뭘 본 거야.”
보면 안 되는 것을 본 기분이다.
살면서 이리 역겨웠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띠링-
[풀발이 해제되었습니다.]
얼마나 역겨웠으면 줄곧 유지시키던 발기마저 풀려버렸겠는가.
달달 떨리는 손으로 맥심을 펼친 최종택이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아, 아가씨. 아가씨가 필요해.”
마약을 찾는 중독자처럼 그가 붉게 충혈 된 눈으로 아가씨를 떠올렸다.
그렇게 몇 분이나 흘렀을까.
띠링-
[풀발이 발동되었습니다.]
“하아….”
간신히 발기한 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풀발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걸까.
더럽혀진 심신이 조금이나마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이 순간,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성감대를 알아내는 능력이었다니… 씨바알… 토할 거 같아.’
분홍색 점이 샤프와이와 자박꼼이 합쳐진 시너지 효과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