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 도시-905화 (911/917)

#905

1.

아무래도 과몰입의 묘약이란 건 다소 개인차가 있는 게 분명하다.

왜냐하면 시우와 아멜리아가 둘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데 비해 샤론은 혼자 말똥말똥 제정신이었기 때문이다.

리본에 의해 고정되어 두 손은 등 뒤로, 두 다리를 활짝 벌려진 채 침대의 각 모서리에 묶인 샤론.

이런 속박 플레이 자체야 종종 즐기곤 했으니 별 문제 될 것 없다.

오히려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당한다는 감각이 묘하게 흥분감을 자아내곤 했다.

하지만 어쩐지 뭐랄까.

예전에는 잡아먹히기 직전이 가여운 어린양이 된 기분이었다면....

지금은 손질 직전의 생닭이 된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그도 그럴게 샤론이 했던 상황극이라고 해봐야 주인님과 샤론냥이 플레이.

샤로니 벌주기 플레이 정도로 다소 소프트하다.

그런 샤론이 보기에 아멜리아가 기획한 상황극은 너무 딥하고 다크했다.

그 까닭인지 어색하고 낯설고 부끄러운 것 이외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다.

아마 아멜리아와 시우가 펼치는 명연기가 영 어색하게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멜리아 님이 어떤 식으로 괴롭힘당하시는지 절친한 친구분께 보여 드려야죠.”

잡아먹을 듯 아멜리아의 알몸을 뒤에서 감싼 시우.

우악스럽게 가슴을 쭈물거리더니 샤론의 다리 사이 공간에 아멜리아를 강제로 엎드리게 한다.

“싫엇…! 이런 건…!”

아멜리아는 나름대로 저항하려는 듯 버둥거렸지만 순수한 완력으로 시우에게 이길 수 있는 마녀는 없을 것이다.

그야 수컷과 암컷의 차이가 아니던가?

“솔직히 제가 괴롭힌다는 건 오해입니다. 제가 보여 드릴게요. 아멜리아 님이 얼마나 섹스를 좋아하시는데요.”

“…그 입 다물어요.”

“빨리 고르기나 하시죠. 앞으로 하실래요? 뒤로 하실래요?”

“크윽…!”

시우가 엎드린 아멜리아의 엉덩이를 두툼한 고추로 찰싹찰싹 때린다.

아멜리아는 실로 모욕스럽다는 듯 이를 앙 다물고 있었다.

“대답해주세요. 아니면 역시 뒤가 좋으신가요? 오늘도 엉덩이 구멍으로 백 번가기 챌린지 하시게요?”

‘아, 아멜리아 양 뒤로도 했구나’ 정도의 감상을 품는 샤론.

“거, 거짓말이에요. 샤론! 믿지 마세요! 그런 불경한 구멍으로 느낀 적 없어요!”

“물론이죠. 미, 믿어요. 아멜리아.”

가장 곤란한 건 이따금 샤론도 이 곤란한 연극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까부터 ‘시우야 미안한데 나 그냥 이따 하면 안될까?’라고 말하고 싶은 걸 꾹 참는 중.

애드립이 약한 샤론을 위해 특별히 대사까지 써준 아멜리아의 성의를 무시하기도 그렇고.

괜히 둘은 즐겁게 즐기고 있는데 산통을 깨기도 그렇다.

최대한 맞춰주는 수밖에.

-철퍽! 철퍽!

“응…! 크흥…! 으응…!”

샤론이 잠시 딴생각을 하는 와중 어느새 본격적으로 시작된 섹스.

확실히 본 게임에 들어가니 살짝 야릇한 기분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조금 엉뚱한 구석이 있긴 해도 아멜리아가 굉장한 미녀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니 말이다.

평소 욕장에서 가운으로 가린 반 나신, 혹은 가끔가끔 알몸만 보다가 이렇게 대놓고 잡아먹히는 모습을 보자 설명하기 힘든 야릇함이 있었다.

체액이 끈적하게 늘어지고 뒤섞이기를 반복하는 음란한 소리.

목욕을 위해 한 가닥으로 땋아 둔 까닭에 화사한 등 위로 꼬리처럼 흔들리는 뒷머리.

시트를 움켜쥔 손등에 투명할 정도로 새파란 정맥이 도드라진다.

-철퍽! 철퍽! 철퍽!

“윽! 으읍…! 흐븝…!”

아멜리아는 필사적으로 얼굴을 매트리스 위에 묻고 신음을 죽이고 있었다.

마치 샤론에게 절대로 자지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겠다는 양 말이다.

“아….”

이제껏 세계관 밖에서 겉돌던 샤론은 꾸욱 하는 감각을 느꼈다.

아랫배가 화끈해지고 심장이 쿵쾅거리는, 성적 흥분을 느꼈을 때 특유의 감각이다.

왜냐하면 처음엔 조금 어색했지만 이거 완전 눈앞에서 보는 야동이 아닌가?

그것도 주연은 언제나 고상한 모습만을 보이던 아멜리아와 여태 숱하게 샤론의 몸을 주물러왔던 시우다.

시청각자료에 더해 삐걱이는 매트리스 스프링의 진동까지 고스란히 전해지는 상황.

차츰 상황극의 세계관이 샤론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아멜리아 님, 그렇게 하면 샤론이 못 보잖아요. 아멜리아 님이 자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히윽!”

그렇게 말한 시우는 거칠게 아멜리아의 댕기 머리를 잡아당겼다.

한사코 고개를 파묻고 있던 아멜리아의 허리가 강제로 꺾이며 샤론 앞에 그 추태를 들어낸다.

“시러어어, 싫어엇…. 샤론… 보지, 말아요….”

샤론은 가슴이 철렁하는 심정을 느꼈다.

왜냐하면 강제로 공개된 아멜리아의 얼굴이 너무너무 야했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 상황에서 무표정을 유지하는 아멜리아가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있다.

입가는 칠칠치 못하게 녹아내려 침을 흘리고 있었고,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동자엔 열락의 눈물이 흐른다.

두 뺨의 홍조는 아멜리아가 단순히 연기가 아니라 크나큰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었다.

사실 되짚어보면 당연하다.

능숙하게 상황극을 이끄는 아멜리아지만 쓰리썸은 처음이다.

친구처럼 지내오던 샤론의 앞에서 자지에 박힌 나머지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얼굴을 보이는 게 아무렇지 않을 리 없다.

“…….”

샤론은 반사적으로 아멜리아의 가슴께까지 훑었다.

아래로 슬며시 늘어진 채 찰랑찰랑 흔들리는 봉긋한 가슴.

그 첨단에 젖꼭지는 빳빳하게 선 채로 부정할 수 없는 쾌감을 증명하고 있었다.

“슬슬 갈 것 같죠? 가는 표정도 보여주세요.”

“안대… 안돼에…. 싫어요…. 히아아앙!!!”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거절하던 아멜리아는 각본대로 자지에 패배했다.

말캉거리는 혀가 보일 정도로 입을 벌린 채 탄식 같은 한숨을 내뱉으며 눈을 하얗게 치켜뜬 것이다.

“히그으으윽!!!!”

아슬아슬하게 위로 올라가는 눈동자.

꼼지락거리다가 반사적으로 꽉 움켜쥐는 두 손.

전기충격이라도 받은 듯 부들부들 떨리는 예쁜 몸.

특히나 땀에 젖은 뺨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선정적이다.

평소 도도하고 차가워 보이는 아멜리아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천박한 민낯을 모조리 공개하고 말았다.

“웃…!”

조금 전보다 뜨겁게 아랫배에서 타오르는 불길에 저도 모르게 움츠린 샤론.

그리고 그러한 샤론의 반응은 아멜리아에게도 고스란히 보이고 있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아멜리아의 얼굴.

“하아…. 하아….”

짐작대로 아멜리아가 이토록 부끄러워하는 건 휘둥그렇게 눈을 뜬 샤론이 코앞에 있기 때문이었다.

노출 플레이라면 해봤다.

꽤 아슬아슬한 순간도 있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타인에게 오르가즘을 느끼는 얼굴을 보이는 건 난생처음이었다.

조금 전 얼마나 꼴사납게 울부짖었을까?

항상 바르게 하려고 다짐하는 몸가짐은 얼마나 형편없이 흐트러졌을까?

여성에게 가장 부끄러운 순간을, 그것도 친구처럼 지내는 샤론의 코앞에서 내비치고 말았다는 낭패감이 저릿저릿 혈관을 타고 흐른다.

그것만큼은 따로 연기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

“아멜리아 님, 아직 박힌 지 5분도 안 지났잖아요. 그렇게 허접보지인걸 자랑하고 싶으셨어요?”

“아아…. 아아아….”

평소라면 귀를 벌겋게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말았을 부끄러움이다.

그러나 좁은 속살의 가장 깊은 곳까지 푹푹 파헤쳐지며 느끼는 수치심은 단순한 수치심이 아니었다.

녹아내릴 듯한 쾌감에 독특한 산미를 더하는 조미료와 같았다.

“샤론…. 보지마아…. 보지 말아요….”

“얼굴 가리지 마시고.”

아멜리아가 고개를 숙이려 하자 더욱 강하게 당겨지는 뒷머리.

그는 아멜리아의 머리카락을 고삐처럼 잡힌 채 절정으로 민감해진 속살을 무자비하게 휘저었다.

-쭈우우걱! 쭈우우우걱!

“히으우으우, 하우우…!”

빙글빙글 돌아가는 허리놀림에 머리가 아찔해지며 눈앞이 하얗게 변한다.

겨우겨우 다잡고 있던 표정이 다시 흐물흐물 녹아내린다.

가뜩이나 속을 꽉 채우는 자지가 아멜리아의 약점을 속속들이 괴롭히고 있으니, 제아무리 반응을 숨기려 애를 써도 곧 요상한 콧소리와 함께 몸을 파르르 떨고 만다.

“아멜리아 님, 반성하셔야겠어요. 혼자만 가니까 샤론이 부러워하잖아요.”

“어...어?”

“끼리끼리라고 아주 변태 같은 친구네요.”

시우의 말을 듣고 나서야 의식을 하반신으로 옮긴 샤론.

Y자로 묶여 다리를 벌린 샤론은 어느샌가 꽉 다물린 말랑한 꽃잎 사이로 주르륵 흐르는 뜨거운 체액을 느꼈다.

“아, 아냐! 나 변태 아닌데…!”

반론은 받지 않았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더 자세히 볼 수 있게 해드려야겠네.”

“항! 으앙! 항!”

아멜리아에게 연신 뒤치기를 선사하던 시우는 그녀의 엉덩이를 슬금슬금 밀며 침대 위를 기게 만들었다.

너무 민감해진 자궁구를 자극받지 않기 위해 엉금엉금 앞으로 나아가는 아멜리아.

이윽고 거의 샤론을 덮치는 듯한 자세로 위에 올라타 네 발로 엎드리게 되었다.

“아.”

“흐윽…. 흑, 흑.”

샤론은 숨을 집어삼켰다.

다리 사이가 아니라 코앞에서 그림자를 드리우는 아멜리아의 얼굴.

단 한 번도 자신에게 레즈끼가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상상해보기는커녕 눈앞에서 보아도 믿을 수 없을만큼 음탕하게 흐트러진 아멜리아는 같은 여자마저 홀려버리겠다는 양 위험한 색기를 풀풀 날리고 있었다.

“아멜리아 양…. 이런 표정도 짓네요….”

“흣, 흐읏…! 보면 안되는데엣….”

이건 대본에 있던 대사가 아니다.

그저 멍하니 감탄하며 내뱉게 되었을 뿐이다.

이 시점에서 샤론은 깨닫게 되었다.

과몰입의 향수 탓인지는 몰라도 자신이 무척 분위기를 잘 타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토록 어색하고 민망하게 느껴졌던 상황이 숨이 턱 막힐 만큼 고혹적으로 다가온다.

이 자세, 이 포지션에서 할만한 행위라면 단 하나밖에 없다.

시우가 일부러 느슨하게 뒷머리를 잡아당겼기 때문인지 천천히 내려오는 아멜리아의 입술.

피하려면 피할 수 있었다.

“츄….”

“츄우웁…?!”

그러나 샤론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벌려 아멜리아와 입을 포갰다.

갑작스러운 애드립에 아멜리아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여성과 키스하는 건 처음.

그 상대가 설마하니 아멜리아 양이 될 줄이야.

달뜬 호흡 때문인지 점막이 몹시 뜨겁다.

시우의 것보다 훨씬 작은 입.

시우의 것보다 훨씬 쫀득거리는 입술.

시우의 것보다 훨씬 얇고 가느다란 혀.

음란하게 끈적이는 달콤한 타액이 입안으로 흘러들어오자 샤론은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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