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 도시-904화 (910/917)

#904

1.

마력 충전 겸 사랑 충전을 위한 두근두근 혼욕 플레이를 위해 객실 욕조로 들어선 시우는 깜짝 놀랐다.

“어서 와! 왜 이렇게 늦었어?”

“스승님이랑 조금 더 얘기할 게 남아서. 그런데…. 아멜리아 님?”

아마 당연히 샤론과 단둘일 것으로 생각했던 욕실에 아멜리아가 다소곳이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네, 시우.”

“이게 어떻게 된 건가요?”

“샤론 양이 좋은 입욕제를 구매해서요. 함께 사용하자고 해주었어요.”

“응, 그렇게 됐어.”

두 사람이 같이 목욕할 정도로 친해졌던가?

아니, 근데 이 이후에 즉시 뜨거운 사랑을 나눌 예정이거늘.

그럼 그 타이밍에 아멜리아만 쏙 빠지는 걸까?

“시우, 같이 들어가요. 물 온도는 맞춰뒀어요.”

이상하리만치 눈을 빛내며 재촉하는 아멜리아.

안 그래도 예쁜 눈이지만 오늘따라 눈동자에서 별이 쏟아지는 것 같다.

“네, 뭐 일단은….”

가운을 벗는 시우와 시우의 가운을 자연스럽게 받아드는 아멜리아.

이어 아멜리아도 샤론도 알몸이 되었다.

이미 여러 번 보아왔지만, 마녀의 미모와 몸매는 정말이지 적응이 안 된다.

오랜만에 보는 샤론의 엑셀런트 컵과 순산형 골반.

아멜리아의 여리여리한 허리선과 정면에서도 보일 만큼 선명하게 패인 도끼 자국.

난데없는 상황에 심란한 상태가 아니었더라면 대번에 고추에 힘이 들어갈 만큼 호화로운 관경이다.

-첨벙

부글부글 거품이 일고 있는 욕조에 쏙 들어간 세 사람.

그나마 시각적인 자극은 가림막이 되어주는 거품에 의해 가려졌지만, 이제는 촉감이 문제다.

잡티 하나 없이 매끈매끈하고 보드라운 살결이 전신 좌우에 스며들듯 달라붙었기 때문이다.

“원래 두 분이 같이 목욕하시던가요?”

영문 모를 겸연쩍음에 실없는 소리를 내뱉어보았다.

“가끔은요.”

“응, 레바나 대욕장도 함께 자주 갔거든.”

“아하.”

“요고요고, 음흉한 생각한 건 아니지?”

그러면 특별히 기대할 건 없는 건가?

이대로 셋이 침대로 직행하는 줄 알고 내심 들뜨기도 했는데 말이다.

하지만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일대일 섹스를 하려는 시우다.

양심에 찔리기 때문이다.

이미 하렘을 한가득 차려 놓고 심지어 모녀 덮밥까지 시식한 주제에 무슨 위선이냐고 묻는다면….

그나마 남은 일말의 양심이라고 해야 할까?

쓰리썸이라는 행위 자체야 물론 아주아주 황홀한 경험이지만 여자 측에서는 제법 민망하지 않은가?

특히 부끄럼쟁이 아멜리아나 그간 오래 지냈음에도 제안을 꺼내지 않는 샤론의 의사를 무시하고 저 좋다고 끌어들일 생각은 일절 없었다.

“시우.”

갑자기 귓가에서 훅 들려온 아멜리아의 목소리.

아무래도 밀착해 있다 보니 숨결이 목덜미를 사르르 훑는다.

“네?”

“…커졌어요, 시우 거.”

“이게 뭐야! 망측해!”

샤론의 쾌활한 웃음소리도 웅웅 수증기 가득한 욕실을 울린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목화처럼 쌓여있는 거품을 뚫고 우뚝 선 고추가 보였다.

“크흠, 건강한 남자라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렇긴 한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숭하지…?”

샤론이 좋아 죽는다.

아멜리아도 민망스러운 미소를 힐끗힐끗 보이고 있다.

샤론의 말대로였다.

이거 뭔가 굉장히 신선하다.

사실 아멜리아나 샤론 둘 중 하나와 단둘이 있었더라면 딱히 민망하지도 겸연쩍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그대로 기세를 몰아서 애무를 주고받거나 했겠지.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샤론 아멜리아 듀오와 혼욕을 하고 있기 때문일까?

어쩐지 야릇한 분위기가 흐르게 하면 안 될 것 같다.

두 사람 모두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이걸 미묘한 분위기를 콕 짚어 설명하긴 좀 뭐한데.

그나마 뉘앙스를 맞추자면 여자친구와 욕조에 들어간 게 아니라 모종의 사유로 여사친 둘과 술김에 혼욕하는 기분이다.

지나치게 흥분한 모습을 보이기가 겸연쩍다는 의미에서 더욱 그렇다.

“평소랑은 다른 느낌이네. 아멜리아 님도 그렇죠?”

“어색해서 그런 걸 거에요. 샤론 양.”

반응을 보아하니 아멜리아도 샤론도 마찬가지인 모양.

두 여사친 중 조금 더 적극적인 쪽은 역시 샤론이었다.

“그래서 시우야.”

“응?”

“누구 때문에 커졌어?”

“샤론 양!”

대뜸 가슴을 바짝 밀착하며 키득거리는 샤론.

샤론 특유의 부드러움과 탱글함과 크기 모두 잡은 젖가슴이 팔뚝에 달라붙어 비벼진다.

갈비뼈 위로 느껴지는 오돌토돌한 건 분명 앵두처럼 앙증맞은 젖꼭지 일 테지.

“…….”

대담한 질문에 질겁했던 아멜리아지만 빤히 샤론을 보더니 질세라 시우에게 몸을 딱 붙인다.

하지만 샤론의 가슴을 노려보는 걸 보니 뭔가 못마땅한 모양.

아멜리아가 또 은근 승부욕이 있는 편이다.

“내가 대답할 거로 생각하신 거 아니지?”

“우, 재미없어.”

이런 종류의 질문은 처음이 아니다.

물론 제대로 답해준 적도 없었다.

허리를 조금 위로 끌어올리고 거품도 가져와서 고추도 잘 가렸다.

익숙해지면 괜찮을 것이다.

그때 스리슬쩍 아멜리아의 손이 시우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그대로 거품 안에서 꼬물꼬물 움직이더니 살며시 풀발기한 자지 뿌리를 감싸는 아멜리아.

“근데 이 배스밤 진짜 좋다. 직원 추천이라 산 건데 거품도 엄청나네.”

“맞, 맞네.”

어찌나 슬그머니 움직였는지 샤론은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이 자리가 이런 걸 위한 자리는 아닐 텐데.

“…….”

당황한 시우가 바라보자 은밀한 장난을 공유하자는 듯 슬며시 윙크하는 아멜리아.

뻐끔거리는 입술로는 ‘좋아요?’라고 말하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 본다.

아멜리아가 윙크하는 모습.

그런데 정말 말도 안 되게 예쁘긴 하다.

“아, 맞아. 그래서 오늘 백화점에서 무슨 일 있었냐면. 나 완전 연예인 된 줄 알았다니까? 사람들은 엄청 몰려오지, 사진 찍어달라고 여기저기서 카메라 들고 쫓아오지. 아멜리아 양 아니었으면 큰일 나도 났어.”

“제가 뭘요. 샤론 양이 현명하게 대처한 거지요.”

태연하게 대화를 잇던 아멜리아의 손이 점점 올라오더니 민감한 자지 끝쪽까지 부드럽게 쓸어내린다.

손장난을 하는 와중 태연하게 샤론의 대화에도 맞장구를 놓는 아멜리아.

이조차도 신선하다.

아멜리아에게 이런 구석이 있었단 말인가?

아니면 샤론이랑만 시간을 보낸다니 삐친 마음을 이런 식으로 표출하는 건가?

그러나 세 명이 욕조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와중이다.

아멜리아의 은밀한 장난은 머지않아 샤론에게 들켰다.

“어? 뭐야? 반칙! 아멜리아 양 반칙이잖아요!”

간지러운 듯 웃음을 터뜨리는 아멜리아.

“미안해요 샤론, 시우가 당황하는 모습이 재밌어서 그만….”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요?”

어리둥절한 시우에게 이어지는 아멜리아의 친절한 설명.

“시우를 위해서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어요.”

“…벌써 공개하는 거에요?”

설마설마하는 기대감에 아멜리아를 바라보자 당당히 선언하는 아멜리아.

“오늘 상황극엔 샤론 양이 특별 출연하기로 했어요.”

그렇다.

대망의 아멜리아 샤론 쓰리썸이었다.

2.

“하아….”

아멜리아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연구는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고 흰 종이 위에는 의미 없는 문자들만 줄지어있다.

결국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시우에게 약점을 잡히고 만 것이다.

-뚜벅뚜벅

그때 멋대로 문을 열고 방안으로 걸어들어오는 남자 신시우.

그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그렇잖아도 우중충하던 아멜리아의 얼굴에 대번에 풍랑주의보가 발령된다.

“누가 멋대로 들어와도 좋다고 했죠?”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다한 차가운 음색.

아멜리아는 타고난 냉랭함을 지닌 마녀다.

예전이었다면 곧장 꼬리를 말 신시우는 능글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아멜리아가 앉아있는 테이블 근처로 다가왔다.

“오늘도 아름다우시네요.”

마치 제 물건을 만지는 것처럼 아멜리아의 뺨을 쓰다듬는 신시우.

-찰싹!

“그 더러운 손 치워요.”

아멜리아는 손등을 들어 음흉한 흑수를 쳐내고 쌍심지를 치켜세웠다.

하지만 그녀로서는 알 도리가 없었다.

이미 약점을 잡혀 옴짝달싹 못하게 된 시점에서 이러한 반항은 도리어 신시우의 가학심을 일깨울 뿐이라는 걸 말이다.

“이거 안 되겠네. 똑똑하신 분이 왜 이러실까?”

“당장 나가지 않으면….”

입술을 꽉 깨물고 신시우를 어떻게든 밀어내려던 아멜리아가 우뚝 굳었다.

신시우가 보란 듯이 내민 휴대전화 액정에 떠오른 사진첩 때문이었다.

“그렇게 반항하면 안 된다는 거 다 아시잖아요.”

협박에 의해 엉덩이에 강제로 낙서를 당하고 향수점 매대에서 소중한 곳을 활짝 벌려 보인 채 찍힌 사진.

수치와 굴욕에 부들부들 떨던 아멜리아가 결국엔 헐떡이며 신음을 내던 동영상.

신분과 권력의 격차로도 좁힐 수 없는 협박거리가 이미 신시우에게 있던 것이다.

“이게 퍼지기 싫으면…. 아시죠? 오늘도 잘 부탁하겠습니다.”

“…큭….”

시우의 손이 이번엔 더욱 능글맞게 아멜리아의 가슴팍으로 내려온다.

쭈물쭈물 저 좋을 대로 가슴을 주무르는 그의 손을 보면서도 아멜리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이 몸을 뻣뻣이 굳혔다.

두 사람의 연기는 훌륭했다.

아멜리아의 타고난 연기력, 체취와 더불어 ‘과몰입의 향수’에 도움을 받은 시우의 콜라보라고 해야 할까?

여기가 게헨나가 아니라 광화문 한 호텔의 스위트 룸인 것 따위는 아무 신경이 쓰이지 않을 만큼 각기 연기에 몰두해 있는 것이다.

주변에서 보면 선남선녀 커플의 상황극이 아니라 영락없는 협박범과 절세미녀 피해자로 보일 정도로 말이다.

아무튼 이런 상황에서.

-벌컥!

샤론 투하.

“내, 내 친구 아멜리아를 괴롭히는 악독한 녀석! 드디어 꼬, 꼬리를 잡았다!”

샤론은 얼굴이 벌게진 채 문을 활짝 열고 등장했다.

마치 국어책을 읽는 듯한 딱딱한 말투와 전혀 감정이 실리지 않은 표정은 발연기의 표본이라 불림 직하다.

샤론 역시 과몰입의 향수를 뿌리긴 했지만 뭐랄까….

뭔가 뭔가다.

섹스 도중이라면 몰라도 설정 단계에서부터 이 정도 메소드 연기에 돌입할 줄이야.

‘뭐야 연기 왜 이렇게 잘해’라는 생각과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하는 거 맞아?’라는 생각이 동시에 아른거린다.

“감히, 감히. 노예 주제에 나의 소중한 친구 아멜리아를 괴롭히다니. 이건 나 샤론 에버그린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얼굴이 타들어 갈 것 같다.

누가 좀 멈춰줘요.

“샤론 양!”

그 와중에 샤론의 발연기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정말 구원자라도 만난 양 얼굴이 환해지며 달려오는 아멜리아.

“아멜리아, 걱정하지 마요. 저런 악독한 노예 따위는 저의 위대한 대마법으로 단숨에 격파해주겠어요.”

“고마워요, 샤론 양.”

샤론은 휘적휘적 마법을 부리는 시늉을 하다가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아닛?! 나의 위대한 마법이 발동하지 않는다니! 이런 일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야!”

왜냐하면 샤론의 계획을 눈치채고 있던 관리인 신시우가 미리 묘약을 준비해 샤론에게 먹여 두었다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다 예상하고 있었죠.”

싸구려 악역 같은 실소를 흘리며 다가온 시우가 바들바들 떠는 아멜리아에게 어깨동무를 한다.

그냥 상황극은 나중에 하자고 할 걸….

이 상황에 왜 부끄러움은 자신만의 몫인가.

샤론은 울상을 지으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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