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7
1.
시우는 두 스승님과 도로시에게까지 선물 증정을 끝낸 뒤 돌아왔다.
도로시의 중재 덕인지 두 스승님도 잘 지내고 계시는 듯해 마음이 놓인다.
유일하게 마음에 쓰이는 점이라면 아직 쌍둥이에게 줄 선물을 확정 짓지 못했다는 것이다.
“뭐가 좋지….”
타카쇼에게 조언을 구해봤지만 ‘그런 건 본인이 정해야 가치 있는 거야’라는 답을 들었을 뿐.
여전히 감이 잘 잡히질 않았다.
뭘 줘도 좋아하겠거니 싶어도 기왕이면 기똥찬 게 좋지 않겠는가?
“내일은 꼭 정해서 줘야지.”
담배를 끄고 침대에 걸터앉은 시우는 오늘도 오나홀을 꺼내 들었다.
작은 장모님께 부탁받은 소소하고도 민망한 퀘스트는 일과의 마무리를 알리는 작업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오딜과 오데트의 안전을 위한 실험이니 열심히 뽑아내고는 있지만….
“그나저나 요새 통 안 보이신단 말이지….”
이미 한가득 샘플용 정액을 뽑아놨는데 정작 전달은 하지 못했다.
그날 이후 작은 장모님 자체와 마주친 적이 없던 것이다.
“뭐,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그 결과 장모님이 주신 샘플 체취용 윤활제 역시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휴대폰을 켜고 동영상 하나를 골랐다.
얼마 전 아멜리아와 첫 뒷뷰지 야스를 했던 쯔음 찍은 영상이었다.
‘시, 시우…. 누가 오면 어떡하려고….’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아, 알겠어요…. 할게요…?’
동영상에 담긴 장소는 아멜리아의 향수가게 프론트.
언제나 그녀가 얌전히 앉아 조향작업을 하는 조향 선반 앞이었다.
아멜리아는 선반 위에 손을 짚은 채 가게 입구에 등을 진 채 서 있다.
짧은 치마의 노팬티 차림인 아멜리아의 하얀 허벅지가 고스란히 보인다.
가게 입구는 통유리로 되어 있는데다가 커튼을 열어두었기에, 누군가 지나간다면 밝은 조향점 내부와 이상한 짓을 하고 있는 아멜리아를 고스란히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멜리아는 주춤주춤 허리를 숙이더니 짧은 치마를 들쳤다.
이때는 <축 아멜리아 애널절정 1 0회 달성 하>라는 글귀를 지우지 않은 시점인지라 하얀 살갗과 대비되는 천박한 글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후우우….’
길게 한숨을 쉰 아멜리아는 두 손으로 엉덩잇살을 활짝 벌려 보인다.
촉촉하고 쫄깃한 속살을 자랑하는 분홍빛 보짓살과 엉덩이골 사이에 숨어있던 숨겨진 0이 떠오른다.
이 상황이 퍽이나 수치스럽다는 걸 움찔거림으로 표현하는 아멜리아.
‘이러면 돼, 됐나요?’
‘잘 안 보입니다. 조금 더 벌려주세요.’
‘진짜…. 변태에요.’
벌겋게 변한 아멜리아의 귓가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그녀의 엉덩이를 클로즈업하며 마무리되는 최고의 야동이었다.
-왈칵왈칵!
기분 좋자고 하는 자위가 아니라 정액 채취를 위한 사무적인 작업이었으므로 삽시간에 끝낸 자위.
사정 이후의 나른함과 숙제를 끝냈다는 성취감을 느끼며 정액을 꼼꼼하게 포장한다.
“이거 누가 보면 미친놈인 줄 알겠네.”
시우는 어느덧 10병이 훌쩍 넘은 앰플을 메이드들이 건드릴 수 없는 책상 서랍 깊이 묻어 두고 산책을 나섰다..
2.
최근 논문으로 신시우의 주가는 나날이 치솟는 중.
그 덕에 콧대가 높아지는 사람은 비단 장모님뿐만이 아니었다.
“우리는 한참 전부터 될성푸른 잎이라는 걸 알아봤지. 그렇지 오데트?”
“맞아 언니, 조수님이 천재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도 우리였잖아?”
시우의 첫 연인이라 말할 수 있는 오딜과 오데트 역시 덩달아 어깨가 으쓱거리는 것이다.
하지만 ‘조수님 대단해!’ ‘그걸 한참 전에 알아차린 우리도 대단해!’ ‘심지어 그런 사람과 사귀고 있어!’로 이어지는 대화의 흐름은 이미 질리도록 했다.
따라서 오늘 밤 쌍둥이가 선정한 주제는 조금 달랐다.
“조수님이 우리한테는 무슨 선물 주실까?”
“분명 엄청 좋은 걸 준비 중이실 거야.”
“르뤼에 콧대를 납작하게 할만한 걸로 줬음 좋겠어.”
“으으, 그 건방진 꼬맹이 녀석.”
조수님이 최근 배상금과 가정방문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는 사실을 안다.
거기에 주변 사람과 연인들에게 하나씩 선물하고 있다는 것도 안다.
오딜과 오데트에게는 아직 비밀로 하는 듯하지만 르뤼에가 오만 주접을 떨며 자랑하는 바람에 알아채고 말았다.
“아쿠아리움 아닐까? 저번에 현세에 나갔을 때 우리가 마음에 들어 하셨던 걸 기억할지도 몰라.”
“에이, 언니. 아무리 그래도 아쿠아리움은 무리지. 너무 비싸잖아.”
“그 빌딩을 통째로 사면 비싸겠지만, 아쿠아리움만 딱 사는 거지.”
“아하, 그 정도라면 뭐….”
시우가 엿들었다면 부담감이 더더욱 가중될 대화를 나누며 즐거워하는 쌍둥이.
어렸을 때부터 부족함 없이 자란 아가씨의 씀씀이란 이런 것이다.
“물론, 무조건 비싼 게 아니더라도 조수님의 정성이 담기면 좋을 것 같아. 난 속물이 아닌걸.”
“예를 들자면?”
“손수 만든 목도리?”
“와, 그거 좋다.”
“그렇지?”
어느 쪽이건 기대되는 건 사실.
“언니, 우리 그러지 말고 슬쩍 보고 올까?”
“뭘? 조수님을?”
“응, 조수님이 무슨 선물 사는지 맞춰보자.”
“그것도 재밌겠는걸?”
어차피 내일은 휴일이라 수업도 빈다.
쌍둥이는 두툼한 양털 파자마에 망토를 걸쳤다.
오르골을 챙겨 든 뒤 훌쩍 창밖으로 사라졌다.
3.
그는 왜 무나홀의 정체를 알면서도 꾸준히 사용하는 걸까?
그에게 무나홀을 선물하고 마지막으로 방에 틀어박힌 이후.
정말 많은 고민과 고뇌 시간을 지니며 시우의 진심을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못난 작은 장모님의 바보 같은 뒷수작을 모른 체 해주는 것일까?
아니면 데네브의 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은근한 유혹의 손길을 보내는 것일까?
데네브는 자신이 상식적이며 이성적인 인물이라고 자부해왔다.
따라서 정신이 멀쩡할 때는 당연히 전자 쪽에 무게를 주었다.
그녀가 아는 신시우는 반듯한 사람이니 말이다.
동시에 이런 마음을 가지고 말아버린 자신을 원망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쌍둥이에게 죄책감을 느꼈다.
이제는 정말 마음을 접어야겠다고 다짐하면서도 괴로워했다.
상사의 병이란 가슴 속에 바늘 뭉치와 같아서 조금만 떠올려도 심장에 낭자한 상처를 남기는 것이다.
하지만 해가 저물고 밤이 깊으면.
저도 모르게 그를 기다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믿고 싶은 대로, 신시우가 사실은 데네브에게 여지를 남기며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어 버린다.
“데네브 님.”
“시우 군.”
심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책을 읽던 데네브.
그런 데네브의 방문을 벌컥 열며 들어온 신시우.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제가 어떤 마음인지 여태 몰랐던 것 같아요.”
주저 없이 걸어들어온 그는 데네브의 손목을 붙잡는다.
정열적인 눈빛이 데네브의 자색 눈동자에 상을 맺으면 데네브는 그를 거부한다.
“이래서는 안 돼요. 시우 군 , 우리는…. 장서 관계잖아요.”
“이 방에는 아무도 오지 않습니다. 우리 둘만 조용히 있다면 괜찮아요.”
“싫어요! 시우 군! 오딜과 오데트를 생각해줘요!”
고개를 저으며 손을 휘저어도 그의 억센 손은 기어이 데네브를 침대 위에 눕힌다.
그는 강제로 키스하고, 데네브의 옷을 찢어발기며 억지스레 단단한 하물을 들이민다.
“사실 데네브 님도 절 원하시는 거 다 압니다. 내숭 떨지 말고 얌전히 있으세요.”
“안돼, 안돼요…. 시우 군 제발 정신 차려요…! 하아앙…!”
키스하는 동안 이미 젖어버린 데네브의 정원을 강제로 열어젖힌 신시우.
“읏! 읏! 으읏!”
데네브는 저항해보지만, 무력하다.
아무리 마녀라도 강한 남성 앞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똑똑히 깨닫는다.
버둥거리는 데네브를 억지로 찍어누른 채 그는 마치 짐승처럼 좋을 대로 허리를 움직였다.
“안에 쌀게요.”
“아, 안돼요…! 시우 군…. 안에는 정말…!”
그리고 사정의 순간이 다가오면 시우는 아플 만큼 꽉 데네브의 가슴을 움켜쥔다.
그리고 데네브가 정말 제 암컷이라는 양.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확실한 마킹을 남기겠다는 양.
왈칵왈칵 하얀 아기씨를 데네브의 뱃속 가득 뜨겁게 쏟아붓는다.
“하아…하아….”
데네브는 환희 속에 골반을 움찔거리다가 몰려오는 자괴감과 함께 몸을 일으킨다.
“…내가 미쳤지….”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금방 무나홀의 사용을 관두었다.
온종일 기다리던 쾌감은 데네브의 몸을 충분히 만족하게 하지 못했다.
“정말 이러면 안되는데….”
하루종일 기다리던 짧은 기쁨이 끝나면 찾아오는 한층 짙은 자괴감.
데네브는 이럴 때를 대비해 준비해 둔 술을 벌컥벌컥 마시고 취기에 빠져든다.
평소라면 이대로 억지로나마 잠들었을 데네브지만 오늘의 심마는 한층 거칠다.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까닭에 눈을 감아도 꿈나라로 떠날 수 없었다.
“하아….”
결국 데네브는 옷을 갖춰 입고 산책을 택했다.
이대로라면 정말로 삶이 망가져 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절반, 어쩌면 우연히 시우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절반이었다.
달이 없는 밤이었다.
분명 2시간 전만 해도 처연한 월광이 쏟아지던 것 같은데 어느덧 짙게 먹구름이 끼어있다.
-톡
저택 안쪽의 장미정원, 그 둘레길을 걷던 데네브는 문뜩 뺨에 떨어지는 차디찬 빗방울을 느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하늘이 기어이 차디찬 겨울비를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차라리 좀 낫네….”
마법을 사용한다면 이 정도 빗물이야 쉽사리 막지만, 데네브는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신선한 빗물이 조금은 뜨겁게 과열된 고뇌를 진정시켜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메케한 담배의 부류연 코를 스친다.
데네브의 어깨가 뻣뻣하게 굳었다.
고개를 돌리자 정원 한쪽의 가제보(gazebo)에 남자의 실루엣이 보였다.
기둥과 지붕으로만 이루어진 정자에서 비를 피하며 담배를 태우고 있는 모양이다.
어째서인지 심장이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이 느껴져 도망치려던 그때.
“데네브 님?”
시우 역시 데네브를 발견했다.
작은 소리지만 데네브의 귓가엔 거센 빗줄기를 꿰뚫고 똑똑히 들렸다.
그는 담배를 휴대용 재떨이에 비벼 끄고 우산을 챙기더니 데네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괜찮으세요? 무슨 일 있으신가요?”
데네브의 머리 위로 씌워지는 우산.
“…….”
“데네브 님?”
한참의 침묵 속에서 데네브는 입을 열었다.
“시우 군, 잠깐 이야기 좀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