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7
1.
술자리도 파했고 시간도 늦었다.
위스키 반 잔을 먹고 술떡이 된 린네가 침대 하나를 차지했다.
다른 연인들도 슬슬 잠자리에 들기 위해 부산해지는 시간.
도로시, 샤론, 아멜리아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샤론 양, 어디서 주무실 건가요?”
“아, 저는 맥주 좀 더 마시다 자려고요.”
“침대는 너희가 써. 나는 거~의 잠을 자지 않는 타입이라서 말이야.”
이유인 즉 단순하다.
본디 마녀는 굳이 수면을 취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곧 시우가 엘로아와 함께 돌아올 시간이며, 티페레트 공작은 마법의 대가로 인해 반드시 하루에 어느 정도 잠을 자야 한다.
만약 다른 연인들이 자고 있는 와중 홀로 깨어있다면 자연스럽게 시우와 단둘이 꽁냥대는 상황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대로는 침대가 부족할 것 같으니 샤론 양에게 양보할게요.”
“아니에요, 오늘 밖에 돌아다니느라 피곤하셨을 텐데 푹 쉬세요. 저는 아직 쌩쌩한 걸요.”
“그러지 말고 둘이 사이좋게 자는 건 어때? 보니까 침대가 넓던데.”
이러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을 무렵.
진작에 잠자리에 들었어야 할 쌍둥이는 기지개를 켜며 들으라는 듯 말했다.
“하암~ 졸려. 우리 같은 견습마녀는 이제 자야겠다 오데트.”
“흐아암~ 나두 졸려 언니. 그 전에 목욕이라도 할까?”
“취침 전 목욕은 중대사지.”
“맞아 맞아, 노곤노곤해야 잠이 잘 오는 법이라고.”
쌍둥이를 쫓아 쫄래 쫄래 따라온 르뤼에에게 작렬하는 날카로운 시선.
“오, 짐도 취침 전 목욕을 즐기느니라. 함께 목욕하는 것도 좋겠구나.”
“르뤼에, 이 좁은 욕조에서 셋이서 목욕을 어떻게 해?”
“맞아, 너는 조금 기다렸다 해.”
오딜과 오데트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르뤼에를 밀어냈다.
이번 목욕은 반드시 둘이서만 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흐음, 분명 작기는 하다만 잘만 끼어들면 짐까지는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도다.”
“훠이! 훠이!”
“저리 가라니까!”
“무엄하다! 그렇다면 짐이 먼저 세신을 할 터이니 너희가 기다리도록 하거라 어딜 건방지게 견습마녀 주제에 짐보다 먼저 몸을 씻으려 하는가!”
가능한 시선을 끌지 않고 싶은 쌍둥이에게 걸어 다니는 소란발생기 르뤼에의 엉겨붙기는 달갑지 않은 것이었다.
재빨리 회유책으로 전환을 시도한다.
“르뤼에, 여왕님이 좁은 욕조에 낑겨들어가는 건 말이 된다고 생각해? 모양이 빠지잖아.”
“음?”
“우리가 욕조도 뽀득뽀득 닦고 깨끗한 물도 담아 둘 테니까 끝나고 혼자 유유자적 즐겨.”
“그래도 다 같이 하는 것이 더 즐거운 것 같도다. 그게 아니라면…. 무슨 꿍꿍이라도 있는 것이 아니더냐.”
술기운도 있겠다. 슬슬 설득당하려던 르뤼에의 안광에 명석한 빛이 돌아온다.
어물쩍 넘어가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미 쌍둥이에 페이스에 많이 휘말려본 탓에 패턴을 파악한 것이다.
“무슨 꿍꿍이라니! 우리가 그렇게 속이 시커먼 줄 알아?”
“르뤼에 널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언제나 우리를 그런 눈으로 봤구나!”
“너희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간 적이 한두 번이더냐? 뻔뻔함에도 정도가 있도다. 안에서 둘이 재밌는 걸 하려는 건 아니더냐?”
“…….”
“흐으음…. 아무래도 이상하도다.”
통상 르뤼에보다 만취 르뤼에가 쓸데없이 예리한 구석이 있다는 걸 깨달은 쌍둥이.
“우리는 여왕으로서 널 존중해주려고 했을 뿐이야!”
“사실 처음 봤을 때부터 은근히 카리스마 넘친다고 생각했다고!”
“이제라도 여왕의 품위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려고 했을 뿐인데. 그렇게 생각했다니 유감이네.”
“르뤼에는 정말 대단하다고! 23위계! 심지어 ‘심해의 마녀’ 이명도 멋있어!”
낭패한 둘은 아무렇게나 말을 주워섬겼다.
그러면서도 내심 ‘망했다’라고 생각하던 와중.
“흐으으음~~~”
근엄하게 굳어있던 르뤼에의 입꼬리와 인중이 씰룩거린다.
칭찬을 듣자마자 예리한 촉이고 뭐고 흡족함을 숨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르뤼에.
“너희 어린 것들이 마침내 짐의 진가를 인정하는구나, 여왕의 인내와 자비를 지니고 기다린 보람이 있도다.”
“그래그래.”
“욕조는 깨끗이 닦고 물도 잘 받아놓도록 하거라.”
“응, 그럴게.”
방해꾼을 떨쳐낸 쌍둥이는 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며 욕실 문을 닫았다.
사실 쌍둥이에게 욕조, 샤워시설, 변기가 한 공간에 있는 오피스텔의 화장실은 굳이 나서 목욕하고 싶을 메리트가 없었다.
목욕할 시간이 되면 언제나 일정양의 온수를 받아두는 제머나이 가의 욕장과 달리 물도 한참이나 채워야 하고 말이다.
이렇게 단둘이 있기 위해 목욕이라는 핑계가 필요했을 뿐이다.
“오데트 챙겼지?”
“응, 언니.”
오데트는 슬쩍 도로시에게 방금 선물로 받아온 무나홀을 꺼내 들었다.
오딜은 조그마한 욕조에 마개를 꽂고 뜨거운 물을 콸콸 받았다.
이 물소리가 앞으로 안에서 발생할 소음을 묻어줄 것이다.
“사용법은 기억하지?”
“물론이야 언니.”
먼저 오나홀을 미지근한 물에서 깨끗하게 세척한다.
가위바위보로 정해진 순번에 따라 오데트가 먼저 정해진 절차에 따라 ‘무선 연동’을 끝낸다.
이 단계부터 두 쌍의 자색 눈동자는 기대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도로시가 선물로 준 이 물건은 쌍둥이가 마련할 수 있는 그 어떤 비밀병기보다 효과적인 무기.
조수님과 사용하기 전에 직접 테스트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쏴아아아!!!
“언니, 연동됐어. 실험 준비 완료.”
“좋아, 오데트.”
옷을 벗고 둘은 비장한 표정으로 욕조 가운데 오나홀을 둔 채 둘러앉았다.
입구가 위를 향하도록 하고 오데트가 기둥을 붙잡고 있는 자세다.
이제 오딜이 안을 자극해 검증하면 되는 것.
“향유 먼저 넣을게?”
“응, 언니.”
조수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늘 소분해 가지고 다니는 향유를 주르륵 흘려 넣자 오데트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차, 차가워!”
이는 놀라운 일이었다.
오데트의 하반신은 지금 온수에 잠겨있는 상태.
내부에서 차가움이 느껴진다는 건 무나홀이 비단 압력뿐만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온도감도 전달하는 것을 의미했다.
안에 구석구석 스며들도록 충분히 향유를 발라낸 오딜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의 일이 아님에도 이토록 긴장되었다.
오데트는 말할 것도 없었다.
조수님께 여자의 즐거움을 배웠지만 아직 앞에는 손을 대 본 적이 없다.
언젠가 조수님께 꼭 선물하기로 한 순결의 증표가 자칫 상할까 호기심이 들어도 꾹꾹 참아왔었으니 말이다.
-쓰으윽!
오딜은 조심조심 손가락 하나를 무나홀 안으로 밀어 넣었다.
입구가 생각보다 좁지 않은데다가 오딜의 손가락이 가느다랬기 때문에 굉장히 수월하게 삽입되었다.
“아….”
오데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몸 안에서 확실하게 느껴지는 이물감.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고 해도 신기한 건 어쩔 수 없다.
“어때?”
“느껴져.”
“정말?”
“응, 정말.”
“움직여봐도 돼?”
“응, 언니.”
행여나 여동생이 아파할까 잠시 기다리던 오딜은 본격적으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쓰윽! 쓰윽!
사실 오딜 입장에서는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었다.
연동되어있다 한들 오데트의 안이 움직인다고 오나홀 내부가 꿈틀거리는 것도 아니다.
그저 괴상한 실리콘 덩어리에 손가락을 꽂고 움직인다는 감각일 뿐이다.
“음, 으음….”
하지만 오데트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저 이물감에 불과했던 부드러운 압력이 반복된 자극에 의해 점점 색채가 변화한다.
어딘가 간질간질하고 가슴이 술렁술렁한.
‘에취!’ 하고 시원한 재채기가 나올 것 같은데 이상야릇한 감각으로 말이다.
-쓰윽쓰윽
그러나 그 이상은 그다지 진척이 없었다.
언니가 분명 열심히 손을 움직이고 있는데 클리 자위를 할 때나, 뒤로 할 때보다 훨씬 기분 좋지 않다.
“어때?”
“조,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
“흐음… 이상하다. 샤론 언니는 엄청 좋아했던 것 같은데.”
그토록 고대하고 기대했던.
언젠가 조수님과 뜨거운 사랑을 나누려 했던 그곳이 그냥저냥 인 곳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오데트가 울먹거리며 언니에게 물었다.
“어떡하지 언니…? 나 혹시 몸에 이상이 있는 거 아닐까?”
“그럴 리가 있나! 기다려봐. 방향을 조금 다르게 해볼게.”
아닌 척해도 마찬가지로 은근한 조바심이 오딜이 손가락 방향을 반전했다.
오나홀을 180도 돌려 다른 벽면을 손끝으로 드득 긁는 순간.
-움찔!
오데트의 허리가 별안간 움찔움찔 떨리는 것이 보였다.
깜짝 놀란 고양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살짝 벌어져 있던 다리가 앞으로 잔뜩 움츠린 오데트.
오데트가 별다른 감각을 느낄 수 없던 건 이유가 있었다.
여태 오딜은 여성기 중 가장 둔감한 부분인 ‘아래쪽’을 자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딱히 정신적 흥분도 없는 상태에서 그곳을 자극해봤자 이상야릇한 감각 정도밖에 느끼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삽입방향을 완전히 뒤집은 결과.
오딜의 동글동글한 손끝이 자극하는 곳은 정확히 질천장의 G스팟.
오데트의 호흡이 갑자기 흐트러지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어, 언니…? 뭐야 이거….”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없는 오딜이지만 직감했다.
여기구나 라고.
“여기가 좋아?”
“어, 아, 어…. 그, 그런 것 같아.”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종류의 기분 좋음에 크게 당황한 오데트.
그러나 본능적으로 조금 더 기분 좋아질 만한 곳을 깨닫고 저도 모르게 부탁하게 된다.
“언니…. 조, 조금만 더 안에….”
“여기? 오데트 여기야?”
“응, 언니…. 언니…. 거기야….”
“조금 더 세게 해볼까?”
“아니, 이대로 계속해줘….”
오데트는 뜨거운 커피에 퐁당 떨어진 각설탕처럼 흐물흐물 녹아내려 반쯤 드러누웠다.
오딜은 여동생을 위해 오나홀을 섬세하게 가지고 놀았다.
동화에나 나올 법한 정다운 자매애가 아닐 수 없었다.
“갈 수 있을 것 같아?”
“몰라, 몰라…. 모르겠어…. 근데 기분이 좋아….”
“손가락 하나만 더 넣어볼게.”
“어, 언니잇…!”
흐르는 물에 한껏 소리를 숨긴 오데트가 입을 틀어막고, 오딜이 탐구심에 눈을 떠 본격적으로 팔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 둘만의 장난에 열중 중이던 둘이기에 한 가지를 간과하고 말았다.
물소리가 안의 소리를 감춰주듯,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 또한 묻어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벌컥!
“귀염둥이들, 오랜만에 스승님이랑 같이 목욕할래?”
두 견습마녀를 데리러 온 알비레오가 화장실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린 까닭에 옅어져 가는 수증기 그리고 숨길 새도 없이 훤히 보이는 욕조로부터 알비레오가 발견한 것은.
“아… 좋아….”
얼굴에 홍조가 새겨진 채 꿈틀거리는 오데트.
“여기? 여기?”
어딘가 음란한 생김새의 분홍색 물체 안에 연신 손가락을 쑤셔 넣고 있는 오딜이었다.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