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6
1.
이 여자.
상당히 짜증 난다.
“흐아앙! 흐아아앙…!!!”
연적 앞에서 보여야 할 최소한의 체면조차 내려놓은 채 어린애처럼 앙앙거리는 엘로아를 보며 린네의 눈썹이 꿈틀했다.
린네 역시 조금 전까지는 머리가 미쳐 돌아갔는지 엘로아와 키스를 나누며 함께 쾌감을 나눴었다.
물론 여전히 키스만으로 야릇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지금 박히고 있는 건 어디까지나 엘로아 혼자.
즉, 쾌락을 독점하는 것도 엘로아다.
어쩐지 동떨어진 기분이 들면서 스멀스멀 질투심이 생겨나는 상황에서 혼자 실컷 즐기며 키스까지 졸라대니 못마땅할 수밖에.
-찔꺽! 찔꺽! 찔꺽!
“사랑해…. 사랑해…. 시우…. 사랑해요…. 흐앙! 흐앙! 흐아앙! 더, 더어…!”
하지만 이런 경험이 마냥 나쁜 쪽으로만 여겨진다고 묻는다면.
그렇지도 않다.
엘로아 만큼은 아니겠지만, 린네도 여전히 성적 흥분을 느끼고 있다.
엘로아 위에 올라탄 린네가 보기에 지금 티페레트의 모습은 패배자다.
그 자체를 나무랄 생각은 없다.
린네도 엘로아가 보이는 반응 못지않은 추태를 부린다는 걸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그녀의 위에서 깔아뭉갠 채로 엘로아를 내려다보며 그녀의 존대를 듣는다는 건 어쩐지 묘한 정복감을 불러일으켰다.
티페레트를 일생의 숙적으로 생각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녀의 이런 모습은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비록 1라운드 2라운드를 모두 패배했지만, 결과만 놓고 보자.
누가 이 싸움의 승리자란 말인가?
비교적 멀쩡한 린네?
혀 짧은 소리를 내며 제 몸 하나 간수 못 하고 키스를 졸라대는 엘로아?
티페레트를 상대하며 얻게 된 첫 승리.
린네는 알 수 없는 고양감이 흥분과 버무려져 가슴을 적시는 걸 느꼈다.
어쩌면 티페레트를 마음껏 욕보일 수 있는 지금이 이 처첩 다툼의 승리를 강탈할 수 있는 패자부활전이 아닐까?
공적의 삶을 살아온 린네인만큼 뼛속까지 물들어있는 기회주의적 면모.
그 권모술수의 기질은 침대 위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좋아요…! 흐앙! 흣! 믓킁…!”
…절반 넘게는 질투심이 들어 괘씸해서였지만 말이다.
린네는 상체를 숙였다.
엘로아의 귀를 빠는 척 귓불을 깨물며 속삭인다.
“조하앙…! 너무, 너무… 히그그그극!!!”
“한심한 년.”
“…힉! 히윽…?!”
갑작스러운 린네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엘로아.
“제자를 퍽 애지중지하던데. 꼬락서니를 보니 이유를 알 만하다.”
“그게…. 무슨…! 하응! 하아앙…!”
“지금 네 모습을 봐라. 여자가 아닌 암컷, 그저 씨받이가 하고 싶어 안달인 주제에 스승을 자처하다니. 골계다.”
의외로 톡식한 린네의 매도.
이는 시우로부터 배운 것이었다.
시우가 마력 복사의 정체를 감추기로 작정했을 때 연이어 린네에게 질 낮은 비아냥을 나불댔으니 말이다.
“지금… 하앙…! 그게 무슨… 망발…인…. 꺄흥…!”
반쯤 정신을 놔버렸던 엘로아도 마땅히 분노하려 했지만 야속하게도 자지의 움직임이 멈추지 않는다.
자박꼼 상태인 엘로아로선 마땅한 항변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알고 있나? 나는 너보다 훨씬 점잖게 낭군의 수청을 받든다. 무릇 아녀자란 잠자리에서도 청초함을 잊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
“흐아아…. 입… 다…. 물… 꺄하아앙!”
그렇게 말하는 린네의 숨이 살짝 거칠어진다.
조금 놀랐다.
어쩐지 엘로아를 매도할 때마다 가슴이 바짝바짝 타오른다.
이게 정복감이라는 건가?
왜 시우가 침대에서 린네를 그리도 못살게 굴었는지 이해할 것 같았다.
인간의 성벽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누구나 S와 M의 기질을 타고나는 것이다.
반대로 엘로아도 놀랐다.
시우에게만 허락했던 더티 토크 플레이가 린네에게 쏟아지고 있음에도 어쩐지 흥분이 가속되는 기묘한 경험.
너무 농밀한 쾌락 탓에 머리가 이상해져서 고장 나버린 것 같다.
그때 손톱을 세운 린네의 손끝이 엘로아의 니플 스티커를 벗겨 냈다.
허리를 뒤로 빼 몸을 뒤로 물린 린네는 혀를 세워 엘로아의 젖꼭지를 핥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조금 전부터 엘로아의 가슴을 볼 때마다 그런 욕망이 치밀었기 때문이다.
“히야아아앙! 가…! 가요…. 엘로아 또 가버려요…!!!!”
그 행위를 제대로 제지하지도 못한 채.
후장, 보지, 유두의 삼위일체 쾌감에 전율하는 엘로아.
전기 충격이라도 당하는 것처럼 허리를 펄쩍펄쩍 흔들며 몸을 흔들어보지만, 린네는 마력강화까지 사용하며 엘로아를 침대 위에 꽉 짓누른 채 유두를 쭈웁 쭈웁 빨았다.
-쪽! 쪽! 쪽!
“하지말게에에…! 흐항, 흐항! 흐항!”
린네의 입술이 젖꼭지를 한계까지 늘어뜨렸다가 뽁 놓을 때마다 구호처럼 신음을 내뱉는 엘로아.
“이거 봐라. 연적의 입술에 가슴을 빨리면서 가는 네 모습을.”
“흐극! 흐그극…! 그만…! 꺄아아악!”
이번에는 린네의 손이 다리 아래로 은밀히 뻗어 찌릿찌릿 쾌락을 방류중인 엘로아의 새싹을 꼬집는다.
삼위일체의 쾌감에 클리자극까지 더해지자 엘로아는 거의 숨이 넘어갈 기세로 헐떡였다.
“이렇게 만져주니 어떻지? 쮸우웁…. 헤룹….”
“히극…. 그그그…. 그만…. 그만….”
“그렇다면 말해라 ‘엘로아 티페레트는 첩실이다’라고. ‘패배를 인정하겠다’라고.”
린네는 시우가 강요하는 쾌락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고 있다.
그건 이성을 뿌리째 뽑아버리고 빈 구덩이에 쾌락의 꿀을 듬뿍 채우는 행위다.
지금의 티페레트라면 입에서 항복 선언을 끌어내는 것도 가능할 성 싶었다.
“오호.”
한편 시우는 스승님을 괴롭히는 린네를 보며 의외의 면모를 발견하고 있었다.
지금 린네는 엘로아를 애무하기 위해 허리로 늘씬한 곡선을 그리며 엉덩이를 치켜든 상태.
적나하게 드러나 달빛을 받는 린네의 꽃잎에서 새로운 애액이 뚝뚝 떨어지고 있던 것이다.
침대에선 순종적인 모습만을 보아왔는데, 시우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될 만큼 스승님 괴롭히기에 일가견이 있다니.
시키지도 않았는데 엘로아를 괴롭히며 저 자신도 젖어들어 가는 린네의 모습은,
안그래도 뻑뻑한 압박감에 터질 것 같은 자지를 더욱 뻣뻣하게 만들어 주었다.
물론 이 업보는 나중에 린네가 청산하게 할 예정이지만, 지금은 스승님이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더욱 꼴린다.
“아직도 버틸 건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걸세…!”
하지만 엘로아는 린네의 모진 쾌감 고문에도 꿋꿋이 의지를 관철했다.
패배를 인정하고 린네보다 아랫사람이 되어라?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린네에게만큼은 지고 싶지 않은 엘로아다.
“자세를 조금 바꾸겠습니다.”
그때 시우는 린네에게 양해를 구하고 스승님을 끌어안았다.
순식간에 바뀐 체위는 여성상위.
엘로아는 이미 승마하듯 허리를 세울 힘도 남아있지 않았기에 자연스럽게 시우의 널따란 가슴 위에 엎드리게 되었다.
“시우…. 시우…. 쮸웁…. 츄우우웁…!”
“키스 하고 싶으셨어요?”
“네에…. 네에…. 엘로아한테 계속 키스해주세요….”
린네가 괴롭혀서 서러웠다는 듯이 즉시 시우에게 안겨 연신 키스를 시도하는 스승님.
시우는 땀으로 후끈해진 엘로아의 작은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땀으로 미끈해진 엉덩이를 꽉 쥐어주었다.
“흐웁… 츄윱…. 흐부우우….”
하지만 여기엔 시우의 음흉한 속셈이 숨어 있었다.
이 자세를 취하게 되면 클리와 가슴을 보호하며 키스할 수 있는 대신 필연적으로 약점이 드러난다.
“…….”
엘로아를 마음껏 괴롭힐 수 없게 되어 살짝 빈정이 상했던 린네도 즉시 그 약점과 시우의 의도를 읽어냈다.
낭군의 귀축스러운 취향은 익히 알고 있다.
린네에게 행해진 무언의 협력 요청이 무엇인지도 예측 가능했다.
시우가 아래서 위로 자지를 쳐올릴 때마다.
그 두툼한 물건이 촉촉하게 젖은 속살을 헤집을 때마다 움찔거리는 토끼 꼬리가 눈에 들어왔으니 말이다.
“…그렇군.”
누가봐도 엉덩이를 괴롭히라는 말 아닌가?
이는 비단 낭군의 취향에 어울리며 괘씸한 티페레트를 골려줄 수 있는 기회뿐만이 아니다.
티페레트가 절정을 반복해 혼절한다면 자연히 린네에게 턴이 돌아온다.
그게 아니더라도 꽉꽉 물건을 조여댄 까닭에 금방 낭군의 씨를 받게 될 것이다.
어느샌가 라이벌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시우와 해피타임을 보내는 엘로아의 꼬리를 린네가 덥썩 움켜쥔다.
“히극…!”
안그래도 정신이 없는 와중 뒤에서 느껴진 자극에 엘로아는 당황하며 린네를 돌아보았다.
“괜찮아요, 스승님. 저희 전에 같이 개발했었죠?”
“아… 안대…! 하아앙…!”
그러나 어느샌가 엘로아의 몸을 단단히 감싸고 엉덩이를 잡아 벌리고 있는 시우 탓에 조금도 움직일 수 없다.
지금의 엘로아는 무신도, 대인전 최강의 마녀도 아닌 사랑에 흐물흐물해져 버린 소녀일 뿐이다.
꼬리를 움켜쥔 린네는 천천히 플러그를 뽑아내려 했다.
그러나.
-움찔!
“항…!”
엘로아의 엉덩이가 움찔움찔 떨리며 마치 꽉 붙잡듯이 꼬리의 뿌리 부위를 도로 집어삼킨다.
마치 잔뿌리가 성성한 잡초를 뽑는 것처럼 린네의 예상보다 훨씬 강렬한 저항이었다.
심지어 러브젤로 윤활이 가득할 것인데도 말이다.
“흥.”
린네는 이번에야말로 꼬리를 단단히 잡고 쭈욱 뽑았다.
아무리 조이는 힘이 강하다 한들 악력에 비하면 비견할 수 없는 법.
-퐁!
“끼야아아앙!!!”
코르크 마개를 개봉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뽑혀나가는 꼬리.
삽입보다 빼낼 때의 쾌감이 더 큰 뒷보지인만큼 동시자극에 거대한 오르가즘을 맞이한 엘로아.
절정 중인 까닭에 엉망진창으로 수축 이완을 반복하는 뒷구멍을 바라보며 린네는 러브젤이 실을 지어 늘어진 토끼꼬리를 대충 던져두었다.
이어 망설임 없이 중지를 꽂아 넣었다.
-쯔거어억!
“히익…!”
손가락이 삽입되자 커다란 신음 대신 바람이 빠지는 듯한 신음소리를 내는 엘로아.
린네는 강한 압박에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한 마디, 두 마디에 이어 마지막 세 마디까지 깊게 손가락을 삽입했다.
애초에 오랫동안 가득 차 있던 러브젤을 차고도 넘칠 만큼의 윤활제 역할을 해주었다.
“…….”
조금 놀랐다.
여태 낭군과 뒤로 많은 관계를 맺어왔다.
하지만 정작 손가락을 넣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 입에 담기도 불결한 구멍이 이토록 뜨겁고 격렬하게 꿈틀거린다는 사실도 몰랐으며, 손가락을 집어삼키려는 듯 빨아들이는 사실도, 또한 으스러질 것처럼 강한 조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생각해보니 낭군은 ‘조임’이 중요하다는 말을 제법 했었다.
자신의 것도 이러할까?
“그만… 두게…. 제발… 그거 당하면… 정말로….”
가까스로 들려오는 엘로아의 애원에 순간의 호기심을 떨쳐낸 린네.
대신 소기의 목적을 기억해내고 비웃음 가득한 어조로 말을 잇는다.
“포기하고 싶다면 언제든 말해라.”
그리고 가차 없이 손을 움직였다.
등록된 마지막 회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