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2
1.
“하우우….”
엘로아는 혼나는 아이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이글이글 타오르는 수치심을 감내하고 있었다.
부끄럽다.
머리가 열기로 터질 것 같다.
지금껏 시우 앞에서 부끄러운 행동을 많이 했었지만, 이보다 부끄러웠던 적은 단연코 없었다.
“스승님.”
1라운드 우승자의 특권이랄까, 시우가 먼저 관심을 보인 건 뻣뻣한 자세로 서 있는 엘로아였다.
두 명분의 체취를 한 번에 들이 마셨음에도 예상외로 이성을 지키고 있는 듯한 시우의 음색.
그러나 그래서 더 부끄럽다.
둘다 쾌락에 정신이 반쯤 나간 게 아니라 엘로아 혼자 야한 옷을 입고 교태를 부리는 상황이니 말이다.
거기에 오늘은 린네까지 바로 옆에서 보고 있다.
“고개 들어보세요.”
“시, 시우….”
“빨리요.”
흐트러진 앞머리 사이로 고개를 든 엘로아.
잘 익은 복숭아처럼 빨간 두 뺨 위로는 물기가 촉촉하게 젖은 눈망울이 보인다.
언제나 그렇듯 잡아먹히고 싶어 안달을 내는 듯한 스승님의 트레이드 마크 표정.
먼저 꼬리를 쳤으면서 죽을 것처럼 부끄러워하는 레파토리는 여느 때 같지만, 언제봐도 사랑스럽다.
“정말 과감한 복장이네요. 스승님이 이런 옷을 입으실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시우는 정밀하게 관찰하듯 가슴 가까이 시선을 들이밀며 이죽거렸다.
“와, 이거 정말 스티커네요?”
“그…그렇다네.”
“유륜이 살짝 삐져나와 있어요. 제대로 확인 안 하셨구나?”
뭐가…? 삐져나와?
황급히 시선을 아래로 내린 엘로아는 제 몰골을 다시금 확인했다.
그의 말대로 은은한 분홍 그라데이션이 하트 위로 살짝 살짝씩 엿보인다.
애초에 가려주는 사이즈가 너무 작은 것이다.
“아, 안되네! 보면 안 되네…!”
맨가슴을 보여주고 깨물게 해준 것도 이미 여러 번이건만 형용할 수 없는 수치심에 휩싸인 엘로아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쓰읍, 가만히 있어요. 허리에 손.”
“아…. 으, 후으….”
그러나 비정하게 명령하는 시우에 의해 무방비하게 가슴을 드러낸 엘로아.
이미 시우는 멈출 수 없는 버서커 모드였던 것이다.
“이야…. 이런 옷이 있는 건 저도 처음 알았어요.”
“그, 그만 놀리게….”
원래 엘로아가 느끼던 건 부끄러움과 수치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굶주릴 정도로 관계에 목말랐다고는 해도 아직 키스조차 받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핥듯이 몸을 훑어보는 시우의 시선이 닿자 자꾸만 아랫배가 따끔거리면서 가슴이 찌릿거린다.
그 결과….
-쏘옥
성적 흥분의 가장 첫 번째 증표가 나타났다.
본래 가리라고 만든 용도가 아닌 만큼 니플 패치보다 훨씬 못한 방어력의 스티커.
하트의 정중앙이 뾰족해진 엘로아의 유두 탓에 볼록하게 튀어나와버린 것이다.
“스승님은 정말 변태시네요.”
덩달아 헐렁해진 접착면과 시우의 시선을 바탕으로 그 사실을 알아챈 엘로아가 황급히 아래를 본다.
“힉!”
제 몰골을 확인하고 겁먹은 토끼처럼 숨을 집어삼킨 엘로아.
부끄러움이 지나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엘로아의 주위를 시우는 천천히 돌았다.
“이… 이건 그대 때문이네….”
“저 때문이요?”
“그대가 너무 지긋이 보니까….”
“지긋이 봐달라고 이렇게 입고 온 거 아닌가요?”
시우는 스승님을 정말로 존경한다.
고지식하지만 그만큼 반듯하고 선한 성품.
자신보다 약자를 돌보며 정의를 위해 위기와 타협하지 않는 올곧은 마음씨까지.
사실 개인 대 개인으로 그녀를 만났을 때 존경하지 않을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엘로아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시우라도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그녀를 보고 있자면 짓궂어지고 마는 것이다.
“그보다, 이거 이대로 떨어지는 거 아니에요?”
“아흣… 읏….”
“여기서 더 젖꼭지 세우면 훌러덩 벗겨질 것 같은데.... 자꾸 피하지 마세요. 조금만 더 해볼게요.”
“우… 우우….”
매끄러운 스티커 윗면을 손톱으로 긁듯이 자극하자 엘로아의 토끼 귀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갑자기 뜨거운 찻잔을 받아든 것처럼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더욱 사랑스럽다.
“게다가 이거, 이건 또 뭔가요?”
시우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모양과 탄력과 당도가 훌륭한 복숭아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다.
그대로 그녀의 몸을 끌어안은 채 엉덩이 구멍에 당근처럼 박힌 토끼 꼬리를 붙잡았다.
“욱!”
그저 붙잡았을 뿐인데 엘로아의 엉덩이가 단단하게 수축하며 플러그를 안으로 빨아들인다.
그 움직임이 정말로 꼬리를 붙잡힌 토끼 같다.
“스승님 대답해주세요. 이건 뭔가요?”
“그건, 그건…. 꼬리…네.”
숨을 제대로 쉬는 것조차 버거워하며 가까스로 대답하는 엘로아.
꼬리를 잡고 가볍게 돌리자 아슬아슬한 힐 위에 선 그녀의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이건 어떻게 하고 오셨어요? 혼자 하신 거에요?”
“…혼자… 젤을 넣어서….”
“정말요? 어떻게 넣으셨는데요?”
“쪼… 쪼그려 앉아서…. 거울을 보고 했네….”
“잘 들어가던가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잘 들어가지 않아서…. 젤을…. 먼저 안에 넣었네….”
거듭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으로 엘로아를 몰아넣는 시우.
그때마다 점점 쪼그라들며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엘로아.
“가만히 있어요.”
“뭐, 뭘…. 하려는 겐가…? 히윽!”
간단했다.
엘로아의 뒤에 단단히 박혀있는 플러그를 뽑는다.
-퐁!
구조 특성상 자지를 빼낼 때보다 한결 경쾌한 소리를 내며 뽑힌 토끼꼬리.
플러그는 초심자용인지 생각보다 작다.
꽃잎과 은빛 플러그 사이에 모짜렐라 치즈처럼 쭉 늘어지는 은빛 러브젤 가닥.
보아하니 정말로 안을 젤로 가득 채운 채 플러그를 꽂고 온 모양이다.
뽑혀나가는 자극으로 인해 후들거리는 그녀의 뒤에 다시 토끼꼬리를 쏘옥 밀어 넣었다.
-찔걱!
“힘 빼세요.”
“히극!”
애널비즈로 괴롭히듯 그 동작을 몇 번 반복한다.
-퐁! 찔걱! 퐁! 찔걱! 퐁! 찔걱!
“아… 아… 하아… 흐앙…!”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주제에 하지 말아 달라고, 그만하라고 애원하지도 않는다.
도리어 매달릴 사람이 이 세상에 한 명 밖에 없다는 듯, 뒷보지를 제멋대로 희롱 중인 제자에게 꽉 안겨왔다.
“너무 좋아하시네.”
“흐…윽…!”
엘로아는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했다.
입술을 한껏 문 채 신음을 죽이는 데 열중하고 있을 뿐이다.
“아직 한번 밖에 사용 안 했는데 이렇게 개발됐다니. 전도유망하고 장래가 기대되는 스승님이네요.”
“…흐읍… 읍…. 으읍….”
믿어지는가?
스승님이 준비해 온건 역바니걸 의상만이 아니다.
뜨거운 애무를 부을 필요도 없이 즉시 삽입이 가능한 인스턴트 애널까지가 선물.
시우의 페티쉬를 정조준한 일격인 것이다.
“흐아아앙!”
시우의 손장난에 단숨에 가버린 엘로아.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서 있던 그녀의 무릎이 탁탁 부딪히며 절정을 알린다.
“뒤 돌고 엉덩이 바짝 세우세요. 바로 박아줄 테니까.”
듬뿍 거칠어진 목소리에 엘로아가 주춤주춤 엉덩이를 내밀 무렵.
-덥썩
그간 소외되어 있던 린네가 시우의 손목을 붙잡았다.
메이드복을 입은 그녀는 잔뜩 뺨이 부푼 채 질투심을 유감없이 뿜어내고 있었다.
“낭군, 나도 있다.”
아무리 의복 대결에서 패배했다 한들 나름 열심히 준비해온 린네.
둘의 끈적한 애정행각을 지켜보고만 있자니 부아가 치민 것이다.
“제가 잊었겠습니까? 죄송해요.”
신사적인 말투로 린네를 바라보며 웃는 시우를 보자마자 린네는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정체불명의 한기를 느꼈다.
뭘까? 이 능글능글한 분위기는.
처음 보는 낭군이다.
마력 복사의 작용을 감추기 위해 시우가 연기한 결과, 꽤 거침없는 폭거를 당해온 린네조차도 바닥을 볼 수 없는 변태 같은 목소리가 거기에 있다.
혹시 엘로아와 린네는 잠들어 있던 괴물을 깨운 게 아닐까?
“스승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하으…. 흐으으….”
품에서 벗어나자마자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숨을 헐떡이는 엘로아.
시우는 입맛을 싹 다시며 린네를 목표로 삼았다.
“화나셨어요?”
“…아니다.”
역바니의 퍼포먼스가 너무 훌륭해 잠시 잊고 있었지만, 린네의 의복 역시 충분히 꼴린다.
세상에 메이드복을 싫어하는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린네의 검은 흑발과 대비를 이루는 하얀 스타킹.
예쁜 포장지처럼 린네의 몸을 휘감은 프릴들은 벗겼을 때의 갭을 연상케 한다.
린네를 살포시 끌어안고 엉덩이를 쓰다듬는 시우.
피부와 밀착한 매끈매끈한 스타킹은 맨살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손에 착착 감긴다.
“당연히 린네 님이 준비해온 의상도 마음에 듭니다. 정말 기뻐요.”
“입에 발린 말은 필요 없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삐진 표정은 어디 갔는지 부드러워지는 린네의 입매.
“조금 만져 드릴게요.”
“얼마든지…. 히윽?!”
별안간의 신음과 함께 린네의 발이 깡총 들렸다.
순간 무슨 짓을 당했는지 짐작도 못 하겠다는 곤혹의 시선이 다리 아래를 향한다.
“오늘은 좀 거칠 것 같아요. 괜찮으시죠?”
“괜찮, 으흣…?”
까슬까슬하면서도 부드러운 천이 고간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감각.
생경한 느낌의 감촉에 눈이 커다래진 린네.
“뭐, 뭘…. 하는 거…? 흐므…!”
시우가 하고 있는 행위는 단순했다.
바로 스타킹 멱살 잡기.
치마 아래로 손을 깊게 뻗어 스타킹의 앞부분을 움켜쥔 채 위로 들어 올린 것이다.
그 결과 자연스레 천이 린네의 포동포동한 모찌로 파고들고, 그 상태에서 앞뒤로 움직이면 린네의 연약한 급소를 공략하는 얇은 끈이 된다.
제머나이 백작가의 하얀 스타킹이 스타킹이라기보다는 타이츠에 가까운 물건이기에 가능한 플레이였다.
-쓰윽쓰윽
“흐믓…! 므므므…!”
시우의 흥분을 증명하듯 귀축스러운 행위.
린네는 직접 손가락 하나도 직접 닿지 못한 채 잔뜩 느껴버리게 된다.
마냥 가학심이나 수치심을 촉발시키려는 용도는 아니었다.
적당한 강도로 비벼지는 스타킹은 가뜩이나 몸이 민감한 린네에게 핀포인트로 꽂혀드는 공격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여전히 민감하시네요. 앞으로도 노팬티에 스타킹만 입고 다니면서 훈련 좀 하셔야겠어요.”
“그런…. 므긋…! 훈련은…. 필요 없다….”
잔뜩 욕정하면 개냥이 모드가 되는 린네지만 기본 사양은 도도하다.
거기에 바로 앞에서 라이벌인 스승님이 보고 있으니 쉽사리 인정하지 않으려 드는 모양이다.
시우는 그런 린네의 태도를 비웃듯 능숙한 태도로 린네의 몸을 달궜다.
-스윽! 스윽! 스윽!
“으므…! 후웃…! 웃…!”
어느샌가 소변을 지린 것처럼 유독 얼룩진 타이즈의 정중앙.
슬쩍 내려보자 공격적으로 보짓살을 파고든 타이즈의 도끼 자국이 그렇게 맛있어 보일 수가 없다.
“자, 잠시…!”
“슬슬 보내드릴게요.”
린네가 다급하게 시우의 팔을 붙잡았지만 이어진 행동은 가차 없었다.
그간 린네와의 관계와 스타킹의 각도를 통해 자극되는 성감대를 유추.
“낭군… 기다려라…. 이런 식으로는 가고 싶지…!”
각도와 힘을 세심하게 조절해 보석을 닦듯 클리를 뽀득뽀득 스타킹으로 문질러주자….
“…흐아아아앙!”
린네는 까치발을 든 자세 그대로 허무하리만치 쉽게 가버렸다.
이렇게 각기 절정 1스택씩 획득.
“이제 본 경기로 들어갈까요?”
식전주 느낌의 의상 감상 타임도 끝났고,
손가락으로 맛볼 수 있는 핑거푸드 코스도 끝났다.
이제는 백합을 가니쉬로 곁들인 민달팽이 스프 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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