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777화 (777/917)

#771

1.

스승님이 에렐림 공작과 담판을 지으러 간 사이.

시우는 제머나이 저택에 잠시 들렀다 레바나 대욕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용무가 있기 때문이다.

“시우 씨 어서 와요!”

밝고 높은 어조의 환대가 시우를 반긴다.

사시사철 따사로운 남국처럼 살갗을 훤히 드러낸 드레스를 입은 루시 예소드 백작은 두 팔을 벌려 시우를 끌어안았다.

몰캉몰캉한 여체가 전신을 감싸고, 예소드 백작 특유의 뽀송뽀송하고도 꿀을 탄 우유처럼 달콤한 체취에 섞여 코를 찌른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오늘따라 유독 강렬한 것 같다.

“배, 백작님…!”

“잠깐 외출해 있던 사이에 사라져 버리다니요. 이러면 정말 곤란해요. 이러다가 시우 씨가 덜컥 떠나기라도 한다면 저는 어쩌라는 건가요?”

격양에 찬 백작 마망은 시우의 허리를 꽉꽉 끌어안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잠깐 당황했던 시우지만 이내 쓴웃음을 머금으며 그녀의 등을 두들겨 주었다.

참, 여러 사람 마음고생 하게 한 것 같긴 하다.

심지어 예소드 백작은 시우가 없어지면 디아나와 영원히 함께 살아간다는 꿈마저 일그러지지 않던가?

“게다가 저는 만나지도 않고 현세로 가버리고….”

“죄송합니다. 게헨나에 계셨으면 얼굴이라도 비추는 건데 출장이라고 전해 들어서요.”

“너무해요. 시우 씨, 너무해요.”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시우의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려 드는 백작 마망.

그 뒤에서 뾰족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엄마…! 쫌…!”

“어머, 내 정신 좀 봐….”

일련의 환대가 제 딸 디아나에 의해 보이고 있다는 걸 자각한 루시는 뜨거운 물건이라도 쥔 듯 펄쩍 떨어졌다.

그리고는 옆머리를 손가락으로 빙빙 꼬며 쑥스러워한다.

“너무 주책을 부렸네요, 시우 씨.”

“아닙니다. 디아나 아가씨도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저야 뭐, 여느 때 같았죠.”

입술을 삐쭉 내밀고 퉁명스레 답하는 모습은 예전 모습과 다를 게 없다.

이렇게 둘이 있으니 디아나 쪽이 더 엄마 쪽으로 보이는 건 착각일는지.

물론 디아나의 성격도 견습마녀에 걸맞게 딱 사춘기의 그것이지만 예소드 백작님이 극성인 게 문제다.

“시우 씨, 우리 딸이 얼마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요? 말은 저렇게 해도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와서 시우 씨가 돌아왔는지 묻더라니까요?”

“엄마! 그걸 왜 말해요! 비밀로 하기로 했으면서….”

얼굴을 붉힌 디아나가 투닥투닥 백작의 팔을 잡고 흔들다가 시우를 새초롬한 눈으로 바라본다.

“엄마가 거짓말한 거에요. 알죠? 이상한 생각하지 마세요.”

“네네, 물론입죠.”

시우가 기억하기에도 디아나와는 썸씽을 탈 만한 이벤트가 없었다.

기껏해야 위치보드 몇 판 해주고, 놀이 가정교사로 고용되어 같이 놀고, 위험할 뻔한 상황에서 구해준 게 전부 아닌가?

딱히 시우가 그녀를 위해 죽음을 무릅쓴 것도 아니고 그냥 호문쿨루스와 양아치 몇 쥐어박아 준 것이 전부였다.

아니네.

돌이켜 생각해보니 조금 더 있다.

디아나를 구해준 이후 백작님과의 관계를 그녀에게 들켰고, 함구를 대가로 뽀뽀를 당한 적도 있긴 한데….

그것도 어디까지나 오해에서 기인한 것이었으니….

뭐, 결국 낙인 계승 연구를 위해서는 언젠가 동침해야 하긴 하지만 피차 사적인 감정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괜히 멋쩍다.

음흉하고 야릇한 생각 때문이라기보다는 비현실적인 관계가 주는 아연함 쪽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아무런 감정 없이 모녀를 함께 침대에서 품을 이유는 없을 테니 말이다.

“우리 딸, 잠깐만 자리 좀 비켜주겠니?”

“왜요? 엄마? 저도 오랜만에 같이 위치보드하려고 했는데….”

“중요한 이야기라 그래. 금방 보내줄 테니 방에서 기다리고 있으렴.”

디아나가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던 시우는 그녀가 완전히 멀어지자 입을 열었다.

“그런데…. 디아나 아가씨는 알고 계신가요?”

“뭐가요?”

“계승 방법 말입니다.”

예소드 백작은 디아나를 홀로 남겨두고 싶지 않아 하고, 디아나 역시 어머니와 영원토록 함께하기 위해 시우에게 어머니의 유혹을 부탁한 적이 있다.

즉, 큰 장모님과는 달리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방법론에 있다.

무엇을 빙빙 돌려 말하랴.

시우를 통한 낙인 계승은 아마 높은 확률로 모녀 덮밥이 될 텐데, 그걸 디아나 받아들이는지는 별개의 문제 아니겠는가?

“네, 제가 알려 주었답니다.”

비록 목적은 따로 있다 하나 모친에게 ‘딸내미는 모녀덮밥 괜찮대요?’라고 물어본 상황이다.

더 자세히 물어볼 수 없는 뻘쭘함에 입을 다무는 시우.

예소드 백작은 기품있게 입가를 가리며 웃었다.

“그래도 다행이에요. 디아나는 시우 씨를 잘 따르니까요.”

“그거랑 이거랑은 경우가 좀 다른 것 같기도 하지만요….”

루시는 머쓱해하는 시우를 보며 웃었다.

그녀는 딸 바보다.

그리고 딸바보는 딸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

시우가 사라질 때마다 노심초사하며 불안증을 보이던 딸의 모습에서 그녀의 마음을 어렴풋이 읽어내었다.

‘네…네?! 어떻게 그렇게 파렴치한 방법으로….’

그 증거로 디아나에게 계승 방식의 진실을 전해 주었을 때, 디아나는 펄펄 뛰며 열 내는 척했지만, 곧장 잠잠해졌다.

다행히도 디아나 역시 계승 방법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도리어 보인 건 호기심 쪽에 가까웠으니 ‘엄마랑 함께하고 싶으니까 싫은 일도 해야 해’ 같은 상황은 아니라는 것.

시우가 좋은 남자라 어머니로서도 다행이었다.

“아무튼, 저도 시우 씨와 오래 있고 싶지만 1시간 뒤에 ‘문’의 보수작업이 있을 예정이라서요. 얼굴만 보고 가봐야겠네요. 시우 씨도 볼일 보시거든 디아나와 조금만 놀아주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예소드 백작은 슬쩍 손목시계를 보더니 도톰한 입술을 핥았다.

입으로는 저렇게 말해도 그녀가 저런 색기 넘치는 표정을 지을 때 어떤 걸 원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

루시 백작님은 야한 마망이니 말이다.

“그나저나….”

몸을 비비 꼬며 잠깐 망설이던 루시가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시우를 올려보았다.

말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는 게 무엇을 말하려는지 뻔하다.

경험이 새겨준 관계에 몸이 반응했다.

적어도 남녀 관계에서 갑은 시우, 을은 예소드 백작님.

음란함과 포용력이라는 언뜻 잘 섞이지 않을 것 같은 요소를 두루 갖춘 루시는, 언제나 스위치에 불이 들어가게 한다.

“정말 시우 씨는 너무해요.”

“뭐가 말인가요?”

“왜 아무 말도 해주지 않나요?”

예를 들어 이런 상황이 왔을 때, 짐짓 모른 척 골려주게 된다는 것이다.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다고 했는데….”

붉은 시스루로 짜인 드레스 자락 아래로 탐스러운 허벅지가 비비적거리는 실루엣이 보인다.

“뭐가요?”

“그동안 밀렸던 연구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동안 시우 씨의 몸에 변화가 생겼을 수도 있잖아요.”

“백작님이 바쁘신 듯해서요. 그리고…. 한 시간 뒤면 가셔야 할 텐데 40분 정도는 너무 짧잖아요.”

예소드 백작과의 관계는 연구 목적이라는 예전부터 허가를 받아두었으니 이것은 불륜 섹스가 아니라 합법 섹스.

백작님의 매혹적인 유혹 앞에 40분 정도 시간을 내는 건 어렵지 않다.

“저희 예전에는 10분 만에도 했었잖아요…. 그리고 시우 씨 부탁도 들어줬는데 이러기에요?”

본인에게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괴롭혀 달라는 양 삐쭉거리는 백작님.

“그럼 조금만 시간을 내 볼까요?”

시우의 엄지손가락이 고개를 숙인 예소드 백작의 드레스 어깨끈에 걸친다.

그대로 살짝 미끄러뜨리자 훌러덩 벗겨지며 출렁이는 백작 마망의 뽀얀 아가 맘마 디스펜서.

물론 마녀는 임신하지 않으니 모유가 나올 리 없지만, 예소드 백작님을 보고 있자면 어쩐지 당연하다는 듯이 하얀 물줄기가 나올 것 같다.

어쩌면 그녀의 몸에서 나는 달콤한 체취 때문이리라.

“시, 시우씨…! 여기 응접실이에요…."

화들짝 놀란 백작이 가슴을 가리려 했으나 시우는 어렵지 않게 그녀의 양 손목을 붙잡았다.

그리고 경험 많은 남자가 브래지어를 한 손으로 쉽게 풀어내듯 드레스의 허리 매듭까지 풀어버렸다.

졸지에 드레스가 스르륵 벗겨져 팬티와 하이힐 차림이 된 예소드 백작.

끈팬티의 매듭까지 당기자 단정하게 정리된 음모와 비밀 정원이 드러난다.

“누, 누군가 오면 어쩌려고….”

“누가 오면 예소드 백작님이 응접실에서 밀회를 즐기는 분이신 걸 알게 되겠죠.”

“노, 농담이죠?”

그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응접실은 문자 그대로 손님을 접대하는 널찍한 방.

커튼이 쳐져 있기에 외부에서 볼 수는 없지만, 문도 없어서 누군가 들이닥치면 영락없이 알몸을 들키는 상황이다.

물론 시우라면 사전에 기척을 알아차리고 몸을 숨길 수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예소드 백작은 그런 사실을 떠올릴 새도 없이 당황한 듯했다.

“하지만 백작님 이런 거 좋아하시잖아요.”

“조, 좋아하지 않아요! 누군가 본다면 예소드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하게 될 거라고요!”

“뭐, 그렇다 치고. 아무튼 빨리 끝내려면 이렇게 다툴 시간은 없을 텐데요?”

프라이빗한 공간이 아닌 이렇게 훤히 개방된 장소에서 보는 그녀의 알몸은 또 각별했다.

언제봐도 모성이 가득 넘치는 가슴이며 여성의 완숙미가 듬뿍 느껴지는 골반.

농익은 과실이란 예소드 백작을 위해 존재하는 수사법일 것이다.

“아니면 그냥 다음에 할까요?”

“그건…. 꺄아!”

수치심과 부끄러움에 아랫입술을 잔뜩 깨문 예소드 백작.

시우는 어쩔 줄 몰라하는 그녀를 번쩍 들어 소파에 쑤셔 넣듯 눕히고 다리를 활짝 벌린다.

“와, 예소드 백작님 진짜 변태 맞으시네요.”

“보지 마요, 보지 말아요 시우 씨….”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며 부끄러워하는 백작님.

그럴만했다.

놀랍게도 그녀의 비밀 정원은 장마철처럼 듬뿍 젖어있다.

간만에 영접하는 진주 역시 쏙 삐져나와 존재감을 과시 중이다.

-쓰윽

시우는 지퍼를 내리고 그녀의 앞에 섰다.

이상할 정도로 빵빵해진 물건이 그림자를 드리운다.

“애무는 할 시간도, 할 필요도 없을 것 같고…. 들키기 전에 빨리 끝내야 하니까 힘껏 조이실 수 있죠?”

“시, 시우 씨 정말 여기서…? 하앗…! 으읍… 읍…!”

오랜만에 느끼는 뜨거움과 부드러움, 그리고 물기.

포개지는 두 사람의 몸.

달뜬 신음과 한숨의 박자에 맞춰 하얀 발끝에 걸친 빨간 하이힐이 살랑살랑 흔들렸다.

2.

40분 간이 검사 결과.

시우의 마력 증폭 및 복사 기능은 별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어쩜…. 부끄러워라….”

어쩐지.

뭔가 이상하다 했다.

40분 정도라면 별 탈 없다고 해도 린네도 지하감옥에서 기다리고, 볼일도 봐야 하는 상황.

평소의 시우라면 적당히 피해 갔을 상황에서 파격적인 응접실 섹스를 종용하게 됐다니.

“말씀 좀 해주시지.”

“미안해요 시우 씨. 이렇게 효과가 좋을지는 몰랐죠…. 그냥, 혹시나 해서 뿌려봤는데….”

예소드 백작님은 아멜리아가 특별 제작했다는 향수를 사용했다고 자백했다.

정확히 말하면 본연의 체취를 더욱 증폭시키는 즉, 시우에겐 전용 발정제나 다름없는 향수를 말이다.

3.

“헤큥…!”

그 시각 술자리를 폄과 동시에 카드 게임을 준비하던 아멜리아는 재채기를 하곤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디 불편하세요?”

함께 준비하던 샤론이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아멜리아의 안색을 보고 묻는다.

아멜리아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요. 조금 춥나 봐요.”

뭐, 기분 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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