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768화 (특전 1) (768/917)

#특전 1

1.

현실 세계와 분리되어 오직 마녀를 위해 만들어진 도시 게헨나.

지난 수백 년간 괄목할만한 현세와 달리 게헨나의 정경은 처음 만들어졌던 14세기 당시와 크게 변함이 없다.

게헨나에 모여 사는 마녀들의 성향은 대다수가 보수적이며, 귀족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를 위해 격식을 포기하는 행위는 천박한 것.

먼길을 향할 땐 여전히 마차를 타고 이동한다.

교양있는 차림으로 평가받는 복식은 기품 있는 벨 에포크 시대의 드레스.

연구나 서류 처리에서도 편리한 볼펜이 아니라 만년필과 깃펜을 애용.

건축 양식 또한 건축법에 따라 엄격히 통제되니….

이런 요소들이 하나하나 모여든 결과.

게헨나는 현대와는 아주 다른 별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영원히 정체되어있을 것 같은 게헨나에도 이따금 커다란 바람이 불곤 한다.

마공학을 연구하던 ‘특전의 마녀’는 이 갑갑한 도시를 바꾸고자 했다.

따라서 자신의 저택에 드높은 첨탑을 쌓고 거대한 안테나를 달아 현세와 게헨나 사이에 광역 네트워크망을 개설했다.

그 결과 하룻밤 사이에 인터넷이 보급되게 된 게헨나.

시청 소속 마녀들이 입을 떡 벌린 채 흉물스러운 안테나를 바라보고.

높으신 마녀님들이 이 사안을 어찌 처리 할지 고민하는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이건 그 이야기이다.

2.

게헨나 최고의 명문가를 꼽으라면 반드시 이름이 거론되는 가문이 있다.

노래하는 흑과 백의 쌍조, 제머나이 백작가.

그 명망 높은 제머나이 백작가의 견습마녀인 오딜과 오데트는 침대에 엎드려 나란히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나란히 엎드린 둘의 용모는 신비로울 만큼 똑같다.

매일 시녀들이 향유를 부어 정성껏 감겨주는 반 곱슬의 검은 머리카락.

자수정의 빛을 닮은 영롱한 눈동자는 요정의 것처럼 빛난다.

건강한 복숭앗빛 홍조에 적당히 두툼한 입술.

엎드려 있음에도 뿜어져 나오는 빼어난 기품은 마치 로코코 시대를 배경으로 삼은 영화에서 툭 튀어나온 공주님을 연상케 한다.

단, 옷차림은 공주님과는 거리가 있다.

각기 현세에서 사왔던 상어 파자마와 토끼 파자마를 입고 있었으니 말이다.

쌍둥이가 평소 잠자리에 들 시간이 훌쩍 지났음에도 눈을 감지 못하고 있는 건 순전히 손에 들린 문명의 이기 탓이었다.

희끄무레한 빛을 뿜으며 쌍둥이의 얼굴을 비추고 있는 정체불명의 물체는….

바로 게헨나에 데이터가 터지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틈타 큰 스승님께 졸라 받은 스마트폰이었다.

“흐아아암….”

“하아아앙….”

1분에 한 번씩 눈물이 글썽일 때까지 하품하는 오딜과 오데트.

원래부터 현세에 관심이 많던 쌍둥이다.

다만 견습마녀의 신분으로 위험한 현세에 자주 나갈 순 없었고, 알다시피 게헨나는 현세와 단절된 공간이다.

따라서 간혹 조수님에게 썰을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쌍둥이.

그런 둘의 손에 현세의 모든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신세계가 열렸으니 사흘 넘게 밤잠을 설치게 되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언니, 이거 봐보자 이거.”

“뭐? 지금은 다른 문서 보고 있잖아.”

“그래도, 궁금한데….”

“훗, 걱정하지 마 오데트. 언니가 새로운 기능을 알아냈거든. 이렇게 해서 이렇게 하면…. 다시 검색할 필요 없이 언제든 돌아올 수 있지.”

“와! 책갈피 같은 거구나! 역시 언니! 대단해!”

“엣헴!”

처음엔 밝기 조절도 할 수 없던 스마트폰도 이젠 북마크 기능을 활용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간 유튜브, 위키피디아 등을 통해 정신없이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던 쌍둥이.

오늘 밤엔 구글에도 발을 들이며 이런저런 정보를 수집하던 둘의 눈에 자꾸만 광고 배너가 들어왔다.

하도 자주 봐서 익숙해져 버린 독특한 데포르메의 일러스트.

[다했으면 꺼져]

[뭘 다했을까?]

[노벨피아]

대충 이런 광고 배너였다.

그 전까지는 뭔가 중요도도 떨어져 보이고 워낙 탐닉할 정보량도 막대했기에 무시하던 것이지만….

불현듯 오데트가 먼저 관심을 보였다.

“언니, 이건 뭘까? 눌러도 되는 건가?”

“오데트, 당장 손 떼!”

“깜짝이야! 왜 언니! 이게 뭔데.”

“너도 봤잖아. 이런 건 광고로 위장한 악성 소프트웨어일 가능성이 커. 누가 봐도 눌러달란 듯이 기다리고 있잖아.”

“그, 그냥 광고 아닐까?”

“아무거나 막 누르면 안 된다고 했어. 자칫하면 귀중한 스마트폰이 고장 날 지도 모른다고.”

오데트의 지적은 정확했고, 오딜의 염려는 과했다.

평범한 노벨피아 광고다.

“그런가?”

“그렇다니까? 언니 말 믿어.”

“응, 알겠어.”

그러나 큰 스승님께 시일야방성대떼를 쓰며 어렵사리 개통한 스마트폰이다.

이런저런 행정절차를 거쳐 안테나가 철거되기까지 남은 시간이 3주가량이나 남은 만큼 허튼짓으로 보물을 잃을 생각은 없었다.

그것도 잠시.

쌍둥이는 광고의 무서운 점을 확인한다.

바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구를 반복적으로, 또한 무의식적으로 소비자에게 노출한다는 것이다.

“언니언니.”

“응, 오데트.”

“이 스팸 광고 말이야. 뭘 다했다는 걸까?”

“…글쎄?”

그리고 오딜과 오데트는 궁금한 게 생기면 끝장을 봐서라도 해결해야 하는 성격이다.

“우리 한 번만 눌러보지 않을래?”

진지한 눈빛으로 언니를 바라보는 오데트.

얼마 전 획득한 정보를 자랑할 겸 신나게 오데트를 겁주었던 오딜이지만 그렇다고 궁금하지 않은 건 아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어떻게?”

“백신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누르는 거야.”

“백신?”

같은 위키에서 같은 자료를 보았으나 컴퓨터와 공학 분야엔 오딜의 관심이 더욱 지대했다.

따라서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갸웃하는 여동생에게 설명을 늘어놓는다.

“백신이라는 이름 그대로야. 스마트폰 바이러스를 방지해주는 어플리케이션이지. 앱 스토어라는 곳에서 받을 수 있대.”

“어라? 그러면 바이러스 걱정을 안 해도 되겠네! 해보자!”

어플이라면 이미 깔아봤다.

의기투합한 쌍둥이는 ‘백신’을 검색했다.

줄지어 등장하는 어플 목록.

“어, 엄청 많네….”

“다 깔면 안 될까?”

“그러면 안 되지 않을까? 원래 묘약도 동시에 여러 개를 먹으면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 모르잖아.”

“흐음, 그럼 제일 좋은 거 하나를 골라야 할 텐데….”

방황하던 두 쌍의 보랏빛 눈동자가 한 앱에 꽂혔다.

“오데트, 이거 어때?”

“질병관리청 COV?”

“이름부터 뭔가 남다르잖아.”

“그러네. 이름에 권위가 있네. 뒤에 청이 붙는 걸 보니 현세에서 질병을 관리하는 기관인 게 분명해.”

세상 진지하게 언니의 이론을 받아들인 오데트.

그리하여 코로나19 전자 예방 접종 증명서 설치 완료한 쌍둥이.

“뭔가 인터넷이 청결해진 것 같아.”

“확실히 뭔가…. 뭔가 잘은 모르겠지만 위생감이 느껴져.”

“이제 누른다?”

“그래, 하나둘셋!”

쌍둥이는 위약효과의 산 증인이 되어 앙증맞은 손가락으로 배너를 클릭했다.

하지만 쌍둥이의 모험은 쉽게 이어지지 않았다.

“응?”

그러나 쌍둥이를 가로막는 또 하나의 장벽이 있었으니….

성인인증과 로그인 절차였다.

“뭔가 또 귀찮은 게 있네.”

“로그인은 알겠는데…. 성인인증은 왜 해야 하는 거지?”

오딜과 오데트의 머리가 같은 방향으로 갸웃 돌아갔다.

“일단 해보자.”

“응, 언니.”

하지만 오딜과 오데트는 어엿한 성인.

끙끙거리며 머리를 맞댄 결과 어렵지 않게 회원가입과 성인인증까지 끝냈다.

“와, 벌써 지친다.”

“무슨 절차가 이렇게 복잡해?”

벌써부터 진땀이 쭉 빠진 쌍둥이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

당연히 그 광고 내용을 확인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애석하게도 회원가입을 하는 도중 어떤 작품인지 놓치고 말았다.

그래도 문제없다.

쌍둥이의 관심사 전환 속도는 레이저 끝을 쫓는 새끼 고양이에 필적한다.

“무슨 사이트일까?”

“엄청 화려하다…. 눈이 막 핑핑 돌아.”

“죄다 여자네.”

“그러게.”

미지의 것을 탐구하는 연구자의 눈빛으로 노벨피아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는 오딜과 오데트.

그러던 중 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메인 페이지 상단 휙휙 돌아가는 배너.

[잘만 쓰면 월 2000킥! 너도 이제 소설 작가!]

“소설 사이트구나.”

“월 2000킥은 뭐지?”

눌러보자 신규작품 등록 방법, 회차 등록 방법, 플러스 등록 방법 따위의 알지 못하는 문구가 밟혔다.

일단 뒤로 가기.

조금 이번에 누른 배너는….

“2022 노벨피아 성인 웹소설 공모전?”

“마스터 피스?”

“총상금 1억 원?”

“플러스 알파?”

다른 건 복잡해서 잘 모르겠지만, 눈길을 확 사로잡는 건, ‘세부 시상 내역’의 목록.

대상 5,000만 원.

최우수상 2,000만 원.

우수상 2 작품 1,000만 원.

“원이면 조수님 고향 돈이지?”

“응, 언니 5,000만 원이면 대충…. 금화 62개야.”

“오…. 야설을 쓰면 돈을 준다고?”

다른 건 잘 몰라도 이것만큼은 확실히 이해했다.

오딜과 오데트의 눈이 빤히 마주한다.

평생을 함께 나고 자란 쌍둥이들의 특권, 눈빛 대화.

“언니, 하자.”

“좋아, 해보자.”

그리하여.

천방지축 쌍둥이의 좌충우돌 노벨피아 마스터피스 공모전이 막을 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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