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758화 (758/917)

#758

1.

“저희도 끼면 안 될까요?”

“그냥 구경만 하고 올게요.”

“오딜 양, 오데트 양. 아까도 말했듯이 안된다고 했어요.”

“하지만 궁금하다구요…. 샤론 언니가 이것저것 사갔잖아요. 어떻게 쓰는지 구경만 할게요.”

“저희끼리 가겠다는 게 아니라 아멜리아 님이랑 엘로아 님도 보호자로서 함께 가주시면 되잖아요…. 네?”

“저는 분명히 안 된다고 했어요. 어서 잠자리에 들도록 하세요.”

“왜 안되는데요!”

결국 엘로아의 완곡한 설명으로 이색데이트 코스의 정체를 알게 된 쌍둥이.

그곳이 쌍둥이가 사용하지 못하고 내버려두었던 러브 젠가처럼 연인 간 특별한 이벤트 용품을 파는 장소임을 알게 된 쌍둥이는 분개했다.

그렇다면 샤론 언니만 현세의 스패셜 아이템을 잔뜩 독점하고 있다는 말이 아닌가?

그런 필살기가 몇 개씩이나 사용되는 장면은 연적으로서 경계심을 품어 마땅한 장면이었다.

“제발요…. 네?”

“스승님께는 비밀로 할게요.”

그런 이유에서 오딜과 오데트는 어떻게든 끼고 싶었다.

하다못해 구경이라도 하고 싶었다.

반면 아멜리아는 절대 허락할 수 없었다.

연인간의 사랑을 나누는 건 숭고한 행위다.

그 점에서는 견습마녀인 쌍둥이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두 사람이 이따금 몰래 시우와 사랑을 나누는 일에 대해서는 터치하지 않았다.

뭐, 아멜리아가 터치한다고 그만둘 쌍둥이도 아니지만 말이다.

“오데트 양, 연인 간의 사생활을 엿보는 건 실례에요. 그리고 오늘은 샤론을 위해 자리를 비워주기로 합의했잖아요.”

하지만 성숙한 마녀로서 견습마녀를 일탈의 방목지에 풀어놓는 건 원칙주의자 아멜리아에겐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칭얼거림을 듣다 못 해 부교수 시절 단호함을 되찾은 아멜리아가 쌍둥이를 엄하게 타일렀다.

“부교수님…. 이건 정말 중요한 문제에요. 이대로라면 저흰 압도적인 우위를 빼앗기는 거라구요.”

마냥 떼쓰는 것으로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을 직감한 쌍둥이는 전략을 선회했다.

공략 포인트를 바꾸기로 한 것이다.

“부교수님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샤론 언니가 현세의 특수한 아이템들을 잔뜩 사갔을 거잖아요?”

“게헨나에서는 구할 수 없는 진귀한 공예품들을요.”

“그렇죠. 하지만 그거랑 무슨 상관인가요?”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처음’의 의의를 빼앗기는 거라구요.”

“처음?”

아직 쌍둥이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한 아멜리아가 살포시 눈썹을 찡그렸다.

“아멜리아 님도 조수님을 위해 이벤트 해주신 적 있다고 했죠?”

“그, 그 얘기가 갑자기 왜 나오나요?”

“만약 부교수님이 나중에 조수님을 위해 이벤트를 준비했는데 샤론 언니와 겹친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오딜이 오데트를 척 가리키자 오데트는 제 머리카락을 인중으로 가져다 대 콧수염을 만든 채 목소리를 한껏 내리깔고 말했다.

“음? 아멜리아 님이 날 위해 현세의 공예품을 이용해 이벤트를 준비해줬군. 어라? 근데 이거 전에 샤론이 해줬던 거네.”

“…같은 대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구요!”

“물론 조수님은 다정하니까 티를 내지 않으시겠지만, 머리 한구석에서는 샤론은 이랬는데…. 같은 생각을 하실 게 분명하다니까요?!”

“그, 그러면 안 되는데…!”

평정을 잃은 아멜리아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연하게도 성적으로 개방된 물건은 현세에 더 많다.

그리고 긴 시간을 현세에서 보내온 샤론에 비해 아멜리아의 현세 지식은 현저히 부족하다.

가뜩이나 샤론이 비교우위를 지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아멜리아가 기껏 준비해 간 물건이 샤론과 겹친다면?

실제로 쌍둥이가 말한 것과 같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맞아요! 샤론 언니의 독주를 막을 유일한 기회라구요!”

“가서 어떤 물건이 어떤 식으로 사용됐는지 꼼꼼히 분석하고 빈틈을 노려야 해요!”

일순 크게 흔들린 아멜리아.

정말 실례긴 하겠지만 가도 되나? 만약 가면 어떤 핑계를 대야 하나? 자연스럽게 합석하는 방법은 없을까? 어쩌면 시우에게 오늘 밤 안길 수 있는 게 아닐까?

같은 무수한 갈등에 잠긴 아멜리아지만 피를 토하는 인내심으로 그것을 삼켜냈다.

아슬아슬하게 책임의식 쪽이 승리한 것.

“그래도 안 돼요.”

““히잉….””

“제가 내일 영수증을 부탁해 볼게요. 그러면 겹칠 일도 없는 거겠죠? 자자, 잘 준비하세요.”

최후의 한 수가 막힌 쌍둥이는 쭈굴쭈굴해지고 이내 아멜리아의 등에 떠밀려 침대 위에 누웠다.

견습마녀는 코코낸내할 시간이 진작 지났다.

막상 베개에 머리를 누이자 금방 곯아 떨어지는 쌍둥이.

아멜리아는 한숨을 푹 쉬고 조금 지친 마음으로 거실로 나왔다.

거실에선 엘로아가 홀로 술잔을 기울이던 중이었다.

천방지축 쌍둥이라지만 묘하게 엘로아를 불편해하니 자리를 피해 나름 배려해주고 있던 것이다.

“한 잔 들겠나?”

“감사해요. 제머나이 백작에게 존경심이 생기네요.”

“두 아가씨 모두 활기가 넘치니 말일세. 좋은 일이라네. 왕성한 호기심은 곧 마녀의 자질 아닌가?”

“그것도 그렇죠.”

두 번의 마음고생을 함께하며 나름 가까워진 엘로아와 아멜리아다.

두 사람은 소소한 잡담을 하며 술병을 비워나갔다.

“공작님.”

“왜 그런가?”

상당히 빠른 엘로아의 페이스에 맞춰 술을 마시고 있자니 금새 취기가 돈다.

양 뺨이 보기 좋게 달아오르자 아멜리아는 흉중의 고민을 조심스레 털어놓았다.

“공작님도 해주시나요?”

“뭘 말인가?”

“그…. 시우에게 음…. 이벤트요.”

“콜록.”

엘로아는 사레에 들릴 뻔한 술을 헛기침으로 되 삼켰다.

엘로아에게 이벤트라 함은 바니걸 복장은 둘째치고 침대 위에선 시우의 아랫사람이 된다는 것.

중용의 마음가짐을 지닌 엘로아라지만 그 비밀은 아무래도 타인에게 보이기 낯부끄럽다.

“내용보다는 사랑하는 마음이 중요하지 않겠나?”

“하지만 시우의 반응이 다른 걸요…. 굉장히 좋아하는 게 보이니까 이것저것 해주고 싶은데 너무 어려워요.”

“나 역시 해주긴 하네만….”

엘로아는 아멜리아가 왜 저런 고민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지금껏 그녀가 지켜본 아멜리아는 굉장히 서툰 인물이었다.

태생적인 한계라기보다는 경험적인 문제로 보였지만 개선까지는 갈 길이 멀 것이다.

그런 아멜리아에게 인간관계의 최고난이도라고 불릴 수 있는 연애는 더욱 어렵게 느껴지겠지.

여기서는 다소 엘로아의 치부를 공개하는 한이 있더라도 조언이 필요한 때였다.

엘로아는 술기운과는 별개로 뜨끈뜨끈해지는 뺨을 느끼며 조용히 물었다.

“아멜리아 양, 이상한 질문이겠지만 답해주게.”

“네.”

“그와 다른 곳으로 관계를 나눈 적이 있는가?”

“다른 곳… 아….”

“무척 좋아하니 그대가 괘념치 않다면 시도해 보게나.”

잠깐의 타임렉이후 엘로아의 말을 이해한 아멜리아 역시 무릎을 바짝 움츠리며 부끄러워한다.

그리고 뒤늦게 엘로아의 조언의 함의를 알아차린 아멜리아.

“설마 그럼 공작님께서도….”

손바닥으로 얼굴을 슬며시 가리는 쁘띠 공작님을 본 아멜리아는 믿을 수 없었다.

쌍둥이가 뒤로 관계를 맺는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견습마녀이기에 취하는 임시방편이라고 생각해왔다.

멀쩡하게 사랑을 나누는 구멍이 있는데 왜 불경한 곳에 손을 대느냔 말인가?

그런데 설마 그 이름 높은 엘로아 공작님이 침대 위에서는 뒤를 헌납한다니….

“맙소사….”

실례라는 걸 알면서도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충격도 잠시 불현듯 불안감이 생긴다.

엘로아의 말에 따르면 시우는 그걸 무척이나 좋아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시우는 자신이 선호하는 행위를 아멜리아에겐 요구하지 않았을까?

쌍둥이 혹 엘로아의 뒤와 아멜리아의 뒤에서 뭔가 차이점이 있던 걸까?

모양이 예쁘지 않나?

뭔가 성적 매력을 느낄만한 요소가 부족한가?

엘로아의 의도와는 달리 태어나서 절대로 할 일 없던 것 같은 고민을 시작하게 된 아멜리아.

하지만 이 조급함은 농담이 아니다.

시우가 좋아하는 요소를 갖추지 못했다는 건 아멜리아에게 중대문제였다.

극심한 혼란에 빠진 아멜리아의 위기의식이 무심코 시선을 위로 향하게 한다.

지금 한창 시우와 샤론의 사랑 요람이 되어있을 위쪽을.

그게 아니라면 시우는 여전히 아멜리아를 유리공예 다루듯 대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고 아멜리아의 사정에만 맞춰주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러한 의혹은 결국 일점으로 향한다.

‘그가 다른 연인과는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나눌까?’라는 점으로 말이다.

“아멜리아 양?”

“저, 이제 자야겠어요. 조금 피곤하네요. 충고 감사합니다 공작님.”

“그, 그러세. 나도 슬슬 눈을 붙여야겠군.”

헐레벌떡 방안에 틀어막히는 아멜리아를 보며 엘로아도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아멜리아도 자고, 쌍둥이도 자는 시간이다.

그런 상황은 홀로 끙끙거리던 엘로아의 갈등을 재차 떠올리게 하기 충분했다.

“휴우….”

아멜리아에겐 잘난 듯이 조언을 해주었지만,

엘로아에겐 엘로아 나름대로 고민이 있었다.

언제부터 생겨났는지 모를 기이한 성벽이 그 고민의 주체였다.

바로 관음(觀淫).

처음엔 페리윙클과 시우의 관계를 수호자의 눈으로 엿보았고.

이후엔 샤론과 시우의 관계를 엿보고, 엿들었다.

그것도 모자라 그 소리를 들으며 압박자위를 한 적도 있다.

부도덕한 일임을 알기에 의도적으로 멀리하려 들었고 시우에게도 감춰왔지만, 성벽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최근엔 르뤼에가 보내온 선전 포고문 및 시우와의 섹스 녹화 테이프를 몰래몰래 들으며 수음한 일도 있었다.

“그건 올바르지 못한 일이네….”

그러나 욕망과 도착은 타르처럼 끈적한 재질이다.

쉽게 불이 붙는다는 맥락에서도 그렇다.

자기 자신에게 타이르듯 말해보아도 이 욕구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엘로아 역시 시우와 헤어진 동안 강제 금욕으로 성욕이 천장까지 닿은 상태가 되어있던 것이다.

수호자의 계약에 있는 시각 공유만 잠깐 활성화한다면….

엘로아는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채 둘이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엘로아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욕조에 들어가 물을 받는다.

옷을 벗고 그 안에 자리 잡은 엘로아.

이 행위가 샤론과 시우에게 크나큰 결례가 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배덕감과 죄책감이 빠르게 심장을 울린다.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눈을 감았다가 뜬 엘로아의 눈동자에 하얀 살빛의 향연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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