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757화 (757/917)

#757

1.

그간 숱하게도 뜨거운 밤을 보내왔던 침실.

그러나 그 안에 감도는 공기는 여느 때와 달랐다.

달콤한 연인의 사랑뿐만이 아니라 S한데? 완전 M인데요? 라는 말이 절로 떠오를 만큼 야릇하고 뜨거운 분위기.

“하아…. 하아….”

침대 위가 아닌 마루에 선 채 시우의 손에서 놀아나길 기다리는 샤론은 팬티만 걸친 나신이었다.

한번도 밟지 않는 설원처럼 흰 피부나, 막 벗겨 낸 것을 주장하듯 브래지어 와이어에 눌려있던 자국.

다섯 쌍둥이는 넉넉히 낳을 것 같은 순산형 골반과 최고의 떡감을 자랑하는 엉덩이.

또 탄력과 부드러움이 공존할 수 있는 마지노선에 위치한 풍만한 가슴까지.

언제봐도 예쁜 몸이다.

시우는 핥듯이 샤론의 몸 구석구석을 눈으로 감상했다.

“시우야…. 거, 거기 있어?”

불안한듯 떨려오는 그녀의 질문은 문자 그대로의 의미다.

샤론은 지금 시우를 볼 수 없었다.

그녀의 시각을 안대가 단단히 차단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시우가 뽑아낸 그림자의 리본이 샤론의 손을 등 뒤로 단단히 묶고 있었고, 어깨너비로 벌려진 두 발목 사이의 막대와 족쇄는 다리를 오므리지 못하도록 고정하고 있다.

그가 어디를 살피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가 무엇을 하려 하는지도 알 수 없다.

몸의 움직임은 자유롭지 않은 까닭에 벌거벗은 몸을 가릴 수도 없다.

이렇듯 시각이 차단된 상태로 반쯤 속박된 채 방치되는 건 샤론에겐 생경한 경험이었다.

따라서 이토록 불안하고, 또 그 불안감이 흥분을 재촉한다는 걸 알지 못했다.

타인의 손에 모든 자유와 선택권을 박탈당한 느낌.

샤론이 선언했던 대로 ‘장난감’이 되어버린 듯한 아찔한 배덕감이 가슴을 간질이는 것이다.

“힉…!”

두꺼운 손이 거칠게 가슴을 움켜쥐었다.

배려라곤 찾을 수 없는, 가치를 품평하는 듯한 거친 손놀림.

반죽처럼 가슴을 이리저리 흐트러뜨리던 손끝이 바짝 서 있는 유두를 톡톡 건드린다.

“읏…. 읏…. 꺅!”

그때마다 움찔움찔 몸을 떨고 있던 샤론은 갑작스러운 뾰족한 통증에 야트막한 비명을 내질렀다.

-딸랑! 딸랑!

몸이 흠칫 떨릴 때마다 들려오는 방울 소리.

“아…. 하아….”

시우가 가뜩이나 민감해진 샤론의 유두 첨단에 방울이 매달린 것이다.

어른의 장난감가게에서 사온 물품 중 하나인 방울이 달린 니플 클램프였다.

“가만히 있어.”

시우의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반대편 가슴에도 방울이 달린다.

“으으으….”

샤론이 생각했던 것보다 꽤 강한 압력으로 유두를 꽉 무는 감각은 아팠지만, 그보다는 수치스러움이 컸다.

얼굴에 불이 들어온 것처럼 화끈거림을 느꼈다.

거유에는 그만한 움직임이 뒤따르기 마련.

샤론이 조금만 가슴을 출렁여도 딸랑딸랑 울리는 경쾌한 방울소리가 수치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소리 내지마.”

“…응.”

평소보다 거친 시우의 명령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하는 샤론.

애초에 이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물건이다.

방울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선 거의 움직일 수조차 없다.

속박에 속박이 더해져 거의 꼼짝도 못하는 샤론과 그런 그녀의 팬티 쪽으로 뻗은 시우의 손길.

이 역시 샤론의 얼굴을 더욱 붉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사실 시우와 산책할 때부터 젖어들어 가기 시작한 민트화이트 줄무늬 팬티는 이미 속옷으로서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랑의 꿀물이 듬뿍 흘러나온 나머지 아랫입술에 찰싹 달라붙어 버린 것이다.

건조한 절삭음과 함께 팬티가 잘려나간다.

설마하니 그대로 팬티를 잘라버릴 줄은 몰랐던 샤론의 허벅지가 저도 모르게 움츠러든다.

-딸랑 딸랑!

그 작은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울리는 방울소리에 뒤늦게 자세를 바로 한 샤론이었으나 이미 늦었다.

“아…. 미, 미안해. 꺅!”

-찰싹!

대꾸조차 없이 날아온 건 엉덩이가 화끈해지는 통증이었다.

철썩하고 무서운 소리가 뒤늦게 들리면서 가슴에 매달린 방울이 정신없이 딸랑였다.

이 역시 샤론이 구매한 것으로 SM용도의 스팽킹 패드였다.

제법 다채로운 플레이를 즐겼던 두 사람인 만큼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맞아본 적은 제법 있다.

벌겋게 손자국이 남았던 적도 결코 적지 않았다.

그러나 상처 없이 효과적으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아이템인 만큼 얼얼한 열감은 손과 맞았을 때는 또 다르다.

체벌을 당하고 있다는 실감을 팍팍 심어주는 것이다.

“으우으우….”

그런데….

부끄럽고, 수치스럽고, 조금 무섭고, 아픈데….

젖는다.

너무 많이 젖어서 탈이다.

내가 이렇게 변태였나? 라는 생각일 들 만큼 몸이 이상하다.

“힉…!”

혼란스러워하던 샤론은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차갑고 축축하면서 매끄러운 액체가 가슴 위로 주르륵 흘렀다.

향긋한 라벤더향이 간질간질 코를 간질이자 이것이 러브오일임을 알 수 있었다.

가슴부터 시작한 시우의 손이 천천히 샤론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오일이 선사한 매끄러운 밀착감이 민감해진 피부 위에 얇게 번지고.

허락도 없이 다리 사이를 가로지르더니 허벅지와 엉덩이마저 반들반들하게 도포한다.

차가웠던 라벤더 오일은 피부의 열기를 받아 미지근하게 변하고 샤론의 몸을 더욱 먹음직스럽게 마리네이드했다.

지금까지와 달리 그의 손끝은 섬세했고 부드럽다.

탄력 넘치는 샤론의 엉덩이를 어루만지던 시우의 손끝이 더욱 깊은 곳을 파고든다.

“읏…. 시, 시우야…. 거기는….”

그곳은 아직까지 한 번의 관계를 허락하지 않았던 은밀한 구멍이자 샤론의 처녀지였다.

섹스 중 분위기를 타면 이따금 손가락 한 마디 정도를 삽입하곤 했으나, 사실 샤론은 뒷구멍에 한해서는 은은한 거부감을 표출해왔다.

이유는 당연하게도 부끄러움 때문이다.

정상적으로 관계를 나누는 곳도 아니고, 그런 곳으로 쾌감을 느끼는 것에 대해 완고한 심리적 저항을 지니고 있던 까닭이다.

시우도 그걸 눈치채고 있는지 숱한 관계 속에서도 강요하거나 부탁해 온 적이 없었다.

“가만히 있어.”

“흐읏…. 읏….”

그랬던 그가 지금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으름장을 놓으며 멋대로 뒤를 희롱하고 있다.

오일을 듬뿍 머금은 손가락이 꾸욱 뒤를 누르더니 조금씩 조금씩 저항을 이기고 안으로 침투해온다.

쾌락이라곤 거의 느껴지지 않는 이물감과 불편함 속에서 샤론은 깨달았다.

이건 단순한 애무가 아니며, 애무로 끝나지도 않을 것이다.

앞의 처녀를 가져가며 샤론을 여자로 만들어주었던 시우가, 오늘은 뒤의 순결까지 빼앗을 것이다.

거기에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은근한 기대감을 품는 자신을 발견한 샤론은 깜짝 놀랐다.

정말 오늘 밤은 머리가 좀 이상해진 것 같다.

“꽉 조이네. 상태 좋다.”

“으으으….”

“우리 샤론이 보지만 잘 쪼이는 줄 알았는데 뒤에도 재능이 있네.”

“그, 그런 말 하지 마…. 부끄럽단 말야.”

평소의 시우라면 피했을 빈정거림이 샤론을 한층 부끄럽게 만든다.

연인 사이에 자연스레 존재하던 배려를 한 꺼풀 벗겨낸 듯한 모습이다.

샤론이 부탁했던 대로 정말 혼내고, 괴롭히고, 정복하려는 것이리라.

거기서 묘한 흥분감을 느끼면서도 아직 심리적 저항감은 가시질 않는다.

-찔걱찔걱

안을 후벼 파는 음란한 손짓에 골반을 흠칫흠칫 떨던 샤론이 겨우겨우 입을 열었다.

“시, 시우야 거기는 다음에…. 안될까? 지저분한데야…. 히극!”

여느때 같았다면 아무리 거친 플레이 도중이라도 빠져나갔을 시우의 손이 더욱 깊이 삽입된다.

“오늘은 벌주는 날이잖아. 안 그래?”

“마, 맞아…. 맞는데….”

아무런 예고도 없이 사정없이 질구를 파고든 다른 손가락.

샤론의 약점에 갈고리처럼 걸친 손가락이 거칠게 앞뒤로 움직였다.

“…으우…. 흐앙!”

-쭈걱! 쭈걱! 쭈걱!

-딸랑! 딸랑! 딸랑!

과즙이 넘치는 과육을 비트는 소리와 함께 딸랑딸랑 울리는 방울소리.

동시에 소변이라도 지린 것처럼 질펀한 애액이 허벅지 안쪽 가득 흐른다.

“소리 들리지?”

“들려엇… 하앙… 들려…!”

이런 심한 꼴을 당하고 있으면서도 실은 발정하고 있다는, 감추고 싶던 사실이 음란한 소리와 함께 강제로 폭로된다.

“너무 기대하는 것 같아서 이게 벌이 될까 싶더라고. 너가 좋은 거 해주는 게 벌이야?”

“아니… 아니야…! 하응… 하읏… 그래도, 뭔가…. 지저분한 곳이니까….”

“그래서 싫어?”

“조, 조금 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싶어….”

거짓말이 아니라 진심이다.

영체이니 깨끗하다는 사실도 알고 몸에 무리가 갈 일도 없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심리적 장벽이라는 건 그리 쉽게 허물어지는 게 아니다.

오죽하면 시우를 위해서라면 어지간한 일을 소화하는 샤론이 피해왔겠는가?

심지어 그가 그런 행위를 은근히 좋아한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그만큼 샤론이 지닌 거부감은 컸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샤론이 느끼는 흥분은 그러한 거부감과 아슬아슬한 경계를 맞추고 있었다.

이전까지 사고 흐름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하지 않는다’ 였다면 지금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러니까 더 당하고 싶다’ 같은 느낌?

“그래? 그럼, 오늘은 뒷구멍에만 박아줄게.”

샤론의 부탁에도 냉혹하게 답하는 시우.

“으우….”

“싫으면 이대로 끝낼 거야.”

이렇게 오랜만에 만나는데, 이전까지 거부감을 표하던 뒤를 억지로 범해진다니, 앞에는 손도 안 대고 뒤로만 할 거라니.

심지어 이렇게 달아오르게 해놓고 거부하면 끝낼 거라니.

시우답지 않은 너무한 처사이다.

그러나 오늘은 역시 뭔가 이상한 날이다.

그 차가운 태도에 도리어 미약을 먹은양 흥분된다.

소유 당하고 있다는 피학감이 두근두근 가슴을 울리고, 그의 괴롭힘 하나하나까지 사랑스럽다.

“알겠어…. 오늘…. 샤로니 뒷구멍 시우 장난감으로 써 줘.”

그렇기에 이렇게 어리광 섞인 말투로 교태를 부리게 되는 것이다.

“샤로니가 시우 기분 좋을 수 있게 열심히 조일게.”

샤로니의 유혹에 시우의 숨이 거칠어진 게 느껴진 그 시각….

“저희도 갈래요!”

“오딜 양, 안 된다니까요.”

“그래도 갈래요!”

“오데트 양도 안 돼요.”

아래층에서는 열띤 토의가 일어나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