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6
1.
여기 산책을 하는 한 남녀가 있다.
“와, 우리 저기서도 밥 많이 먹었었는데.”
“저 골목으로 가면 우리 매일 가던 킹크랩 가게 있잖아.”
“그러게, 아직도 있어?”
“응, 아까 봤더니 있더라고.”
“내일은 다 같이 먹어야겠네.”
“좋아좋아.”
평소와 같은 밤, 평소와 같은 대화, 평소와 같은 코스.
그러나 뭔가 다르다.
원래는 아무리 인적이 드문 시각에 산책을 해도 스킨십에 정도를 지키던 샤론이다.
마녀가 된 이후 줄곧 한국에서 머문 탓에 나름 유교걸이 되어있던 까닭이다.
그랬던 샤론이 오늘은 자꾸자꾸만 밀착해온다.
브래지어의 컵으로도 전부 가려지지 않는 뭉클함과 탱클함이 자꾸만 팔뚝에 달라붙는다.
또 샤론은 그걸 즐기기라도 하는 건지 의도적으로, 그리고 노골적으로 시우의 삼두에 가슴을 비빈다.
나지막한 콧소리는 덤.
“흐음….”
“샤론, 너무 달라붙는 거 아니야?”
“뭐 어때? 보는 사람도 없는데?”
결코 싫진 않았지만, 짐짓 핀잔을 주자 배시시 웃던 샤론의 손이 툭 시우의 다리 사이를 건드린다.
“…어허, 손버릇 봐라?”
“헤헤, 시우 꺼 딱딱해졌다. 꺅! 뭐, 뭐하는 거야!”
“뭐 어때? 보는 사람도 없는데.”
그에 반격하듯 능청을 떠는 시우의 억센 손이 샤론의 엉덩이를 꽉 움켜쥔다.
얇은 면바지 위로 느껴지는 탄력 넘치는 엉덩잇살과 손바닥에 톡톡 걸리는 팬티 고무줄의 야릇한 감촉.
존나 꼴린다.
아까부터 대체로 이런 분위기이다.
그렇다.
지금 두 사람 사이에 끈적끈적한 분위기가 흐르는 데엔 이유가 있다.
일반적으로 커플이나 부부가 서로의 몸을 가장 강렬하게 원할 때는 다름 아닌 싸움 직후.
가장 황홀감을 느끼는 섹스 역시 화해 섹스이다.
영영 잃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상대를 다시 손에 넣었다는 안도감.
목청을 돋우며 싸우던 파트너가 침대에서는 꼼짝못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정복감.
서로 날이 섰던 감정이 흐물흐물 녹아 사라지는 카타르시스까지.
영어권에서는 메이크업 섹스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강렬하게 서로를 원하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이번 사랑싸움이 처음인 샤론과 시우는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예상치 못했던 관객이 등장해 우선 밤산책을 나서게 되었고, 산책 중 꽁냥꽁냥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무서울 정도로 성욕이 부풀고 있는 것이다.
시우의 경우 얇은 보자기 안에 밤송이를 넣고 흔드는 것처럼 뾰족뾰족한 성욕을 느끼는 와중….
샤론의 경우는 한층 더 심각했다.
“하아….”
그도 그럴 것이 샤론은 거의 몇 개월간 혼자 하는 손장난도, 성교도 하지 않은 채 지내던 상태다.
시우가 실종된 상태에서 그런 짓을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이미 시우에 손길 아래 쾌락이 일깨워진 샤론의 오랜 금욕생활 + 이별 이후 재결합이 불러오는 성욕 항진 + 즐거웠던 옛 추억의 체험+ 은밀한 섹드립과 손장난이 더해지자 샤론의 머릿속은 온통….
‘하고싶어하고싶어하고싶어하고싶어 시우랑하고싶어!!!!’
로 도배되어 버리고 만 것이었다.
뇌가 분홍색이 된 것 같다.
자그마한 자극에도 마른 낙엽처럼 몸이 반응해 화르륵 불탄다.
아까 시우가 엉덩이를 꽉 쥔 것만으로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
그렇지만 오락실은 이미 도착한 상태.
한밤이라 사람은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사랑을 나눌 순 없다.
내부에 CCTV도 가득하고 말이다.
“시우야,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봐.”
“어? 어?”
무엇보다 샤론이 휘몰아치는 욕구를 이겨내고 이곳까지 향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이 근처 성인용품점을 들르는 것이 목적이다.
분명 시우와 샤론은 화해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샤론이 저지른 잘못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건 아니다.
커플 사이에 마음에 없는 ‘이별’을 입에 담는 건 금기 중의 금기.
설령 그게 시우를 위한 일이라고 해도 재결합이 이뤄진 이상 잘못을 저지른 건 다를 바가 없다.
샤론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나름의 플랜을 짜두었다.
“하…. 진짜 미치겠다. 오늘따라 왜 이러냐.”
그렇게 샤론이 어디론가 뛰어나가고.
시우는 아까부터 가라앉을 기미가 없는 고추를 진정시키며 다트를 툭툭 던졌다.
체취를 듬뿍 들이마셨을 때만큼이나 속이 뜨겁다.
장난을 치듯 툭툭 시우를 건드리는 샤론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대로 자빠뜨리고 싶다는 충동이 솟구쳤다.
조금 위험할 정도로 흉포한 충동이라 염려될 정도다.
“미안, 오래 기다렸어?”
잠시후 샤론이 수상할 정도로 아무런 특색이 없는 하얀 비닐백을 들고 돌아왔다.
안에 뭔가 각진 상자 모양도 보이고, 비닐이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그게 뭐야?”
“이거? 그냥 이따 먹을 간식이야.”
물음에 답하는 샤론의 발갛게 상기된 얼굴, 은근히 피하는 시선, 그리고 비닐백 안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수비적인 태도.
이것만으로 시우는 샤론이 어디를 들렀다 온 지 알아차렸다.
시우도 나름 이곳 지리에 빠삭한 것이다.
“아하, 먹을 거구나.”
“응, 간식.”
그렇지만 모처럼 로맨틱한 분위기, 오랜만의 재회 겸 데이트다.
아무리 샤론이 성인용품점에 들러서 이것저것 사왔다고 해도 ‘바로 돌아가서 섹스나 하자’라고 말하는 건 화해 직후에 해도 되는 행위인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아무래도 잘못한 게 있으니 말이다.
“오랜만에 내기할까? 돈은 넣어놨어.”
“그래, 누나가 얼마나 늘었는지 봐줄게.”
짐은 잠시 내려놓은 채 깡총깡총 뛰어 시우의 옆에 바짝 서는 샤론.
둘 다 동거 중 오락실에서 보낸 짬이 있는 만큼 룰은 501룰.
다트를 던져 501점에서 차감해 0점으로 피니시하는 쪽이 이기는 룰이다.
단, 0점을 넘어가게 맞추면 피니시가 아니라 버스트가 되어 다시 시도해야 하므로 자칫 은근 시간을 잡아먹는 게임이기도 했다.
“오, 폼이 안 죽었네.”
그래.
다른 건 일단 신경 쓰지 말고 게임에 집중하자.
모처럼 좋은 분위기인데 변수 없이 끌고 가는 편이 좋지 않겠는가?
샤론과 이렇게 신촌 데이트를 하는 것도 오랜만이고 말이다.
그때 샤론의 부드러운 몸이 시우의 등에 감겨들었다.
착 밀착되는 백허그 자세 그대로 귓가에 속삭이는 샤론.
“시우야, 근데 나 조금 피곤한 것 같아….”
끈적끈적한 교태가 서린 목소리는 샤론에게서 떨어진 OK 사인이자,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표시이다.
“이 판만 하고 돌아가자.”
그리고 샤론은 지금까지 시우가 다트에서 얼마나 자신을 봐줬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시우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모든 다트를 최고점에 꽂아놓고 버스트 없이 501점을 깔끔하게 털어냈으니 말이다.
조금 어수룩해 보여도 일단은 초인인 것이다.
2.
“쮸웁, 츄웁…. 쭈웁….”
두 사람은 난폭하게 엉겨붙었다.
엘리베이터부터 시작되어 현관까지 이어진 키스.
우당탕탕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둔 채 왈츠를 추듯 빙글빙글 돌며 침대가 있는 침실로 향한다.
끈적하게 얽혔다 떨어지는 혀.
잔뜩 흥분한 샤론도 샤론이지만 본격적으로 점화된 시우의 정복욕은 바지를 뚫으려고 하고 있었다.
굳이 떠올리려고 해서 떠오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싸늘한 눈빛으로 매몰차게 등을 돌리던 샤론의 모습이 절로 상영된다.
그것이 진심이건 거짓이건 관계없다.
지금은 단지 그렇게 차가웠던 샤론의 입에서 잘못했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쾌락의 눈물을 쏟으며 단아한 얼굴을 잔뜩 찌푸릴 때까지 탐하고, 탐하고, 탐하고 싶을 뿐.
침대 위에 반쯤 던져진 샤론 앞에 윗옷을 벗어 던지는 시우.
린네와의 강제 대련으로 더욱 흉흉한 결을 지니게 된 근육이 드러난다.
“꺄악! 시, 시우야. 잠깐만.”
“왜?”
평소의 다정함과 배려를 살짝 내려놓은 채, 방해받은 것이 마땅찮다는 듯한 수컷의 짜증.
만약 시답잖은 이유라면 그대로 샤론을 깔아뭉개겠다는 태도에서 무례함보다는 남성미가 느껴진다.
그 근간에 샤론을 향한 사랑이 있음을 알기에 드는 감상이며, 가뜩이나 욕정에 불타던 샤론의 입을 바싹 마르게 하기 충분했다.
“이야기…. 할 게 있어.”
“그래?”
“응.”
반쯤 돌아갔던 시우의 눈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샤론은 무릎을 다소곳이 모은 채 입을 열었다.
“하기 전에. 내가 너한테 잘못한 것도 사과하고 싶어서.”
“잘못?”
“나 너한테 헤어지자고 너무 쉽게 말해버린 것 같아. 그럴 마음이 없으면서도.”
물론 그 말을 뱉기 전까지만 해도 더 없이 진심이었다.
헤어져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도, 시우를 위해서라면 헤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도.
결과만 말하자면 아직 이별의 고통을 몰랐던 샤론의 오만이었다.
또한 결국엔 재결합까지 이어졌다 한들 시우 역시 샤론의 이별선언을 듣고 무척 괴로웠을 것이다.
샤론은 이런 찜찜함을 남기고 싶진 않았다.
차분히 샤론의 말을 듣던 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뭐…. 솔직히 나라고 잘한 게 있는 것도 아니잖아. 힘들었지만 결과가 좋았다면 나는 됐어. 사과는 당연히 받을게. 받아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시우의 말이 더 없이 진심이라는 건 안다.
딱히 샤론을 위해서 입 바른말을 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자기 사람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시우니 말이다.
“아니야, 그걸로는 부족해.”
“응?”
“샤론이는 혼이 나야 해.”
샤론이 발끝을 톡톡 모았다 떼며 말했다.
관능으로 녹아내린 눈빛과 달콤하게 속삭이는 샤론의 목소리는 신화 속 세이렌의 노랫소리처럼 매혹적이다.
죽을 만큼 꼴린다는 소리다.
“엄청 혼쭐이 나서, 다시는 그런 말 못할 때까지 시우한테 괴롭힘 당해야 해.”
“…….”
“날 혼내줘. 괴롭히고, 정복해줘.”
이어 천천히 시우의 앞에 무릎을 꿇고 지퍼를 내려 정성스러운 손길로 자지를 꺼냈다.
“샤론, 일단 좀 닦기라도 하고….”
“쬬옵….”
커졌다 작아지길 반복하며 쿠퍼액에 찌들었던 성기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입으로 가져가는 샤론.
샤론은 반 포경 상태인 자지의 표피를 부드럽게 혀로 밀어나가며 그 틈새의 모든 체액을 입술만을 이용해 청소해나갔다.
“츄르르릅….”
뜨겁고 부드러운 입안에서 풀발기 된 채 개화한 자지를 얌전하게 뱉어낸 샤론이….
“내가 아무리 힘들어해도 마음 약해지면 안 돼? 시우 마음대로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아줘. 그래야 벌이 될 테니까.”
같은 야한 말을 하며 눈치 보는 강아지처럼 올려본다면.
“그렇게 해 줄 거지?”
그 누가 인내할 수 있을까?
시우의 인내심도 여기서 한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