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715화 (715/917)

#715

1.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생이란 선택의 갈림길이다.

적게는 두 갈래길 많게는 그 이상의 빽빽한 선택지를 마주하고, 어느 쪽으로 향하느냐에 따라 결과값이 달라지는 그런 갈림길 말이다.

시우가 짐작한 대로 그를 데려온 일은 리디아의 독단이었다.

대놓고 행하자면 너무도 많은 리스크를 짊어지니 말이다.

납치하는 과정에서 리스크의 일부분을 린네에게 떠넘기긴 했지만, 이 보험 또한 그가 리디아의 아래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마자 유명무실해질 보험이었다.

아무튼 그가 로지의 저택으로 향한다는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남몰래 뒤를 밟았고, 믿기지 않는 장면을 직접 보았다.

금빛 마력을 휘두르는 거인.

고작 남자 마녀라 내심 무시하고 있던 것과 달리 전투 경험이 풍부한 대마녀인 로지를 상대로, 그것도 그녀의 공방에서 정면으로 찍어눌렀다.

그가 발하는 마력보다 훨씬 빛나는 금화의 분수가 리디아의 눈에 아른거렸음을 물론이다.

그 시점에서 리디아의 앞에는 또 하나의 갈림길이 나타났다.

기존의 계획대로 신시우를 에렐림 공작에게 넘기느냐.

그게 계획을 변경해  그를 자신의 것으로 삼느냐.

사실 그가 굳이 가공할만한 무력을 내보이지 않았을 때도 리디아는 신시우의 가치를 높게 치고 있었다.

무려 역사상 최초의 남자 마녀이다.

그와 처음 만났을 때 ‘네 몸값이라면 한 나라도 살 수 있다’라고 말했다는 게 과언이 아니라는 것.

에렐림 공작이 협상 재료로 요구했다는 점도 리디아의 평가가 어긋나지 않았음을 증명해주었다.

단지 그를 넘기며 발생하는 부가적인 이익이 더 컸기에 판매를 생각해왔을 뿐이다.

그러나 로지와의 전투 장면을 목격함에 따라 저울에 놓였던 추의 무게가 달라졌다.

신시우를 소유함으로써 얻게 될 이득이 그를 에렐림 공작에게 보냄에 따라 얻는 이득보다 크다면 당연히 계획도 달라진다.

린네가 신시우의 실종에 관한 책임을 떠맡는 건 변함 없다.

린네는 리디아의 본심을 들었으니 이상의 용의에 대해 항변할 테지만.

공적 사이에서도 위험분자 취급받는 린네와 온건파의 주축 중 하나인 리디아가 여론전을 벌이게 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한 것이다.

또한 린네가 신시우를 빼돌린 것으로 공표되고 처벌을 받는다면 에렐림 공작에게서 불필요한 언짢음을 살 필요도 없어진다.

신시우의 실종은 거래물품을 보고 욕심이 생긴 부외자의 일탈 즉, 피치 못한 사고로 마무리 될 테니까.

그 결과 신시우는 마법처럼 사라져 리디아의 소유가 된다.

그로인해 평화협상은 지연되겠지.

어쩌면 헥센나흐트와 게헨나간의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리디아는 강경파가 선동하듯 전쟁을 두려워하는 겁쟁이가 아니었다.

단지 ‘평화’를 길게 유지하는 게 그녀에게 이득이기에 온건파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에 불과했다.

이렇듯 고려해야 할 경우의 수가 늘었으니 그에 따른 준비절차도 치러야 한다.

일방적인 노예와 주인관계도 좋지만 모처럼의 남자 마녀이다.

다시는 획득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그 자체로 가치가 탁월한, 모두가 탐내는 애완동물.

그렇기에 리디아는 일방적인 훈육이 아닌 지속 가능한 관계를 원했다.

어찌됐건 탈출을 꿈꾸고 있을 그에게 손바닥 뒤집듯 계획이 바뀌었음을 알리면 불만은 자명한 일.

신시우와 살을 섞는 것 역시 그의 불만을 달래주는 방책의 일환이었다.

무릇 수컷이란 맨살을 포갠 암컷을 상대로 관대해지기 마련이다.

물론 높은 성취를 거친 대마녀답게 왕성한 호기심이 작용한 것이 더 컸지만 말이다.

시우는 셔츠를 완전히 벗으며 물었다.

가뜩이나 발달한 몸이 음영 아래 비치자 울퉁불퉁한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심미적으로 아름다운 몸이었다.

“남자랑은 해본 적 없으시다고요?”

“응. 거짓말 아니야.”

“근데 왜 저는 괜찮은 건가요?”

“마녀잖아. 난 인간은 싫어하지만, 마녀는 좋아해.”

시우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녀들의 마녀 지상주의가 하루 이틀이랴?

리디아 역시 인간은 제 몸에 손도 대지 못하게 하는 순혈 마녀임이 분명했다.

어차피 평생 만나 알콩달콩 백년해로할 것도 아닌데 가치관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메인 퀘스트는 단 하나였다.

리디아가 쾌락에 뻗게 하여 그로 인해 마력 증폭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은폐하는 것.

서브 퀘스트까지 논하자면 리디아의 호의를 받아 빈틈을 노리는 것 정도가 되겠다.

“저는 좀 거친데 괜찮으세요?”

“뭐가 거친데? 어머.”

시우는 리디아의 어깨를 잡고 침대 위로 눕혔다.

설마 이럴 줄은 몰랐다는 듯 멍하니 눈을 끔뻑이더니 이내 애완동물의 재롱을 보는 듯 깔깔 웃는 리디아.

여유 가득한 입꼬리에는 ‘가소롭네’라고 말하는 듯하다.

“좋아 뭐. 네가 원하는 대로 해보렴.”

“항상 궁금했는데 왜 마녀들은 다 관계 전에 이렇게 자신만만한 건가요?”

“우습잖아. 네가 살아온 세월과 경험이 얼마인데. 새파랗게 어린 마녀가 혼쭐 내주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게 어떻게 안 웃기겠어.”

반쯤 덮쳐가는 자세에서 묻자 리디아는 잠깐의 고민도 없이 답했다.

“아무튼, 네가 좀 거칠면 나는 어떻게 하면 돼? 좀 온순하면 되나? 싫어하는 척하면 되나?”

“아뇨 굳이 그럴 필요는….”

“잠깐 감정 좀 잡아볼게.”

리디아가 눈을 슬며시 감았다가 다시 떴을 때.

시우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리디아의 눈빛이 달라졌다.

시우의 그림자에 깔려서도 농담 따먹기를 하던 대담한 모습이 삽시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자리를 대신하는 건 세상 물정 모르는 공주님이다.

처음 맡아보는 남성의 체취와 자극적인 구도에 툭 건드리면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변해버린 표정.

손만 잡아도 얼굴이 빨갛게 변해버릴 것 같은 공주님의 침실에 몰래 잠입해 침대 위에 강제로 눕혀놓은 현실감을 단숨에 연출하는 명연기였다.

“정말 말 잘 들으면…. 사진 지워 주는 거지…?”

“…무슨 컨셉인가요?”

“내가 너한테 이상한 사진 찍혀서 협박당하는 컨셉.”

물론 이마저도 시우를 놀리기 위한 일환에 불과했다.

도발이라면 도발이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숱한 승리에서 비롯된 자신감이다.

페리윙클도 그랬고, 예소드 백작님도 그랬고, 도로시도 그렇고.

숙맥이나 다름없던 마녀를 제외하면 죄다 시우를 상대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는가?

시우는 여태 배웠던 모든 테크닉을 적극 활용하기로 마음먹으며 리디아의 오프 숄더 드레스를 잡아 내렸다.

보통 이런 드레스를 입으면 누브라를 해 꼭툭튀를 방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마녀는 잘 하지 않는다.

대신 옷감을 두툼하게 하는 편을 선택하거나 그냥 서로서로 신경쓰지 않는 게 보통이었다.

따라서 붉은 드레스는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가슴 아래까지 끌어내려 져 리디아의 맨가슴이 노출되었다.

마녀답게 완벽한 모양새이다.

고르게 분포한 가슴 조직 탓에 보기 좋은 유선형을 그리는 물방울 형태.

누워있는 자세 탓에 살짝 벌어진 가슴의 사이즈는 대략 C에서 D 사이.

아직 젤리처럼 말랑한 형태를 유지하는 선홍빛 유두와 그 주변을 바치고 있는 유륜도 특별할 건 없었다.

그럼에도 여자의 젖가슴을 처음으로 언박싱하는 건 묘한 흥분을 자극하는 순간이다.

평소 옷으로 꽁꽁 싸매던 여체가 껍데기를 벗겨 내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관음의 상상과 관측의 현실이 교차하는 순간이니 말이다.

“이 다음은 뭐야?”

딱히 부끄러워하는 기색도 없이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은 채 묻는 리디아.

시우는 기어가듯 리디아의 위로 몸을 포갰다.

부드러운 가슴과 끝 부위의 꼭지가 살랑살랑 가슴팍을 간질인다.

노리는 곳은 곧은 백합꽃처럼 수려한 라인을 자랑하는 목덜미.

경험해본바 실제 섹스는 AV랑은 꽤 다르다.

대충 물고 빨고 박으면 기모찌를 연사하는 장면은 허구와 판타지로 점철된 가공된 풍경이다.

그렇다면 여성에게 있어 가장 민감한 성감대는 어디일까?

바로 뇌다.

무드도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처음부터 성감대를 노리는 것보다는 끈적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게 먼저라는 거다.

“흐음…. 간지러운 건 싫은데.”

혀끝으로 매끈한 살결을 핥으며 입술을 모아 가벼운 키스마크를 남긴다.

이성을 잃고 질내사정에 미쳐버리면 곤란하니 체취는 주의했다.

“흐음, 흐으음…. 그래도 기본은 돼 있네.”

리디아는 아이를 어르는 누나처럼 시우의 머리를 가볍게 안고 콧소리를 흘렸다.

교태 어린 몸짓으로 움찔거리며 응석을 받아주듯 살며시 몸부림친다.

리디아의 허리가 조금씩 들뜨기 시작할 무렵부터 시우는 계란을 쥐듯 섬세한 손놀림으로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육안으로 봐도 깨끗하고 매끄러웠던 아가밥통은 절로 탄성이 나올 만큼 그립감을 자랑했다.

단단한 부분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주무르는 대로 형태가 흐트러질 것처럼 몰캉대는 가슴이 전혀 쳐지지 않은 채 물방울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니.

영체의 위대함에 감탄할 따름이다.

“츕….”

시우는 리디아의 목덜미에서 입술을 떼었다.

리디아는 제 목에 선연히 남은 키스마크를 바라보며 키득거렸다.

“당분간 이 드레스 입긴 글렀네.”

언뜻 키스 전과 전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모습이지만 확실히 다르다.

살짝 젖은 눈망울, 피부를 맞대고 있을 때 느꼈던 체온, 한층 관대한 미소까지.

시우가 올바른 분위기 형성 작업을 거쳐 가고 있음은 명확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될 게 있다.

시우의 애무 테크닉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같은 신체를 지닌 동성의 애무가 이성의 애무보다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페널티를 껴안고 마녀를 침몰해왔던 건 결국 붉은 자지이다.

“너도 꺼내 봐. 나만 벗으니까 부끄럽잖아.”

“좋습니다.”

리디아의 허리 위에 반쯤 걸터앉았던 시우는 별말 없이 벨트를 풀고 버클을 끌렀다.

-투욱!

그리고 두툼한 그림자가 리디아의 배 위로 그림자를 드리운다.

“에.”

리디아의 입술이 벌어지며 저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저게 자지?

처음에는 구도 탓에, 조명 탓에 발생한 착시라고 여겼다.

그러나 눈을 비비고 봐도 하늘로 꼿꼿이 뻗은 명창은 조금의 왜곡도 없었다는 듯 당당히 위세를 뽐내고 있다.

그러니까…. 저걸 어디에 넣겠다고? 라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의미다.

-찌익!

당황하던 리디아의 치맛자락이 찢어진다.

시우의 손에 속절없이 찢겨나간 드레스는 리디아의 푹신거리는 허벅지 안쪽과 하얀 끈 팬티를 고스란히 드러내었다.

“야, 이거 비싼 건데….”

“다리 좀 더 벌려요.”

항의하는 리디아의 말을 묵살한 채 팬티를 옆으로 젖힌 시우.

아랫입술 옆에 주차 완료된 팬티가 리디아의 입술 한쪽을 살며시 잡아당기며 적나라하게 치부를 노출한다.

고작 목에 키스를 한 것만으로 살짝 젖어있는 입구를 보니 제법 민감한 듯 보였다.

“아하, 거칠다는 게 이런 의미였구나. 좋아.”

그러나 리디아는 금방 평정을 되찾았다.

무례함에 대한 분노보다는 오히려 신선한 플레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누가 금화의 마녀를 이런 식으로 다뤄보겠느냔 말이다.

“어울려줄게.”

이러한 호기심이 무지에서 비롯한 방만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리디아는 머지않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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