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2
1.
무언가 단단한 물체를 깨뜨리기 위해 노력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처음엔 온갖 짓을 다해도 꿈쩍 않던 물체가 아주 작은 실금이 가게 된다면 쉽게 갈라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이는 린네의 상황과도 몹시 흡사했다.
결핍의 저주는 몹시 강력하여 일반적이라면 아무리 만취 상태여도 플러스에 해당하는 감각 및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오르가즘은 원초적 쾌감 중 하나.
심지어 린네는 숱한 단련으로 육체적으로 완전히 개발된 상태였다.
개발된 성감대에 정확히 때려 박힌 절정의 쐐기는 견고하기 짝이 없던 결핍의 저주에 기어이 실금을 남겼다.
그렇게 얻어낸 10분의 1의 쾌락.
“흐믓…! 하아…. 하아…. 하으읏…!”
그것만으로 린네는 몸부림친다.
한 번 왕복의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범람하는 황홀함이 뇌를 잠식한다.
심지어 절정 중이 아님에도 말이다.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린네가 인지하는 절대적인 쾌감은 1할에 불과하지만, 상대적인 체감은 일반 여성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인간은 자극에 익숙해지도록 설계됐다.
어렸을 땐 그렇게도 달콤하고 맛있던 사탕이 어른이 되면 그다지 맛이 없어지는 것도.
첫 경험 땐 그렇게도 황홀했던 자위가 어느 순간 귀찮은 일과로 전락하는 것도.
모두 쾌락을 주는 자극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린네는 어떤가?
검의 마녀의 이름을 물려받은 그녀는 수백 년간 쾌감과 쾌락을 제어 당했다.
강해지고 있다는 자각이 있을 때 겨우 소소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지만 그건 쾌감과는 거리가 멀다.
결핍의 저주는 당근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채찍을 휘두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이미 개발이 완료되어버린 신체로 생전 처음 겪는 원시적이고 난폭한 성감.
심지어 시우가 허리 짓을 반복함에 따라 그 강도가 점점 강해진다.
거대했던 바위에 생겨난 틈으로 계속 물이 스며들듯 전달되는 쾌락의 정도 역시 커지고 있다.
“하, 흐…. 므아….”
그 연동이 2할을 넘어 3할쯤에 도달했을 때.
이미 린네는 제대로 된 단어로 대화가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렀다.
전신의 교감 신경이 활활 타오르는 것 같다.
눈앞에 만화경처럼 화려한 불꽃이 연신 터져나가는 까닭에 아무리 질끈 눈을 감아도 눈이 부시다.
-쮸걱! 쮸걱! 쮸걱!
“흐므, 므므…. 히극…!”
그의 물건이 빠져나갈 땐 안쪽 점막이 일일이 곤두서며 미칠 듯한 해방감과 상쾌함이 달린다.
그의 물건이 다시 들어올 땐 더 깊게 박히고 싶다는 섬뜩한 욕망 아래 그를 밀어내야 한다는 나약한 이성만이 너울거린다.
양 귀에 이명을 남기며 들리는 꼴사나운 목소리는 다름 아닌 린네 자신의 것.
-찔걱찔걱
“흐갓…?!”
알고 있던 일이 알지 못하던 일로 변해간다.
익숙하다고 착각했던 일이 미지의 것이 되어 몸을 제멋대로 유린한다.
최대한 꼴사나운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기 위해 입술을 꾹 깨무는 것만으로도 린네의 의지는 초인의 경지라 여겨도 무방했다.
-쯔붑쯔붑
“흐므므…. 으극…!!!”
기분이 좋다.
분명 기분이 좋다.
하지만 이렇게 기분이 좋아도 되는 건지.
이대로 쾌감에 마모되어 부서져 버리는 건 아닌지 두렵기까지 하다.
“이야, 이렇게 좋아하실 줄은 몰랐는데요?”
“흐아…. 흐아… 하아… 하아….”
그저 황홀함의 나락으로 떨어지던 린네는 밀물처럼 밀려오는 쾌감 속에 간신히 호흡을 되찾을 수 있었다.
자신의 의지로 해낸 것이 아니었다.
제자인 신시우가 비아냥을 내뱉으며 허리의 움직임을 멈춰주었기 때문에.
그 자비 덕에 겨우겨우 이성의 끈 몇 가닥을 쥔 것에 불과하다.
어느덧 전신이 흠뻑 젖어있다는 걸 깨닫는다.
이렇게 싸늘한 실내임에도 두피 안쪽까지 열기가 뻗쳐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듯하다.
특히 가랑이 사이는 굳이 만져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축축하게 젖어있다.
“좋지, 않아…. 하나도…. 좋지 않다….”
독한 술에 취한 것처럼 횡설수설 부정하는 린네.
“그런가요? 조금 힘들어 보이셔서 쉬게 해드리려고 했는데. 고작 5분 만에 이 정도라 좀 예민한 편이시네요.”
“오 분?”
“네네, 아까 젖꼭지 만졌을 때부터 5분이요.”
린네는 덜커덕 굳었다.
체감상 3시간 정도는 환락에 취해 있었다고 생각했다.
5분?
겨우 5분이라니.
믿기지 않는 사실에 황망해진 린네는 가슴 위로 뻗어지는 손의 존재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하아아아앗…!”
그리고 시우의 손이 평소처럼 그녀의 젖꼭지를 잡고 살짝 비트는 순간.
새총에 맞은 것처럼 덜커덕 몸이 떨리며 뾰족한 교성과 함께 린네의 입이 한껏 벌어진다.
“이렇게 해주는 거 좋으세요?”
“므긋…!”
“이렇게? 이렇게요?”
시우의 현란한 손끝을 따라 틱틱 이리저리 튕겨지는 핑크색 돌기.
그때마다 무섭도록 떨려오는 아랫배와 이에 연동되어 조여지는 뒷구멍.
린네는 엉겁결에 시우의 손목을 잡았으나 거기엔 그를 만류할 힘이 조금도 없었다.
쾌락의 달콤함이 그녀가 저항할 모든 힘을 앗아간 것이다.
그 덕분에 시우는 쫄깃쫄깃한 유두를 마음껏 잡아 늘이고 공을 튀기듯 가지고 놀며 린네의 강렬해지는 조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알고 계셨나요? 이걸 이렇게 만질 때마다 스승님이 엄청 쪼여대는데 이게 별미입니다.”
“몰라…! 몰랐…! 흐그그극…!”
“모르셨으면 배우면 되겠네요. 자, 보세요 이렇게 빙글빙글 돌려주면서 박아주면….”
“그마안…!”
그의 손가락이 애처롭게 발기한 유두를 지분거리며 허리를 찔러올리는 그 순간.
-쮸걱!
“흐긋…!”
관자놀이를 내려치는 듯한 강렬한 쾌감.
뒷보지의 쾌감과 가슴의 쾌감이 하나로 연결되어 몸을 관통하는 벼락이 치는 듯한 충격.
“아각…가…므….”
이 두 가지가 더해져 린네의 눈이 뒤집어진다.
언제나 근엄하게 다물려 있던 입은 쩍 벌어져 입가로 침이 흐르고, 단단히 쥔 검을 무자비하게 휘두르던 두 손은 무의미하게 허공을 휘적인다.
“이러다 자지 터지겠습니다 스승님. 그렇게 좋아요?”
“…흐…므….”
말은 이렇게 해도 솔직히 무서워진 시우다.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어느 정도 선이 있기 마련인데….
이건 살짝 선을 넘긴 정도의 반응이니 ‘이걸 계속해도 되나?’ 싶은 것이다.
계속하며 호흡 곤란으로 죽거나 머리가 고장 나 버릴 것 같은 린네를 상대로 계속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그래서 슬며시 꼭지를 놓고 허리 움직임도 멈추며 린네가 숨을 쉴 수 있게 기다려주었다.
물론 그와는 별개로 지금 그녀의 모습이 아주아주 꼴렸지만 말이다.
몸을 겹친 건 여러 번이지만 이제야 그녀와 섹스한다는 기분이 든다.
“하아…. 하아….”
숨도 제대로 못 쉰 채 쾌감에 허덕이다 축 퍼진 린네.
특별한 자극이 더해지지 않는 지금도 온몸에 떨림이 멎질 않는다.
젖꼭지는 여전히 그의 손길이 어루만지듯 찌릿거렸고, 그의 물건이 단단히 박힌 뒤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음에도 절절한 쾌감을 토해낸다.
방금 전에도 뿌리치고자 하면 뿌리칠 수 있었다.
마녀에게는 자율방어가 있지 않은가?
만약 이 행위를 린네가 진정 혐오했다면 충분히 뿌리칠 수 있었다.
그러지 않았다는 건, 내심 린네의 무의식이 이 행위를 인정했다는 의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듯한 자극.
처음 느껴보는 위태로움과 아찔함.
그 안에서 린네는 끝없는 애욕이 불타오르는 걸 느꼈다.
-욱씬
너무 과도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감각이 느껴지기 시작한 이후부터 한 가지 전혀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욕망의 뿌리를 찾는다.
-욱씬 욱씬
그것은 앞 구멍 즉, 여성기.
그곳이 너무도 간지럽다.
애태워지기만을 반복한 나머지 욱신거림에 도달한 자궁의 떨림이 아까부터 한 가지를 속삭이고 있다.
린네가 아는 한 ‘뒤’는 본디 성교를 위한 구멍이 아니다.
앞쪽이야말로 정말 성교를 위해 만들어진 곳.
그렇다면 뒤로도 이렇게나 기분이 좋은데, 미칠 듯이 꿈찔거리는 이 앞구멍에.
빨리 자지를 삼키고 싶다는 양 군침을 줄줄 흘리고 있는 이 앞에 박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위험한 호기심이 자꾸만 치솟는다.
이에 린네가 취한 행동은 간단했다.
덜덜 떨리는 손을 앞쪽으로 옮긴다.
미끈거리는 대음순에 손끝을 걸쳐 활짝 펼친다.
“여기도….”
하지만 린네는 남성을 유혹하는 방법을 알기에 행하는 행동이 아니었다.
그저 그의 삽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본능에 따라 취한 행동.
“여기에도….”
하지만 부끄러운 짓이라는 건 안다.
여성이라면 반드시 감춰야 할 비밀스러운 부위를 활짝 벌려 보이며 삽입을 애원하다니.
그러나 수치와 모멸은 불길 같은 욕망에 쉽사리 불타버린다.
지금은 그저 원하고 또 원할 뿐이다.
“…….”
시우의 움직임이 멈췄다.
지금 자신이 보고 듣는 게 현실인지 꿈인지 제대로 분간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리를 활짝 벌리고 뒷보지에 박히면서도 꿋꿋이 다물려 있던 린네의 보지다.
그런데 지금은 새하얀 순결의 증표가 얼핏 보일 정도로 활짝 벌어져 있다.
그것도 린네 본인의 손에 의하여.
-쩝
잘 익은 과실을 쪼갠 것처럼 애액이 실처럼 음란하게 늘어지는 와중에 한껏 벌렸음에도 태생적으로 좁은 구멍인지 그 안은 몹시도 좁고 뻑뻑하게만 보인다.
이는 명백히 위험한 유혹이다.
이제껏 린네한테 온갖 개 짓거리를 했던 건 결국 질내사정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밖에 싸면 그만이라지만 이 구멍에 박는 순간 그간 고생고생했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즉, 논리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그녀의 유혹은 피하는 것이 무조건 옳다.
근데 그게 뭐.
“빨리…. 빨리….”
관능으로 녹아내린 눈빛으로 어린아이가 칭얼거리는 것처럼 더욱 활짝 보지를 벌리는 린네.
그 린네가 저러고 있는데 이 이상의 호소력 있는 설득이 있을까?
단언컨대 없다.
걍 밖에 싸면 된다.
질싸만 피하면 된다 질싸만.
이 얼마나 쉬운 일인가?
-주르륵 퐁!
“아흣!”
“스승님, 그렇게 앞에도 박히고 싶으세요?”
경황이 없는 와중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린네.
“그럼 이렇게 말해보세요.”
변명을 하자면 계획대로 린네에게 수치심을 안겨줘 다시는 관계를 요구하지 못하게 할 셈이다, 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본심은 그냥 듣고 싶은 것이다.
보지 활짝 암컷 선언을 하는 린네에게 그보다 더욱 음란한 말을 말이다.
“그, 그런….”
시우의 말을 들은 린네의 눈이 활짝 열린다.
정신이 반쯤 나갔던 린네라도 그런 천박한 선언은 차마 할 수 없다는 반응.
“그래서 안 할 거에요?”
-탁탁탁탁
“히윽! 므긋…!”
“이걸로 푹푹 쑤셔 줄 건데?”
비좁은 뒷구멍에서 빠져나온 애액과 오일로 번들거리는 고기의 창.
시우는 그 묵직한 창대를 휘둘러 벌어진 린네의 보지를 탁탁 내리쳤다.
“힉! 히윽…!”
애액이 철퍽철퍽 사타구니에 튈 때마다 린네의 어깨가 흠칫흠칫 떨린다.
그렇게 애태우길 겨우 10초.
린네의 입술이 조심조심 열린다.
제자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서가 아닌, 그녀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후, 후장만…. 비처녀인…. 린네…한테 보지 섹스 베풀어주세요….”
난생처음 쾌락을 알게 된 린네는 이미 이성적 판단이 불가할 정도로 탐닉에 젖어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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