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691화 (691/917)

#691

1.

엄격한 선대에게 낙인을 물려받은 마녀는 자신의 견습마녀에게도 엄격하다.

대부분 가정과 다를 것 없이, 마녀의 교육 방침은 후대에도 이어지는 것이다.

엄격했던 선대는 린네에게 조금의 쉴 틈도 주지 않은 채 단련에 열중하게 했다.

최소한의 수면 시간을 제외하면 검을 이용한 대련, 혹은 마법 연구에만 몰두해야 했고 린네는 언제나 지쳐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그게 아니라도 일가족을 모조리 잃는 비극을 겪으며 견습마녀로 거듭난 린네에겐 쾌감 따위를 탐닉할 여유가 없었다.

낙인을 부여받게 된 이후엔 자연스레 결핍의 저주까지 물려받게 되었으니 성적 쾌감은 린네와는 영영 연이 없는 감각이었다.

그런 린네에게 오르가즘의 쾌감은 너무나도 강렬한 자극이다.

신의 기적으로 광명을 되찾은 장님이 선글라스를 벗자마자 한여름 휴양지 뙤약볕을 올려다본 것과 다름없다.

그 결과 발생한 공황으로 린네는 일시적 스턴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린네는 일류 검사.

최대한 침착하게 제 몸에서 벌어지는 자극을 관조하려 노력했다.

“…….”

-움찔!

먼저 이 아랫배의 반사적 수축.

이전엔 근육의 전기적 반사작용으로만 인식했던 아랫배의 수축이다.

기껏해야 그의 물건이 삽입된 불쾌감을 강조했을 뿐이다.

그러나 감각을 느끼게 된 지금은 조금 다르다.

징징거리는 진동을 감지할 때마다 뭔가 달콤한 액체를 뇌까지 펌프질 하는 기분이다.

그 액체는 견습마녀가 되기 전 먹었던 벌꿀보다도 훨씬, 훨씬 달다.

-탁!

“…읏.”

린네의 팔이 낙법을 치듯 양 바닥을 짚었다.

방금 전에 몸이 부웅 공중에 내던져지는 듯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등은 제대로 지면에 붙어 있으며 헥센나흐트에 자연적 지진이 발생할 리도 없다.

린네가 감각의 과부하와 현기증 탓에 저 혼자 당혹스러움에 잠긴 것과 달리 시우는 그녀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숨소리가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원래 오르가즘이 올 때면 항상 비슷한 소리를 냈다.

그게 딱히 쾌감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대뜸 팔을 허우적거리는 일은 처음이었기에 그녀의 표정을 확인한 시우.

그 즉시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스승님?”

“…….”

“스승님?”

“…….”

린네가 고장 나 있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스르륵 잠이 들 것처럼 흐리멍텅한 눈이 지금은 놀란 새끼 고양이처럼 땡그랗다.

더 크게 뜰 수 없을 것처럼 커다랗게 눈을 뜨고 있는 와중에 그 눈동자는 귀신이라도 본 양 흔들거리고 있다.

시우는 저도 모르게 천장을 올려보았다.

그녀가 엄청나게 놀랄 만한 게 천장에 붙어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가령 생김새와는 달리 바퀴벌레를 엄청 무서워하는데 때마침 출몰했다던가.

“…….”

하지만 딱히 보이는 건 없었다.

여느 때와 같은 다실이다.

다시 린네를 바라보았으나 아까와 상황이 똑같다.

꼭 조금 전 사진을 갖다 붙인 것 같았다.

“몸이 안 좋으신가요?”

“…….”

술기운이 문제인가 싶어 물어보자 그제야 주춤주춤 시선을 시우에게 맞추는 린네.

아무런 답도 없이 바라보기에 되려 뻘쭘하다.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절정으로 인한 뻑뻑함도 줄었다.

다시 움직일 시간.

솔직히 린네와의 관계는 뜨거운 성교라기보다는 반복 운동에 가깝지만 생리적으로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다.

마침 어제 제대로 마무리도 못했겠다 린네의 억지에 어울리는 김에 시원하게 사정이나 하고 잠자리에 들자고 다짐했는데….

-쭈욱

“웃!”

자지로 쿡 찌르자마자 린네의 허리가 움찔 들린다.

게다가 생전 들려준 적 없는 이상한 소리까지 콧소리까지 내면서.

마치 자지를 피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린네는 두 다리가 허공에 대롱대롱 들려있는 상황.

더군다나 시우의 대물 자지는 한 번 삽입되면 어지간해서는 잘 빠지지 않는다.

고작 허리를 조금 들썩인 정도로는 도망칠 수 없다는 거다.

학습이라는게 참 무섭다.

그동안 인형처럼만 반응하던 린네였기에 일련의 반응이 쾌락 때문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찌걱!

“후뭇?!”

도망친 린네를 쫓아 한 번 더 허리를 쳐올렸을 때 비로소 직감한 시우.

왜냐하면 애꿎은 바닥을 헤집던 린네의 손이 이번엔 덥썩 시우의 손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제야 바뀐 것이 비단 그녀의 표정과 자세만이 아니었음을 직감한다.

린네의 눈동자에 미지의 것을 접하는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손목을 붙잡은 채 바들바들 떨리는 이 손은 쾌락을 느낄 때 반사적으로 움켜쥐는 손동작에 가까웠다.

어쩌면 시우를 만류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설마 느끼십니까?”

“…….”

질문이 이해가 가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시우의 말에 귀를 기울일 여력이 없는 건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로부터 들려오는 대답은 없다.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다.

그냥 움직여보면 된다.

-쮸걱! 쮸걱!

이번엔 린네가 도망치지 못하게 두 다리를 겨드랑이 사이에 끼웠다.

“하뭇...!”

인형에서 사람이 되다 못해 이상한 소리를 내는 악기가 된 린네.

동시에 겨드랑이 사이를 걷어차려는 듯 발에 힘이 단단히 들어간다.

-쭈우욱!

이번엔 천천히 거의 끝 부분까지 빼낸다.

“므…. 마….”

자지 겉면을 긁어내는 듯한 쫀듯한 조임과 열감이 꿈틀꿈틀 전해지자 린네의 입이 한껏 벌어져 금붕어처럼 끔뻑였다.

이제 확실하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술이 무슨 영향을 끼쳤다고 어렴풋이 추측할 수밖엔 도리가 없지만….

린네는 지금 분명 느끼고 있었다.

“오.”

그리고 그 사실은 뜻밖의 흥분과 고양감을 시우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도 그럴게.

그렇게 노력해도 목석처럼만 반응하던 린네이다.

그것만으로도 은근히 자지를 화나게 했던 린네가 시우의 작은 움직임에 애처로운 몸짓을 보여준다는 건 놀라울 만큼 꼴림을 불러일으키는 반응인 것이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남자를 꼬시는 린네의 음탕한 반응과는 별개로 시우는 직감했다.

이건 절호의 기회다.

이제껏 시우는 린네를 퇴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각양각색의 권모술수를 활용해 그녀 자신이 관계를 꺼리게 하기 위해 애써왔던 것이다.

그러나 린네는 정신적 측면과 신체적 측면 모두 강적이었다.

우선 두려울 정도의 정신력.

어제 그 꼴을 보이고도 오늘 다시 관계를 요구하는 집요함이 그 증거다.

특히 신체적으로도 쾌감을 느끼지 않는 만큼 절대 방패, 그로 인한 망가지는 모습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물리 이뮨과 높은 마법저항력을 지닌 개사기 탱커였던 그녀에게 드러난 빈틈.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아예 오금에 손을 얹어 완전히 뒤집힌 자세가 되게끔 유도한 뒤 고정한다.

마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두 사람의 완력 차는 현격하기에 완력의 우위는 이쪽에 있다.

-찔걱! 찔걱! 찔걱!

“믓…. 믓….”

요상한 소리를 내는 린네의 표정이 한결 가까이 서 보인다.

찌를 때마다 눈이 커졌다가 작아지길 반복하며 자지 뿌리에 확실한 압박감이 전해진다.

사실 감각 자체는 일전과 다를 게 없다.

린네가 느끼지 못하던 부분은 오직 정신적인 쾌감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차별점은 시각적 요소에 있다.

가장 눈에 보이는 극단적인 변화는 정상위 자세를 취했을 때 시선을 강탈하던 모찌보지.

세상 모든 탱글함과 부드러움을 두 조각으로 빚어 만든듯했던 아랫입술.

워낙 두툼한 틈새에 숨어 수줍게 모습을 감추던 핑크빛 새싹이 지금은 발딱 서서 음란하게 반짝인다.

-쮸우욱!

그뿐 아니라 자지를 박아 넣을 때마다 비좁은 틈새로 흘러나오기 시작한 진심 암컷즙이 어느덧 자지를 촉촉이 적시며 윤활작용을 돕는다.

이거라면 틈틈이 오일을 추가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하아…. 므므믓…!”

린네는 뜨거운 제 한숨이 퍽 요상하게 들렸는지 입술을 꽉 깨물며 신음을 참았다.

어젯밤 들려주었던 기계적인 신음이 아니다.

DNA레벨로 본능에 각인된, 수컷의 흥분을 가미하여 더욱 끈적한 씨를 받아내기 위해 디자인된 자연스러운 선율이다.

생명력 넘치는 붉은빛으로 발갛게 상기된 뺨에서 시우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유명한 설화를 떠올렸다.

자캐딸을 치던 정성이 하늘에 닿아 결국 조각상이 살아 숨 쉬게 되었다는 조각가 피그말리온의 일화를.

린네의 변화는 그처럼 극적이었다.

“나한...테 무슨… 짓을….”

그 시점에서야 겨우겨우 입을 열 정신이 생겼나 보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양 시우를 올려보며 묻는 린네.

겨우겨우 입을 뗄 여력이 생긴 모양이지만 기다려 줄 생각은 없다.

지금이 공격의 적기.

어차피 해줄 대답도 ‘모르겠어요’밖에 없지 않은가?

시우의 손이 곧장 린네의 소담한 가슴의 첨단, 젖꼭지를 향한다.

뒤에 바짝 붙어 박아줄 때 언제나 심심풀이 삼아 만져왔던 린네의 조임 스위치.

그것을 손끝으로 살짝 비틀어 꼬집는다.

그때는 신경도 쓰지 않던 그녀가 이번엔 어떤 반응을 보여줄 것인가?

“흐므…!”

린네는 몸에 불똥이 떨어진 것처럼 세차게 떨린다.

억지로 굽혀졌던 몸이 반대로 펴지며 시우를 밀쳐내려는 듯 버둥거린다.

하지만 이미 깊숙이 삽입된 상태에서는 더욱 골고루 속살을 맛볼 수 있게끔 삽입을 도울 뿐이다.

-꾸우우욱 꾸우욱 꾸우우욱!

“흣…흣…흣….”

조임 스위치는 정상 작동했다.

심지어 사운드 기능까지 업그레이드된 채 소비자의 만족을 돕는다.

“하하.”

시우는 웃었다.

저 위에서 이 치열한 전장을 오시하던 린네가 감각을 되찾음으로써 비로소 공평한 전장에 발을 내디뎠다.

머릿속을 스쳐 가는 수많은 시도와 수많은 실패.

언제나 승자는 린네였다.

그리고 마침내 복수의 시간이 다가왔다.

고추의 매운맛을 보여주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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