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0
1.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하루의 일과로 자리 잡은 린네와의 애널섹스 타임.
두 사람은 오래된 연인처럼 자연스럽게 준비를 끝냈다.
“츄웁, 츄우웁….”
자지를 붙잡은 뒤 입에 넣고 우물우물.
어색한 펠라로 발기 자지를 발아해 낸 린네.
“이 정도면 된 것 같습니다.”
“알겠다.”
그녀는 흐느적거리는 몸동작으로 엎드리려 했다.
어제처럼 스타킹만 걸치고 있는 린네의 붓꽃처럼 청아한 뒤태가 드러났을 때.
시우가 입을 열었다.
“잠시만요, 스승님. 자세를 바꿔서 즐기고 싶습니다.”
“자세를?”
“이렇게 누워보시겠어요? 절 보면서요. 아, 그리고 벗었던 옷은 저 주세요.”
일상 속 혹은 대련 중에는 조금의 타협도 용납하지 않는 린네.
그러나 이 다실에서만큼은 굉장히 말을 잘 따른다.
시우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서라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새삼 정복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당장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시우를 두들겨 패던 린네가 지금은 고작 자지를 기쁘게 하기 위해 똥꼬쇼를 하고 있는 것이니.
“자세 괜찮으시죠?”
“…….”
하지만 굳이 체위를 바꾼 건 이제 와서 욕망을 위해서라거나, 린네의 체위 도감을 수집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어제 그 꼴을 겪었음에도 칠전팔기로 도전해오는 린네를 퇴치하려면 응당 새로운 컨텐츠가 추가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후배위란 필연적으로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 체위이다.
그전까지 린네와 나눴던 밀착애널입위 역시 그녀의 뒤통수를 보며 이루어졌다.
수치심에 있어 시선 교환의 유무는 중요하다.
인간의 흰자위가 넓은 이유는 눈이야말로 제1의 비언어적 소통 창구이기 때문이다.
수치심처럼 타인의 시선에 강한 영향을 받는 감정일 경우 얼굴을 마주하고 시선을 교환하는 것만으로 그 정도가 수직으로 상승하는 것이다.
이건 경험에서도 도출할 수 있었다.
가령 부끄러움 많은 아멜리아지만 상황극 등을 할 때 안대를 씌우면 더 적극적으로 상황에 몰두하며 부끄러운 대사를 쉽게 내뱉는다.
반대로 눈을 보면서 야한 말을 시키면 어쩔 줄 몰라한다.
즉, 같은 수위의 행위 일지라도 정면에서 얼굴을 마주하며 역치를 깎아낸다,
가 작전의 요지였다.
그리하여 정해진 체위는 정상위.
린네가 벗어둔 기모노를 풀어헤쳐 간이 이불로 사용했으며 허리띠를 돌돌 말아 린네 뒤에 받쳤다.
앞구멍에 삽입하는 것이라면 허리 쪽에 넣어 각도를 맞춰주는 편이 좋지만 알다시피 뒷구멍 섹스는 각도가 조금 다르다.
따라서 꼬리뼈 부근에 쿠션을 덧대어 엉덩이 자체의 높이를 높여주는 편이 삽입이 수월했다.
다리를 벌린 린네의 발바닥이 하늘로 향하는 자세가 되면 정상위와 굴곡 위의 중간쯤 되는 자세가 되는데….
“…….”
이 자세.
생각보다 시각적인 파괴력이 강하다.
린네의 봉긋 도담한 가슴과 하얀 배를 장식한 길쭉한 배꼽.
하늘을 향해 꾹 다 물린 모찌 보지까지 적나라하게 보인다.
잠깐만 방심하고 앞을 봐도 ‘내가 이런 여자랑 뒤로 하고 있다고?’라는 황홀한 만족감이 퍼득 떠오를 만큼 호화로운 장관.
자칫하면 린네의 다리를 그대로 뒤로 젖힌 채 교배 프레스를 박고 싶은 충동이 감돌 정도다.
린네 침 10% 오일 90%의 배합으로 끈적이는 자지를 오돌토돌한 뒷주름에 비볐다.
“넣겠습니다.”
“…….”
그에 비해 린네의 반응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기대와는 정반대로 귀두 끝을 꾸욱 밀어 넣어 애널 입구를 개통했음에도 천천히 눈만 끔뻑일 뿐이다.
심지어 초점은 완전히 풀려있어 시우를 바라보고 있지도 않았다.
아예 너무 취해서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건가?
디그니티 타운에서 만취했던 린네가 보였던 모습과 비교하자면 설득력이 있다.
“움직이겠습니다.”
“…….”
“스승님, 움직이겠습니다.”
“듣고 있다.”
“움직여도 될까요?”
“…해라.”
-쭈걱!
한번 허리를 움직인 시우의 감상은 ‘평소보다 훨씬 왕복이 부드럽다’였다.
물론 그간의 개발사업으로 신품 같던 뻑뻑함은 거의 사라졌던 린네다.
그럼에도 뒷보지의 특성 상 굉장한 압박감을 자랑했는데….
술이 들어가며 알게 모르게 있던 긴장이 풀린 탓인지 훨씬 수월하게 움직여진다.
또 체온 자체가 굉장히 올라가 있어 자지가 메로나처럼 녹아버릴 것 같다.
“헉!”
안된다.
이 요망한 구멍에 홀렸다간 잘 풀릴 일도 얽혀버리고 말 것이다.
마음을 재차 독하게 먹고 선언하듯 말한다.
“스승님, 오늘도 제가 원하는 대로 하는 거 맞죠?”
“…….”
“스승님, 제 맘대로 합니다? 스승님 뒷구멍 맘껏 가지고 놀아도 되죠?”
“…해라.”
시우의 조롱에도 여전히 무기력한 목소리로 응수하는 린네.
기묘한 커뮤니케이션을 거치자 드는 생각은 ‘이거 상당히 범죄적인데?’였다.
이건 누가 봐도 술을 엄청 맥여놓고 항거불능이 된 스승님을 능욕하는 패륜 제자가 아닌가?
헥센나흐트에도 경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장면만 본다면 철창행일 것이다.
“…….”
그런 생각을 하고 가만히 보자 어느새 눈을 감고 있는 린네가 보인다.
부끄러움이라던가 수치심은 뒷전이고 그냥 졸려서 자고 싶은 모양.
저럴거면 술은 왜 마셨데?
“음?”
가만보자.
이거라면 차라리 잘된 일 아닐까?
이렇게 그녀가 자도록 내버려 둔다면 굳이 위험한 강을 건널 필요 없이 하룻밤 스킵이 가능해지는 건데?
자지는 ‘그게 뭔 개소리야’라고 성을 내고 있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오히려 호재다.
그때 린네의 눈꺼풀이 천천히 올라갔다.
“움직여라. 안 잔다.”
“피곤하면 그냥 주무시죠. 저도 마침 피곤합니다.”
엄살이 아니라 정말이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끌려온 거 아닌가?
그러나 린네는 성냥팔이 소녀급 가련함으로 힘겹게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계속, 계속해라.”
이후로는 딱히 설명할 필요가 없다.
별다를 바 없는 반복이었으니까.
-찌걱 찌걱 찌걱
하늘로 뻗은 하얀 다리가 허리 움직임에 맞춰 발레를 하듯 살랑살랑 흔들리고.
작고 음란한 교접음만이 신음 없이 고요히 흐른다.
가끔 좌우로 고개를 뒤척이는 것 말고는 마치 인형처럼 무반응으로 범해지는 린네.
그런 그녀를 보며 또다시 기묘한 감회에 젖고 있을 때.
“…….”
린네는 위아래로 흔들리는 몸과 깊은 곳을 관통하는 이물감을 느끼며 그저 멍하니 눈을 감고 있었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술김을 빌어 조금 더 과감한 행위에 동참할 예정이었다.
젖소는 좋지 못한 예시인 것이 확인되었으니 대충 고양이 같은 소리를 낼 계획이었고,
설령 그가 아주아주 수치스러운 대사를 요구한다 한들 거뜬히 어울려줄 계획이었다.
그러나 술에 익숙지 않던 린네는 몰랐다.
적정량의 알코올은 부끄러움을 잊게 해 과감함을 부여하지만, 과음은 무기력함을 불러올 뿐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린네에게 사카즈키로 석 잔이면 충분한 과음이었다.
머리가 망치로 내려치는 것처럼 지끈거린다.
얄팍했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다.
혼미한 머릿속에서 그 사실을 짚어낸 순간.
애써 미뤄두었던 자조가 봉인이 풀린 독성 화학물질처럼 새어나온다.
뭘 이렇게까지 하고 있던 걸까?
어울리지 않는 짓이며, 부질없는 짓이다.
강박 탓에 확신도 지니지 못한 채 붙잡고 있던 어쭙잖은 희망이 굴욕으로 범벅되어 돌아왔을 뿐이다.
관두자.
기회비용 운운하며 붙잡고 있는 게 아니라 아예 다른 방법을 모색하자.
“…쿠후….”
그렇게 다짐한 린네의 입술 사이로 살짝 가빠진 숨이 새어나온다.
이제는 익숙해진 감각이었다.
그의 물건에 의해 지속적으로 성감대를 자극받은 ‘뒤’가 오르가즘을 호소하는 것이었으니까.
제멋대로 움츠러드는 발가락이나, 발발 떨리는 신체나, 움찔거리는 뒤나 똑같다.
아니.
똑같아야 할 터였다.
“…읏?”
린네가 눈을 떴다.
처음엔 날카로운 물건에 찔렸다고 생각했다.
혹은 감전되었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 둘 다 잘못된 예단이었음을 깨닫는다.
린네는 반사적으로 이 감각의 발생지를 쫓는다.
그곳은 신시우의 물건이 꽂혀있는 뒷구멍부터 타고 올라와 아랫배에 자리 잡고 있었다.
“……?”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린네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혹시 마력 증폭의 전조인가 싶어 신시우와 주위 마력 흐름을 살폈지만, 마력 흐름엔 변화가 없고 신시우 역시 특별히 무엇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움직이기 힘든지 얼굴을 살짝 찌푸린 채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고 있을 뿐.
-찌걱 찌걱 찌걱
이윽고 그 움직임에 맞춰 차츰 기묘한 감각의 강도가 거세지기 시작한다.
간지럽다. 따뜻하다. 뜨겁다. 따끔하다. 화끈거린다. 욱신댄다. 얼얼하다.
그리고… 기분이 좋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형용할 수 없는 감각.
뒤죽박죽 뒤섞인 향수의 향을 맡아도 원재료를 전혀 추측할 수 없는 것처럼.
너무도 방대한 새로운 감각의 파도가 전신을 두드린다.
이것은 마치 견습 마녀가 되기 전 린네가 겪었던 것과 같은 감각들.
수백 년동안 잊고 지냈던 감각들이다.
“…우.”
사실 이것은 우연에 우연이 거듭해져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먼저 우연 하나.
모든 검의 마녀는 낙인에 결핍의 저주를 품은 채 살아왔다.
만약 자율방어가 이 저주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면역 장애가 온 환자처럼 영체는 끝없는 줄다리기의 전장이 되었을 것이다.
마녀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낙인과 생존 본능에 근거한 자율방어의 싸움이 시작되었을 터이니.
따라서 아예 자율방어를 해제할 것이 아닌 이상, 항시 저주를 유지하기 위해 자율방어를 느슨하게 억제할 필요가 있었다.
린네가 술을 조금만 마셔도 금방 취하는 것도 위와 같은 이유였다.
우연 둘.
그러나 아무리 의도되었다 한들 결함은 결함.
결핍의 저주와 자율방어의 균형은 그다지 완벽하지 않았다.
여기에 술에 극도로 취약한 린네의 알쓰 체질이 더해지자….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말미암은 내상을 방지하기 위해 자율방어가 강하게 활성화.
이 과정에서 결핍의 저주가 일시적으로 눌리게 되었다.
여기까지라면 별문제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그렇게 쉽게 풀릴 만한 저주였다면 일평생을 고통스럽게 안고 갈 저주라 평가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만약 이 상태로 목욕을 했다해도 린네는 아무런 자극도 느끼지 못했겠지.
우연 셋.
그러나 린네의 몸은 이제껏 길들여지고 있었다.
비록 성감을 느끼진 못했지만 빈번하고 규칙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어엿하게 애널 오르가즘을 조기 교육을 끝냈다.
쾌감을 느껴본 적도 없지만 그 육신만은 홍콩까지 유학을 다녀온 앨리트 인 것이다.
자율방어와 결핍의 저주의 손발이 맞지 않는 오작동.
그 틈새로 가해진 숙성된 쾌락이 파도처럼 린네를 휩쓸고 있다.
“하아….”
그렇다해도 저주는 저주다.
린네가 오르가즘을 통해 느끼는 쾌락은 통상 여성이 느끼는 쾌감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평생 쓸개즙만 먹던 사람이 난생처음 오렌지 반쪽을 입에 쑤셔 넣는다면….
그 자극은 얼마나 강렬할까?
그에 대한 대답은 곧 린네가 보여주게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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