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686화 (686/917)

#686

1.

린네의 경악할만한 서비스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앙. 앙. 앙.”

고양이가 기지개를 켜듯 유연하게 엎드린 린네는 스스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날 때부터 정숙한 몸가짐에 대해 가르침 받았던 린네다.

당연하지만 태어나서 해 본 적 없는 행위이며 비슷한 자세를 취해 본 적도 없다.

그러나 린네는 신체의 말단까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게 가능한 무의 달인이었다.

상체는 두 팔로 단단히 지탱한 채 엉덩이와 허리만을 앞뒤로 움직이 그의 물건을 자극한다.

엉덩이를 끝까지 뺄 때마다 턱까지 밀려오는 듯한 이물감이 느껴진다.

허나 괘념치 않는다.

이물감 자체라면 이제 와 특별할 것도 없다.

그간 숱하게 그와 같은 방식으로 몸을 섞어오지 않았던가?

고통도 이전보다 한결 옅어진 지금 린네를 막을 수 있는 건 없었다.

-쮸걱 쮸걱 쮸걱

그 결과.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은 채 귀두 밑동부터 뿌리까지 음란하게 자지를 먹어치우는 린네의 비처녀지.

그가 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건 부정할 여지가 없었다.

비록 ‘행복’과 관련한 많은 감각이 차단되어 있다 한들 린네는 오감이 예민하다.

이렇게 바짝, 밀착을 넘어 삽입된 상태에서 신시우의 쾌락을 감지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꿈틀 꿈틀 꿈틀

이토록 격렬하게 꿈틀거리는 고기막대의 맥동이야말로 그의 쾌감의 증거다.

“앙. 아앙. 앙.”

시우는 넙쭉 엎드린 것도 모자라 스스로 움직이는 스승님의 허리놀림을 멍하니 감상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엄청나게 꼴려야 정상이다.

누구도 볼 수 없는 린네의 교태와 아양 떠는 몸짓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닌가?

게다가 그 박자가 메트로놈처럼 정확하기에 깜짝 놀랄 만큼의 쫀쫀한 쾌감이 아랫도리에 전달된다.

그러나 이건 완벽히 실패한 시도이다.

말하자면 육체적 쾌락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정신적 쾌락.

감각 면에서는 빼어나지만 저런 신음 듣고 흥분하는 남자는 정신이 이상한 남자일 것이다.

도리어 천 년 묵은 욕정도 차게 식혀주는 흥분 냉각제가 된다.

“후우….”

그러나 차마 말하지 못하겠다.

왕복 운동에도 불구하고 린네의 육체는 거의 아무런 반응이 없다.

평상시에는 쾌감을 호소하지 않을지언정, 쾌감을 느끼는 여체의 반응은 여실히 보여주었건만 지금은 그마저도 나타나지 않는다.

즉, 이 고장 난 라디오에서 날 법한 신음부터 자진 왕복 운동까지 오직 시우를 흥분시키기 위한 린네의 노력인 것이다.

이렇게 노력하는 그녀에게 ‘스승님 좀 노꼴인데요? 신음소리 왜 그래요?’라고 말하기엔 뭔가 미안해진다.

이미 한 번의 말실수와 선 넘기를 해버린 입장에서는 더욱더.

“생각보다 재능이 있는데요? 좋습니다.”

따라서 칭찬이나 해주었다.

“앙. 앙. 그렇군.”

잠깐 멈췄다가 다시 움직이는 린네.

사제간(師弟姦)이라는 막장 짓도 여기까지 오면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린네가 제자의 고약한 취향을 만족시키겠다 다짐한 이래 정말로 많은 지출이 있었다.

중간까지만 해도 매몰비용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고려하던 린네지만.

그의 흡족해하는 목소리가 들리자 처음으로 수치를 무릅쓴 보람이 있다고 여기게 된 것이다.

이거라면 정말 오늘 밤에는 달성할지도 모른다는 고양감이 린네의 의욕에 불을 붙인다.

“때려도 좋다.”

“예?”

“손으로 엉덩이를 때려도 좋다.”

결국 승산이 보인다고 착각한 린네는 판돈을 추가로 얹었다.

도로시의 설산 같던 엉덩이 피부에 내려앉은 단풍.

그리고 찰지게 감기던 파찰음으로 미루어 볼 때 이 자세에서 그가 엉덩이를 내려쳤던 것은 분명하다.

꾸짖음을 받는 어린애처럼 엉덩이를 얻어맞아야 하는 건 굴욕이겠으나 이제 와서 그 정도는 굴욕의 축에도 들지 못한다.

‘그게 문제가 아닌데….’ 라고 생각하는 시우지만 잠시 멀어졌던 위기감이 재각성한다.

예상대로 린네가 이것저것 시도하기 시작했다.

수위 역시 점점 올라간다.

게다가 어찌 된 영문인지 린네의 역치 역시 지수함수를 그리며 수직상승 해버렸다.

뭔가 트리거를 건드려버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시우의 눈이 무심코 선반에 고이 모셔진 다기(茶器)를 향했다.

도로시에게 했던 것처럼 린네를 임시 찻주전자처럼 활용해야 하나?

그러나 이미 전희를 끝내고 열심히 박고 있는 상태.

성관계와 직접적인 연관도 없이 수치만 줄 뿐인 플레이를 린네가 허락해 줄지도 의문이다.

그녀가 시키는 대로 엉덩이나 때려보기로 했다.

-찰싹!

“앙!”

-찰싹!

“앙!”

찢어진 스타킹 너머로 반쯤 드러난 맨살이 손에 감기고, 나머지 절반은 신묘한 나일론 위로 쏟아진다.

엉덩이를 때릴 때마다 살짝 거세지는 린네 어색한 신음, 그리고 움찔거리는 구멍.

린네의 조임 스위치인 젖꼭지를 지분거릴 때처럼 착실하게 조였다가 풀어지길 반복한다.

일전 린네의 발언으로 시우의 가설이 거의 확실해진 상태다.

린네의 몸은 분명 쾌감을 느끼며, 절정에도 도달한다.

그러나 모종의 이유로 거기서 기인한 쾌감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이러한 이론과 신체 반응으로 미루어 볼 때 린네는 엉덩이를 맞을 때마다 젖꼭지를 애무 당할 때와 비슷한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앙. 앙.”

이런 부분은 또 묘하게 꼴리는데 정작 본인이 무표정하게 기계적 신음을 내고 있으니....

“역시 스승님 엉덩이네요. 타격감이 아주 좋달까. 마치 북 같습니다.”

음란하고 천박해야 할 시우의 능욕마저 덩달아 바람이 빠진다.

이제 와선 린네도 딱히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고 말이다.

그렇게 반쯤 넋이 나간 채 엉덩이를 두드린 지 30초나 지났을까?

린네의 몸이 통제를 벗어난 것처럼 엇박자의 진동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부드럽게 조련이 끝난 점막이 마치 처음 삽입했을 때처럼 뻑뻑해졌다.

절정 직전의 반응이었다.

그리고 그건 시우보다 신체의 소유자인 린네에게 한결 생생히 전달되었다.

“…….”

도로시의 울부짖음을 떠올려보면 이게 ‘간다’는 것이겠지.

아마 오르가즘으로 추정되는 그 증상은 크게 보면 네 가지.

잠시 몸의 제어권을 잃는다.

특히 앞뒤 구멍 가릴 것 없이 안쪽으로 꽉 움츠러들었다 풀리는 걸 저도 모르게 반복하게 된다.

차츰 가빠지던 숨이 턱까지 차오르다가 어느 순간에 탁 멈추며 심장이 미칠 듯이 빠르게 뛴다.

발가락이 쥐가 날 정도로 활짝 펴짐과 동시에 주먹을 꽉 쥐게 되고 몸 전체가 발발발 떨린다.

불쾌한 감각과 이물감이 뿌옇게 흩어지고 대신 하나가 된 일체감이 느껴진다.

앞의 세 가지는 딱히 아무래도 좋은 감각이었지만 이 일체감이라는 건 마냥 싫어하는 순간은 아니었다.

물론 불결한 구멍에 삽입 당하며 오르가즘을 느끼는 건 조금 굴욕감을 느꼈지만….

생리적 현상이라 생각하면 그다지 부끄럽지도 않았다.

“쿠후….”

어색한 신음이 잠시 멈췄다.

잠시 멈춰버린 숨 사이로 기이한 콧소리가 새어나온다.

더욱 단단히 뭉치는 엉덩이와 애처롭게 떨리는 린네의 날갯죽지.

여기서 린네는 올인을 다짐했다.

자지 위의 울퉁불퉁한 핏줄이 고스란히 느껴질 만큼 꽉 조이고 있다면, 남성 쪽이 느낄 쾌감 역시 지대할 터.

통계상으로도 신시우는 린네가 절정에 도달했을 때 사정한 횟수가 많았다.

그러니 여기서 우스꽝스러운 동물의 울음소리를 내며 그의 만족감과 정복감을 충족한다.

동물의 종류는 도로시가 그랬듯 암소.

사전에 보고 배웠기에 가장 무난한 선택지였다.

아무리 창기나 할법한 천박한 소행을 연달아 한 뒤라도 짐승 흉내만큼은 자존심에 크나큰 부하를 건다.

“음…. 음…”

그러나 육체적 쾌감에 정신적 쾌감의 시너지는 필시 그의 취향에 닿을 것이다.

극한까지 대련한 이후처럼 헐떡이는 숨을 억지로 가라앉히고.

이상할 만큼 흐물흐물하게 녹아 잘 움직여지지 않는 입을 연다.

역시 발성이 쉽사리 되지 않는 와중.

“음머어어….”

린네는 크지 않은, 그러나 결코 작지도 않은 소리를 내는 데 성공했다.

그 순간.

“저기, 스승님?”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시우의 부름은 린네에게도 한가지 명확한 사실을 주지해 주었다.

그는 흥분은커녕 린네의 시도를 어이없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린네의 집중력은 탁월하다.

하나를 파고들면 다른 것엔 눈 돌리지 않는다.

심지어 행위 중에도 그러했다.

지금까지는 오직 신시우를 ‘만족’시키는 데 열중해 제 눈에만 똑바로 보이는 큰 그림을 그려가던 린네.

하지만 신시우의 반응으로 말미암아 그녀의 환상이 깨진다.

빨간 약을 먹은 것처럼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현실이 보인다.

“음머어….”

갑자기 제 귀에도 어색하게 들리는 정말 이상한 울음소리는 도로시와 전혀 달랐다.

“…….”

린네의 목소리가 뚝 멎는다.

타고난 체형을 무시하는 그의 희롱도, 사물 취급당하는 모욕도 받아들였다.

짐승의 소리를 내는 것이 뭐 그리 못할 일인가 싶었다.

하지만 린네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수치와 자괴란 본디 내부에서 기인하는 감정이다.

타인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닌 자발적으로 나선 행위일 때 한결 강렬해진다.

굴욕을 무릅 쓴 린네의 행위가 실은 아무런 감흥을 일으키지 못한다는 진실은 측정 불능한 현타를 안겨주었다.

차라리 린네가 절정의 쾌감을 느끼고 있었더라면 큰 상관이 없었을 터이다.

거세게 몰아치는 환락의 환류 속에서 자괴감은 표류하는 조각배에 불과할 테니까.

그러나 불행히도 린네는 쾌감을 느끼지 못한다.

“…….”

-퐁!

린네가 몸을 일으켰다.

삽입되었던 물건이 경쾌한 소리와 함께 빠져나간다.

손가락을 휘적이자 이미 찢어져 있던 팬티스타킹이 단번에 넝마가 되어 바닥에 나뒹굴고, 염동으로 날아온 옷이 린네의 몸을 감쌌다.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린네.

그녀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모멸감 속에서 얼굴이 벌겋게 익어 있었다.

“연무장으로 따라와라.”

“네?”

“대련이다.”

“네?”

“따라와라!”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섹스 도중 별안간 연무장에 끌려들어 간 시우.

린네는 그날 대련에서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분노로 치환하여 그 노여움을 시우에게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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