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5
1.
기백과 암컷타락 선언.
이는 아메리카노와 된장국처럼 실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러나 시우는 일말의 압도감마저 느껴지는 린네의 선언을 듣고 기가 죽어버렸다.
어떤 장애물과 방해를 배치해도 한 층씩 올라오는 용사를 보는 마왕이 이러했을까?
이대로라면 모든 상황을 질질 끌려다닐 것이라는 조급함이 뒤따른다.
역시 쾌감의 부재가 얼마나 큰 것인지 절감하게 된다.
하다못해 린네가 정상적인 쾌감을 느꼈다면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게 하며 퇴치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린네는 그런 게 없다.
생리적 거부감과 불쾌함, 그리고 조금의 창피함만 감수한다면 시우의 모든 고난을 거뜬히 받아낼 수 있는, 실로 무적판정의 보스인 것이다.
-츄릅! 츄릅! 츄릅!
그건 시우의 혀가 꿈틀대며 린네의 뒷구멍을 파고들어도 변함이 없었다.
“크으, 스승님 뒷보지 맛이 아주 죽입니다.”
“그런가?”
음탕한 말을 던지고 성희롱을 해도 변함이 없었다.
혀를 감싸는 움찔거림이나 간헐적으로 느껴질 뿐이다.
“기분 좋다는 듯이 움찔거리는 게 아주 야하네요.”
“움찔거리고 있지만 기분은 좋지 않다.”
일찍이 린네와 기립애널섹스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린네의 정신은 명경지수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그럼 넣겠습니다.”
“좋을 대로 해라.”
이와 같은 공격은 의미가 없다.
이 헛짓거리를 백날 반복한다 해도 린네의 반응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한 시우는 린네의 뒤에 무릎을 꿇고 붙어섰다.
다다미 바닥이라 그런지 무릎이 더럽게 아프다.
-쮸욱…!
이제는 익숙해진 린네의 뒷구멍 혀로 풀어두었기 때문인지 한결 쉽게 들어갔다.
한번 사정을 했음에도 발기력이 전혀 수그러들지 않는 자지가 거뜬히 삽입된다.
비록 린네는 쾌감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미 여러 번 썼던 구멍이다.
맞지 않는 신발에 억지로 발을 쑤셔 넣는 듯한 압박감이 느껴졌던 초창기와는 달리 이제는 잘 길들어 있다.
린네 역시 고통을 거의 호소하지 않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여전히 쫀득한 탄력은 여전했지만 말이다.
“처음엔 좁았는데 이젠 아주 쑥쑥 들어가네요. 거의 제 전용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네놈 이외에 삽입한 변태는 없었으니까.”
“그런가요? 그럼 그런 변태적인 행위를 제자에게 허용하는 감상은 어떠신가요?”
“속이 거북하다.”
앞만 보고 있기에 제대로 알 수 없지만 국어책을 읽듯 평온한 말투.
조금 더 모멸의 강도를 추가해 보기로 했다.
“천하의 검의 마녀가 밤에는 제자에게 뒷보지를 내주는 변태라니 세상 사람들이 알면 놀라겠어요.”
이번엔 반응이 있었다.
린네의 뒷구멍이 꾸욱하고 자지 장대를 커팅하려는 듯 조여온 것이다.
보통 경우라면 ‘아 부끄러워하는구나’ ‘야릇한 상상에 흥분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겠지만 린네는 다르다.
아까 보지 않았던가?
린네의 분노 측정 장치에 의하면 이건 화난 거다.
그녀의 은은한 떨림이 교접부를 통해 전달된다.
“발설하면 아무리 네놈이라도 용서치 않겠다. 그리고 이건 내 취향이 아니라 마력 증폭을 위한 실험이다.”
“그런가요? 이걸 어쩌나…. 저는 변태인 스승님이 더 흥분될 것 같은데요.”
“…….”
계속 흔들어야 한다.
린네가 무념무상이 되어 모든 장애물을 간파하기 전에.
분노 게이지건 뭐건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사실은 좋으시죠? 그래서 매일 저랑 하고 싶어서 증폭 실험이라고 핑계 대시는 거 맞죠?”
“…….”
-꾸욱꾸욱꾸욱꾸욱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반응하기 시작한 린네의 뒷구멍.
“핑계가…. 맞다….”
“네? 정말요? 직접 말해주시겠습니까?”
“…작작해라.”
그래, 차라리 화를 내라.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폭발해서 판을 깨버리게 하자.
그러나 린네는 또 한 번의 인내를 보였다.
“면목없지만…. 나는 제자와 뒤로 향락을 즐기고 싶기에 매일 밤 핑계를 댄 것이다.”
“…….”
강요 끝에 나온 건 자지를 폭발하게 만드는 음란한 선언이었다.
그게 다 거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착각하게 되는 꼴림.
-움찔!
자지가 부풀었다.
감각 자체는 사라지는 게 아니기에 린네도 그것을 느꼈다.
어찌됐건 그의 성욕이 린네에 의해 충족되고 있다는 사실을.
그러던 중 린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의문이 있었다.
“한 가지 질문이 있다.”
“네, 물어보시죠.”
“너는 왜 앞으로는 관계를 갖지 않는 거지?”
바로 이것이다.
이제껏 지켜본 바 제자 신시우는 여자 다리 사이에 있는 구멍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호색한 중 호색한이다.
통상적인 성교를 나누는 구멍도, 정상적인 남성의 성적 흥미를 유발하는 구멍도 앞에 있을 터.
단순히 뒷구멍을 좋아한다 하여 단 한 번도 앞에 손을 대지 않는 건 미심쩍다.
“아, 그건 말이죠.”
일단은 태연하게 답했지만 린네의 질문은 정곡을 찌르고 있었다.
그래, 이런 게 위험한 일이었다.
린네는 바보가 아니다.
이런 관계가 계속되는 한 그 부자연스러움을 눈치챌 것을 예감해 왔다.
갑자기 흐른 정적에 린네가 의아함을 느끼기 직전 시우는 엉겁결에 말했다.
“그게 더 꼴리니까요.”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두 구멍을 취함에 따라오는 정복감도 있습니다. 하지만 처녀막은 내버려둔 채로 뒷구멍에만 박는다. 이것 역시 어딘가 흥분되는 구석이 있죠.”
“……?”
이해 불가에 추가적인 설명을 요구한 린네지만 그 뒤에 따라오는 건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답변이었다.
“스승님의 몸을 멋대로 주무르는 것만으로 정신적 흥분이 느껴집니다. 금단, 곧 배덕의 관계니까요.”
“…….”
여기까지는 얼추 이해가 간다.
거기서 오는 배덕감이란 게 뭔지, 그것이 왜 쾌감으로 치환되는지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스승님도 뒤로하는 게 얼마나 변태적인 행위인지는 아시죠?”
“알고 있다.”
“바로 그겁니다. 스승님은 정상적인 여자라면 당연히 받아야 할 대접도 받지 못한 채 변태들이 즐기는 구멍으로만 남자를 알게 된 겁니다. 여기서 오는 배덕감을 이해 못 하시겠다면 별수 없네요.”
역시 이해하지 못했다.
린네가 보기에 그가 말하는 배덕관은 형체도 없이 뭉개진 괴생명체의 사체 같은 것이었다.
허나 이것만큼은 분명하다.
일전부터 그의 끈적끈적한 욕망이 린네를 대상으로 하고 있었음을.
그가 질척하고 변태적인 시선으로 린네를 대하고 있었음을.
“스승님은 그냥 저의 후장 전용 좆물받인거죠.”
이제껏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 없었다.
그냥 몸의 한 구멍에 삽입하도록 허가해주었을 뿐이다.
그랬던 그녀가 그의 천박한 표현을 바탕으로 깨닫는다.
그녀는 마치 사물처럼 대해지며, 동시에 범해지고 있던 것이었다.
“…….”
불현듯 린네는 가슴을 찌르르 울리는 흉통을 느끼며 눈살을 찌푸렸다.
우스운 일이다.
이제껏 그에게 스승다운 일을 해준 적이 없다.
제자에게 바랄 존중을 바란 적도 없다.
신시우 역시, 어디까지나 강함을 위한 발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고작 맨살이 몇 번 닿았던 관계뿐인데도 그의 발언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배신감을 느낀다.
“난 그래도 널 제자로 여겼다.”
이 스승 제자 놀이에 과몰입이라도 한 것처럼.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할 만큼의 배신감을.
시우의 동작이 우뚝 멎었다.
후장 전용 좆물받이라는 게 조금 과격했던 대사이긴 하다.
그래도 설마하니 어딘가 풀이 죽은 듯한 반응이 나올 줄은 몰랐다.
이래서야 마치 제자의 본심에 상처라도 받았다는 듯한 반응이 아닌가?
저 유약한 말이 다른 누구도 아닌 린네에게 나왔다는 것이 가장 큰 충격이다.
“저, 스승님?”
“…….”
시우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그런 린네의 미묘한 반응을 무시하고 계속된 능욕으로 린네가 제풀에 떨어져 나가게 하는 것.
일단은 사실이 아님을 밝히며 맴찢 했을지도 모르는 린네를 달래는 것.
린네의 말투나 목소리 톤은 여상하다.
사실 시우의 발언이 그녀에게 상처가 되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그간 쌓인 미운 정이 있는데 아무렇지 않게 능욕을 계속하는 건 좀 마음에 걸린다.
“후…. 스승님.”
“…….”
“이런 거 다 컨셉으로 하는 말인 거 아시죠? 진심으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가?”
“네네, 그냥 뒤가 더 좋을 뿐이고 나머지는 그럴듯한 설정입니다.”
“유별난 놈.”
린네는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는지 모를 음색으로 답했다.
기분이 괜찮아진 건가?
아니 애초에 기분이 안 좋았던 건 맞나?
혼란스러움이 가중되는 와중 군말 없이 머쓱해진 분위기.
풀발 상태이던 시우의 자지에도 조금 힘이 빠졌다.
곤란하다.
모처럼 DVD방에 썸녀와 함께 왔는데 노트북 같은 감동적인 영화를 보면 떡각 잡기 모호한 것처럼 더 뭐라 하기 애매한 분위기가 됐다.
오히려 잘됐지.
“이거 좀 식어 버렸네요. 한창 좋았는데.”
“…….”
“그만할까요?”
시우가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어물쩍 오늘 밤을 넘기려는 때.
린네가 완고히 거부했다.
“뺴지마라.”
“네, 시키면 하겠는데…. 어차피 이런 분위기면 마력 증폭은 안 일어날 것 같은데요.”
“계속해라.”
“네, 뭐. 알겠습니다.”
분위기가 좀 오묘해졌다 해도 린네의 몸이 갑자기 변하는 건 아니다.
끈적끈적한 감촉과 오일의 화합을 느끼며 허리를 움직이던 그때.
갑자기 이상한 목소리가 들린다.
“아앙. 아앙. 앙. 아앙.”
그것은 린네가 내는 신음소리였다.
세상에나.
“하앙. 하앙.”
동시에 전자사전 읽기 기능을 재생한 것처럼 세상에서 가장 딱딱한 신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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