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684화 (684/917)

#684

1.

섹스는 기분 좋다.

앞이 됐건 뒤가 됐건, 생물학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라고 만든 행위가 아닌가?

하지만 아무리 기분이 좋다해도 꺼려지는 상황이 있기 마련이다.

가령 섹스에 당장 안위와 앞으로 인생의 난이도가 걸려있다면 그저 기분 좋게 허리를 흔들 수 없게 되겠지.

그러니까 마력 증폭이 뽀록날지 뽀록나지 않을지가 달린 살 떨리는 섹스는 그만 좀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 시우의 심정은 안중에도 없을 린네는 다다미 위에 엉덩이를 치켜든 채 엎드렸다.

어젯밤 린네가 마력의 파장을 느끼고 들이닥쳤을 때 도로시가 취하고 있던 자세였다.

“이제 넣어라.”

뒤를 내주긴 해도 선 체위 이외에는 허락해주지 않았던 린네가.

알몸에 팬티스타킹을 입고, 입으로 해주고, 얼싸를 해도 화내지 않고, 심지어 굴복한 암컷처럼 네발로 엎드렸다.

“…….”

그 안에 얼마간의 각오와 비장함이 녹아있는지 알고 있는 시우는 불안함에 떨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라면 질내사정을 강요받기 까지 몇 계단 남지 않은 것이 느껴짐에.

그래서 시우는 생각했다.

린네가 시우의 부탁을 들어주는 쪽으로 방법론을 채택했다면.

그녀가 감당치 못할 역치의 부끄러움을 안겨주기로.

강자였던 도로시의 일례를 보면 알 수 있다시피 시우는 지금껏 침대 위의 싸움에선 패배한 적이 없다.

보통 때였다면 일견 단단한 아성을 자랑하는 린네라도 굴욕과 쾌감의 늪에 잠겨 허우적거리게 할 수 있었겠지만….

여기엔 커다란 문제가 있었다.

다름 아닌 린네 본인의 특이성이다.

그녀는 쾌락을 느끼지 못하며, 이건 중대사유다.

시우의 침대 파이팅이 강한 건 어디까지나 당근과 채찍을 자유롭게 조율하며 싸울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린네의 강력한 불감증은 쾌락이라는 이름의 당근을 원천차단한다.

즉, 린네의 의욕을 꺾을 만큼의 플레이를 하면서 오직 채찍만을 휘둘러야 하는 상황이라는 건데….

그 과정에서 린네가 극대노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슬아슬하게 선을 타며 린네의 역린을 건드리지 안되 의욕만을 꺾게 하는 것이 포인트가 되겠다.

“뭐하는 거지?”

한참이나 엎드려 있는 동안 아무런 행위가 없자 뒤를 돌아보며 묻는 린네.

“일단 스타킹을 벗으셔야…. 아.”

슬슬 시동을 걸어보자.

“오늘은 제가 시키는 대로 하시려는 거 맞죠? 그게 아니고서야 마력 증폭을 일으킬 수 없을 테니.”

“…일단 그렇다.”

“오늘은 제 명령을 따르기로 하신 건가요?”

“그렇다.”

“그럼, 넣기 전에 스스로 찢어주세요.”

-찌익!

린네는 예상보다도 거리낌 없이 스타킹의 다리 사이 부분을 찢었다.

이어진 광경은 예상보다도 선정적인 것이었다.

흐릿한 실낱의 모자이크를 뚫고 등장한 포동포동한 보짓살.

단 한 차례도 실사용이 없는 신품 빽보지와 이미 여러 번 경험한 뒷보지가 적나라하게 보인다.

스타킹의 압력에서 벗어나 슬며시 삐져나온 엉덩이살은 아예 알몸일 때보다 훨씬 맛있게 보였다.

“했다.”

“…….”

슬플 정도로 단순한 남자의 본능에 침이 꿀꺽 넘어간다.

“이제 활짝 벌려 주시겠어요?”

“벌려?”

“엉덩이를 붙잡고 제가 스승님의 은밀한 곳을 낱낱이 감상할 수 있게요. 특히 똥구멍 위주로.”

“…….”

예상대로 린네의 동작이 멎는다.

의도적으로 부끄러워할 표현을 사용했다.

제 비소를 활짝 벌려 보여야 한다는 건 여자라면 당연히 수치심을 느낄 상황이다.

고상한 린네라면 더욱 그렇겠지.

마지못해 뻗은 린네의 손이 제 엉덩이를 움켜쥐곤 좌우로 슬며시 잡아당긴다.

섬세한 손끝에서 못마땅함이 뚝뚝 떨어져 나왔다.

-쩍

그 겨를에 마른 입술을 다시는 건조한 소리를 내며 빈틈없이 맞물렸던 보지 둔덕이 오픈된다.

항상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던 뒷구멍 역시 그 꽃받침대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것밖에 못 벌리시나요?”

평소 린네가 열받았을 때 보이는 신체적 반응.

반사적으로 칼을 찾는다든가, 칼날 같은 눈빛이 쏘아진다든가, 아니면 눈썹이 꿈틀거린다든가.

“…….”

그러나 지금의 린네는 앞을 향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따라서 전혀 다른 움직임으로 제 분노를 알렸다.

-움찔!

스타킹 모자이크와 엉덩이골의 은폐를 받지 못한 뒷구멍이 강하게 조였다 풀어진 것이다.

쓸데없이 너무 효과가 좋은 정력제의 영향 탓일까?

무섭다기보다는 ‘그럼 린네는 지금까지 화낼 때마다 뒷구멍에도 힘이 들어갔던 건가?’ 같은 엉뚱하고 뭔가 야릇한 생각만이 든다.

“더 벌렸다.”

“더요. 보지가 제대로 안 벌어졌잖아요.”

“…….”

마침내 린네는 두 구멍 모두를 활짝 벌려 보였다.

모찌 두 쪽이 떨어지며 안쪽 선홍빛 점막을 적나라하게 노출한다.

그 사이로 뿌옇게 보이는 젖빛의 막이 린네의 순결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이 자세로 가만히 계세요.”

-빠드득

린네는 묵묵히 굴욕을 감내하며 어금니가 부서지도록 깨물었다.

강함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한다고 망집에 가까운 집념을 되뇌며 자세를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지금까지는 고작해야 알몸을 보이거나, 뒷구멍을 헌납했을 뿐이다.

전자라면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지만, 후자라면 린네의 기준으로도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티페레트의 성장, 그 기폭제일지도 모르는 마력 증폭.

그것을 유도하기 위해 온갖 모멸을 무릅쓴 것이다.

그러나 신시우에게 관계의 고삐를 넘기자마자 수위가 단숨에 올라갔다.

성적인 관념이 희박하고 성적 쾌락 자체에 인지 능력이 없는 린네라 할지라도.

두 구멍을 벌려 보여주는 행위는 굉장히 비상식적이며 변태적인 행동이다.

단순히 몸을 내어주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여태 그 누구도 린네를 이런 식으로 취급하지 못했다.

“흐음…. 스승님은 모양이 정말 예쁘시네요.”

“…….”

“앞도 뒤도요.”

신시우의 숨이 벌어진 비부에 맞닿는다.

뒤를 힐끗 살핀 린네는 그가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얼굴을 붙인 채 두 구멍을 관찰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관두자.

전부 쓸 곳 없는 일이었다.

다른 방식을 모색하는 거다.

그렇게 생각한 린네가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찌걱

말캉한 무엇인가 비부를 스친다.

클리토리스부터 벌어진 질내의 점막 안쪽을 훑으며 뒷구멍까지.

민달팽이가 기어가듯 느긋하고 질척하게 끈적한 체액을 남기며 기어 올라간다.

-추릅, 쮸걱 쮸걱

“대체 뭘….”

엉덩이를 스치는 거친 숨에 린네는 당혹감에 젖었다.

그저 손가락으로 훑었거니 생각했다.

설마하니 뒤쪽에 고개를 파묻고 혀를 항문 안까지 밀어 넣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한번 엉덩이골 사이까지 올라간 혀는 마치 촉수가 파고들듯 린네의 뒷구멍을 쿡쿡 찔러 비집어 열었다.

“읏….”

형용하기 어려운 기이한 감각에 린네의 얼굴이 이상하게 일그러진다.

린네는 쾌감을 느끼지 못하기에 당연히 기분이 좋아서는 아니었다.

미끄덩한 벌레가 옷 안을 파고들었을 때처럼 거부감이 휘몰아칠 뿐이다.

그야말로 시우가 바랐던 대로였지만.

“당장 그만둬라.”

“네? 이제부터였는데요?”

린네는 참다못해 몸을 일으켰다.

이미 많은 걸 참았다.

입으로 하는 것도, 명령을 내리는 것도, 얼굴에 정액을 싸지른 것도, 개처럼 기는 자세로 물건을 받아들이는 것까지는 용납했다.

엉덩이를 때리는 것까지도 용납할 심산이었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이 망나니 제자의 뒷구멍을 향한 기이한 집착과 성벽은 알고 있었다.

허나 그게 더러운 구멍에 좆대가리도 모자라 혀를 쳐넣을 정도였다니.

그건 린네의 상식을 아득히 벗어난 일이었으며, 동시에 어지간한 건 감수해내는 그녀의 감수성에도 완전히 어긋나는 일이었다.

“더러운 짓을 잘도….”

“더럽다니요. 하지만 스승님은 마녀시잖아요.”

그에 시우는 뻔뻔하고 능글맞게 대처했다.

그 목소리가 마치 도로시를 대하던 때와 흡사하다.

그렇다면 린네는 지금 도로시처럼 그를 흥분시키고 있는 것일까?

잘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더 없는 혼란에 노출된 린네의 눈동자가 답지 않게 흔들렸다.

“그렇다. 그래도 더러운 짓이다.”

“제가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말씀하신 것치곤 너무 가리시는데요?”

“…….”

“스승님의 빈약한 몸으로 절 만족시키려면 꽤 노력하셔야 할 텐데요. 저는 호의를 베풀고 있는 겁니다.”

시우의 조롱 앞에 린네는 눈을 감았다.

마력의 파문이 생겨났던 당시 도로시의 전신에 충만했던 정순한 마력은 예삿일이 아니었다.

오직 신시우만이 행할 수 있는 기적이자 린네가 ‘노력’을 다짐하게 된 계기.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후우, 알겠다. 원하는 대로 해라.”

좀 전과 같이 엎드린 린네.

“스승님이 수줍어하시는 걸 보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이죽이는 시우의 대사에 린네는 불길함을 감지했다.

“제가 모처럼 호의를 베풀려고 했는데 거절하셨잖아요. 거기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받고 싶습니다.”

“...뭐지?”

“기분 좋아지고 싶으니 스승님의 더러운 구멍을 핥아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해주세요. 참고로 명령입니다.”

머리가 아득해지는 명령.

실제로 도로시도 저런 대사를 강요 받았더랬지.

“기, 기분이 좋아지고 싶다…. 그러니 내, 내, 내….”

린네의 입술이 우물우물 거린다.

옆에서 보는 것도 충격적이었지만, 막상 그런 저속한 대사를 직접 입에 담으려니 수치심에 뇌가 타들어 가는 것 같다.

그 순간 떠오르는 광경은 빗줄기.

한시도 잊지 못했던 잿빛의 풍경.

삶은 유약함을 용서하지 않는다.

나약한 자는 아무것도 지켜낼 수 없다.

그렇다면 지켜낼 것이라곤 하나도 남지 않게 된 지금.

왜 삶을 바쳐가며 강함을 위해 몸부림치는가?

답은 언제나 하나였다.

그것만이 실감을 주니까.

부러질 뻔한 의지를 바로잡은 린네.

어찌보면 계획대로의 수순이다.

린네는 지금 참을 수 없을 만큼 수치스러우며 신시우는 그런 린네의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잠깐의 농락을 견디면 경지 상승을 위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

오만잡념과 번뇌로 들끓던 린네의 심장이 차분해진다.

만약 그녀가 느끼는 것이 쾌감이었다면, 조금이라도 흐트러짐이 있었겠지만.

그건 현실과 다른 가정에 불과하다.

“기분이 좋아지고 싶다. 부디 내 더러운 구멍을 핥아주길 청하는 바이다.”

색기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린네의 담담한 선언 앞에 시우는 말을 잃었다.

“…….”

이걸 진짜 해?

자존심 덩어리 그 자체인 린네가 이런 부탁까지 들어준다고?

순간이지만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

온갖 변태적인 행위를 물리친 린네가 기어이 시우의 마력 증폭을 받아가는 위태로운 미래가.

다음화 보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