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3
1.
남성의 성적 흥분도는 비단 육체적 쾌락에만 좌우되지 않는다.
파트너가 누구이냐, 어떤 상황이냐 역시 중대사항이다.
그런 경향성에 비추어 볼 때 시우는 과도할 정도의 정신적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시우는 린네의 평소 모습을 안다.
성주의 귀한 따님 같은 아리따움에 더해 무인의 정갈한 분위기.
그 모습을 꽃에 비유하자면 흡사 검은 장미와 같다 할 수 있겠다.
너무도 아름답지만 꺾으려 드는 순간 독이 발린 가시에 죽게 되는 그런 장미 말이다.
더군다나 그 강함은 어떤가?
대련 중 언제나 어디 한 곳이 부러져 바닥을 나뒹굴던 사람은 시우고 고고한 눈빛으로 내려보던 건 린네다.
그런 그녀가 알몸에 팬티스타킹만을 입고 시우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그 자세 그대로 시우의 반응을 살피기 위한 것인지 위를 올려다본 린네.
역전된 눈높이와 시선의 방향은 어찌 됐건 정복감을 고취하는 것이다.
-할짝할짝
린네의 혀가 장대를 꼼꼼히 핥으며 사고를 끊어낸다.
아무리 냉랭하고 까칠한 그녀라도 당연히 혀는 따뜻하고 매끄럽기 마련.
간혹 허벅지에 스치는 옆머리와 미지근한 호흡이 오싹할 정도로 기분 좋다.
거기에 의외로 자주 볼 기회가 없던 체리 같은 젖꼭지와 봉긋한 가슴까지 관람이 가능하니.
스승이 제자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대접 중 하나라 말할 수 있겠다.
“헤릅…. 헤릅….”
하지만 예상과 달랐던 부분이 있다.
린네가 하는 건 엄밀히 말해 펠라치오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핥기만을 반복하고 있다.
그렇게 한참이나 장대를 핥던 린네의 이마에 툭 떨어지는 한 방울의 쿠퍼액.
정신적 흥분과 그에 미치지 못하는 애매한 자극이 더해진 결과 맑은 샘물이 솟듯 송송 겉물이 나오게 된 것.
린네는 이마를 쓱쓱 문지르더니 오줌을 싼 듯 젖어있는 시우의 요도구와 눈을 마주쳤다.
이런 와중에도 색기나 부끄러움이라고는 일절 찾아볼 수 없는 냉정한 표정.
있는 건 오직 열의뿐이다.
“전조 현상인 건가?”
“무슨 말씀이신가요?”
“원래 이런 건 나오지 않았다.”
잠시 핥기를 멈추고 유심히 그것을 바라보는 린네.
“성적 취향에 만족하기에 나오는 건가?”
뭘 착각하는지는 알겠다.
약간 송이버섯을 구울 때 고이는 물 마냥 진심 액기스 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간 뒤로한 횟수가 제법 되긴 해도 이때까진 서자마자 집어넣었기에 막상 자지와 상견레 하는 것도 처음인 린네이니까.
“그런 건 아닙니다.”
“왜지?”
“저한테 왜냐고 물으셔 봤자…. 이건 쿠퍼액입니다. 원래도 나오는 거에요. 그간 제대로 볼 일이 없으셨잖아요.”
“…….”
린네의 눈이 아주 살짝 커졌다 작아진다.
사전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실무와 곧장 이어지지 못하는 게 이런 걸 말하는 거다.
그래도 생떼를 부리거나 짜증을 내진 않았다.
아까 했던 것처럼 다시 자지를 할짝대기 시작한다.
린네가 쿠퍼액의 정체를 파악하기 전까지만 해도 거기가 심리적 저항의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했던 시우.
하지만 이젠 좀 짚이는 게 생겼다.
린네는 애초에 펠라치오가 뭔지 제대로 모르고 있는 거 아닐까?
“…츄릅….”
그리고 그건 정답이었다.
어젯밤 린네는 문 너머에서 둘의 행위를 엿들었을 뿐이다.
육안으로 관찰한 건 마력의 파장을 느끼고 뒤늦게 돌아와 도로시의 뒷구멍을 쑤시던 그의 모습과 엉덩이의 손자국 정도.
나머지는 죄다 소리와 대화 내용을 통해 추측하고 있을 따름이다.
차라리 도로시와 시우가 했던 게 전투였다면, 린네는 그 장면 대부분을 머리로 그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린네에겐 어떤 애무를 어떻게 주고받는지를 청각만으로 판별할 사전지식이 없었다.
원체 검에 매진했던 인생이 아니던가?
따라서 설마 저 커다란 걸 턱이 빠지라 입안에 담아야 한다고까지는 사고가 미치지 못했다.
그저 ‘도로시 때와는 소리가 다르군’이라고 의아해하고 있는 것이다.
“츕.”
그렇기에 점점 이것저것 시도해보기 시작한 린네.
처음엔 깔짝깔짝 혀끝으로만 자극하더니 이젠 혓바닥 전체를 쓴다.
장대만을 깔짝이던 애무 반경도 넓어져 마침내 혀가 매끈한 알주머니에 닿는다.
“웃.”
이건 애무를 받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쾌감이다.
간지러움과 안락함과 쾌락 사이의 어딘가.
처음 불알 애무를 받았을 땐 의외로 펠라치오 만큼이나 기분이 좋아서 깜짝 놀랐더랬지.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음낭은 엄연한 성감대이다.
그곳을 남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고 연약한 혀가 전체를 부드럽게 핥아주는 일이니.
그래도 혹시나 싶어 미리 경고를 해두었다.
“스승님, 깨물거나 빨아들이시면 절대 안 됩니다.”
“명령으로 해라.”
“혀, 혀로만 핥으세요.”
“츄릅, 츄릅, 츄릅.”
시우의 반응이 한결 확실해진 걸 확인한 린네는 아예 손으로 물건을 잡았다.
그리고 불알을 확실히 들어낸 뒤 알 사이를 가르듯 아래부터 장대까지 확실히 훑고 올라오며 핥기 시작한다.
그녀의 섬세한 코끝과 이마에 간혹 자지 밑면이 닿으며 침 자국을 남겼는데 이조차 정신적 자극을 강하게 만드는 매개다.
“츄릅, 츄르릅….”
문제는 어찌됐건 남성의 성감대가 집중된 곳은 귀두라는 것.
지금 린네의 애무 방식으로 사정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소요되리라는 것이다.
그렇게 린네가 열심히 봉사하는 가운데 터질 것 같이 부풀어 오른 자지.
시우는 슬슬 아랫배가 땡기는 것을 느끼며 제안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아직이다.”
그 무렵 린네는 이런 식으로는 도로시와 시우가 했던 것처럼 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아무리 혀를 쭉 빼고 열심히 핥아도 그 소리는 나지 않는다.
조금 더 쭉쭉 빨아들이는 소리에 가까웠던 건가?
의구심 가득한 눈으로 귀두를 노려보더니 덥썩 물고 쭈욱 빠는 그 순간.
“억!”
사정 통제를 당하듯 간지럼 피우듯한 애무만 받던 자지에 강렬한 자극이 가해진다.
그래도 평상시 시우라면 이겨냈을 것이다.
정력과 절제력이라면 남부럽지 않은 영체의 소유자가 아닌가?
문제가 된 건 묘약이었다.
실은 정력제가 아니라 조루제라도 되는지 순간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곧장 사정에 도달한다.
고작 15분하고 10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퐁!
거칠게 껄떡이며 린네의 입안에서 뽑혀나오는 자지.
무술의 달인 린네라도 섹스에선 아장아장 걷는 뉴비나 다름없다.
갑작스러운 현상에 당황했을 때 이어진 장면이 슬로우모션 처럼 보인다.
-찌익! 찌익! 찌익! 찌익!
“읍?!”
놀란 듯 튀어나온 작은 경악성과 삐죽 내민 입술.
마치 오줌이라도 싸는 양 거칠게 린네의 고아한 얼굴을 덮는 정액 난사.
물총처럼 튀어 나간 주제에 젤리처럼 걸쭉하고 진해서 마치 팩처럼 달라붙는다.
양이 장난이 아니다.
평소 사정량의 두세 배는 족히 되는 듯했다.
간과하지 말았어야 했다.
아무리 효과를 줄였어도 예빈이 준비한 정력제는 무려 묘약, 마법의 산물이다.
“…….”
자지를 핥아도 청아했던 린네의 얼굴이 불과 몇 초 사이에 엉망진창으로 변해 버렸다.
새빨간 입술, 콧등, 놀라 경직된 뺨은 물론 앞머리와 정수리 일부에까지 거하게 정액이 튀긴 것.
한쪽 눈은 제대로 뜨지도 못한 채 감고 있었고, 그나마 제대로 뜰 수 있는 쪽도 나비 더듬이처럼 긴 눈꺼풀에 대롱대롱 방울이 매달려있다.
곱게 모으고 있던 허벅지와 가슴 군데군데에도 하얀 꽃이 피어있다.
그 장면은 몹시도 색정적이었으나, 지금은 검은 머리칼과 정액의 대비가 아름답다니 뭐니 태연한 감상을 늘어놓을 때가 아니다.
그 린네에게 양해도 제대로 구하지 않고 얼싸를 해버린 초비상사태.
“…….”
얼어붙은 시우를 그보다 차게 얼어붙은 린네의 한쪽 눈동자가 매섭게 쏘아본다.
끈적미지근하고 비릿한 액체를, 그것도 체액을 얼굴에 끼얹었으니 화를 내는 건 당연했다.
적어도 린네에겐 얼굴에 침을 잔뜩 뱉는 것과 비슷한 행위였으니 말이다.
“뭐하는 짓이지?”
그 순간 떠오르는 영감.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린네가 이런 행위까지 각오한 이상 그 수위와 행위의 다양성이 에스컬레이트 하게 올라갈 건 자명한 수순.
이번에야말로 정말 학을 떼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뻔뻔하게, 아주 뻔뻔하게 나가는 편이 옳다.
어영부영 그녀의 장단에 맞춰 놀아나다간 도로시가 자료를 가지고 돌아오는 일주일을 버틸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스승님 얼굴에 싸고 싶었습니다.”
“이 망나니 같은….”
터무니 없는 제자의 난에 뇌정지가 와 멈칫했던 린네가 사태파악을 하고 날카롭게 이를 드러내려는 순간.
“명령하라고 하신 걸 보아 제 취향을 맞추기로 결심하신 줄로만 알았습니다.”
“…….”
“어제 도로시 님과 관계를 나누고 어떻게 마력 증폭이 되었는지도 보셨다면 뭐가 필요한지 아셨을 테니까요.”
“…….”
“스승님이 하시던 대로라면 절대 마력 증폭이 발생하지 않을 거란 걸 깨달으셨을 테고. 스타킹을 신거나 입으로 해주시거나 명령을 하라고 하시기에…. 전적으로 제 취향에 맞춰간다고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오해였다면 죄송합니다.”
적어도 린네가 듣기에 시우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애초에 어느 정도 감안하고 시작한 것이 아닌가?
린네는 화를 내는 대신 손가락을 튕겨 머리와 얼굴에 엉겨붙은 체액을 날려 보냈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나?”
“네.”
“이런 게 취향이라니….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좋을 대로 해 봐라.”
물론 도로시처럼 모든 걸 다 받아줄 생각은 없다지만 가능한 그의 취향에 응해보겠다고.
딱 세 번만 더 도전해 보겠다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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