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682화 (682/917)

#682

1.

타카쇼가 말하길 세상을 바꾼 가장 위대한 발명품.

바퀴, 전구 그리고 스타킹.

고작 나일론으로 이루어진 의복에 무얼 그리 호들갑 떠느냐고 핀잔을 주었던 시우에게 타카쇼는 역설했다.

우선 스타킹은 시각적으로 너무도 아름답다.

여기서 중요한 건 원사의 투명도를 나타내는 데니아.

살이 힐끗 비치는 15~20 데니아 검은 스타킹은 출산율에 이바지했을 만큼 남성을 자극하는 원초적 에로스가 내포되어있다.

그뿐 아니다.

팬티 이상으로 맨살에 밀착하는 의복은 살 내음과 온기를 흠뻑 머금기에 입어도, 벗어도 그 가치가 탁월한 의복이다.

특정 수요층에게 아름다운 여성이 착용했던 스타킹의 잠재적 값어치는 범인의 상식을 뛰어넘으며, 세상엔 미녀가 입었던 스타킹을 위해 목숨을 거는 자도 적지 않다.

만약 마녀가 입은 스타킹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기업을 세운다면 세계적 기업의 아성을 넘보는 사업 아이템이 될 것이라는 사견도 덧붙였다.

솔직히 시우는 그다지 공감하지 못했다.

타카쇼 특유의 호들갑 화법이 듬뿍 들어가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했다.

그 시절 시우는 팬티스타킹만 입은 여성의 알몸을 본 적 없었으며 그 이후로도 딱히 볼 기회가 없었다.

나일론이라는 현대식 소재로 된 스타킹은 게헨나에선 그다지 대중성이 없었고 마녀가 선호하는 의복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오우….”

하지만 막상 알몸에 팬티스타킹이라는 걸출한 조합의 실물을 보게 되자 타카쇼의 호들갑에 십분 공감이 된다.

가뜩이나 탱글한 엉덩이가 나일론의 탄력을 받아 두려울 정도로 힙업 된다.

쭉 뻗은 매끈한 다리에 투명한 그라데이션을 일으키는 흑백 대비, 그 덕분에 풍부해지는 살빛.

엉덩이골 사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촘촘하고 균등한 실낱의 모자이크.

탄력 있게 조여졌음에도 벗은 것과 큰 차이가 없는 가느다란 허리.

알몸 스타킹은 자지에게는 최고의 네고시에이터였던 것이다.

전후 사정이고 뭐고 ‘꼴리지? 그럼 그냥 박아’라는 설득을 무한 반복한다.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빵빵하게 부푼 자지가 ‘이야 그거 참 설득력 있다!’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게 더 얼탱이 없었다.

꼴림의 포인트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누가 이걸 입었는지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이다.

그전까지는 볼 수 없던 린네의 의외성.

비록 본 목적이 따로 있다고는 하나 그녀가 애써 스타킹까지 입은 이유는 하나이다.

시우의 취향을 충족하기 위해서 말고 달리 있을까?

스타킹이 영 어색한 것인지 린네의 시선이 자꾸만 제 허벅지를 향한다.

그러면서도 묘하게 포토타임이라도 주듯 뒤태를 감상할 수 있는 포즈를 유지한다.

생전 처음 착용한게 분명할 스타킹이 자지를 응원하기 위해서라는 것.

린네의 팬티스타킹에는 감동이 있다.

“절 위해서 입으신 건가요?”

“묘약을 마셔라.”

퉁명스럽게 답하는 린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차가운 답변이 아니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

그대로 이성을 잃고 스타킹 가운데를 쫙쫙 찢은 뒤 교배 프레스를 날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실로 흉악한 매혹 스킬이 아닐 수 없다.

본분을 잊어선 안 된다.

게헨나에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이 성행위는 기만 작전이어야 한다.

그나저나 이 묘약 괜찮은 거 맞나?

일단 예빈과 시우는 공모 관계다.

정력제의 재료를 가져다주었고 예빈이 아무리 뛰어난 약재사라 한들 효과에 제한을 두었음은 분명하다.

기본적으로 마녀란 자신의 자성마법 분야뿐 아니라 마법 전반에 대해 가르침을 받기에 아예 맹물로 만들 수는 없었을 테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팬티스타킹과 린네의 시너지에 정력제까지 더해진다면….

상당히 위험한 건 아닐런지.

“스승님, 지금은 굳이 마시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마셔라.”

하지만 마시지 않을 수도 없다.

외출을 위해 요새 정력이 달린다는 핑계를 댄 건 시우였다.

-꿀꺽꿀꺽

별 수 없이 정력제를 마시자 확연한 효과가 온다.

배 아래가 찌르르 뜨거워지더니 전신에 활기가 돌기 시작한 것이었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추도 한층 두툼해진 것 같다.

“…….”

이후 주섬주섬 옷을 벗은 시우는 찔끔했다.

린네의 시선이 팀플레이를 거부하고 우뚝 선 하물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눈빛의 의미는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우의 물건이 이렇게 격렬하게 반응한 건 처음.

자신의 책략이 효과가 먹혔다는 것에 내심 흡족하면서도, 시우의 성욕 자체엔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리라.

“정력제가 효과가 좋네요.”

“후.”

변명하듯 말하자 린네가 한숨을 쉬었다.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멀뚱히 서 있자니 린네가 차를 끓일 때처럼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건 뭐지?

이제까지 패턴을 보면 옷을 벗은 린네가 즉각 시우에게 등을 보인 채 바로 서야 했다.

하지만 도로 앉는다니.

설마 저 상태로 차라도 끓일 심산인가?

약간 그런 플레이?

도대체 누구 아이디어를 받고 저런 행동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혼란스러워하던 그때, 이어진 린네의 말은 혼란을 잠재우긴커녕 한 차례 더 가중시켰다.

“이쪽으로 와라.”

“네?”

“내 앞에 서라.”

이때까지만 해도 시우는 린네의 의도를 알아듣지 못했다.

뭔가 정밀 검사라도 할 심산인가? 두루뭉술하게 추측할 뿐.

“더 가까이 와라.”

그렇게 두 걸음 정도 거리를 두고 섰는데도 재차 들려오는 재촉.

조금씩 가까이 다가서는데도 제지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린네.

“뭐하시려고요?”

“…….”

린네의 코끝과 시우의 자지 끝이 20cm 떨어진 시점.

그녀는 대답도 없이 빤히 시우의 물건을 바라보았다.

마치 발기 자지를 처음 본다는 듯한 눈빛.

엄밀히 말하자면 이렇게 가까이서 보이는 게 최초이긴 하다.

그전까지는 거의 그녀의 뒤에 넣었다 빼는 것이 고작이었고 뒤처리할 때도 시우 쪽으론 눈길도 주지 않았으니.

그렇다면 가까이서 관찰하려는 게 목적인 걸까?

“…위해서 라면.”

집중하느라 가운데로 눈이 몰렸음에도 전혀 흠 없는 미색으로 뭐라뭐라 중얼거리는 린네.

흡사 자신에게 되뇌는 주문처럼 들린다.

그렇게 한참을 중얼거리던 린네가 성량을 키워 시우에게까지 들리게끔 입술을 달싹였다.

“해주겠다.”

귓방맹이를 맞은 것 같은 충격에 입이 쩍 벌어진다.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없다.

린네와 알몸스타킹까지는 아슬아슬하게 연결이 된다.

완고하고 애교 없는 린네일지라도 가까스로 떠올릴 수 있는 타협점이다.

“네?”

“입으로 해주겠다.”

그런데 린네의 펠라치오?

억지도 그런 억지가 없다.

이 각도에서 보니 두말할 것도 없이 펠라치오 앵글이긴 하지만….

정식 교제하는 관계라도 절대로 해주지 않을 것 같은, 도저히 연결이 안 되는 행위인 것이다.

“에이, 거짓말하지 마세요.”

반듯한 앞머리가 만들어낸 씨스루 사이로 꿈틀거리는 린네의 눈썹.

저도 모르게 나온 헛웃음에 칼로 찔리는 듯한 살기로 응수한다.

“해 주겠다고 말했다.”

언뜻 폭주로 내비치는 린네의 행동은 어젯밤 엿들은 음행과 예빈의 조언이 반영된 것이었다.

가장 먼저 뒤태를 강조할 수 있는 팬티스타킹을 입었다.

그가 위치보드를 하러 간 사이 현대 물품을 거래하는 아르카나 타운의 상점까지 행차해 손수 마련한 것이다.

혹시 몰라 여분으로 5개 정도 구매했다.

그 다음은 도로시와 시우는 비단 몸을 겹치는 것에 끝나지 않았음을 떠올렸다.

둘 사이 오간 대화로 보아 도로시는 입과 가슴으로 그의 성기 및 전신 곳곳을 애무했더랬지.

가슴으로 자극하는 건 피지컬적인 사유로 린네에게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입으로 해주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막상 그의 앞에 무릎을 꿇으니 묘한 굴욕감이 번져왔지만 참을 만하다.

린네가 야심 차게 마련한 비장의 무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한 세 가지 행동강령을 준비했다.

첫번째, 그의 명령을 따라 정복감을 충족시킬 것.

“이제 네가 명령해라.”

“예?”

“나에게 입으로 하라는 명령을 내려라.”

두번째, 신시우 이외에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을 광경이며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는 걸 강조할 것.

“이런 짓은 태어나서 해본 적도, 해볼 생각을 한 적도 없다. 따라서 나는 지금 몹시 수치스럽고 거부감을 느낀다. ”

세번째, 그런 린네를 그가 굴복시켰으며 정복했음을 보일 것.

“하지만 네가 명령한다면 어쩔 수 없이 따르겠다.”

“…….”

시우는 뻘뻘 흐르는 식은땀을 느꼈다.

린네의 말을 끝으로 뒤늦게 인지되는 현실.

그녀는 여태 하던 무색무취의 애널섹스가 아닌 알몸 팬티스타킹 순종 펠라치오를 하려 하고 있다.

이는 어젯밤 작전이 완벽한 실패로 돌아갔음을 시사했다.

철벽을 치기 위해 홀스타인 쇼를 했는데 도리어 린네의 의욕과 도전정신에 불을 지필 줄이야.

이건 위험하다.

린네가 상위테크를 학습 해버렸다.

이런저런 시도를 반복하다 보면 질내사정까지 도달하는 것도 그리 멀지 않았을지 모른다.

아니 도대체 뭐가 아쉬워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거절하자.

뭐가 됐건 건수를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어…. 싫은데요?”

“…….”

그 순간 여태껏 보았던 린네의 시선 중 가장 강렬한 안광이 번뜩였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감히 그딴 망발을 지껄여?’라는 사자후가 눈빛으로 치환되어 번뜩이는 것 같다.

“거절한다면. 이 쓸모없는 물건을 잘라버리겠다.”

가까스로 폭발을 억누른 듯 조율 덜 된 피아노처럼 불안정한 음정.

무릎 위로 움켜쥔 주먹이 삐걱삐걱 불길한 뼛소리는 린네의 발언이 결코 농담이 아님을 깨닫게 해준다.

“까, 깜짝 조크였습니다. 그럼 입으로 해주시죠.”

황급히 발언을 철회했다.

“해주시죠는 부탁이다.”

“입으로 하세요.”

“…이딴 더러운 걸 입으로 애무하라니.”

누가보면 옆에서 강요라도 한듯 혐오감이 뚝뚝 떨어지는 표정으로 올려보는 린네와 억울한 시우.

“아니, 저보고 어쩌라고….”

가지 무침을 먹을지 말지 고민하는 쌍둥이처럼 고뇌하던 린네는 눈을 감고 천천히 고개를 앞으로 내밀었다.

“쪽….”

수줍은 키스 소리가 자지 끝에서 울렸다.

주춤거리던 린네가 자지 끝 부분에 입술을 모아 부딪친 것이다.

말로 들어도, 눈으로 봐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던 비현실적인 장면이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에 현실감을 되찾는다.

“츄웁….”

가볍게 귀두와 장대 부근에 키스를 한 린네가 눈을 떴다.

“정말 싫지만, 명령이니 하겠다.”

경악한 표정을 짓는 망나니 제자의 안색을 살핀 그녀는 선홍빛 혀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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